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요양원 입소를 결정 짓는 2가지 기준

기사 요약글

마음의 준비가 안 된 환자에게 치매라고 진단하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병을 악화 시킬 수 있다. 의사는 환자에게 어떻게 검사 결과를 말하고, 가족들에게 어떻게 조언할까?

기사 내용

 

*치매 명의가 말하는 치매 돌봄 시리즈*

1편. 아주대학교병원 홍창형 교수, 치매환자를 대하는 '감정 대화법'

2편.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홍나래 교수, '완벽한 돌봄'의 강박에서 벗어나기

3편. 이대서울병원 정지향 교수, 치매환자 보호자를 교육하는 'I-CARE 프로그램'

4편. 분당차병원 이강수 교수, 환자의 최소한의 자존심과 자아를 지켜주는 방법

5편. 건국대학교병원 한설희 교수, '지혜로운 돌봄'을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

 

한설희 교수는 건국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이자 대한치매학회와 대한치매연구회를 창립한 치매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치매와 노인 질환의 관리 및 예방에 관한 공로로 2003년 보건복지부장관상을, 2009년 대통령상을 받았다.

 

 

 

 

환자가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환자한테는 절대로 ‘당신은 치매다’라고 진단하지 않아요. 다른 질병과 달리 치매는 실제로 본인이 직접 치매 진단을 받고 싶어서 오는 경우가 드물거든요.

 

마음의 준비가 안 된 환자에게 치매라고 진단하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지요. 스트레스는 멀쩡하던 사람도 금방 망가뜨릴 수 있는 무서운 요소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치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럼 환자들한테 어떻게 말씀하시나요? 

 

 

지금 치매는 아니지만 치매가 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해요. 그러니 이후 치매가 오더라도 진행을 늦추고 최대한 치매까지 가지 않도록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초기 치매환자는 이 정도만 얘기해도 경각심이 커져 과음, 흡연 같은 나쁜 습관을 즉각 고치려고 해요. 선의의 거짓말이 환자들한테는 터닝 포인트가 되는 거죠. 대신 보호자에게는 치매 사실을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대개 두 가지 반응을 보이죠. 먼저는 ‘정말 치매일까?’ 하고 진단 결과를 안 믿으려고 해요. 그리고 ‘왜 하필 우리 가족일까?’라면서 속상해합니다.

 

사실 어느 가정도 치매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어요. 그래서 저는 보호자들에게 치매 진단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10년 길게는 20년까지도 같이 가야 하는 장거리 경주이니 절대로 지쳐서는 안 된다고 말해요.

 

 

 

 

보호자가 지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이 있을까요? 

 

 

치매환자를 돌보는 부담이 대개 배우자의 몫이 됩니다. 문제는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이유로 힘들다는 이야기를 안 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결국 지쳐서 오래 못 가요.

 

주보호자가 지치거나 다른 병에 걸리면 치매환자는 기댈 곳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주보호자가 지치지 않도록 돌봄을 분담하는 게 중요해요.

 

 

만약 배우자가 없고 자식들이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돌봄 분배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돌아가면서 모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치매환자에게 굉장히 안 좋은 방법이에요. 왜냐하면 치매환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많이 떨어져 있거든요. 그래서 자식들 가운데 그나마 넓은 집에 사는 사람이 모시는 게 좋고, 다른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주말마다 치매환자를 맡아 돌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치매환자를 온종일 돌볼 수 있는 여건이 안 될 경우, 도움이 될 만한 사회제도나 서비스가 있을까요? 

 

 

치매는 누구 한 사람이 환자와 꼭 붙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병보다 경제적 타격이 큽니다. 치매 치료 자체에도 비용이 많이 들지만, 경제활동을 해야 할 사람이 묶여 있으니 타격이 더 클 수밖에요.

 

이때 나라에서 제공하는 돌봄서비스를 활용하면 부담을 덜 수 있어요. 평일마다 요양보호사가 직접 방문해 도와주는 방문요양서비스도 있고, 유치원처럼 어르신들에게 식사도 대접하고 약도 챙겨주고 다양한 인지치료 프로그램도 진행하는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어요.

 

 

 

 

집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겠지만, 불가피하게 전문 요양시설에 입원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나요? 

 

 

치매환자를 더 이상 집에서 돌보지 못한다고 결론 내릴 때는 두 가지 기준이 있어요. 첫째는 환자가 너무 과격해져서 사람을 밀치거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경우입니다.

 

보호자가 깨어 있을 때는 물건을 피하거나 행동을 억제할 수 있지만, 보호자가 자고 있는데 환자가 위험한 물건을 몸 쪽으로 떨어뜨릴 경우 보호자는 무방비 상태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집에서 돌보고 싶어도 전문 요양시설로 가야 하죠. 그곳은 간병하는 분들이 24시간 교대로 돌보는 시스템이 체계화돼 있어서 괜찮습니다.

 

다음으로, 환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소변이 나오는 경우예요. 소변은 요실금, 대변은 변실금이라 하지요. 시중에 성인용 기저귀가 있지만 가만히 차고 있지 못하고 벗어버리는 등 기저귀로도 해결할 수 없을 때는 전문 요양시설로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치매환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씀하셨는데, 전문 요양시설로 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을까요?

 

 

전문 요양시설에 가기로 결정했더라도 하루아침에 옮기면 치매환자의 증상이 굉장히 나빠져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단 보호자는 환자와 여러 시설을 방문해보고 환자와 잘 맞는 시설이 결정되면 주말마다 거기에 가서 반나절쯤 같이 생활하다 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가 해당 시설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 완전히 모시고 가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누구나 치매환자가 될 수 있지만, 치매환자의 보호자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결국 나이가 들면 내가 치매환자가 되든 치매환자의 보호자가 되든 치매와 직간접으로 연결돼요.

 

가족이 치매환자라 해도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환자는 바꿀 수 없으니 환자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바꿔야 해요. 이 점을 명심하면 훨씬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자신이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들을 정해놓아야 합니다. 힘들 때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덜 지치거든요. 아울러 평상시에 믿을 만한 병원이 어디인지 미리 눈여겨보고, 실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빠르게 대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획 우성민 사진 채우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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