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스위스 슬로베니아

기사 요약글

발칸의 스위스 슬로베니아에 대해 알아보자.

기사 내용

율리안 알프스와 블레드 호수의 비경, 아드리아 해의 일몰과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


자살을 결심하고 수면제를 다량 복용한 스물네 살의 슬로베니아 태생 여주인공이 있다. 그녀는 의식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며 외국 잡지에 실린 ‘슬로베니아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기사를 읽고 분개해 삶의 마지막 행위로 해당 잡지에 슬로베니아가 어떤 나라인지를 설명하는 편지를 유서처럼 써서 보낸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도입부다.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 슬로베니아는 존재하지만 알지 못해 존재하지 않는 나라였다. 하지만 유럽인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사계절 내내 레저와 관광, 휴양의 천국이었다. 슬로베니아는 유럽 발칸반도 북서부, 아드리아 해 연안에 위치하며 ‘발칸의 스위스’로 불릴 만큼 풍광이 뛰어나다. 유럽에서 핀란드, 스웨덴에 이어 세 번째로 숲이 많으며, 우리나라 전라도 규모의 면적(2만 273㎢)에 전체 인구는 고작 200여 만 명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보다 높다. 한 가지 더. 슬라보예 지젝을 아시는가? 우리 시대의 가장 ‘핫’한 철학자로서 라캉과 마르크스, 헤겔을 접목한 독보적인 철학으로 ‘동유럽의 기적’으로 일컫는 슬라보예 지젝이 슬로베니아 출신이다.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

‘사랑스러운’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

수도 류블랴나는 민간 어원으로 ‘사랑스럽다(lovely)’는 뜻이다. 류블랴나의 거리는 도시 한가운데 언덕에 있는 류블랴나 성(城)을 중심으로 중세 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구시가와 류블랴니차 강을 끼고 펼쳐진 신시가로 나눌 수 있다. 류블랴나는 중심가인 프레셰르노브 광장과 토로모스토브예 다리 주변에 독특한 건축물과 박물관, 미술관, 대학교(류블랴나 대학교)가 몰려 있다. 먼저 케이블카를 타고 야트막한 언덕에 위치한 류블랴나 성에 오르면 시내가 한눈에 시원하게 들어온다. 특히 중세 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구시가 풍경은 고즈넉하면서도 아름답다. 프레셰르노브 광장은 가장 활기찬 공간이다.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늘 북적이고 거리 악사들의 연주가 이국적 설렘을 부추긴다. 프레셰르노브 광장과 신시가를 잇는 3개의 다리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그런데 3개의 다리가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몸에서 세 갈래로 분리돼 류블랴니차 강에 걸쳐 있다. 바로 토로모스토브예 다리(트리플 다리)다. 슬로베니아를 대표하는 건축가 요제 플레츠니크가 설계한 류블랴나의 명물 중 하나다. 토로모스토브예 다리에서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용의 다리’도 필수 코스 중 하나다. 이 다리난간에는 류블랴나를 지키는 4마리 용 조각이 있다. 그리스신화에서 비롯된 용의 전설로 인해 류블랴나를 ‘용의 도시’라 일컫는다.

 

 

슬로베니아의 푸른 눈동자’ 블레드 호수

‘슬로베니아의 푸른 눈동자’ 블레드 호수

류블랴나에서 약 54㎞ 떨어진 슬로베니아 북부에는 율리안 알프스(이탈리아 북동부에서 슬로베니아까지 걸쳐 있는 산악 지대)의 빙하로 만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 해발 501m에 위치한 블레드 호수다. ‘슬로베니아의 푸른 눈동자’로 불리는 블레드 호수 관광의 필수 코스는 호수 면에서 100m 높이의 절벽 위에 세워져 있는 블레드 성(城)과 호수에 떠 있는 블레드 섬에 다녀오는 것이다. 블레드 섬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플레트나(pletna)라고 부르는 나룻배를 타야 한다. 섬 선착장에 도착하면, 17세기에 지어진 성모승천교회로 오르는 99개의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성모승천교회는 슬로베니아의 결혼식 장소로 유명한데, 신랑이 신부를 안고 99개의 계단을 오르는 것이 관습이라고 한다. 교회 안의 ‘소원의 종’을 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어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섬으로 향한다.

 

 

수십만 년 동안 지하 동굴을 지배해온‘용의 거처’ 포스토이나 종유굴

수십만 년 동안 지하 동굴을 지배해온‘용의 거처’ 포스토이나 종유굴

슬로베니아는 아드리아 해 연안의 도시들을 따라 카르스트 지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 카르스트 지대를 따라 6천여 개의 카르스트형 석회암 동굴이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종유굴로 길이가 총 20㎞에 달한다. 그중에서 현재는 5.3㎞만 개방하고 있는데, 그것도 2㎞ 정도는 미니 기차를 타고 들어가서 90분 동안 안내에 따라 1㎞를 걸으며 동굴을 감상하고, 다시 2㎞를 미니 기차를 타고 나온다. 미니 기차가 동굴 속으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관광객들은 놀란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수십만 년에 걸쳐 형성된 형형색색의 종유석과 석순이 연출하는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기차에서 내려 걷는 1㎞ 남짓한 거리는 장엄함과 경이로움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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