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재취업 - 숲 생태학교 사람들

기사 요약글

고층 빌딩 숲 한가운데 살고 있는 현대인들. 삭막한 회색 숲 대신 진짜 숲에서 제2의 인생길을 모색하는 이들이 있다.

기사 내용

지나가며 보게 되는 꽃과 나무, 그 이름이 알고 싶어서 시작했다가 숲 해설가와 생태 전문가 까지 꿈꾸게 되었다는 숲 생태학교 사람들을 만났다.

 

“여기 백목련의 꽃눈 좀 보세요. 마치 털 코트를 입은 것처럼 아름답지 않나요?” 수강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작은 가지로 쏠렸다. 초겨울 메마른 가지에서 앙증맞게 피어난 백목련 꽃눈의 자태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온다. 북한산국립공원 내 원도봉 생태 관찰길에서 진행된 이날 수업은 사단법인 숲연구소에서 주최하는 겨울 숲 탐방 프로그램. 등산객이라면 한 시간 남짓 걸릴 거리를 주변 자연을 하나하나 살피며 3시간 동안 관찰하는 코스다.
“숲 탐방이란 앞만 보는 게 아니라 옆을 보는 연습을 하는 과정이에요. 그동안 바쁘게 달려왔던 인생을 내려놓고, 자연 속에서 우리가 진짜로 봐야 했던 것들을 발견해보세요.” 강사의 설명 아래 스무 명 내외의 수강생들은 제각기 나무며 꽃을 살펴보느라 분주하다. 그저 숲이 좋아서 참여한 사람부터 전문 숲 해설가로 나서려는 이들까지 다양한 이유로 모인 사람들 가운데 시니어 참가자들이 많은 게 유독 눈에 띈다.
“최근 생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숲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어요. 원래 사람에게는 자연 회귀본능이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숲의 아름다움을 깨달아가죠. 그래서인지 오시는 분의 약 70% 이상이 시니어들이에요.”

 

 

숲 해설가가 되기 위한 조건

별다른 제약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나무와 꽃만 좋아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숲에 대한 가이드뿐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식물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나무는 좋아하지만 벌레는 질색이거나 동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면 다시 생각해볼 것. 흥미로운 강의를 위해서는 숲을 삶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도 풍부하게 갖춰야 한다.

 

숲 해설가가 되는 법


산림청이 인증한 숲 해설가 양성 교육을 이수하면 자격증이 주어진다. 기관별로 4개월에서 8개월 코스가 있고, 비용은 130만원 내외다. 계속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보수교육도 이수해야 한다. 스스로 끊임없이 공부해 나만의 전문 분야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 과정 중 하나. 입문 과정이라 할 수 있는 1개월 과정 단기 숲생태아카데미(9회 수업)도 있다.
서울 근교에서 수업을 진행하며 교육비는 18만원.
숲연구소 www.ecoedu.net
숲해설가협회 www.foresto.org
숲에On www.forest.go.kr
상지대학교 산림과학과 www.sangji.ac.kr
녹색연합 숲생태 교육 아카데미 www.greenkorea.org
숲생태지도자협회 www.forestleader.org

 

이름 모를 들꽃이 선물한 새로운 직업

이날 강의를 담당한 윤연순 숲연구소 생태환경조사위원장 역시 불혹을 넘긴 나이에 우연히 이 길로 접어든 케이스다. 평소 재미 삼아 아파트 뒷산에 올라 들꽃을 보던 취미가 발전해 이렇게 ‘숲 해설가’라는 제2의 인생길이 열렸다고.“혹시 안도현의 ‘애기똥풀’이라는 시를 아시나요? ‘나 서른다섯 될 때까지 /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 / 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 /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간다고 / 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시를 쓴다고’라는 내용이죠. 참 재밌죠? 저 역시 여기저기 예쁜 꽃을 구경만 할 줄 알았지 이름은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산을 한번 다녀오면 무척 궁금한 게 많았는데, 가르쳐줄 사람이 따로 없어 식물도감으로 독학을 했어요.” 그러던 중 접한 것이 바로 숲연구소의 생태 아카데미 프로그램. 우리나라 최초로 숲 관련 교육을 시작한 기관이다.
“처음에는 이런 게 직업이 될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우연한 기회에 숲 생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몰랐던 나무 이름과 꽃 이름은 물론 여기에 얽힌 역사까지 속 깊이 알 수 있었어요. 내가 꿈꾸던 게 바로 이거다 싶었죠. 바로 아카데미에 등록해서 수업을 들은 게 계기가 되어 결국 생물학 석사 학위까지 땄습니다.”

 

숲은 나의 놀이터


현재 그녀는 숲연구소를 비롯해 여의도 생태 아카데미 등 다양한 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숲에 발을 들여놓았던 2007년 초기만 해도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보다는 단순한 취미나 자기 계발로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아이들에게 식물 이름을 가르쳐주기 위해 찾은 선생님이나 약초를 공부하는 한의사, 식물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찾은 방송국 PD 등 자신의 직업을 보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본격적인 ‘숲 해설사’가 되기 위해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몇 년 전부터 주목받고 있는 숲 해설가는 수목원과 휴양림 등에서 탐방객들에게 자연 생태를 설명해주고 스스로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업으로, 웰빙 열풍을 타고 그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직종이다.
“저는 시니어들에게 항상 이보다 좋은 취미 활동은 없다고 말해요.
숲보다 좋은 놀이터가 어디 있겠냐고요. 맑은 공기 마시며 예쁜 나무와 꽃을 보니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수업을 하면서 만나는 어린 학생들 덕에 항상 젊게 살수 있죠. 크진 않지만 부수적인 수입도 생기고, 운이 좋다면 산림청이나 지자체에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도 있어요.”

 

50~60대 숲 전문가에 대한 수요 많아


전문 숲 해설가로 나서기 위해서는 소정의 교육이 필요한데, 산림청에서 인증한 기관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받으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숲 해설가로 나설 경우 2시간 코스 한 회당 약 3만원에서 10만원 사이의 보수를 받는다. 대부분 프리랜서로 활동하므로 개인 노력 여하에 따라 연봉도 천차만별이다. 숲 해설가는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이지만, 경험과 연륜이 있는 시니어들에게 유리한 점이 많다. 특히 시니어들의 열정적인 해설은 관람객들에게 호평을 받아 각 지자체나 환경 단체에서도 50~60대 숲 해설가들을 선호하는 추세다.
“최근 생태 교육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에, 향후 숲 해설가의 위상은 점점 더 높아질 겁니다. 다만 돈을 목적으로 시작한다면 실망할 확률이 매우 높아요. 내 취미도 살리고, 지역사회에 봉사한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해야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숲의 온유함과 너그러움을 닮은 사람에게 가장 어울리는 직업이지요.”


김주란(가명, 45세, 女)
“최근 우울증에 좀 시달렸어요. 그때 마침 지인의 소개로 숲 학교를 알게 되었고 들풀과 나무에 대해 공부하려고 숲에 나왔죠. 땅을 밟고 나무를 만지며 자연스럽게 우울감을 떨쳐버렸답니다. 당장은 직업으로 삼을 생각이 없지만 오랫동안 숲에서 힐링하고 싶어요


오범용(가명, 68세, 男)
“몇 년 전 텃밭 농사를 시작하면서 자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다른 기관에서 원예와 정원사 교육을 받은 후 이곳에서 자연과 숲 생태 공부를 하고 있어요. 나이가 많아 이론 공부는 힘들어도 매일 즐겁습니다. 학우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도 소중하고요.”


이영숙(가명, 59세, 女)
“플로리스트지만 나무와 식물 종류는 잘 몰랐어요. 꽃 시장에 있는 나무 말고 식물을 폭넓게 접하고 싶어서 올해부터 숲 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요즘 저는 풀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삶의 지혜를 배워요. 나중에 손주들과도 이 기쁨을 함께 나누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지요?”


정남철(가명, 55세, 男)
“고향에서 숲 해설가를 하고 싶다는 두 번째 인생의 꿈이 있어 올해 은퇴 후 바로 숲 학교를 다니게 되었어요. 막상 시작하니 숲에는 우리네 세상과는 다른 세상이 있었어요. 반평생은 경찰관으로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반평생은 고향 문경새재에서 숲 해설가로 삶을 즐기고 싶어요.”

 

 

겨울 숲에서 만날 수 있는 꽃들

생강나무

생강나무


개나리, 진달래보다 먼저 오는 봄의 전령이다. 일부러 심지 않아도 피어나는 자생종이며, 빠르면 2월 말, 보통 3월이면 노랗게 맺은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다. 김유정의 <봄봄>에 등장하는 동백나무가 실은 이 나무였다고.

 

목서

목서


11월에서 1월 사이에 피는 황백색 꽃이다. 노란색은 금목서, 나머지는 목서라고 부른다. 만개했을 때 그 향기가 일품이며, 마치 눈이 가득 쌓인 듯 풍경이 아름답다.

 

동백

동백


겨울을 대표하는 꽃, 바로 동백이다.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 하여 매화와 함께 고고함의 상징이 되었다. 12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꽃이 피는데 특히 선운사 동백은 절경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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