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니어 라이프를 엿보다- 4개국 비정상회담

기사 요약글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쳐온 시간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말아야 할 제2 라운드의 인생.

기사 내용


지금 이 순간, 대체 지구 반대편에서 시니어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그래서 4개국 시니어 라이프를 엿보는 비정상회담을 준비했다. 세계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각국의 다채로운 시니어 라이프를 만나보시길.

 

 

SENIOR LIFE TALK, (왼쪽부터) JAPAN 히나이 미쯔오, USA 힐러리 핀첨 성, Italy 니콜라스 피카토, France 크리스티앙 바르드


각 나라 시니어 라이프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사회 전반적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죠.

 

크리스티앙

프랑스에서는 은퇴하기 전까지 37년을 일해야만 해요. 은퇴하면 보통 자신의 최고 급료 50%에 해당하는 연금이 나와요. 평균 매달 1400유로(1백89만원) 정도 연금을 받고, 1억 5천3백만 명 가운데 85만 명만이 최소 금액인 630유로(85만원) 정도 연금을 받아요. 그래서 은퇴 이후 대부분 경제적으로 독립적이고 부유한 생활을 할 수 있어요.

 

니콜라스

이탈리아도 프랑스처럼 정부 지원이 좀 많았으면 좋겠어요. 보건이나 의료 면에서는 괜찮은데 사회기반 시설 수준은 높아져야 해요. 그래도 일생을 자유롭고 창조적이며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예요. 가족 유대감도 무척 강한데, 조부모를 빼놓고는 가족을 상상할 수 없어요. 시니어는 가족 소통의 중심에 서 있죠. 보통 조부모에게 가족이나 삶의 전반적 지혜를 구하고, 일이나 실질적 삶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부모와 이야기해요. 이런 소통 방식이 부모 자식 사이의 마찰을 줄이고 소통하도록 도와줍니다.

 

힐러리

미국에서도 가족은 정말 중요하지만 다들 독립된 삶을 원해요. 나이 들어서도 가족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하고,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싶어 하죠. 미국 시니어 문화의 핵심은 이런 독립심이라고 하겠어요. 개인차는 있지만 시니어는 지금껏 바빠서 놓쳐온 것들을 즐기는 인생의 또 다른 시작,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하죠.

 

크리스티앙

시니어 타입도 양분화되는 것 같아요. 한국도 경제적으로 넉넉해 자신의 삶을 즐기는 시니어가 있는가 하면, 오랜 세월 겪은 노동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들도 있잖아요. 시간과 돈이 넉넉지 않을 때 시니어 라이프를 즐기긴 힘들죠. 이건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데, 전 이게 가족과의 분리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요즘 젊은 세대가 굉장히 유동적이라 시니어가 그들 주변에 머물기 힘들죠.

 

하나이

일본에서는 적어도 65세 이상은 되어야 시니어라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구¼이 65세 이상일 정도로 장수 국가니까요. 결혼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지속되면서 최근 50~60대까지 혼자인 이들이 많아요. ‘로로카이고’라고, 시니어가 80~90세가 된 부모를 돌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요. 양로 시설이 일반화돼 있지만 장수하는 이들이 워낙 많아 기다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노후에 자녀와 함께 사는 경우도 있는데, 각국의 관점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과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니콜라스

시니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적은 한국의 환경을 고려한다면 정말 좋은 시스템이라 생각해요. 다만 이탈리아는 단순히 부모라서 부양하거나 나이가 많아서 존중하기보다 마음을 열어 대화하는데 한국은 그런 점이 좀 아쉬워요. 아무래도 이탈리아는 휴일이 길고 많다 보니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가족과 자주 교류할 시간을 갖는다는 차이도 있어요.


하나이

병이 생기면 같이 사는 게 좋지만 건강하면 떨어져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라이프스타일이 다른데 같이 살면 서로 구속받게 되잖아요. 사실 일본은 한국만큼 형제 자식 간의 정이 끈끈하진 않아요. 그러니 나이 들어 요양 시설에 들어가는 게 이상할 게 없죠.

 

크리스티앙

노후에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은 몇 세기 동안 이어온 전통적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1970년대 들어서면서 현대와 근대성이란 명목 아래 소가족 현상이 나타났다가, 최근 경제 상황이 불안정해지면서 부모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 거 같아요.

 

힐러리

미국에서는 자식이 성장하면 부모와 함께 살던 집을 떠나는 게 일반적이에요. 가족을 보살피긴 해도 함께 살진 않아요.


다른 국가와는 구별되는 시니어 라이프에 대해 들려주세요.

 

니콜라스

시니어라고 해서 지루하게 보내지 않아요. 대부분 가드닝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있고 소규모 비즈니스 등을 운영하기도 하죠. 덴마크에서 일 년 살았는데 악기를 다루지 못하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예요. 어려서부터 악기를 배우고 시니어가 되면 밴드를 만들어 인생을 즐기죠. 이탈리아어로 ‘돌체비타(dolce vita)라는 말이 있어요. ‘달콤한 인생’을 뜻해요. 가족들의 지지와 지원 아래 양질의 삶을 추구하는 게 평화롭고 안락한 시니어 라이프를 즐기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

 

 

일본에 잠시 살았던 적이 있는데, 주말 아침마다 시니어 그룹이 공원에 모여 게이트볼을 치더라고요. 시니어분들이 젋은이 못지않은 체력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도 자주 봤어요.


하나이

일본은 교통비가 비싸다 보니 자전거를 타는 것이 일상이에요. 게이트볼도 자주 치죠. 한때 골프는 일본 대중 스포츠였는데 이제 좀 시들해요. 일본 시니어의 생활비 지출을 살펴보면 다른 세대에 비해 식생활, 취미, 여행, 레저에 지출이 높아요. 스포츠 클럽 사용료도 60대가 가장 많이 쓴다고 들었어요. 특히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스위츠’라는 달콤한 먹거리를 먹으며 모임을 자주 가져요. 일본 시니어들은 교육에 대한 열정도 크답니다.

 

힐러리

미국의 경우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공통적인 건 자신이 원하는 걸 능동적으로 찾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끊임없이 배우고 싶어 하고요. 계속해서 배우겠다는 마인드가 있으면 더 젊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봉사 활동도 정말 많이 해요. 의무적으로 정해진 은퇴 시기도 없어서 퇴직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지속하려고 하지요. 시니어 커뮤니티 센터에서 교류하며 다양한 액티비티도 즐기죠.

 

크리스티앙

기본적으로 프랑스에선 자신의 시간 관리법을 스스로 찾아요. 시니어가 되면 경제활동 하며 누릴 수 없던 것들을 성취하려고 하죠. 가드닝, 수집, 여행, 각종 비영리단체나 종교 재단에서 봉사 활동도 다양하게 하고, 집을 직접 수리하기도 하고요. 주말이면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나 늦은 시간까지 시간을 보내길 좋아해요.


다른 국가에도 한국과 같은 술 문화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힐러리

미국에는 ‘술 문화’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요. 일반적으로 식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와인이나 맥주 등을 가볍게 마시긴 해도 작정하고 술 마시기 위해 자리를 마련하진 않아요.

 

니콜라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예요. 술 문화 개념은 없어요. 하지만 일상적으로 와인을 적당히 즐기며 살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시니어를 제외하고는 이탈리아에서 와인은 삶의 일부라고 할 수 있어요.

 

크리스티앙

프랑스인들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식사를 하며 와인을 주로 마셔요. 코스에 맞춰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곁들이는데 보통 양보다는 질에 집중합니다. 점심과 저녁 식사가 3시간 이상 이어지기도 해서 한 사람당 와인을 반 병에서 한 병가량 마시는 것 같아요. 식전에 샴페인이나 포트와인, 위스키, 식전주인 파스티스 등이 더해지기도 하고, 저녁 식후에는 좀 더 강한 코냑이나 아르마냑, 칼바도스, 샤르트뢰즈 등을 마셔요. 프랑스 북부 지역에선 다른 지역보다 맥주를 좀 더 마시는 편이고요. 브르타뉴 지역에서는 크레페에 곁들여 마시는 사과주가 유명해요. 젊은 세대는 시니어에 비해 좀 더 저렴하고 강한 주류를 찾는 것 같아요.

 

 

여행지에서 유러피언 노부부를 만난 적이 있어요. 매일 책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여유로움이 인상적이더군요.


니콜라스

이탈리아인들은 평생 느긋한 마음으로 사는 것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태닝 같은 것도 일반적이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여행도 뭔가를 보기 위해서 다니기보다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기에 좀 더 집중하는 것 같아요.

 

크리스티앙

여행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요.

 

힐러리

예전에 남편이 한국계 회사에 다닌 적이 있는데 여행 성격이 좀 달랐어요. 일정이 빡빡해서 여행 다녀오면 피곤해하더라고요. 미국에서도 많이 보는 것보다 릴랙스 위주의 여행을 주로 가는 것 같아요. 물론 목적과 관심사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죠. 시니어가 되면 부부가 함께 여행하는 걸 좋아하고요.

 

하나이

한류의 영향으로 일본 여성들이 젊은 가수나 연예인을 보려고 해외여행도 마다하지 않잖아요. 근데 사실 일본은 국내 교통비가 워낙 비싸서 한국처럼 가까운 해외로 나가는 게 더 저렴해요. 그리고 일본에서는 정년퇴직한 일본 남성들을‘젖은 낙엽’이라 부른대요. 부인에게 붙어 다닌다는 뜻으로요. 퇴직 후 집에만 있는 남편이 한심하게 여겨져 그런 쪽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도 같고요. 온천 여행은 워낙 많이 다니고, 퇴직 후에는 부부 여행을 많이 다녀요.

 

 

최근 각국에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시니어 문화가 있나요?


니콜라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높아진 것 같아요. 개인의 건강은 물론 환경을 위해 무엇이 좋고 나쁜지에 대해 고민하는 분위기예요. 그리고 새로운 걸 배워서 다이내믹하고 바쁜 삶을 영위하려는 시니어가 많아지고 있어요.

 

하나이

2년 전 일본정책금융금고가 조사한 내용인데, 시니어 90%가 건강을 의식한 식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요. 정보는 주로 TV나 신문을 통해서 얻고요. 영양 균형에 신경을 많이 써서 저칼로리나 염분 섭취를 피하고 소식하는 편이에요. 이민을 떠나는 시니어도 많다고 들었어요. 필리핀에 은퇴한 일본인들이 거주하는 타운이 형성되어 있다고 들었어요. 일본이 물가가 비싼데 비해 동남아에선 가정부까지 쓰면서 편안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크리스티앙

프랑스의 경우 은퇴 후 크게 4가지 선택을 하는 것 같아요. 자녀들과 가까운 곳에서 살거나, 시골로 이사하거나, 따뜻한 기온을 즐길 수 있는 남부로 옮겨 가거나, 아님 해외로 이주하는 거죠.

 

 

다들 한국에 꽤 오래 거주했는데, 한국의 시니어 문화 가운데 이해하기 힘들었거나 달라지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의견 주세요.

 

니콜라스

술 문화는 이제 어느 정도 이해하고 받아들였지만 골프는 아직 이해를 못하겠어요. 골프가 싫은데 사업상 어쩔 수 없이 친다는 이들도 있었거든요. 왜 사업을 하면 모두 골프를 쳐야 한다고 생각하죠? 테니스 등 다른 좋은 스포츠가 많은데요. 한국이 레저와 여가 시간을 보내는 법을 좀 배워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디어나 타인이 제시하는 행복의 잣대가 아니라 스스로의 행복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있는데, 그게 시니어라고 생각해요.

 

힐러리

한국에서 나이 때문에 스스로를 제약하는 부분이 있다는 게 좀 특이했어요. 그리고 나이 든 여성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는 것도 별로 못 봤고요. 아름답기 위해서는 젊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주름도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인 걸요. 또 한국 사회가 핵가족화돼서 그런지 윗사람의 존재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요. 폐지를 모으러 다니는 노인들 보면 마음이 아프고, 사회가 그들을 잊은 것 같은 기분마저 들어요. 나이 든 사람은 소외된 채 젊은 세대와 가족, 그리고 미래에만 너무 집중한다는 느낌도 들고요.

 

니콜라스

개인적으로 한국도 세대 간에 소통이 향상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존중도 좋지만 이해는 더 좋죠. 시니어가 가족들로부터 소외받는 경향이 있는데, 가족들의 지지와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크리스티앙

전 한국 정부가 나서서 프랑스처럼 최소한의 지원을 통해 취약 계층을 줄이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봅니다.

 

하나이

조금 더 느긋해지면 좋을 것 같아요. 교통 문화만 봐도 그렇고, 여유를 놓치며 사는 것 같아요.
 

“제가 모히토 제대로 만드는 법을 알려드리죠.”, “와인 좀 추천해주실래요?”, “고베 비프는 드셔보셨어요?”, “한국 겨울 정말 춥죠?”, “맞아요. 근데 미국은 한국보다 더 추운 곳도 있는데.”, “어, 미국은 따뜻하다고 생각했는데요?”, “미국 플로리다만 다녀오셨나 봐요?(웃음)” 그들은 유쾌했다. 그리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시니어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땐 한없이 진지했다. 회담을 마친 뒤 그들은 자신의 시니어 라이프를 준비하며 가슴에 품어둔 글귀를 기꺼이 공유했다.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