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담사와 독거어르신, 전화기 너머의 '찐'우정

기사 요약글

어렵고 까다로운 보험상담으로 종일 수화기 사이에서 일희일비하는 보험상담사들의 치열한 전화 통화가 눈 녹듯 따뜻한 온기로 가득해지는 순간이 있다. 독거어르신들에겐 다른 어떤 선물보다 값지고 또 반가운 안부전화, 10년째 전화로 사랑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기사 내용

 

 

 

 

이런 인연 또 없습니다

 최미숙 상담사_‘2018사랑 나눔의 장’ 수기 부문 대상

 

제가 ‘사랑잇는전화’ 활동을 시작한 건 한 5~6년 전, 라이나생명 상담원 4년 차 되던 무렵이었습니다. 회사 권유로 ‘사랑잇는전화’라는 봉사활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눈으로 보이지 않는 활동이라 대수롭지 않게 큰 부담 없이, 어려운 봉사는 아니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처음 이런 봉사활동이 있다고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번 체험수기를 쓰면서 돌아보니, 5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흘러 제 담당 어머니와의 인연도 벌써 그렇게 오래되었더랍니다.

 

제가 만난 어머니는 저를 만나기 전, 아들의 사업실패로 갈 곳이 없어 오래 사시던 경기도에서 강원도 산골짜기로 이사를 하신 후, 혼자 외롭게 지내고 계신 70대 중반 어머니셨습니다. 마침 제 친정어머니와 비슷한 연배이셔서 저는 매우 친숙했고, 왠지 모를 애처로운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점점 기울 게 되었습니다. 시골에서 홀로 외롭게 지내시던 어머니는 일주일에 세 번 울리는 제 전화가 그리도 반가운 친구였나 보비다.

 

제가 전화를 드릴 때마다, 어머니께서 매번 너무나 반갑게 받아주셨습니다. 그리고 늘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을 연발하시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제 전화와 소식을 기다리고 계셨던 어머니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통화 횟수가 늘어날수록, 대화 소재도 자연스럽게 늘어났습니다.

 

처음 시작할 땐 의무적인 봉사라고 생각되었지만, 이 전화 봉사활동이 점점 어머니의 안부가 궁금해져서 하게 되는 자발적인 연락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세 번 하던 전화가, 자연스레 거의 매일 연락을 드려 안부를 묻게 되었습니다.

 

전화 통화만 하다가 마음이 쓰여, 떡을 좋아하시는 친정어머니가 생각날 대면 떡도 보내드리고 맛있는 간식거리를 보면 가끔 간식도 보내드렸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마을 분들과 나눠 드셨다며 소녀처럼 좋아하시고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고, 그런 어머니를 뵈면서 저도 덩달아 마음이 참 따뜻해졌습니다.

 

저는 지난 몇 년간 마음에만 품고 실행을 옮기지 못했던, 어머니와의 만남을 성사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어머니와 만남은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졌습니다. 늘 수화기 너머로 안부를 묻다가 직접 만나 뵙고,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어머니는 제가 상상하던 그 모습 그대로셨습니다.

 

작고 야위셨지만 고우신 얼굴... 서로 전화기 너머로 목소리만 나누던 정을 직접 만나 나누니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마음속에 상상만 하던 첫사랑을 만나면 이렇게 설렐까.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수다를 떨다 아쉬운 마음을 간직한 채 헤어졌습니다.

 

제가 5년 전, 회사의 권유로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가벼운 마음에 시작한 ‘사랑잇는전화’ 봉사활동은 생각보다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 정기적으로 매주 세 번씩 안부 전화를 드리는 것에는 큰 책임감과 성실함을 요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함께 대화한 시간과 인연이 쌓여 저에게 일상이 되었고, 더 이상 봉사활동이 아닌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인연을 맺은 어머니께서 암 투병 중인 아들을 간호하며 또다시 힘들게 살고 계십니다. 직장암 말기로 진단받아 여섯 번의 수술과 계속된 염증 재발로 벌써 1년째 입원 중인 아들 걱정에 하루하루 힘겹게 지내고 계십니다. 제가 어머니께 큰 힘이 되어 드리지는 못하지만, 매주 제 전화를 기다리시고 제 목소리에 힘을 얻으시는 어머니께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이 인연이 언제까지 이어지게 될지는 모르지만, 저에게 이런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타인에게 힘이 되어 주는 일이 큰 힘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작은 일로 시작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해 준, ‘사랑잇는전화’ 봉사활동! 이 활동은 오히려 저에게 힘이 되어 준 좋은 기회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어요

 박희선 상담사_‘2016사랑 나눔의 장’ 수기 부문 장려상

 

 

지난 몇 년 전부터 홀로 계신 독거노인분들께 안부를 전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 배정받았을 때에는 형식적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드리곤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안부 정도로 드렸는데 시간이 흐르고 횟수가 많아지다 보니 할머님께 안부 전화는 자연스럽게 가족과 같은 느낌으로 친근감 있게 다가갔습니다. 할머님께서도 자식과 같은 느낌으로 정답게 대해 주시며 지내온 일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님께서는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내가 어려서 공부를 할 수 없어서 글씨를 몰랐는데 기회가 되어서 초등학교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벌써 5년이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할머님께 ‘너무 잘하셨어요. 그렇게 도전하는 용기가 너무 멋있으세요’라고 격려해드렸습니다.

 

연령도 많으시고 공부하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 아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습니다. 주변 동료들에게도 할머니 얘기를 하며 ‘이렇게 멋진 분과 통화한다’라고 늘 제일 같이 자랑을 하곤 합니다. 그렇게 보내던 어느 날 저는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꽃바구니와 손편지를 써서 전달 드렸습니다. 편지를 더듬더듬 읽어 내려가실 할머님 상상을 하며 너무나도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이런 시간이 벌써 4년이 흘렀습니다. 얼굴을 뵙지는 못해도 할머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그 따스함이 느껴졌습니다. 바쁜 회사일 중에도 이렇게 좋은 일을 하며 사랑을 나눌 수 있어 보람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퇴근길에 우연히 길거리에서 독거노인 후원금 모금하는 모습을 보며, 다른 때 같으면 관심 없이 지나갔을 텐데 우리 어르신이 생각이나 흔쾌히 후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일주일에 2~3번이 아니라 시간이 날 때마다 안부를 전화도 있습니다. 할머님 목소리가 듣고 싶기도 어떻게 지내실까 궁금하기도 해서 말이지요.

 

가끔 연락이 안 될 때는 걱정이 많이 됩니다. 이제는 목소리만 들어도 어르신이 어떤 상태인지 짐작이 갑니다. 목소리에 힘이 없으실 때에는 ‘괜찮다’라고 말을 주셔도, 영락없이 몸이 안 좋으십니다. 다음날 걱정이 되어 전화를 드려 건강 상태를 여쭈어보면 너무나 고마워하시면서 좋아하십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찡하기도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더 자주 전화 드려야겠다 라고 다짐도 하게 됩니다.

 

주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하였듯이 우리 모두의 사랑을 모아 어르신들께 아낌없이 드리면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들이 외로운 생활을 하지 않게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작은 봉 사가 아름다운 나눔의 큰 기쁨이 되어 어르신들께 웃음이 끊이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나만의 기분 좋은 습관, 사랑 잇는 전화 

 김혜진 상담사_‘2020 사랑 나눔의 장’ 수기 부문 공모작

 

 

오늘도 나는 이른 아침 혼자 계시는 외할머니께 전화를 걸며 출근길에 나선다. 몇 년 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생긴 아침을 여는 내 습관. 집에서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는 짧은 시간 동안 매일 외할머니께 전화를 드려 안부를 묻는다. 언제나 일하는 손녀딸이 아침 밥은 거르지 않았는지 옷은 따뜻하게 입고 나왔는지 내 걱정만 하시는 우리 외할머니.

 

나 역시 엄마가 되어보니 외할머니의 마음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어느덧 10월이라 그런지 아침 출근 길이 조금은 쌀쌀하게 느껴진다. 그 어느 때와 다르지 않은 비슷해진 직장 생활 속에서 나에게 특별한 시간들이 생겼다. 홀로 계시는 독거 어르신께 안부를 묻는 사랑 잇는 전화 덕분이다. 회사에서 일주일에 2번은 꼭, 여유가 있는 주는 매일 매일… 나는 나눔 천사가 된다.

 

입사해서 회사에서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같은 팀원들이 어르신들께 전화 드리는 것을 자주 지켜보다가 나 역시 용기를 내어 사랑 잇는 전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나눔 천사 활동이 어느덧 3년이 훌쩍 넘어간다.

 

처음에는 얼굴도 모르는 어르신께 전화로 소개를 하고 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무척이나 쑥스럽고 어색하기만 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통화 횟수가 거듭날수록 어르신도 나에 대한 경계심도 점차 줄어드셨고 오히려 편안하게 대해주시면서 지금은 봉사로 하는 것이 아닌 외할머니께 전화 드리는 것 같이 된 것 같다. 어르신도 나를 딸처럼 손녀처럼 대해주신다.   

 

전화를 3개월에 10번만 드려도 회사에서 어르신께 쌀을 보내드리는데 내 안부전화가 어르신께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기에 더 마음이 즐겁다. 어르신도 쌀이 갈 때면 너무 고맙다고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매 번 감사 인사를 잊지 않고 해주신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 분의 어르신을 만났다. 첫 어르신과 친해질 무렵, 두 번째 어르신을 결연하게 되었는데 첫 번째 어르신보다 연세도 있으시고 지병이 있으셨기 때문에 걱정되는 마음에 하루에 한 번 꼭 전화를 드렸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연인, 친구와 수다 떨 듯이 어머님과 한참을 이야기하는 날도 있었고 평소보다 몸이 안 좋으신 날에는 전화를 끊고는 기도를 드렸다. 간혹 전화를 3번 이상 못 받으셔서 어머님 계신 곳으로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담당자가 집으로 긴급 출동한 적도 있었는데 다행히 별 일 없으신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그제서야 마음을 놓은 적도 있었다.    

 

그렇게 1년을 어머님과 매일 안부를 묻고 지냈는데 입원하시고 자녀분들과 함께 계시게 되셔서 만남이 종료가 되었다. 입원일 받으시고는 한 달 동안은 작별이 아쉬운 마음에 서로 수화기를 놓지 않았었다. 그리고는 지금 김포에 살고 계시는 세 번째 어머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연세는 80세이지만 목소리가 젊으신 나의 어르신, 언제나 반갑게 늘 웃으면서 전화를 받아주실 때면 오히려 내가 힘이 난다. 얼마 전 SBS 희망TV에서 나와 어머님이 실제 전화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내가 어머님께 나눔 천사로 전화 드리는 것이 내세울 일도 자랑할 일도 아니기에 방송촬영이 부담되고 정말 떨렸지만 어머님이 웃으시면서 나보다 말씀을 너무 잘해주셔서 평소같이 자연스럽게 촬영을 마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어머님 덕분에 방송출연도 다 해봤다고 우리만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겼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독거 어르신들이 갈 곳이 없다는 마음 아픈 기사를 본 적 있다. ‘덥고 추운 게 힘든 것이 아니라 외로움이 더 힘들다’라는 글을 보면서 어쩌면 한 통의 전화가 그 분들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어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당장 줄 때는 손해 보는 것 같아 보이지만 묵직하게 나에게 반드시 돌아오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고 있다. 내가 나눌 수 있는 작은 사랑이 누군 가에게는 큰 희망, 위로, 위안이 될 수 있기에 난 오늘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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