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유형별로 본 자식과의 밀당 필승법

기사 요약글

자식들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한 도움말.

기사 내용

한 부모는 자식에게 돈을 쓰고, 다른 부모는 자식을 위해 마음을 쓴다. 그러나 둘 중 누가 옳은지는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자식에게 무엇을 주든 요즘 자식들은 말을 너무 듣지 않는다.

황희 정승에게는 술을 무척 좋아하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여러 번 훈계를 하고 매도 들었지만,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이에 황희는 어느 날 술에 취해 밤늦게 들어온 아들에게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술에 취해 있던 아들이 인사를 건네는 사람을 들여다보다 말했다. “아버님, 왜 이러십니까?” 황희는 여전히 정중하게 말했다. “무릇 자식이 아비의 말을 듣지 않으면 손님이나 마찬가지지요. 내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 예를 갖추어 정중하게 맞고 있을 뿐입니다.” 그 뒤로 황희의 아들은 술버릇을 고치고 학문에 정진했다고 한다. 물론 이 방법은 ‘선비의 나라’ 조선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21세기의 불량 자식에게도 통할 만한 방법을 준비해보았다.

 

 

헌신의 아이콘 ▶ 헌 신짝

문제 상황

자신의 노후를 팔아서 자식의 현재를 사주는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우리나라의 부모상.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삶의 포커스가 자식에게 맞춰져 있다. 자식이 나이를 먹어가는데도 관계가 변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시간이 갈수록 자녀는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는 모든 책임을 지다가 자신의 삶이 없어진다. 결국 자식을 지원하는 것에도 한계가 온다. 어느 순간 자식이 스스로 뭔가를 선택할 때가 오면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추천 전략
자식의 죄책감과 의무감을 건드려라

자식을 헌신적으로 키워 서울대에 보낸 한 어머니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식이 새벽에 집에 들어오더니 자고 있던 어머니를 깨워, ‘어머니가 자신을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문제가 있다며 엄마 탓을 했다. 그 어머니는 “내가 너를 잘못 키웠다. 그러니 너는 나중에 자식 교육을 제대로 해서, 자식에게 자식 교육 똑바로 하라는 얘기를 안 듣는 부모가 돼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제야 자식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부모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아는 게 인간이고, 자식도 부모의 희생을 어느 순간 당연하게 여기는 때가 온다. 그럴 때는 그 자식에게 부모가 무엇을 해주었는지 논리적으로 한방을 먹여야 한다.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네가 부족해서’ 헌신했던 사실을 결정적인 사례를 들어 얘기하는 것이 상책. 자식 스스로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최선책이다.

단, 부모도 자신의 ‘속물’ 근성을 돌아보자 사실 부모의 무조건적 희생은 그럴듯한 포장술에 지나지 않는다. 부모가 의식하든 못하든 그 이면에는 자식을 잘 키워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거나 노후에 의지하려는 마음이 숨어있다. 결국 부모가 자식을 자신의 보험으로 삼고 있는 거다. 그러니 자식의 자립이 배신처럼 느껴질 수밖에. 자신의 헌신에도 계산이 숨어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자식의 배신에도 어느 정도의 아량이 생길 것이다.

부모 세대와도 잘 지내보자!

자식만 관리한다고 가정에 평화가 오는 건 아니다.

늙음이 곧 약함이 아니다노인들이 저지르는 잘못을 실수로 보지 않고 단지 ‘너무 늙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젊은 사람도 냄비를 불에 올려놓고 깜박하거나 약속을 잊어버릴 수 있다. “늙어서 그런 거야”라는 말은 “지방 사람이라서”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부모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부모는 단순한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몇 번 하는 식으로 짧게 규칙적으로 만나는 것이나 손수 만든 음식을 선물받을 때, 함께 일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어떤 일을 부탁받았을 때, 헤어지면서 웃음을 보일 때 등이다.

솔직해라흔히 자녀들은 ‘부모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무엇이든 부모와 함께한다는 마음을 가져라. 집안의 갈등이나 고통, 경제적 문제, 병든 가정에서 빚어지는 일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자.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할 기회를 빼앗는 것과 같다.

완벽한 자식도, 완벽한 부모도 없다부모와 자식이 아무리 서로에게 잘한다고 해도 문제는 발생한다. 사랑 한다면 서로의 기대에 어긋나는 실망을 각오해야 한다.
부모는 솔직하게 도움을 청하고 자녀들은 숨김없는 대화를 통해 조절해 나간다.
가끔은 문제가 생겼을 때 웃어넘기거나 잊어버리는 것도 필요하다.
- 미국 심리학자 메리 파이퍼의 저서 <또 다른 나라> 참고

 

 

 

인생의 선배 ▶ 통제광

문제 상황

부모는 먼저 인생을 살아본 경험자로, 자식의 인생 에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세워줘야 한다. 그러나 그 마음이 지나치면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고 통제하게 된다. 자식은 나이를 먹을수록 부모의 기본적인 요구조차 반항하고 싶어지기 마련인데, 부모의 강력한 통제를 어찌 견디겠나? 그럼 누르려는 쪽과 튀어 나가려는 쪽의 대립이 점점 심해지고 갈등도 커지기 마련이다.
 

추천 전략
짚신도 짝이 있듯 채찍엔 당근이 필요하다

‘파블로프의 개’라는 유명한 심리학 실험이 있다. 종을 칠 때마다 개에게 먹이를 주면, 나중에 먹이를 주지 않아도 개는 종소리만으로 ‘먹이’를 기대하고 침을 흘리게 된다. 이 실험의 포인트는 2가지다. 첫째 ‘종’으로 개에게 영향을 주고 싶으면 ‘먹이’를 줘야 한다. 즉, 자식을 ‘채찍’으로 통제하려면 ‘당근’을 줘야 한다.
두 번째는 ‘종’을 치고 바로 ‘먹이’를 줘야 개는 종과 먹이를 연관시킬 수 있다. 즉, 팁도 그 자리에서 바로줘야 효과가 더욱 좋은 것처럼 자식을 통제할 때도 상황이 끝나는 시점에 바로 혜택을 줘야 한다. 매일 정해진 통금 시간 9시를 지킨 자식의 생일날 ‘명품 가방’을 사줘도 그건 당근이 아니다. 작은 칭찬 한마디라도 집에 일찍 들어오는 그 순간 해줘야 효과를 볼 수 있단 말이다.
단, 부모도 자신의 ‘속물’ 근성을 돌아보자 부모는 자식이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제시한 선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를 낸다. 만약 자식이 판·검사가 되었으면 하는데 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갈등이 생긴다면, 갈등의 원인은 자기 생각만이 정답이라는 편견과 그 생각이 부정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부모가 원하는 대로 자식을 컨트롤하는 건 아닌지.

 

 

 

콩 심은 데 콩 나고 ▶ 호 부에 견자

문제 상황

자신의 힘으로 성공적인 인생을 보낸 부모가 자식에게 어떤 성과를 기대하는 건 당연하다. 내 자식이 남들보다 특별하다고 믿는 건 부모로서의 권리이자 특권이다. 문제는 그게 ‘도’와 ‘자식의 능력’ 범위를 넘어선다는 것. 그래서 자식이 답답해 보이고, 자식은 자식대로 힘들 수밖에 없다.
 

추천 전략
포기하고 기다려라

우리 주변만 돌아봐도 막되먹은 자식은 널리고 널렸다. 그런데 왜 우리 자식만 유독 답답해 보이는가.
혹시 잘난 부모에 치여서 ‘기’를 못 펴는 건 아닌지 살펴보자. 세계적으로 잘난 인재를 많이 배출하는 유태인들의 자식 교육을 보면, 자식은 ‘남들보다 뛰어나게’가 아니라 ‘남과 다르게’ 키운다고 한다. ‘잘난’ 나의 ‘잘난’ 자식이라면 무조건 남들보다 높은 위치에 올라야 한다고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잘난’ 나의 ‘잘난’ 자식이라면 무엇을 해도 잘할 것이라 믿는 게 중요하단 말이다. 그러니 지금 내 자식이 ‘백수’라도 일단 믿고 기다려라. 포기해야 할 건 ‘자식’이 아니라 내 ‘욕심’이다.

단, 부모도 자신의 ‘속물’ 근성을 돌아보자 부모가 자식에게 끼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다.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성격과 지능의 40~50%는 유전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나머지는 질병, 사고, 범죄, 또래 집단등의 환경요인에 좌우되며, 유전 외에 부모가 끼치는 영향은 5% 내외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영향도 때리고, 욕하고, 굶기는 등 극단적 상황에서만 나쁜 영향을 미칠 뿐이다. 즉, 훌륭한 유전자와 공부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줬으면 그걸로 족하다. 그래도 안 된다면 인정하자. 내 자식의 평범함을.

 

 

 

라이프 코치 ▶ 노예 감독관

문제 상황

부모는 자식이 잘되길 바라며 내가 하지 못했던 공부를 원 없이 해서 대기업, 의사 등 남들에게 떳떳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인생을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해야 할 것도 많고 준비할 것도 많다. 그렇게 빡빡한 일정으로 자라온 자식은 커서도 부모가 깔아준 레일에서만 달리게 마련이지만 혹여 탈선이 일어나면 큰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추천 전략
‘보상 심리’를 이용해라

사람은 누군가의 호의를 받으면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생기는 법. 미국의 한 심리학 실험에서도 웨이터가 영수증을 주고 돌아서다가 다시 돌아와 ‘손님은 참 좋은 분 같으세요. 그래서 사탕 2개를 더 드려요’라고 했더니 팁이 23% 증가했다고 한다. 즉, 사탕이 손님에게 ‘부채감’을 심어줘서 팁의 액수를 증가시켰다. 만약 자식이 취직도 하지 않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와 만나는등 여러 부분에서 엇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가. 이 경우 큰 걸 하나 포기해서 자식이 ‘죄송하도록’ 만들어라. 이렇게 되면 몇 가지 엇나가는 것 중 적어도 한두 가지는 자식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 무조건 안된다고 뒷목을 잡고, 내 눈에 흙을 뿌리라는 둥의 억지보다는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단, 부모도 자신의 ‘속물’ 근성을 돌아보자 부모는 자식에게 돈, 시간, 물질 등 많은 투자를 한다. 그 과정에서 권력욕과 소유욕이 생긴다. 부모들은 자신이 그린 고양이 그림을 자식이 호랑이로 완성해주길 기대한다. 욕심에 기반한 부모의 사랑은 자식을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키는 도구로 전락시키고 만다.
“다 너 잘되라고. 널 위해서 이러는 것”이란 허울 좋은 미명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서 말이다.

 

 

 

쿨한 부모 ▶ 그냥 동거인

문제 상황

개인적 사정, 경제적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자식을 방치하는 경우, 보통은 ‘먹고 살자면 어쩔 수 없는 일’ 이라고 치부한다. 그러나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자식과 부모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 ‘쿨’한 관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부모와 자식 사이에 ‘정’이 쌓이지 않아 조금만 참으면 넘어갈 수 있는 취침 시간, 정리 정돈 등 생활 습관에 관한 일들로 서로에게 큰 불편함을 느낀다.
 

추천 전략
‘절대우위 전략’을 사용하자

절대우위 전략이란 일종의 ‘벼랑 끝 전술’. 즉 뒤를 돌아보지 않는 방법이다. 예전 한 신문에 달라는 돈을 주지 않는다고 집기를 부수는 아들을 보다 못한 아버지가 차마 경찰엔 알릴 수 없어서 신문사로 제보를 해서 사진을 찍고 자식을 겁줬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너무 극단적으로 못된 아들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모가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한 것이지만, 이 정도가 아니라도 써볼 만한 방법이다.
‘여긴 내 집이니, 내 말을 듣지 않을 것이면 독립을 하라’고 강하게 얘기할 수도 있다. 집 떠나기 싫은 자식이라면 부모의 말을 들을 수도 있고, 실제로 자식이 독립을 하더라도 잠시 떨어져서 서로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기회이니, 부모 입장에선 아쉬울 게 없는 그야말로 ‘절대우위’에 있는 전략인 셈.

단, 부모도 자신의 ‘속물’ 근성을 돌아보자 사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일정 거리가 필요하다. 흔히 멀어지면 보고 싶고, 가까우면 싸우게 되는 것이 가족이니까. 그러나 절대우위 전략은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것이 없을 때 사용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거리낌 없이 이 전략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자식을 어느 정도 포기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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