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육아 - 훈육의 기술 편

기사 요약글

아이를 도맡아 키우다 보면 으레 훈육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기사 내용

TV를 못 보게 한다는 이유로 할머니에게 발길질을 하는 경우, 밥 먹듯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경우, 장난감을 몽땅 꺼내놓고 나 몰라라 하는 경우. 조용히 타이르자니 소귀에 경 읽기 같고, 회초리로 손바닥을 때려주자니 자칫 자식들의 오해를 살까 두렵다. 이렇게 조부모를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는 훈육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흔히 훈육이라고 하면 꾸짖음이나 체벌을 떠올리기 쉽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이 불러올 결과를 생각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게 도와주는 모든 행동이 훈육의 개념에 속한다. 권경숙 성신여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교수는 “훈육은 앞으로 아이가 사회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가르치는 생활지도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부모, 조부모 등 가족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의 행동, 습관의 변화를 유도해 올바른 인성과 사회성을 갖춘 어른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 훈육의 목적이라면 이제 그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적절한 ‘손주 훈육 방법’을 소개한다.

 

 

 

1. 마트에 갈 때마다 아이가 장난감을 사 달라며 떼를 써요

아이가 12개월쯤 되면 슬슬 떼를 쓰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행동은 4살 이후 줄어들게 되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런 경우 집을 나서기 전 마트에 가는 목적(장을 보기 위함)을 충분히 설명한 뒤 장난감을 사 달라고 조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두는 편이 좋고, 아이가 이를 어기고 떼를 쓴다면 “마트 오기 전 우리가 어떤 약속을 했지?”라며 약속을 상기시키는 과정도 필요하다. “장난감을 사줄 순 없지만 구경하고 만져보게는 해줄게”라며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주면 더 좋다.

 

2. 어린 동생에게 해코지를 해요

제 딴에는 예뻐서 만지는 것이 어른들 눈에 해코지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부드럽게 아이의 진심을 먼저 묻는 것이 좋고 아기가 깨어 있을 때, 할머니가 함께 있을 때 등 특정 상황을 정해서 아기를 만지도록 유도한다. 만일 해코지가 목적이라면 가족의 관심이 모두 동생에게 쏠려 있는 게 아닌지 헤아려보고 큰 아이에게 세심한 주의와 애정을 기울여야 한다.

 

3. 매사 ‘싫다’며 반항을 해요

중요한 얘기를 하려는데 말을 끊거나 마지못해 들어주는 척만 한다면 아이는 예리하게 이 점을 눈치채 양육자에게 불신을 드러낸다. 아이가 무언가를 표현할 때는 눈을 바라보며 인내심 있게 들어줘야 한다. 이후 ‘네 말은 지금은 먹고 싶지 않다는 뜻이지’라며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들어줄 수 있는 것과 들어줄 수 없는 것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한 뒤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는 과정도 필요하다.

 

4. 매를 들어도 괜찮을까요

전문가들은 체벌이 육체적, 정서적으로 아이에게 상처를 줄 위험이 높고 행동 개선의 효과도 그다지 높지 않다며 가급적 피할 것을 권한다. 당장 맞는 것이 두려워 복종하는 척하지만 효과는 그때뿐이라는 것. 오히려 반항심을 키운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그래도 매를 들어야 한다면 절대 홧김에 체벌을 하지는 말고, 손바닥이나 엉덩이 같은 부위를 한두 대 정도 때리는 것이 낫다.

 

5. 밖에서 야단을 쳤어요

꾸지람은 단둘이 있을 때 하는 것이 좋다. 동생,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야단을 치면 아이에게 커다란 상처가 되는데 이는 어른과 마찬가지로 자존감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칭찬은 공개적으로 해야 효과가 있다.

 

6. 애들 부모와 의견이 달라요

일관성 있는 지도는 매우 중요하다. 아이 입장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기준이 될 뿐 아니라 책임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와 조부모의 의견이 상충할 때에는 아이 앞에서 의견을 주고받지 말아야 한다. 바른 판단과 행동을 보고 배워야 할 아이에게 눈치 보는 법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논을 통해 합치된 훈육 방법을 적용, 일관성 있게 아이를 지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조부모는 ‘손주는 내 자식이 아니라 내 자식의 자식’임을 떠올려 그들(자식 내외)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7. 장난감을 가지고 논 뒤 정리하지 않아요

“이따 엄마가 블록을 밟고 아야 할 수 있겠지?”라며 아이 스스로 ‘정리 정돈’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집이 깨끗해지니 기분이 좋네”라고 아이의 행동을 칭찬하는 것도 중요하다. 더불어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스스로 치워야 한다’는 식의 규율을 확립해주는 게 좋은데 이때 사소한 규율을 너무 많이 만들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경직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으니 꼭 필요한 것만 주지시킨다.

 

8. 아이가 반감을 가질까 봐 싫은 소릴 못하겠어요

손주에게 인심을 잃을까 오냐오냐 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애정 어린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대화를 걸면 이를 받아들인다. 혹시 ‘당신이 싫다’는 식으로 누구에게든 상처가 될 만한 직접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면 “화가 날 때 네 감정을 설명하는 것은 괜찮지만 싫다는 표현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니 앞으로 써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줘야 한다.

 

9. 거짓말을 해요

아동심리로 유명한 스위스 심리학자 피아제에 따르면 취학 전의 아이들은 자기 중심적이고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는 ‘마술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거나 이야기를 지어내는 행동은 흔하다. 그러나 아이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람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으면 어떤 점이 불리한지 논리적으로 설득시키자. 만일 꽃병을 깨고 본인이 그러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둘러댄다면 고대했던 나들이를 취소하거나, 아이의 돼지 저금통에서 돈을 꺼내 꽃병을 구입하며 거짓말에 따른 대가를 인식시키자.

 

 

기획 장혜정 도움말 권경숙(성신여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교수 )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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