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시작부터 왜 싸울까? 원내대변인들이 답하다

기사 요약글

21대 국회가 출발했지만, 시작부터 협치와는 거리가 멀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사안마다 첨예하게 대립 중인데, 해법은 없는 것일까? 양당 원내 대변인들에게 물었다.

기사 내용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변인


· 서울 중구성동구을 국회의원
·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 성균관대 정치학 박사
· KBS 대전방송총국 아나운서, JTBC 아나운서팀 팀장

최형두 미래통합당 원내 대변인


· 경남 창원시마산합포구 국회의원
· 서울대 사회학, 하버드대학교 행정학 석사
· 문화일보 기자, 워싱턴 특파원
·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대통령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 국회 대변인


 


21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시작부터 소란스럽다. 원구성과 관련해 거대 여당과 야당 간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경제는 코로나19로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고, 북한은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하는 등 강경 일변도로 돌아섰다. 국회 개원과 동시에 조성되고 있는 긴박한 상황 그리고 양당의 향후 대응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과 미래통합당 최형두 대변인에게 들어봤다.
 

 

21대 국회 첫 원내 대변인을 맡으셨는데, 포부를 듣고 싶습니다.

 

 

박성준 제가 방송을 했기 때문에 정치를 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대변인을 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요. 앵커를 할 때는 ‘앵커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대변인도 마찬가지예요. 전면에 나서 중심을 잡아야 하죠. 중심을 잡는다는 건,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면서 국민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판단력이 가장 중요하고, 그런 판단력을 갖추려면 공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최형두 저의 국회 대변인과 총리실 대변인 경력 때문에 원내 대변인을 맡게 된 것 같아요. 대변인으로서 뭔가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습니다. 지금 싸우고 있는 이유와 태도에 대해 국민께 소상하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야지요. 하지만 여당이 워낙 강하게 밀어붙이고 야당은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아 대변인으로서 참 힘들다는 생각이 벌써부터 듭니다.

 

 

 

 

대변인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어떤 점을 꼽나요?

 


박성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지 않는 예의요. ‘에티튜드(자세)’죠. 그동안 많은 정치인이 상대에 대한 막말과 멸시를 쏟아내며 국민을 실망시켰어요. 저는 품위 있는 말로도 얼마든지 상대를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형두 대변인을 맡았을 때 앞으로는 상투적인 비난, 편가르기식 발언 등은 하지 말자고 마음먹었어요.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데 우리가 언제까지 지나간 과거를 가지고 싸우고 편가르기를 해야 합니까. 저는 미래와 통합으로 가길 원합니다. 과거를 둘러싼 패싸움을 부추기는 대변인은 되지 않겠습니다. 통합적인 언어를 사용하겠습니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언어와 콘덴츠를 국민에게 많이 제공하려고 합니다.

 

 

상대 당의 원내 대변인을 평가한다면?

 

 

박성준 최근 원구성과 관련해서 최형두 대변인과는 토론회를 여러 번 해봤어요. 제가 앞서 말씀드린 ‘에티튜드(자세)’가 참 좋으시더라고요. 토론할 때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하시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언론인 출신답게 품위와 품격이 느껴졌어요. 어려운 야당의 상황에서도 훌륭한 정치를 펼칠 자질을 갖춘 분으로 평가합니다.

 

최형두 박성준 대변인은 방송인 출신이라 말을 조리 있게 잘하고 설득력도 있다고 평가합니다. 신문기자 출신인 저와 비교하면 말씀하시는 게 많이 훈련된 분이죠. 또 인상도 좋고요. 저로서는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 당 대변인입니다.

 

 

 

국민들은 싸우는 국회가 싫다고들 했는데, 원구성 협상에서부터 싸우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성준 정치의 본질은 냉혹한 권력투쟁이라고 봐요. 치열한 권력투쟁. 권력투쟁의 본질은 공동체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국가의 비전 같은 거요. 국익을 창출해서 국민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치는 본질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데 그 싸움을 통해서 무엇을 얻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번 원구성 협상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원구성 협상에서 저는 언론에 두 가지를 설명드렸어요. 먼저, 시대 상황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이전과 코로나19 이후로 나뉩니다. 이를 경계로 사회가 바뀌고 세계의 기준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둘째는 우리나라 정치 지형의 변화에서 볼 때 177석이라고 하는 원내 안정적 과반석을 준 선거는 과거에도 없었다는 겁니다.

정치 지형이 바뀐 거 아닌가요? 이 말은 민주당이 그만큼 책임지고 일로 성과를 내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봐요. 일로 성과를 내려면 국회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민주당이 책임지고 일하려면 법사위, 예결위, 기재위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가 이야기한 정치의 본질,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는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게 저의 관점입니다.

 

최형두 많이 답답하죠. 여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전통과 원칙을 존중해주면 좋을 텐데 이렇게 밀어붙이니 걱정도 되고, 도대체 이런 식으로 어디까지 밀어붙이려고 하는지 겁도 나고 우려도 됩니다. 안타깝습니다.

 

 

 

원구성 협상과 관련해 결국 쟁점은 법사위였는데요. 왜 그렇게 법사위를 고집했나요?

 

 

박성준 법사위원장 문제가 상임위 원구성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는데요. 법사위 안에서도 체계·자구심사권 (모든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다른 법안과 충돌하는 점은 없는지, 용어나 단어가 알맞게 적혀 있는지를 심사하는 행위.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모두 법사위에서 이 두 가지 심사를 받아야 하므로 법사위에서 사실상 모든 법안을 제어할 수 있다. 그래서 법사위를 ‘상원’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야당이 여당을 견제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이 본질 아니겠습니까? 현재 통합당의 원내대표인 주호영 의원은 일찍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2006년에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시 17대 한나라당 시절 대표 발의한 법사위에 대한 법률이 있습니다. 그때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을 폐지하고 별도 기구로 그 기능을 이관하자는 국회법 개정안을 내놨어요. 그 시절 야당의 국회의원이었던 주 대표는 체계·자구심사권을 폐지하자는 대표 발의를 해놓고는, 지금은 또 야당 원내대표로서 이를 내놓지 않겠다고 하고 있죠. 그래서 지금 야당이 주장하는 “법사위원장은 반드시 야당이 가져야 한다”는 논리는 앞뒤가 안 맞아요. 또 법사위원장 본연의 문제도 있습니다. 그동안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면서 상원 역할을 하고 법안 처리율도 매우 낮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김태년 원내대표는 법사위가 제 역할을 하도록 집권 여당이 가져와서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를 강력히 희망하는 겁니다. 또 전체적으로 큰 틀에서 국회 운영을 논의해보자는 겁니다.

 

최형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민주화 이후 지난 30년간 국회 협치 전통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고, 심지어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입니다. 국회의장은 여당과 다수당이, 법사위원장은 야당과 소수당이 맡는 것이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 국회의 철칙이었습니다. 2008년 18대 국회 원구성 때 한나라당을 포함한 범여당의 의석이 172석이었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의석은 81석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이 가져갔어요. 당시 민주당의 원혜영 원내대표는 “17대 국회 당시 우리가 여당일 때 법사위를 양보했으니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서 이번에는 여당이 우리한테 법사위를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그래서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야당인 민주당에 견제 장치를 준 겁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제 와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국회의장께서 상임위를 강제 배정했는데, 1948년 제헌국회가 세워진 이후 우리 헌정사상 상임위원회 위원을 국회의장이 강제로 배정한 적은 없습니다. 이는 우리 헌정사의 큰 오점이고, 의장으로서도 큰 흠결입니다.

 

 

야당에서는 ‘앞으로 거대 여당이 이렇게 밀어붙이기로 나가면 야당과의 협치가 가능하겠느냐’고 주장하는데요.

 

 

박성준 저는 시기와 적기라는 표현을 씁니다. 국가의 안정기나 평화기 때는 서로 주고받을 게 많습니다. 그럴 때는 협치가 가능하다고 봐요. 그러나 국가의 위기 시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위기 상황에 처해 있어요. 협치를 주장하기 전에 국가 위기라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 국민은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 총선에서 현명한 판단을 했어요. 민주당에 과반이 넘는 의석,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줬고 거기에 맞게 일하기를 바라고 있죠. 그런데 이것을 또 나누면 협치는 한마디로 나눠 먹기가 되거든요. 하지만 국민들은 나눠 먹기를 바라지 않죠. 그래서 저는 이번에는 총선에 나타난 민의를 반영해 과거의 관행을 끊고 민주당이 역할을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거대 여당이 계속 밀어붙이면 과거처럼 또 장외투쟁을 하실 건가요?

 

 

최형두 비록 여당이 독단을 저지르고 있지만, 원내가 강력한 연단이기 때문에 포기하자는 의견은 없어요. 장외투쟁이란 게 정말 극단적일 때만 하는 거 아닌가요. 지금 당 내부에서도 장외로 가자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물론 여당이 워낙 강하게 밀어붙이니 소수의 강경론자들이 있긴 하지만, 장외투쟁까지는 아닙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미래통합당의 분명한 합의는 어떤 경우든 원내와 연단을 포기하고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국회 내 회의에 참석하든 안 하든 그 이유를 분명히 밝히고, 국회 내에서 분명한 기세를 올려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어요.

 

 

 

지금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재심해야 한다는 주장과 독립군을 토벌한 만주군 간도특설대 복무 이력과 6·25전쟁 수훈 사이에서 논란이 된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반대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성준 두 가지는 다른 성격이라고 봅니다. 한명숙 전 총리 건은 검찰의 강압수사 등이 얽혀 있기 때문에 사법 및 검찰 개혁의 연장선에 있는 문제이고, 또 법원이 제대로 판단했는지에 대한 부분까지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백선엽 장군 건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얼룩진 역사가 농축돼 있는 문제입니다. 한쪽에서 바라봤을 때는 이런 면이 있고 다른 면에서 바라봤을 때는 또 다른 면이 있다는 거죠. 역사 논쟁은 한국 정치에서 가장 어려운 싸움입니다. 진영 갈등과 국론 분열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백선엽 장군 건은 정치인이 나서기보다는 오히려 역사학자들이 평가를 하고 정치는 거기에 따르면 된다고 봅니다.

 

최형두 박병석 국회의장이 취임 인사말에서 여당을 향해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4대 개혁 입법을 일거에 추진하다 좌절된 것을 기억할 것”이라며 “압도적 다수당을 만들어준 진정한 민의가 무엇인지 숙고하시길 권고드린다”고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여당 사람들은 사법 절차 같은 것은 다 무시하고, 의석이 늘었다고 한이 맺힌 문제를 풀기 위해 한명숙 전 총리 문제를 다시 꺼냈죠.

자신들의 통합적 능력과 지지율을 갉아먹는 자충수라는 걸 왜 모르는지 안타깝습니다. 한 전 총리 문제만 하더라도 자기들이 장악하고 있는 법원조차 회의적이잖아요. 스스로가 결백하다면 억울함을 설명하면 되지, 이미 대법원에서 결정난 사안을 사법적 절차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뒤집으려고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백선엽 장군 문제도 그래요. 극단적인 양분법으로 과거와 과거 인물에 대해 단정 지으려고 하는데, 이건 무슨 원리주의라고 해야 하나요? 너무 소모적입니다. 윤미향 의원 건도 보세요. 그분도 공과가 있잖아요. 그런데 저 사람들은 윤 의원이 자기 편이라고 무조건 감싸고, 상대방은 모두 손가락질하고 있어요. 독선과 편견입니다.

 

  

마지막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당의 입장은 뭔가요?

 

 

박성준 당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에요.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국회에 들어오기 전 깊이 고민해보지 못한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차기 대선이 다가오면 이 문제를 두고 여야가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차기 대선에서 중요한 정책 이슈가 될 겁니다.

 

최형두 그 문제는 깊이 연구를 해봐야 합니다. 우리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제기될 문제이기 때문에 당의 입장과 논리를 좀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야기를 꺼내긴 했지만, 김 위원장도 기본소득을 했다가 지금은 폐지한 유럽 국가의 예를 보고 지금은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인정하셨잖아요. 좀 더 연구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기획 이인철 장광익(MBN 부장) 사진 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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