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하면 7500원씩, 나의 살이 남의 쌀로, 다짐이 기부가 되었다!

기사 요약글

담배를 끊어 기부하고, 다이어트해서 기부하고… 나의 다짐과 목표를 나눔으로 귀결시킨 사람들의 이야기.

기사 내용


 


금연 성공 비법은 기부 통장, 상원전기 이상욱 대표


강릉에서 30년째 상원전기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욱 대표는 하루에 담배를 세 갑 이상 필 정도로 골초였다. 워낙 오랜 시간 애연가로 살았기에 마음속 금연 결심은 쉽게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런 그가 마음을 단단히 부여잡고 금연 계획을 세운 이유는 외출했다 집에 돌아온 아이들의 말을 듣고 나서다. 

 


 


“애들이 집에 와서는 사람들이 자기한테 담배를 피우냐고 묻더랍니다. 옷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충격적이었어요.”

이후 그는 가장 먼저 아내에게 금연 결심을 선언했다. 오랜 시간 남편을 봐온 아내는 일단 한 달 금연을 해보고 다시 말하라며 일갈했지만 한번 결심하면 뜻하는 바를 꼭 이루었던 그는 자신만의 금연 성공 방법을 세웠다. 바로 금연 통장이다.

담배 한 갑이 2500원이던 시절 매일 세 갑씩 피웠으니 하루 7500원을 넣기로 했다. 여기에 조금 더 보태 매일 만원을 금연 통장에 넣었고 하루가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1년이 흐르면서 금연 통장에 돈이 쌓여갔다. 그럴수록 금연 결심이 더욱 공고해진 것은 당연한 일.

어느덧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2600만원이 모였을 즈음, 또 다른 계획을 세웠다. 금연 통장의 돈을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8년 동안 한 번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니 이만하면 금연도 성공이었다. 

 


 


“처음에 어떻게 담배를 한 대도 안 피울 수 있냐고 묻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어떻게 그 돈을 기부까지 할 수 있냐고 놀라더군요. 금연을 좀 더 의미 있게 만들면 좋겠다 싶어서 기부도 생각했는데 금연 결심이 흔들리지 않게 도와주더군요.”

그에게 기부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한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의 멤버다. 아너소사이어티는 1억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5년 이내에 1억원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정하고 완납을 해야만 회원이 될 수 있는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처음 11평짜리 가게에서 장사를 시작할 때부터 매달 3만원, 6만원 소액 기부를 꾸준히 했는데 사업이 커지면서 기부 금액도 매월 80만원으로 늘어났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좀더 투명하고 확실하게 기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으로 아너소사이어티가 됐다. 

 


 


“처음 가게를 할 때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정말 많았어요. 3만원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했던 것이 지금처럼 늘어난 건데, 꾸준히 기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딱히 없어요. 누가 물으면 ‘자동이체 덕분이다’ 하지요(웃음). 그런데 기부가 습관처럼 굳어지면서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걸 향해 달려갈 때 어느 순간 기부처럼 자연스럽게 하게 되더라고요.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작은 노력들을 꾸준히 하면 큰 성과가 나온다는 걸 기부로 체득했거든요.”

그는 더 이상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여전히 금연 통장에 돈을 넣고 있다. 이 돈 역시 언젠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내 살이 쌀 한 톨로, 내살네쌀 조영재 대표

 

오늘 내가 뺀 살이 배고픈 누군가의 쌀이 된다면? 이 재미있는 발상은 이준혁, 이근영, 조영재 이 세 친구에 의해서 현실화됐다. 당시 대학생이던 세 친구는 함께 떠난 여행에서 결식 아동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고, 매일 장난처럼 다이어트 해야 된다고 말하던 자신들의 삶과는 반대의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 

 


 


“한쪽에서는 비만이 사회적 문제인데 반대편에서는 결식 아동이 문제라고 해서 아이러니했어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뺀 살이 누군가에게 좋은 식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셋이 다이어트를 해서 뺀 살만큼 쌀을 기부하기로 했죠.” 

내기처럼 시작한 다이어트였지만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SNS를 만들어 각자의 다이어트 상태를 공유했고 다양한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함께 응원했다.

“목표와 과정이 확실하니 생각보다 다이어트가 힘들지 않았어요. 30kg를 뺀 건 아니지만 가장 많이 뺀 친구의 이름으로 쌀 30kg을 기부했습니다. 그런데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막상 기부하려고 보니 쌀 30kg은 정말 적은 양이더라고요. ‘많은 사람이 함께하면 더 많이 기부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죠. 그래서 2018년 초에 정식으로 사업자를 내고 ‘내살네쌀’을 만들었습니다.”

 


 


‘내 땀방울, 그대의 쌀 한 톨’이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비영리 소셜 벤처 내살네쌀은 이웃을 돕는 착한 다이어트로 입소문이 나면서 시작한 지 1년 반 만에 18개 복지 기관에 쌀 2000kg을 기부했다. 방법이 재미있어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 

참여자가 빼고 싶은 무게와 그 무게에 해당하는 쌀의 금액을 보증금처럼 내살네쌀에 입금한 다음 22일 동안 다이어트를 하는데, 시작한 날과 22일 후의 인바디 측정 결과지를 비교해서 성공과 실패를 판단한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은 기부 또는 보증금 환급을 선택할 수 있고 다이어트에 실패하면 자동으로 보증금이 쌀 기부로 이어진다. 

“보증금은 동기부여를 위한 한 방법으로, 참여자가 ‘돈이 아까워서라도 살을 빼야겠다’는 의지를 불어넣기 위해서 받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식단이나 다이어트 계획을 세워드리는 게 아니어서 죄송한 면이 있어요. 대신 다이어트 의지가 식지 않게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면서 응원을 하고 기부 증서나 굿즈를 만들면 보내드리기도 해요. 다행히 목표를 이루면서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분 좋게 참여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희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기부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살네쌀의 조영재 대표는 기부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부가 재미있고 나에게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일이면서 동시에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바른 기부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아직은 작은 단체라 서울 지역으로 기부처를 한정하고 있지만 언젠가 이런 기부 문화가 자리 잡을 날을 기다리며 전국으로 기부처를 확대하는 꿈을 키우고 있다. 내살네쌀의 쌀 한 톨의 가치가 전국에서 빛을 발하는 날이 기다려진다. 

 

 

사진 이대원(스튜디오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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