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자 조동우 교수의 새 삶을 전하는 도전

기사 요약글

포항공대 조동우 교수는 최근 ‘제2회 라이나 50+ 어워즈’ 생명존중상을 수상했다. 공학박사의 의공학 도전이라는 쉽지 않은 길에서 이뤄낸 학문적 성과에 대한 보상이었다.

기사 내용

 

지난 4월 23일 서울 청진동 라이나생명 본사에서 열린 ‘제2회 라이나 50+ 어워즈’ 시상식 날. 학문・기술・산업 등 전문 영역에서 50+세대의 건강 증진과 삶의 질 개선 등 생명존중의 가치를 실현한 개인 또는 단체에 수상하는 생명존중상’에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의 이름이 불렸다. 단상에 오른 조 교수는 수상 소감으로 “그간의 힘듦을 보상받는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전공 분야인 기계공학의 안락한 길을 뒤로하고 의공학(의학, 공학, 자연과학의 융합 학문) 분야에 새롭게 도전한 조 교수는 2014년 3D 세포 프린팅 기술과 조직 특이적 바이오잉크 개발 등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조 교수는 “분야를 바꾸고 그 분야에서 자리를 잡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융합된 학문 그 자체로 새로운 길이고, 지금은 굉장히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Q── 라이나 50+ 어워즈 생명존중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평생 기계공학 분야에만 몸담아오다 처음 다른 분야(의공학)에 발을 들였어요. 어려움이 많았죠. 그런데 이 상을 통해 ‘내가 이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쌓고 인정을 받았구나’ 싶어 감회가 새로웠어요. 초기에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었죠.
 

Q── 갑자기 의공학 분야로 전환한 계기가 있었나요?

기계공학은 오래된 학문 분야입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는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그 주제를 찾아야 좋은 논문도 나오고 제자들에게도 길을 터줄 수 있는데, 이미 수백 년간 정립돼온 학문이라 더 이상 새로운 주제가 나오기는 쉽지 않아요. 그러던 차에 1990년대 중반쯤 3D 프린팅을 시작했고, 2003년경에 좀 더 의미 있는 무언가에 3D 프린팅을 적용해보자 생각해서 떠올린 게 의학 분야였어요. 초정밀 가공, 소량 생산에 최적화된 3D 프린팅이 의공학 분야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그 전에 배운 걸 다 버리고 여기에 전념했어요.
 

Q── 2013년 국내 최초로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인체 기관(기도 지지대)을 환자의 몸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몽골에서 온 다섯 살짜리 환자였는데 희귀 질병으로 코와 콧구멍, 기도가 없어 입으로만 숨을 쉬는 아이였어요. 이 환자를 성모병원 측에서 데려와 수술해줬는데, 어느 날 집도한 의사로부터 급하게 전화가 왔어요. 기도를 뚫어놨고 성공한 줄 알았는데 자꾸 다시 막힌다고요. 그 구멍이 안 막히려면 4~5주간(뚫어놓은 기도 자리를) 지지해줄 맞춤형 지지대가 필요한데, 그걸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줄 수 있겠느냐고요. 매우 촉박한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잘 완성됐고, 환자의 몸 속에서 무사히 버텨준 덕분에 수술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어요.

 

Q── 어린아이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했는데 공학자로서 특별한 감정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2014년에 만난 한 환자의 사례가 기억에 남습니다. 어릴 적 암수술로 인해 한쪽 광대뼈가 함몰되고 안면 비대칭이 심각한 환자였는데, 그 부모가 몽골 환자의 기사를 신문에서 접하고 저를 찾아왔어요. 그때는 아직 수술이 위험할 때라 수차례 만류했는데도 몇 십 번을 찾아와 사정했죠. 그래서 결국 수술을 했는데, 다행히 성공적으로 끝났어요. 일주일 뒤 부모가 찾아왔는데 눈물을 많이 흘리더군요. 평생 대인기피증이 있던 딸이 처음 머리도 자르고 친구도 만나러 나갔다면서요. 기계공학만 할 땐 느끼지 못했던 보람, 가슴 뭉클함을 느꼈어요.

 

Q── 이런 사례들이 교수님의 대표 공적인 ‘3D 세포 프린팅’ ‘조직 특이적 바이오잉크’로 이어졌나요?

그런 셈입니다. 앞서 사례에서 만든 인체 기관에는 세포가 빠져 있다면, 이후에는 3D 세포 프린팅 기술을 개발해 세포를 삼차원으로 프린팅했죠. 그런데 세포만 프린팅하면 (세포가) 죽기 때문에 세포를 보호하는 구조체가 필요한데, 그 구조체 역할을 하는 것이 ‘하이드로겔’이라는 세계 최초의 조직・장기 맞춤형(조직 특이적) 바이오잉크예요. 처음엔 연골조직, 심근 세포, 지방조직으로 만든 바이오잉크 3가지로 시작해 현재는 30여 가지에 달하죠. 2014년 이 조직 특이적 바이오잉크를 주제로 <네이처>지에 논문을 발표했고, 현재 600여 군데에서 인용해 사용하고 연구 중입니다.

 

Q── 바쁜 삶을 보냈을 텐데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이들이 겉으로 내색은 안 하지만 내심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아요(웃음). 제가 강연을 하면 가끔 따라와 지켜보기도 하고 둘째는 친구들을 데려오기도 한답니다. 이번 라이나 50+ 어워즈 시상식 때도 같이 와서 축하해주었고요.

 

Q── 교수님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조직 특이적 바이오잉크까지는 왔지만 장기 프린팅은 아직 먼 얘기입니다. 그래도 조직 특이적 바이오잉크 개발로 첫걸음은 떼었다고 생각하고요.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에 매진해 50+ 세대는 물론 전 세대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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