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의 흔적을 따라 걷는 역사 도보 투어

기사 요약글

서울 곳곳의 역사 깊은 장소를 거닐며 의미를 되짚어보는 전성기캠퍼스의 ‘토요 역사 도보 투어’. 대한제국 근대화의 상징이자 국난 극복의 꿈과 좌절이 공존하는 공간 덕수궁을 걸었다.

기사 내용

 

일제 침략의 아픔이 서린 대한문
 

 

덕수궁 대한문 앞. 가방에 전성기투어 깃발을 꽂은 해설사 주변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이들은 전성기캠퍼스의 ‘토요 역사 도보 투어’ 참가자들. 한 참가자는 “이미 여러 번 도보 투어에 참석했는데 오늘은 더 기대가 돼요”라며 투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투어는 박숙자 해설사의 ‘덕수궁은 언제부터 궁이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됐다. “덕수궁이 처음부터 궁이었을까요?”라는 질문에 참가자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어지는 해설사의 설명에 다시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했다. 덕수궁은 500년 조선 역사에서 일본이 침략하거나 일본의 간섭으로 힘들었을 때 사용했던 곳으로, 나라를 빼앗겼을 때의 어려움과 괴로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비극의 공간이다.

단순히 왕이 살던 공간으로만 생각했던 곳이 일제 침략의 아픔이 묻어 있는 공간이라는 설명에 참가자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봤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전 해설사의 마지막 멘트가 이어졌다. “덕수궁은 혼자서 구경하면 30분이면 다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오늘 강의는 100분 넘게 하니 그만큼 볼 것도 들을 것도 많다는 뜻이겠죠? 그럼 다음 장소로 이동할게요.”

 

 

중화문 지붕에 있는 그물망의 의미

 

국가 행사를 거행하던 중화전의 정문인 중화문 앞에 서자 계단이 세 갈래로 나뉘어졌다. 신분에 따라 밟는 계단의 위치가 다르다는 설명에 참가자들은 신기한 듯 밟고 있던 계단에서 내려와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중화문 지붕에 왜 그물망이 있을까요?”라는 해설사의 질문에 참가자들의 시선이 바삐 움직였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했는지 발걸음을 멈추고 해설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조선시대 때 궁은 왕이 다스리는 공간이기 때문에 궁 안에서 절대 살생이 일어나면 안 되었다. 그런데 지붕에 새가 앉으면 집을 지어 알을 낳게 되고, 이를 먹기 위해 뱀이 나타나면 살생이 일어날 수 있어 그물망을 설치했다고 한다.

해설을 듣던 한 참가자는 “중화문으로 들어가는 계단부터 지붕에 달린 그물까지 전부 저마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게 신기하네요”라며 감탄했다.

투어단은 덕홍전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종영 후에 관련 소도구들을 전시한 공간이자 일본에 시해당한 명성황후의 장례를 치른 공간이다. 참가자들은 암담한 조국의 현실과 공허한 고종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늠해보려는 듯 덕홍전 곳곳을 세밀히 살폈다.

 

 

고종의 비극이 담긴 함녕전

 

오늘 투어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함녕전에 다다랐다. 함녕전은 고종이 침전으로 사용하던 공간이자 사망한 공간이다. 고종의 죽음을 둘러싸고 궁 안에 있던 사람들은 독살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본이 정치를 좌지우지했던 때라 일본은 고종의 죽음을 자살로 둔갑시킨다.

“고종은 전날까지 멀쩡하시다가 식혜를 드시고 30분 만에 쓰러져 돌아가셨어요. 고종의 시신을 염한 사람이 말하기를 고종의 입을 벌리니 혀가 없고 이가 다 빠져 입안에서 돌아다녔다고 해요. 그리고 식도 전체가 까맣게 탔고, 팔다리가 너무 부어 옷이 벗겨지지 않아 가위로 옷을 잘라 내는데 살점까지 묻어 나왔다고 합니다.”

참가자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참가자는 “선생님 설명 덕분에 지금까지 무능하다고만 생각했던 고종이 일본의 간섭을 물리치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라며 소회를 밝혔다.

덕수궁 내부의 마지막 건물인 석조전에 다다르자, 지금까지 보던 건물과는 다른 모습에 참가자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석조전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해외의 유명한 건물을 닮지 않았나요?”라는 해설사의 질문에 몇몇 참가자들은 예행연습이라도 한 듯 입을 모아 “파르테논 신전이요!”라고 대답했다. 강대국이었던 그리스의 건물을 빗대어 만든 석조전은 대한제국을 열망한 고종의 염원이 고스란히 깃든 곳이었다.

궁을 나와 아름답기로 유명한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다. ‘덕수궁 돌담길을 연인과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에 대해 해설사는 “다양한 속설이 있지만, 지금의 서울시립미술관 자리에 가정법원이 있어서 이혼하러 간 부부들이 이 길을 많이 지나간 데서 유래되었어요”라며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서울의 숨은 명소인 서울시청 별관 정동전망대로 향했다. 이곳을 투어의 마무리 장소로 택한 이유가 있다. 13층에 올라서면 덕수궁의 모든 건물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 참가자들은 처음 만난 장소인 대한문부터 마지막 건물인 석조전까지 다시 한번 쭉 훑어보며 새로 알게 된 역사적 사실들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도 전성기캠퍼스의 ‘토요 역사 도보 투어’는 계속된다.

 

문의 02-633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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