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할 때, 왜 꼭 혈압약 먹는지를 물어보나요?

기사 요약글

보험에 가입할 때 꼭 나오는 혈압약 복용여부 질문. 혈압약을 먹는 고혈압 환자라면 보험가입이 안되거나 조금 다른 걸까? 현직 보험사 부장들에게 보험 가입에 대한 궁금증부터 요즘 트렌드까지 물었다.

기사 내용

 

*들어가기 전에

< 일반 심사 상품 vs 간편 심사 상품 >

간편 심사 상품은 보험가입 시 고객이 보험사에 꼭 알려야 할 의무 내용을 간소화한 상품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간편 심사는 최대 5년 이내의 입원, 수술 유무를 확인하는데 반해, 일반 심사는 진단, 약물 복용 여부까지 확인한다. 수술을 받지 않았더라도 약을 먹고 있다면 일반 심사 상품엔 가입할 수 없는 것. 간편 심사는 입원, 수술 유무만 없다면 유병자도 가입할 수 있을 만큼 가입 절차가 까다롭지 않지만, 일반 심사 상품에 비해 보험료가 비싸다.

 

 

 

 

보알못 보험 상담을 할 때마다 ‘고혈압약을 먹는지’ 꼭 물어보던데, 왜 그런 건가요?

 

이정하 일단 그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야 보험 상담의 방향을 정할 수 있어요. 혈압이 건강의 기본적인 지표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묻는 것이죠.

 

임복영 고혈압 유무를 확인해 보험 가입 가능여부를 판단한다기보다는 고혈압이 있는 분들한테 어떤 상품이 적합할지 파악하려는 의도가 커요. 상담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거죠.

 

보알못 예전에는 고혈압약을 먹는다고 하면 대부분 보험 가입이 거절되지 않았나요?

 

이승훈 지난달에 당뇨가 성인 7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고 말씀드렸는데, 저희 회사에서 보험 가입을 신청한 사람들을 분류해보면 당뇨 환자보다 고혈압 환자가 3배 정도 많아요. 예전에도 고혈압 환자 수가 많았기 때문에 보험 가입 기준이 굉장히 까다로웠어요. 그래서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가입을 받아주더라도 보험료를 인상했죠.

 

정택준 지금은 고혈압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아졌어요. 대신 고혈압이 보험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보험 상품을 일반 심사 상품과 간편 심사 상품으로 나눕니다. 대표적으로 암보험의 경우 혈압에 대한 기준이 약한 편이어서 고혈압이 있어도 일반 심사 상품으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원수술보험은 혈압에 대한 기준이 강한 편이라 비교적 보험료가 비싼 간편 심사 상품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보알못 결국 보험사의 판단으로는 고혈압이 있어도 암에 걸릴 확률은 크지 않지만 병원에 입원할 확률은 높기 때문에 보험 상품을 달리한다는 뜻인가요?

 

이정하 기본적으로 암은 복합적인 원인이 많다 보니 암과 혈압을 직접적인 관계로 보지 않아요. 그래서 고혈압 환자에 대한 암보험 기준을 조금 낮춰서 심사하는 거죠.

 

보알못 고혈압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 암보험 말고 더 있나요?

 

이승훈 암보험 정도만 염두에 두시면 될 겁니다. 좀 더 언급하자면, 실버 세대에 특화된 상품이나 치매보험, 치아 보험도 고혈압 환자가 일반 심사 보험으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보알못 이렇게 고혈압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 많은데 왜 그동안은 가입이 안 되다가 지금은 가입할 수 있게 된 건가요?

 

이정하 왜냐하면 유병자야말로 정말 보험이 필요한데 그동안 보험사에서 이런 분들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유병자에게도 보험 혜택을 주기 위해 고혈압 환자에게 특화된 보험이 나왔고, 이런 보험이 차츰 늘어나 간편 심사, 초간편 심사 보험까지 이르게 된 겁니다.

 

정택준 결국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객층을 좀 더 넓히는 차원에서 고혈압 환자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들이 나왔다고 볼 수 있지요. 

 

임복영 예전에는 톱3 보험사가 독점적으로 고혈압 관련 상품을 운영했지만, 중소형 보험사와 외국계 보험사들이 보험 시장에 진입하면서 좋은 상품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고객 입장에서는 선의의 경쟁이 이루어진 거죠. 그래서 고혈압 환자에 특화된 상품도 나오게 된 거고요.

 

보알못 고혈압 환자에 특화된 상품의 맹점은 보험료가 비싸다는 거겠죠?

 

이정하 유병자 상품이나 고혈압 환자 상품의 경우 보험료가 일반 상품보다 더 비싼 건 사실입니다. 보험사에서 발병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보험료 차이를 둔 거죠. 

 

보알못 아직 고혈압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고혈압 환자인 사람들도 있잖아요. ‘고혈압 전단계’의 사람들이 가입하면 좋을 만한 상품이 있을까요?

 

이승훈 피보험자가 부담한 의료비를 보상해주는 실손보험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입원수술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겠죠. 이때 중요한 점은 ‘미리’ 가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중년이 지금 건강하니 보험 가입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데, 원래 일반 심사 상품은 아프기 전에 가입하는 거예요. 그래야 더 저렴한 보험료로 보장받을 수 있으니까요. 고혈압이 나타나고 나서 간편 심사 상품으로 가입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더 커지기 때문에 보험료를 비싸게 책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알못 처음에 간편 심사 보험으로 가입했지만 관리를 잘해서 혈압이 떨어지면 보험료를 할인해주기도 하나요?

 

이승훈 그렇습니다. 처음에 혈압이 높아서 간편 심사 상품에 가입했는데 그 이후 정상 혈압을 몇 년 유지하면 일반 보험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정택준 보험에 가입하고 나서 대비책이 있다는 안일한 마음에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건강관리에 신경 쓰면 좀 더 저렴한 보험 상품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이익입니다. 물론 수축기 혈압이 처음에 150mmHg이던 분이 120mmHg 이하로 내려오는 게 쉽진 않아요. 그래서 보험사도 이런 기준까진 아니어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면 어떻게든 혜택을 주려는 추세로 가고 있어요.

 

보알못 그런데 아직까지는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진단금이 나오는 보험 상품은 못 본 것 같아요. 

 

임복영 민영 의료보험이라고 하면 웬만한 수술비를 다 보장해줄 것 같잖아요? 그런데 치질은 보장이 안 돼요. 왜냐하면 치질 수술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모두 보장해주기 어렵기 때문이죠. 고혈압 진단금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요.

 

보알못 그럼 보험사 부장님들은 현재 어떤 보험을 갖고 계신가요?

 

임복영 제 힘으로 치료할 수 있는 건 제 돈으로 해결하고 제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건 보험에 가입했어요. 일단 기본적으로 입원수술보험은 갖고 있고, 제 남편은 어머니가 대장암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남편 앞으로 암보험이 추가로 설정돼 있어요.

 

이승훈 치아보험은 제가 워낙 치아가 건강해서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2년 전 이가 너무 아파서 급하게 치과에 갔다가 그 자리에서 임플란트를 2개나 했어요. 이때 치아보험의 필요성을 인식해서 가입하려고 기다리는 중이에요. 수술 후 5년이 지나야 가입할 수 있거든요.

 

정택준 저는 치아보험은 없지만 종신보험, 실손보험, 암보험, 연금저축보험, 실비보험 모두 있습니다. 

 

이정하 보통 보험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아주 체계적으로 보험에 가입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크고 작은 보험이 10개 정도 있습니다. 지금은 저희 회사에서 곧 출시할 예정인 질병후유장애보험을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보알못 부장님들이 가입한 보험을 보니 요즘 보험 트렌드가 보이네요. 예전에는 사망보험금이 중심인 종신보험이 필수였다면 이제는 지금 내가 아플 때 치료비와 더불어 가족이 불편하지 않도록 대비할 수 있는 보험이 훨씬 중요해졌네요.

 

 

기획 우성민 사진 박충열, 이준형(스튜디오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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