신동우 국회의원 편

기사 요약글

정치, 꼭 거칠어야 합니까?

기사 내용

신동우 국회의원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지만, 국회의원들도 권한 내려놓기를 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거의 없다. 언론을 통해 국회의원들의 좋지 않은 점만 부각되다 보니 잘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받을 기회가 줄어드는 것. 보다 못한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이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들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나섰다. 신 의원은 “여야를 아울러 국회를 대변하는 진정한 국회 대변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대변인이 있지 않습니까?
없어요. 국회의장 대변인입니다. 전혀 다릅니다. 왜 국회나 국회의원과 관련된 사실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국회 대변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대변인이 있고 사법부도 대변인이 있는데 국회에는 여야를 아울러 국회와 국회의원을 대변하는 대변인이 없어요. 날카롭게 지적하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당 대변인만 있습니다.

신 의원의 주장에 공감하는 의원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많았어요. 정의화 의장에게도 의장이 되기 전에 의장 대변인 말고 국회 대변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대로 된 국회 대변인이 있으려면 여야가 정통성을 인정해야 해요. 여야 공동으로 추천해 합의를 봐야 합니다. 당 대변인만 있으니 항상 한쪽 얘기만 나와요. 그러니 듣는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이 왜 싸움만 할까, 종합적인 것을 왜 알려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은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국회는 상대방과 겨루면서 일하는 조직입니다. 이런 조직이 없어요. 다른 조직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죠. 정부도, 대법원도, 신문사도 다 그렇습니다. 국회만 싸움박질하며 일하게 만들어놨어요. 최근에 특히 국회가 심하게 욕먹는 이유는 두 가지예요. 전에는 국가의 많은 업무를 행정부에서 결정했습니다. 국회는 동의, 인정하면 됐어요. 하지만 지금은 행정부의 많은 업무가 국회로 넘어오고 있어요. 국회는 대표성과 민주성이 특징이어서 근본적으로 효율적인 조직은 아니잖아요? 해결을 해야 하는데 싸우니 국민들이 좋아하겠습니까. 다른 하나는 최근에 먹고살기가 팍팍해졌습니다. 국민들은 경제가 이 난리인데 국회의원들이 싸우기만 하고 해결은 안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하니 국회의원이 문제다, 세비만 축내고 일은 안 한다며 욕하는 것이지요.

막말이나 폭력 등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한 것도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있는 것 아닌가요?
과거에는 정부가 일사불란했지만 권위적이었어요. 민주성이 떨어졌을 때 국회의원들이 답답함을 풀어줬지요. 심지어 똥오줌도 뿌리고 그랬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직까지 그런 전통이 일부 남아 있어요. 과격한 얘기를 하면 카메라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습니다. 점잖게 얘기하면 언론에 보도가 안 돼요. 언론도 문제입니다. 언론이 국회의원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적이 있나요. 보여줘야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 생각할 것 아닙니까. 돌출 행동을 하면 TV에 나오는데, 점잖게 하면 안 나오니 얼마나 돌출 행동을 하고 싶겠어요. 언론도 어떤 국회의원이 바람직한지 제시해줘야 합니다. 그러면 국회의원들이 그쪽으로 옮겨 갈 텐데 그런 기사를 본 적이 없어요.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국회의원이 된 뒤 다르다고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일정의 예측성이 없어요.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내년도 예산안을 언제까지 통과시키기로 했으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합니다. 너무 당연한 것이에요. 상임위는 화· 목요일, 본회의는 금요일 오후, 이런 식으로 일정을 정해야 합니다. 또 월요일 아침에는 모든 의원들이 모여 당별로 의원총회를 해야 합니다. 원내대표나 당대표가 일주일 일정을 브리핑하고 각 상임위는 이것 이것 하라는 식이 되어야지요. 다른 하나는 국회 역할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대의성, 민주성이 주였다면 지금은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성과 효율성이 요구되고 있어요. 그런데 국회 업무 시스템이 그렇지 않습니다. 제일 힘든 게 읽어야 할 자료가 너무 많아요. 눈이 아픕니다. 국회의원 하려면 눈이 좋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국민들은 회의가 없으면 국회의원들이 논다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일이 감당이 안 돼요. 제가 정무위원회 소속인데 얼마나 많은 법안이 진행되는지 아십니까. 국회의원들 허덕허덕 하고 있어요.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려면 국회의원 충원 구조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물갈이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맞습니다. 국민들도 이런 변화의 흐름을 알아야 합니다. 국회의원은 복잡한 법안을 다룰 만한 능력이 있는 자신만의 전문 분야가 있어야 합니다. 국회의원은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기에 언론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에서 박수 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지요. 언론에서 물갈이하는 것이 개혁적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안 바꿉니까. 하지만 언론에서 국회의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나요.

국회의원이 각종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도 많은데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우선 업무량에 치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역구도 관리해야 합니다. 주말이 제일 바빠요. 수많은 행사를 찾아다녀야 합니다. 코빼기도 안 보이면 다음에 찍어주나요.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이 200개라고 하는데 장관에게 사무실 주고 비서, 차량 제공하는 것은 특권이라고 안 하잖습니까. 왜 그럴까요.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 잘해줘야지 할 텐데, 맘에 안 들면 다 특권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 연금도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다 없어졌는데 아직도 하루만 국회의원 해도 12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고 알고 있는 국민이 90%예요. 제가 운영위 활동을 하면서 세 가지를 없앴습니다. 첫째가 연금이고, 둘째가 겸직 금지, 셋째가 교수가 국회의원 되면 휴직 처리하는 것입니다. KTX 타는 것도 더 이상 공짜가 아닙니다. 연금은 19대 국회의원부터는 어떤 국회의원도 해당이 안 됩니다. 18대 이전 국회의원도 1년 이상 국회의원을 해야 하고, 불미스런 일로 그만둔 사실이 없어야 하며 도시 한 가구 평균 소득보다 소득이 적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랬더니 수혜자가 1000명에서 400명으로 줄었어요.

국회의원들의 기본 업무는 법안 처리 아닙니까.
법안을 너무 많이 진행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언론에서 발의 건수 가지고 따졌지, 법안의 중요성을 가지고 따진 적이 있습니까. 그러니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용어만 바꾸는 것으로 발의를 10건 합니다. 숫자 바꾸고 글자 바꿔 법안 하나를 만들어요. 건수 위주에서 벗어나 올해 통과된 중요한 법안을 뽑은 뒤 누가 만들었는지 분석하면 국회의원들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잘못 만든 법도 분석해 누가 만들었는지 밝힌다면 국회의원들이 함부로 법을 만들지 못할 겁니다.

품격 있는 정치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요.
품격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거친 정치 문화는 맘에 안 들어요. 정치, 꼭 거칠어야 합니까? 서로 격조를 지키고 유머러스하면 안 됩니까. ‘의원님의 말씀을 존중하지만 동의는 못한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는 식으로 토론해야지요. 그런 문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도 이제는 대안을 제시해야 해요. 행정부를 다그치지만 말고 ‘이것은 어떻습니까’ 할 정도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평소 생활신조가 궁금합니다.
‘재밌게 살자, 감사하며 살자’입니다. 살면서 불만을 갖거나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오늘을 희생하면서 사는 것은 나중에 허망합니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루하루가 재밌어야 합니다. 저도 처음부터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던 것은 아니에요. 단체장(강동구청장을 지냈다) 하다 보니 ‘문제가 있구나. 내가 가서 틀을 짜야겠구나’ 생각해 도전했어요.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이제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년이 됐는데 아직도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이것 해주세요’ 하고 애걸복걸하는 시혜적인 지방자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이것은 국가 업무, 이것은 지방 업무 식으로 업무를 정확하게 구분해 지정해야 합니다. 재원도 배분하고요. 예를 들어 어린이집은 지방자치단체 업무가 맞습니다. 지난번 어린이집 교사 폭행 사건때도 황우여 교육부총리가 아니라 담당구청장이 사과해야지요. 업무를 국지화해야 합니다. 내 동네 문제는 내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안 되고 있어요. 일을 나눠줘야 합니다. 안 되는 이유는 이해관계 때문이에요. 정부 부처, 국회의원, 언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담합한 것입니다. 이것을 깨야 해요. 발전의 핵심은 사람, 힘과 권한입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크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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