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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웹소설 작가로 2라운드를 사는 주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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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작가는 누구?

 

 

문학을 전공한 문학도, 공모전에 입상한 등단 작가 등… 다소 한정적이었던 기존 (문학)작가들의 출신과 달리 웹소설 작가는 출신 분야에 제한이 없는 모양새다. 판타지물을 좋아하는 직장인이 퇴근 후 판타지 장르의 소설을 쓰는가 하면, 현직 의사가 전문 지식을 살려 의학 분야의 소설을 쓰기도 한다. 작가들의 출신만큼 소재도 다양해 웹소설을 ‘장르소설’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작가 군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부류는 주부들이다. 아이를 재운 저녁이나 아이가 깨기 전인 새벽, 또는 집안일을 끝낸 저녁에 홀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이들이다. 혹자는 못다 이룬 꿈을 위해, 혹자는 취미로, 혹자는 소소하게나마 수익을 내기 위해 글을 쓴다. 대부분 필명을 쓰는 등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이름을 알린 주부 작가들도 적지 않다.

 

드라마로 제작되는 등 ‘대박’을 친 <구르미 그린 달빛>,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작가들 모두 글을 쓰던 주부에서 유명 작가로 이름을 알린 케이스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주부 작가들의 글이 대중성을 인정받으면서 웹소설에 뛰어드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웹소설 시장의 주력 장르인 로맨스 소설에서 제작과 소비 부문 모두 중년 여성들이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현재 웹소설 플랫폼에서 글을 쓰고 있는 주부 작가 3명과 블라인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웹소설은 어떤 분야인지, 왜 웹소설을 쓰고 있는지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 들어봤다. 학창 시절 로맨스, 무협 소설 좀 읽었거나 지금도 다양한 장르의 소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들의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진 않을 것이다. 혹시 아는가, 나도 ‘작가’라는 이름으로 인생 2라운드를 시작하게 될지.

 

 

 

 

“웹소설로 뒤늦게 되찾은 작가의 꿈”

 

 

- 웹소설 작가 S (44세)

 

원래 작가가 꿈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책 욕심이 많은 독서가이기도 했고요. 학생 때, 그리고 성인이 되고 나서 여러 공모전에 글을 올렸고, 실제로 당선이 된 글도 있어요. 하지만 작가가 되는 건 쉽지 않았죠.

 

2~3년 전쯤 웹소설이 인기가 많다길래 몇 작품을 본 적이 있어요. 당시에는 이게 뭔가 싶었죠. 순문학 위주로 글을 읽고 쓰던 저에게 웹소설의 글들은 너무도 동떨어진 이야기였어요. 더 충격적인 건 유료로 연재되는 작품들이 많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이 글을 보려고 실제로 돈을 내고, 작가는 수익을 얻는다는 얘기인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했던 제가 웹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다른 게 없었어요. 나도 여기에 글을 쓸 수 있고, 사람들이 그 글에 호응하면 나도 작가가 되는 거니까요. 어떤 제약도 없이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어요.

 

처음에는 상당히 고전했어요. 웹소설 특유의 호흡과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으니까요. 웹소설은 독자들이 복잡한 생각 없이 쉽고 빠르게 읽어야 하는데, 일반 소설에 익숙했던 저는 그런 글을 쓰지 못했던 거죠. 글을 올리면 댓글로 바로 독자들의 반응이 올라와요. 그걸 보면서 어떤 점을 고쳐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독한 말들도 많아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요(웃음).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기 위해선 매일 글을 써야 해요. 거대 웹소설 플랫폼에는 하루에도 수천 편의 작품이 올라와요. 그 작품들 속에서 내 글을 돋보이게 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죠. 집안일을 끝내고 매일 저녁에 책상에 앉아 5000자 이상 쓰는 게 고되긴 하지만, 꿈꾸던 작가가 됐다는 사실이 더 기뻐요.

 

 

 “누구든 쓸 수 있고, 누구든 볼 수 있다”

 

 

- 웹소설 작가 W (45세)

 

종이책 시대에 작가가 되는 길은 ‘공모전 당선 → 출판사 계약’이라는 프로세스가 거의 유일했어요. 당선을 통해 등단하지 않으면 내 글을 대중에게 보여줄 수가 없는 거예요. 아니면 내 돈으로 출간을 하든가. 방법이 한정적이었죠.

 

웹소설은 문장을 쓸 수만 있다면 누구든 작가가 될 수 있어요. 저 같은 주부도요. 작품이 인기를 얻을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확실한 건 사람들에게 내 글을 보여줄 기회는 항상 열려 있다는 얘기죠.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같은 90년대 PC통신에도 인터넷 소설이 있었어요. <퇴마록>, <드래곤 라자> 등이 대표적이죠. 저도 그때 그 소설들에 푹 빠져 있었고요(웃음). 당시에는 PC 통신에 접속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출판사에 캐스팅돼 출간하는 작가들도 극소수였어요. 수익 창출은 그야말로 책이 나와야 가능한 상황이었고요. 그에 비하면 지금은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선 기회의 문이 확실히 넓어진 셈이죠.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고, 인기를 얻으면 책을 내지 않아도 수익을 낼 수 있어요. 독자 수도 PC통신 때와는 비교가 안 되죠. 지금은 누구나 모바일로 시공간 제약 없이 볼 수 있으니까요. 기회가 늘어난 만큼 경쟁도 치열해졌지만요.

 

 

 

 

“웹소설 작가는 이야기꾼이어야… 재미없으면 안 봐”

 

 

- 웹소설 작가 K (32세)

 

사실 웹‘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웹소설을 문학 작품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비문이 많다’, ‘스토리에 개연성이 없다’, ‘수준이 떨어진다’ 등의 이야기가 많지만, 결국 볼 사람은 보거든요. 웹소설 서비스 플랫폼도 예전보다 많아졌고, 시장규모도 확실히 커졌고요. 사람들은 뛰어난 ‘작품’을 찾는 게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는 거죠. 그리고 재미가 있다면 서슴지 않고 돈을 내고요.

 

웹소설은 일반 소설, 문학들과는 호흡이 달라요. 종이 소설은 길이에 제약이 없죠. 하나의 장면, 상황을 몇 페이지에 걸쳐서 써도 돼요. 그렇다고 독자들이 책을 아예 덮어버리지는 않으니까요.

 

웹소설은 모바일로 보기 때문에 문장이 조금만 길어져도 사람들이 싫증을 느껴요. 엄지손가락으로 계속 스크롤 하면서 읽어야 하는데, 한 문장이 길고 상황 전개가 더디면 웹소설 특유의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 거죠. 읽기에 답답하고 재미가 없으면 바로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요. 이 글 아니어도 플랫폼에 읽을 건 얼마든지 많으니까, 한 번 흥미를 잃으면 그 작품은 ‘다시는’ 보지 않아요.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자신이 있는 사람에게 웹소설 쓰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물론 일정 수준의 문장을 쓸 줄 알아야 하지만, 엄청난 문장력을 요구하진 않거든요. 다음 편이 궁금해 못 견디게 만드는 스토리의 흡입력이 가장 중요해요. 그게 제가 웹소설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저는 글에는 자신 있는 편은 아니지만, 이야기 만드는 건 좋아하거든요(웃음).

 

 

 

 

웹소설 작가가 되려면

 

 

대부분의 웹소설 서비스 플랫폼에서 무료 연재가 가능하다. 내가 쓴 글을 플랫폼을 이용하는 독자들이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작품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해당 플랫폼에서 유료 연재로 전환해 주거나, 웹소설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기도 한다. 타 플랫폼에서의 연재 제안, e북 출간 등의 캐스팅 제의인 셈이다.

 

무료 연재 외에도 플랫폼별로 진행되는 신인 작가 공모전이 있다. 더 재미있는 작품과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상금을 걸기도 한다. 1등 상금은 대개 1억 원이다. 웹소설 공모에는 중학생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몰린다.

 

 

 

국내 대표 웹소설 플랫폼은 바로 이곳!

 

 

네이버 웹소설 (바로 가기)

 

네이버의 파급력을 등에 업은 거대 웹소설 플랫폼.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는 카테고리부터 정식 연재(계약) 작품이 있는 카테고리까지 세분화돼 있다(챌린지리그-베스트리그-오늘의웹소설 순).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장르가 주류를 이룬다.

 

 

카카오페이지 (바로 가기) 

 

역시 거대 플랫폼인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웹소설 서비스. 모든 작품이 유료로 제공되는 만큼 정식 연재 작가들로만 구성돼 있어 작품의 퀄리티는 보장하는 셈이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가 강세.

 

 

 

 

문피아 (바로 가기)

 

국내 웹소설 플랫폼의 시초이자 20만 명의 유료 회원이 가입된 국내 최대 웹소설 연재 사이트. 매년 상금 규모만 수억 원 대에 이르는 자체 공모전을 연다. 타 웹소설 플랫폼과 다르게 남성 독자 수가 많고, 그에 따라 장르도 무협, 판타지가 주류이다.

 

 

조아라 (바로 가기)

 

작품의 절반 이상이 신인 작가의 작품일 만큼 신인 작가들의 대표적인 등용문으로 여겨진다. 많은 신인 작가들이 조아라에서 이름을 알린 후, 다른 거대 플랫폼으로 ‘스카우트’되어 가는 루트를 노린다. 실제로 시장에서 인기 있는 작품 중 조아라에서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 꽤 많다. 장르는 로맨스 판타지의 여성향이 주를 이룬다.

 

 

기획 김병주 사진 셔터스톡, 프리픽, 각 플랫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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