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숨겨진 보석길, 이탈리아 친퀘테레 트레일

기사 요약글

여행 코스에서 ‘친퀘테레’를 제외한다면 대단히 후회할 일이다.

기사 내용

 

 

 

이탈리아 지도를 놓고 보면 북쪽 끝에 밀라노가 있고 그 동쪽으로 베네치아, 조금 내려오면 피렌체가 있다. 반도의 한가운데쯤이 로마이고 남쪽으로 나폴리와 시칠리아가 자리 잡는다. 이 도시들만 돌아봐도 이탈리아 여행은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첫 번째 이탈리아 여행이라면 모를까 두 번째인데도‘친퀘테레’를 제외한다면 대단히 후회할 일이다.

 

라틴어로‘친퀘(cinque)’는‘다섯(5)’,‘테레(terre)’는‘마을이나 지역’을 뜻한다. 친퀘테레는‘다섯 개의 마을’이란 뜻이다.



두 개의 단어가 합쳐진 일반명사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고유명사로 굳어졌다. 각기 고유의 이름이 있는 다섯 개의 조그만 마을들이 합쳐져 불리는 이름이다.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거대한 암벽 위와 아래로 크고 작은 어촌 마을 다섯개가 그림처럼 열 지어 있다. 남쪽 마을 리오마조레를 시작으로 마나롤라, 코르닐리아, 베르나차를 거쳐 가장 북쪽의 몬테로소알마레까지, 다섯 마을 전체가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2년 뒤에 이탈리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친퀘테레로 들어가는 관문은 두 군데다. 첫째 마을 리오마조레 바로 아래인 라스페치아가 남쪽 관문이고, 다섯째 마을 몬테로소알마레 인근 레반토가 북쪽 관문이다. 로마나 피렌체에서 북쪽으로 올라갈 때는 피사역에서 라스페치아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고, 북쪽 밀라노 등지에서 남쪽으로 내려올 때에는 제노바역에서 레반토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면 된다.



험하고 가파른 산길을 걷거나 배를 이용해서만 바닷길로 들어올 수 있어서 오랜 세월 동안 접근성이 떨어지는 산간 오지로 남아 있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교통과 접근성 면에서 더 나아진 건 없다. 인간의 손때와 자취를 덜 묻게 한 것이 천혜의 자연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 옛날 이곳에 살았던 이들은 터키 등 외부인들의 침입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그 험한 절벽 위에 위태롭게 집들을 지었다. 척박한 땅이었기에 멀리 고기잡이를 나갔다. 고기잡이에서 돌아올 때 자신의 집을 알아보기 위해 자신만의 색깔로 집을 칠했다고 한다. 혹은 술에 취한 어부들이 자기 집을 잘 찾아오게 하기 위해 색깔로 구분했다는 우스개도 있다. 생존과 삶의 방편으로 지어진 그 옛날 가옥들 덕에 오늘날에는 유명 크루즈의 정박지가 되거나 수많은 방문객이 몰리는 유명 여행지가 되었다.

 

 

다섯 개의 마을을 지나다

 

 

흡사‘육지 속의 섬’ 같은 곳이다. 깎아지른 암벽 해안을 따라 도로도 없고 철길만 있다. 기차 외의 대중교통은 이용할 수가 없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해변길과 절벽길 그리고 산길을 따라 걸으며 다섯 마을을 다 거치는 것이 친퀘테레 트레킹이다.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는 짧게는 1km이고 길어봐야 4km 이내다. 기차로도 구간마다 5분 이내의 거리다. 총거리가 18km밖에 안 되니 서두르면 당일 트레킹도 가능하다. 그러나 친퀘테레 트레킹은 다섯 개의 지중해 마을을 천천히 둘러보며 음미하는 게 핵심이다. 서둘러 걷는 것보다는 다소 여유를 가지고 유유자적하는 게 적격이다. 최소한 1박 2일 여정으로 잡는 게 좋다.

 

 

 

 

첫 번째 마을: 리오마조레 Riomaggiore

 

 

역에서 내리면 바로 옆으로 마을 복판과 이어지는 터널로 들어선다. 터널 아래로 흐르는 강이 리오마조레다. 여느 지명들이 그렇듯 강 이름이 마을 이름이 된 셈이다. 터널이라고 해서 답답하고 어두컴컴한 공간은 아니다. 간간이 바깥 풍경이 소박하게 슬쩍슬쩍 눈에 들어온다.



이윽고 터널이 끝나고 리오마조레 마을이 나타나는 순간 바다 내음과 함께 벅찬 감흥이 몰아친다. 흰색 포말들이 출렁이는 에메랄드빛 바다야 지중해 해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그 거친 바다를 막아선 해안 절벽들이 수직으로 성채를 이뤄 장엄하다.



그 성채 위로 빼곡하게 박혀 있는 조그만 집들은 도화지 위에 형형색색 수채화를 그려놓은 듯 이국적이다. 그럼에도 리오마조레는 다른 네 마을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현대적이다. 물론 친퀘테레를 다 돌아본 뒤에야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두 번째 마을: 마나롤라 Manarola

 

 

리오마조레와 마나롤라를 잇는 길은‘사랑의 길(Via Dell’Amore)’로 불린다. 연인들의 자물쇠 더미 등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꾸며져 낭만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절벽 중턱을 가로지르는 완만한 오르막길이라 시원한 바람과 주변 풍광이 더 정겹다.

 

남해의 가천 다랭이마을 같은 계단식 마을에 가파른 절벽 위에까지 위태로워 보이는 가옥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다섯 마을 중에서 외부에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다. 서로 다른 아름다운 색상의 집들이 절벽 위에 늘어선 풍광이 친퀘테레를 알리는 엽서나 사진에 가장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특히 야경이 아름답다. 당일 트레킹이 아니라 하루를 더 머문다면 마나롤라에 묵는 게 좋다. 해변으로 내려서면‘센티에로 아추로(Sentiero Azzuro)’라는 이름의 편안한 하늘색 산책로가 기다린다.

 

 

 

 

세 번째 마을: 코르닐리아 Corniglia

 

 

천혜의 요새처럼 높은 지대에 위치한 산속 마을이다. 마을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400개 가까운 라르다리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와인으로 유명한 만큼 계단식 경작지와 포도밭이 마을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2000년 전 폼페이의 베수비오 화산 유적에서도 코르닐리아의 와인 항아리가 발견될 정도였다고 한다. 잠시 트레킹을 멈추고 카페에 들러 와인을 한 잔 마시는 건 이 마을 여행의 필수 아이템이다. 옛날 이곳에 정착해 포도를 재배하며 살았던 지주 코르넬리우스의 어머니인 코르넬리아에서 마을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지중해 바닷가에서 트레킹하며 와이너리 여행까지 겸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코스다.

 

 

 

 

네 번째 마을: 베르나차 Vernazza

 

 

외지의 여타 항구에 비하면 작지만 친퀘테레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항구 구실을 하고 있다. 아담한 방파제로 막아놓은 항구 앞에는 자그마한 크루즈가 부지런히 여행객들을 실어 나르고, 항구 백사장에는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여행객들로 붐빈다.

 

마을 중심지인 마르코니 광장에는 여느 유럽 도시처럼 거리의 음악가들이 있고, 그 뒤로는 큰 성당 건물이 있다. 14세기에 지어졌다는 산타 마게리타 성당은 팔각 종탑이 특히 인상적이다. 도리아 성은 마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성 위에 올라 성곽을 따라가며 바라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다섯 번째 마을: 몬테로소알마레 Monterosso al Mare

 

 

마지막 마을까지 가는 길은 가장 난코스다. 가파르고 좁은 숲길과 돌계단을 한 시간 반 정도 오르내리다 보면 절벽 중턱으로 포장도로가 나온다. 그 도로 아래로 몬테로소알마레 해변과 마을 전경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해변의 길이도 베르나차에 비해 훨씬 길고 마을의 규모도 다섯 마을 중 으뜸이면서 가장 번화하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나 야외 카페에서 풍성한 해산물과 와인을 즐기는 모습은 지나온 네 개 마을과는 차이가 있다. 미로 같은 골목길 양쪽으로 이어진 호텔과 상가 건물들, 유럽 여느 소도시 해변 휴양지나 다름없는 전경이다.

 

1박 2일 트레킹이라면 마지막 마을에서 느긋하게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게 좋다. 당일치기 여정이라면 날이 저물 시간이라 아쉬울 수 있다.

 

Travel Tip.

 

찾아가는 교통편

주변 대도시로는 피렌체가 가장 가깝다. 피렌체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피사역에서 한 번 갈아탄 다음 라스페치아 중앙역에서 친퀘테레행 기차로 한 번 더 갈아탄다. 두 시간 소요된다.

 

여행하기 좋은 시기

겨울철만 빼고 봄, 여름, 가을 언제든 무난하다. 단 7~9월은 성수기이므로 숙소 예약이 필수다.

 

소요 예산

피렌체에서 관문인 라스페치아까지 기차 왕복 요금이 4만원, 친퀘테레 다섯 마을 구간 기차 요금과 이용료 합쳐 3만원 정도 든다. 가장 저렴한 호스텔이 1인당 5만~6만원 수준이다.

 

기타 여행 팁

피렌체를 여행하면서 하루나 이틀 친퀘테레에 다녀오는 게 좋은 동선이다. 트레킹 방향을 정석대로 남쪽 첫 번째 마을 리오마조레부터 북쪽 마지막 마을 몬테로소알마레까지로 했으나 반대 방향으로 가도 상관없다. 1박 2일 여정이라면 첫날 기차로 마지막 마을 몬테로소알마레에 가서 낮까지 즐기고, 오후부터 걷기 시작해 두 번째 마을 마나롤라에서 숙박한 뒤 이튿날에도 오후부터 걸어서 리오마조레로 돌아오는 동선이 가장 좋다.

 

 

 

[이런 기사 어때요?]

 

>> [전성기TV] 쓰레기로 만들어진 세계 아름다운 건물6

 

>> 유럽 여행 갈 때 꼭 메모하세요! 한식 맛 나는 현지 요리 리스트

 

>> 아직도 학원 가니? 외국어 공부하기 좋은 유튜브 채널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