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영어책, 날개를 달고 캄보디아의 꿈으로

기사 요약글

다 읽은 책을 안 쓰는 캐리어에 담아 책이 필요한 곳으로 기부 여행을 보내는 ‘캐리어 도서관’. 라이나전성기재단도 이 캠페인에 참여해 전국의 회원들이 보내온 책 중에서 1700여 권의 영어책을 모아 캄보디아 어린이들을 위한 ‘꼬마도서관(리틀라이브러리)’ 3·4호점에 보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 사이 캄보디아 꼬마도서관이 42호점까지 개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꼬마도서관 프로젝트를 이끈 (사)아름다운배움 고원형 대표에게 이 작은 도서관이 품고 있는 커다란 꿈의 이야기를 들었다.

기사 내용

 

 

 

꼬마도서관의 확장 소식이 무척 반갑습니다. 2년 사이 무려 10배 이상으로 늘어났네요.

 

 

2019년에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프놈펜에 있는 아동 무료 급식소에 1호점을 연 것이 2020년이었는데 어느새 캄보디아 12개 지역에 걸쳐 43호점 개관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함께 자원봉사를 했던 캄보디아 현지 대학생 리메이훈 양과 우연히 도서관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이 시작이었어요. 그녀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차로 7시간 떨어진 스퉁트렝이라는 지역에서 프놈펜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는데, 학교 도서관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거예요. 본인이 졸업한 고등학교에는 교과서 외에는 그 어떤 책도 없어서 몰랐는데 학교 도서관을 보고 세상에는 이렇게 다양한 책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는 겁니다.

 

캄보디아는 출판이 허가제이기 때문에 책을 자유롭게 발행할 수 없는 데다, 영어책은 비싸고 귀해서 아이들이 접하기 어렵거든요. 자라면서 제대로 된 동화책 하나 읽어보기 힘든 환경인 셈이죠. 그래서 우리가 이 아이들에게 영어책 도서관을 선물해 주자는 생각으로 영어책 기부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기부받은 영어책을 국내에서 선별하고 포장해 선박으로 캄보디아로 보내면 현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시골 학교, 보육원, 무료 급식소등에 서고를 만들어서 한 곳당 300~500권가량의 영어책으로 채웁니다.

 

 

 

 

프로젝트 이름이 왜 꼬마도서관(Little Library)인가요?

 

 

공간 전체가 도서관인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라, 특정 공간에 책선반이나 서고를 만들어서 운영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규모가 매우 작은 도서관이라서 그렇게 지었어요.

 

물론 전용 도서관이 있는 것이 좋겠지만, 필요 이상으로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을 최대한 지양하고 싶었어요. 이미 세워져 있지만 관리가 되지 않은 유휴 공간을 의미 있게 활용하는 것도 목적이었고요. 덕분에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으로 최대한 많은 꼬마도서관을 더 멀리까지 가서 만들 수 있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도서관의 주 이용객이 대부분 꼬마들이니까요. 특히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장기 휴교 중인 학교가 많았는데 꼬마도서관이 그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꼬마도서관에서 영어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영어 그림책 영상에 캄보디아어와 한국어 자막을 삽입해서 보여주는 온라인 클래스도 열었고, 현지 대학생 멘토들과 함께 영어 학습지 8주 프로그램도 진행했습니다.

 

 

프로젝트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현지 대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아름다운배움에서는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폐교 위기에 놓인 작은 학교 등 교육 소외 지역을 찾아가는 다양한 멘토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년여 전에 한국으로 비전 트립을 온 캄보디아 청년들이 있었는데, 한국 대학생들이 교육 봉사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한국처럼 잘사는 나라의 대학생들도 봉사 활동을 한다는 것이 놀랍다’며 꽤 자극을 받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국내의 대학생 멘토링 프로젝트를 캄보디아로 확장해 그들도 모국의 후배들에게 멘토가 되어줄 수 있도록 소외 계층 청소년을 찾아가 영어를 가르치는 교육 봉사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꼬마도서관 프로젝트도 그 일환으로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고요.

 

 

 

 

올해 7월에는 캄보디아 꼬마도서관에 직접 다녀오셨다고요. 그동안 꼬마도서관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 어나고 있던가요?

 

 

프놈펜 무료 급식소에 만들어진 1호점에 갔는데 놀라운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공간을 정돈하고 꼬마도서관을 만들어놓았을 뿐인데, 누군가 이것을 보고 책상을 후원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다음에 화이트 보드가 채워졌고, 그다음에는 선생님을 자원해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겉모습은 영어책이 꽂혀 있는 작은 서고일 뿐인 꼬마도서관이 어느새 아이들이 공부하고, 꿈을 키우는 공간이 되어 있었죠. ‘우리가 뿌린 작은 씨앗 위에 누군가 물을 주고, 또 다른 누군가는 거름을 주고, 햇볕을 쬐어주어 이렇게 큰 열매를 맺었구나. 언젠가는 거대한 농장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상상을 하니 그저 감격스럽고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꼬마도서관의 미래가 무척 기대됩니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꼬마도서관 1만 개가 목표였어요. 시작은 캄보디아였지만 라오스, 미얀마 등 도서관이 필요한 다른 아시아 국가로 확장할 계획이고요. 무엇보다 꼬마도서관은 저희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우리의 뜻에 공감하는 다른 누군가가, 혹은 꼬마도서관에서 책을 읽은 아이가 자라서 그 목표를 이어 받아준다면 더없이 감사하고 기쁜 일이겠지요.

 

 

도서관 1만 개를 만들려면 더 많은 사람의 참여가 필요하겠네요. 많은 사람이 잠자고 있는 영어책을 깨울 수 있도록 꼬마도서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올해부터는 ‘삼삼옥수(三三玉手)’ 캠페인이라는 이름을 하나 더 붙였습니다. ‘3권의 영어책, 3000원의 선박 운송료와 함께 아름다운 손이 되어주세요’라는 뜻이에요. 1만 개 도서관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많은 분이 삼.삼.옥.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아름다운배움 꼬마도서관

- 영어책 보낼 곳 :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 684 서울혁신파크 미래청417호

- 운송료 후원 : 기업은행 048-129099-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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