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취미 - 바른 먹거리, 맛 콘서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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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0일 저녁 7시. 대구의 한 쿠킹 아카데미에서 특별한 저녁 식사가 벌어졌다. 이름하여 ‘바른 먹거리 맛 콘서트’. 일종의 일일 레스토랑 성격을 띤 이 자리는 농부가 정성껏 길러낸 식자재로 최고의 셰프가 요리를 만들어, ‘바른 먹거리’에 관심이 높은 미식가들이 함께 즐긴다. 이 콘서트의 중심에는 ‘깊은샘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는 김영일 씨가 있다. 본래 건축가였던 그는 몇 년 전 아내와 함께 전북 진안으로 내려가 블루베리를 비롯 닭과 쌀, 배추 등을 길렀고 곧잘 농업에 얽힌 소소한 경험과 먹거리에 대한 철학을 페이스북에 올리곤 했다. 그러다 우연히 좋은 식재료를 구하고 있던 프랑스 셰프 로랭과 인연을 맺게 된 것. “로랭이 한국에서 쿠킹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느꼈던 불만 중 하나가 제대로 길러낸 식재료가 없다는 점이었죠. 그의 고민을 듣고 난 뒤 자신 있게 제 농장 방문을 권유했어요.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나고 자란 닭, 달걀, 블루베리 등을 보자 믿음을 갖기 시작하더라고요.” 건강한 식재료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했던 두 사람은 ‘농부가 질 좋은 식자재를 대고, 셰프가 이를 활용해 멋진 요리를 함으로써 여러 사람들에게 건강한 식재료와 식생활을 알리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구체적으로 그 형태를 고민하던 그들은 2013년 10월, SNS상에서 신청자를 받아 ‘바른 먹거리 맛 콘서트’를 열게 됐는데, ‘겉만 번지르르’하게 만든 음식에 지친 이들에게 두 사람의 음식은 그야말로‘힐링 푸드’가 됐다. 로랭과 합작해 프랑스 요리를 선보였던 김영일 씨는 이후 다른 셰프들과 손잡고 ‘약식 요리 ’‘그리스 요리’ 등을 선보이며 수차례 ‘맛 콘서트’를 열었다. 맛과 멋이 어우러진 그날의 현장은 어땠을까?

 

 

이날을 위해 고메 쿠킹 아카데미의 유지희 원장(왼쪽)은 장소를, 김영일 씨(오른쪽)는 각종 채소와 싸라기, 겨, 블루베리까지 먹여 키운 닭과 달걀 등을 지원했다. 이 밖에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장인들의 식재료’는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한식대첩>에 참가한 서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김경미 교수(가운데)의 손끝에서 진귀한 한식 요리로 재탄생했다.

 

이날 음식 재료를 공급한 ‘식재료의 달인들’.
(왼쪽부터)‘이건희’도 반했다는 물 많고 달콤한 유기농 배를 선보인 ‘흙농장’의 최동춘 씨, 우리밀과 발아 팥으로 찐빵의 명인으로 등극한 ‘슬지네 찐빵’의 김갑철 씨, 곡성에서 직접 개발한 목초액과 효소, 우렁이를 이용해 건강한 벼를 키워온 ‘미실란’ 대표 이동현 씨.

 

닭 육수로 맛을 낸 곡물 죽, 우리밀로 정성껏 말아 올린 전병, <한식대첩> 방영 후 화제가 됐던 흑돼지머리 된장구이 등 김경미 교수는 농부들이 정성껏 기르고 가꾼 최고의 식재료를 활용해 멋진 한식상을 차렸다.

1인당 7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에도 부산과 밀양에서까지 발걸음을 재촉한 사람들이 30명쯤 된다. SNS를 통해 미리 참가 신청을 한 그들은 좋은 먹거리라는 공통 관심사 덕분에 식사를 마칠 즈음, 모두 기탄없이 얘기를 나누었다. 개중에는 좋은 환경에서 잘 자란 식품을 찾다 김영일 씨의 닭, 달걀, 배추, 쌀 등을 주문해 먹게 됐다는 사람도 있다.

“8개월 이상 자란 닭에서만 육수가 나오는 법인데 시중 판매되는 닭을 8개월이나 키웠을까요?” 친환경 농법,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유독 많은 김영일 씨는 식사 중 막간을 이용해 그간 무심코 지나쳤던 식재료에 관한 의문을 던지기도, 해박한 설명을 이어가기도 했다. 전국 각지를 돌며 좋은 식재료와 이를 활용한 멋진 음식을 미식가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라는 김영일 씨는 2월 말 로랭과 개최할 프랑스 요리 맛 콘서트와 3월 전주에서 열릴 한식 맛 콘서트도 기대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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