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대신 사직서 제출을 부탁해요

기사 요약글

세상에는 수많은 대행 서비스가 있다. 빨래, 설거지, 심부름, 세탁 그리고 퇴사까지. 잠깐, 퇴사를 대신해 준다고? 사직서를 대신 내주는 퇴사 대행 서비스에 관한 이야기.

기사 내용

 

 

 

이런 대행 서비스는 처음 보네

 

 

이게 가능할까 싶지만 퇴사를 대신해 주는 서비스가 있다. 의뢰인 대신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해주고, 사무실에 있는 짐을 정리해 집까지 배달해준다. 의뢰인은 상사 얼굴 한번 보지 않고 퇴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퇴사 대행’을 검색하면 2~3곳이 영업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 나갈 땐 누구 마음대로?

 

 

퇴사 대행 서비스의 모태는 일본의 ‘사직서 대신 내주기 서비스’다. 일본의 20~30대 직장인들이 연봉이나 근무 환경이 더 좋은 회사로 활발히 이직할 때, 회사는 인력난을 방지하기 위해 떠나려는 직원들을 붙잡으려고 애썼다.

 

그러면서 퇴사를 배신, 불성실한 행동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회사를 그만두려면 여러 차례의 면담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러한 상황이 퇴직하려는 2030세대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와 ‘사직서 대신 내주기 서비스’가 성행한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한국은 일본만큼 퇴직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이진 않지만 퇴직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2018년 4월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회원 7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퇴사 의사를 밝힌 직장인 중 33.5%가 퇴사 계획이 무산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 계획이 무산된 이유로 ‘퇴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을 종용받음’(50.2%)이 가장 높았고, ‘담당 인력 부재에 따른 사직서 반려’(25.6%)가 뒤를 이었다. 사직서 반려 중에는 ‘의도적으로 반려’(12.1%)한 경우도 있었다. 

 

사직서를 제출하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 이상 회사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놓아주지 않는 경우가 있어 직장인에게 퇴직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숙제다. 퇴직의 이유가 상사 때문이라면 상사와 대면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퇴사를 말리는 회사와 협의까지 해야 한다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다.

 

이처럼 아직 건강한 퇴사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현실에서 퇴사할 때까지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들이 있기 때문에 ‘퇴사 대행 서비스’가 등장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런 일을 해요

 

 

퇴직 대행 서비스는 총 6단계로 진행된다. 물론 자세한 사항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략적인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1단계 _ 상담 신청 접수

홈페이지 채널톡, 카카오톡, 이메일 등 다양한 창구를 활용하여 고객의 고민을 신청 받는다.

 

2단계 _ 고객 니즈 파악

희망퇴직일 등 고객이 원하는 구체적인 사항을 파악한다.

 

3단계 _ 사전문답지 작성

총 3번에 걸쳐 진행한다. 1차는 인적사항, 2차는 배임 또는 횡령 여부 체크, 3차는 이용할 서비스 선택. 사전문답을 통해 퇴직 시 필요한 서비스가 대략 정해진다.

 

4단계 _ 근무 형태별, 서비스별 비용 책정

근무 형태는 아르바이트와 정규직으로 나뉘고, 서비스는 기본 서비스와 부가 서비스로 나뉜다. 각 비용은 상이한데, 평균적으로 10만~40만원 사이에서 책정된다.

 

5단계 _ 전자계약서 작성

사직서와 기타 제반 서류를 작성한다. 보통 사직서를 처음 쓸 경우 퇴직 사유란에 무엇을 적어야 할지 난감하다. 이러한 것들을 자세히 안내해준다.

 

6단계 _ 최종근무일 다음 날 인사 담당자에게 사직 의사 전달

사직서를 대신 제출하고, 의뢰인 자리에 있는 짐을 정리해 집까지 배달해준다. 그리고 퇴직금 또는 체불된 임금을 정산한다. 만약 불공정 계약 등 회사의 노동법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에는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회사에 공문이나 내용증명을 보내는 과정이 추가될 수 있다.

 

 

 

 

P.S. 기자의 취재 후

 

 

퇴사 대행 서비스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들이 주 고객이다. 그래서 이 낯선 서비스가 소위 말하는 요즘 애들 문화에서 비롯된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기성 세대와 다르게 대면 소통에 익숙지 않고, 개인주의적 환경에서 자라 위계적인 조직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퇴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진짜 내면을 들여다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실제로 상사의 심각한 폭언 등으로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겼거나, 퇴직금에 대해 자세히 모르거나, 체불된 임금을 어떻게 정산해야 하는지 자세히 몰라 대행 서비스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던 것.

 

결국 노동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큰 결심 끝에 퇴사 대행 서비스를 선택했던 것이다.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불공정한 계약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일을 전문가들이 대신해 준다는 것은 어쩌면 올바른 노동 문화를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획 우성민 사진 네이버 영화 도움 퇴직대행서비스 ‘사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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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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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실
세상에 이런 서비스도 다 있군요. 퇴사대행 서비스의 주고객이 20-30대 사회초년생이란 기자의 취재후기를 읽어보니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네요.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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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눈동자
뉴스로 본 적 있습니다.마지막 퇴직하는날 담당 상사 얼굴 보기 싫어 퇴직 서비스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적 있거든요.쉽게 이직하는 추세라 대행서비스는 잘 될것 같아요.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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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
어떤 중소기업은 퇴사한다고 하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한달 뒤 나가라고 하면서 한달동안 빡세게 일시키는데도 있지요~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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