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온천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고요?

기사 요약글

두 번째 찾은 온천, 사가 현의 우레시노

기사 내용

 


일본 사가 현의 우레시노(嬉野) 온천을 상징하는 단어를 고른다면 ‘미인’과 ‘올레길’이 빠질 수 없습니다. 이곳은 일본의 3대 미인탕 중 하나이고, 제주 올레의 일본 진출작인 규슈 올레 우레시노 코스가 있으니까요. 우레시노 올레길은 규슈 올레의 12개 코스 중 하나입니다.
이 길의 특징은 끝없이 펼쳐지는 삼나무숲과 녹차밭 입니다. 여기에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가을 하늘까지 더 해지니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더라고요.
가끔은 아담한 마을도 나오고, 산정 호수도 만나 걷는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길 중간중간에 제주 올레의 마스코트인 간세 이정표를 보니 반가웠습니다. 처음에 30분 정도‘깔딱고개’를 오른다고 해서 조금 걱정했는데, 쉬엄쉬엄 오르니 문제없었습니다. 나중에 60대 중반의 한국 여성분들을 만나 힘들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가뿐하게 걸었다는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올레길과 온천이 만나다
 


그렇게 쉬엄쉬엄, 5시간쯤 걸으니 다시 우레시노 온천 마을입니다. 1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레시노 온천이 미인탕의 명성을 얻은 것은 베이비오일처럼 미끈거리는 알칼리 온천수 덕분입니다. 보통 일본 온천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온천수를 씻어 내지말고 바람에 말리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우레시노 온천에 몸을 담그면 왜 그래야 하는지를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촉촉하게 피부로 스며드는 온천수는 비누로 씻어 내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절로 들거든요. 여기에 우레시노 특산물인 녹차를 넣어 그윽한 향기를 더합니다. 아담한 우레시노 강을 끼고 고즈넉한 산책로를 걸으니 노천 족욕탕이 눈에 띕니다. 마을 중심의 대중목욕탕인 ‘시볼트 노유’에 들어가 적당히 노곤해진 몸을 담그니 여기가 바로 천국이구나 싶습니다. ‘시볼트 노유’라는 이름은 에도시대에 이곳에서 온천수를 연구한 독일인 의사 시볼트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랍니다. 이날 숙소는 우레시노를 대표하는 온천 료칸인 ‘와타야 벳소’였습니다. 일본 국왕 부부가 묵었다는 방은 메이지 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로 나온 사가규와 온천 두부도 좋았지만, 화려한 빛깔의 그릇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레시노 인근에는 일본 자기의 발상지인 아리타가 있습니다.

 

 

아리타의 도자기신, 이삼평
 

아리타의 도자기신, 이삼평


일본 자기의 원조는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갔던 조선인 도공 이삼평입니다. 보통 1000℃에서 유약을 발라 구워 내는 도기와는 달리, 자기는 1300℃ 이상에서 구워 낸다고 합니다. 이렇게 구워 낸 자기는 두드리면 ‘쨍’ 하고 맑은 금속성 소리가 나는 것이 특징이라네요.
흔히 도기와 자기를 도자기라고 합쳐 부르는데 자기는 도기보다 앞선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당시 일본에는 자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답니다. 그래서 평소 조선 자기를 부러워하다가 임진왜란 때 수많은 조선의 도공을 끌고 간 거죠. 오죽하면 임진왜란의 또 다른 이름이 ‘도자기 전쟁’이었겠습니까?
아리타의 도잔신사는 일본 도자기의 신이 된 이삼평을 모시는 곳 입니다. 신사의 정문인 도리이를 백자로 만든 것이 인상적이더군요. 조선 도공 이삼평이 일본에서 자기에 적합한 흙을 발견한 곳이 아리타였다고 합니다. 도잔신사 인근의 이즈미야마(泉山)는 이삼평이 자기의 원료을 찾아낸 산입니다.
그 후 400년이 흐르면서 이즈미야마는 평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거대한 산 하나가 도자기로 바뀐 것입니다.
아리타에는 이삼평의 14대손인 가나가에 산페에 씨가 여전히 도자기를 굽고 있었습니다.
자그마한 체구에 허름한 점퍼 차림으로 한국에서 온 손님을 맞이하는 가나가에 씨에게서 일본의 장인과 조선의 도공이 겹쳐보였습니다. 규슈 도자기 문화관에서는 아리타 도자기의 정수를 볼 수 있었습니다.
백자를 만들면서 다양한 채색이 가능해진 일본 도자기는 화려해졌고, 네덜란드를 통해 유럽으로 수출되면서 중국제에 버금가는 명성을 누렸답니다.

 

 

도시를 살린 다케오시의 도서관
 

다케오시의 도서관


이번 여행에서 아리타의 도자기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곳은 우레시노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다케오시의 도서관이었습니다.
수십만 권의 장서를 자유롭게 찾아볼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먼저눈길을 끌었습니다. 이곳의 특징은 도서관 열람실 안에 서점과 커피숍이 있다는 것입니다. 도서관 열람실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서점의 최신 서적을 여유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읽다가 마음에 들면 무인 판매대에서 구입할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일본에서 발행되는 모든 종류의 최신 잡지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발상에 저항도 많았지만 지금은 서점도 커피숍도 도서관도 모두 윈윈하고 있습니다. 다른 시립도서관과 비슷했던 다케오시 도서관이 리뉴얼하면서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라, 작년 한 해 동안만 약 93만 명이 도서관을 찾았답니다. 다케오시 인구가 5만 명이니 ‘도서관 하나가 도시를 살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과언이 아니네요. 도서관을 찾은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다케오 신사에서 3천 년 된 녹나무를 보고, 규슈 에키벤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사가규 스키야키 에키벤을 먹고, 다케오 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것입니다. 자, 우레시노 올레길에서 출발한 여행이 다케오시 도서관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온천은 길과 도자기, 도서관 모두와 궁합이 잘 맞는군요. 다음에도 좋은 온천과 어울리는 즐길거리를 찾아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우레시노 온천에서 먹어봐야 할 것, 사가규:‘일본 3대 와규’인 사가규는 입에서 살살 녹는 마블링이 특징. 입안에 남은 기름기는 우레시노 사케로 씻어 내는 것이 제맛이다, 사가규 스키야키 에키벤: 사가규를 맛있게 먹는 또 다른 방법. 간장으로 양념한 최고 등급의 사가규 육즙이 밥 속까지 배어든 호화스런 도시락이다., 나나사이 채식 뷔페: 지역에서 나는 제철 채소로 깔끔하게 차려 낸 채식뷔페. 온천의 가이세키로 부담스러워진 속을 달래는 데 최고의 점심., 온천 두부: 온천수로 두부를 보글보글 끓이면 온천수가 두윳빛으로 변하면서 걸쭉한 온천 두부가 완성된다. 가는 방법 한국 - 사가 현티웨이항공이 사가 현까지 주 3회 직항을 운항중이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로 간다면 인천에서 후쿠오카까지 이동한 다음 기차를 타면 40분 만에 사가 현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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