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킬러에게 전하는 가드너의 조언

기사 요약글

‘쉽게 안 죽는 식물이 뭐예요?’ 또 애꿎은 식물을 죽일까 싶어 고민하는 이들에게 유명 가드너가 조언한다.

기사 내용

과실수, 꽃나무- 창가나 베란다에서 키우세요
 

스스로를 식물 중독이라 일컫는‘그린그라피제이’의 김주암 대표는 자연스러운 형태의 식물에 마음이 끌린다. 가지가 흐드러지면 흐드러진 상태로, 누우면 누운 대로식물이 본래 타고난 모양새를 추구한다. 어릴 적에 조경을 전공한 아버지를 따라 흙과 풀을 벗 삼아 자란 그녀는 지난 12년간 절화와 분화를 가리지 않고 꽃을 다뤘으며 과실수와 꽃나무, 관엽식물 등 다채로운 식물들을 품어 길렀다. 나뭇가지 선이 곧지 않은 식물은 농장에서 홀대를 받기도 하는데, 그녀는 그런 나무들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가지가 비틀어진 이유는 잘려 나간 가지 자리에 돋아난 새순이 햇볕이 드는 방향으로 자랐기 때문이다. 식물이 지닌 생명력과 저마다의 이야기가 떠올라 그녀는 유독 가지가 곧지 않은 나무를 좋아한다.

 


 

Q 가드너 손에서도 식물이 죽나요?
식물을 죽여야 더 많이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식물의 생리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많이 죽였어요. 답은 더 많이 공부하는 것밖에 없죠. 죄스러워하거나 새로운 식물 키우는 일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과실수나 꽃나무는 키우기 어렵지 않나요?
과실이 열리고 꽃이 피는 식물들은 창가나 베란다에 두는 게 좋아요. 그리고 물 빠짐이 좋은 배양토의 경우 손으로 눌러 2cm깊이의 흙이 말라 있으면 물을 주면 돼요. 무작정 영양제를 꽂기보다 틈틈이 흙을 만지고 찔러보며 물관리를 잘해주는 게 우선이에요.

Q 식물을 키우는 마음가짐에 대해 알려주세요.
꽃나무의 경우 꽃이 지고 나면 방치하는 바람에 죽이는 사람이 많아요. 꽃에 연연하지 말고 나무가 변해가는 모든 과정을 즐겁게 지켜보며 키웠으면 좋겠어요.

 


게으른 사람이라면- 수경식물부터 도전하세요

염리동 주택가에 자리한‘더플랜트’에는 식물을 처음 기르는 사람들이 도전하기 좋은 행잉 플랜트(걸어놓고 키우는 식물)가 많다. 세로그라피카, 틸란드시아처럼 땅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잎으로 습기와 부유물을 빨아들이며 살아가는 에어 플랜트와 기다랗게 늘어지는 디시디아, 립살리스 같은 식물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허유경 대표는 식물을 즐겁게 키우는 것을 가장 중요시한다. 기르기 쉽고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잘 맞는 식물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 시작이라고 조언한다.
 


Q 공중에서 크는 식물은 어떻게 물을 주고 말리면 되나요?
희귀 수입종인 틸란드시아는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거나 5분에서 10분 정도 물에 담가둔 후 뒤집어 두세 시간 말려줘야 해요. 잎이 물에 젖으면 색이 짙어지는데 원래 색으로 돌아오면 다 말랐다는 의미죠.

Q 게으른 사람들이 기르기에 가장 좋은 식물은 무엇인가요?
사실 에어 플랜트는 물을 자주 줄 필요는 없지만 물을 줄 때마다 걸어둔 화분을 내려야 하고, 몇 시간 말려야 하죠. 뒤집어서 충분히 말리지 않으면 밑동이나 화분 안쪽에 물이 고여 썩기도 하거든요. 그러니 귀차니스트들에겐 그저 화병에 물을 채워두기만 해도 되는 수경재배 식물을 추천해요. 수경식물은 시원해 보이고 가습 효과도 있어 방 안에 두기에도 좋아요.

Q 수경재배로 기르기 좋은 식물은 무엇인가요?
제가 특히 좋아하는 식물은 잎에 구멍이 숭숭 뚫린 몬스테라 오블리크예요. 줄기를 잘라 물에 담가놓으면 뿌리가 계속 돋아나고 잘 자라요. 테이블야자도 유리병 화분에 넣어 끈을 달아 매달아두면 벽면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어요. 뿌리가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 물이 줄어들면 다시 부어주면 돼요.

Q 수경식물의 뿌리가 많이 자라면 어떻게 하나요?
물에서 한두 해 키운 뒤 화분에 옮겨 심는 것을 추천해요. 처음에 옮겨 심을 땐 물 빠짐이 좋도록 일반 흙과 마사토 비율을 7:3으로 맞추고요.

Q 식물들이 죽기 전에 보내는 신호가 있나요?키우기 수월한 행잉 플랜트도 너무 건조하거나 햇볕이 강한 환경에 두면 잎끝이 말라
노랗게 변해요. 그게 바로 식물이 힘들어한다는 신호예요. 식물을 에어컨 바로 아래 두어서도 안 되죠. 집 안에서 키운다면 환기는 필수고, 서큘레이터를 이용해 공간 전체의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도 좋아요.

 


허브 입문자라면- 타라곤을 추천합니다

염리동 주택가에 자리한‘더플랜트’에는 식물을 처음 기르는 사람들이 도전하기 좋은 행잉 플랜트(걸어놓고 키우는 식물)가 많다. 세로그라피카, 틸란드시아처럼 땅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잎으로 습기와 부유물을 빨아들이며 살아가는 에어 플랜트와 기다랗게 늘어지는 디시디아, 립살리스 같은 식물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허유경 대표는 식물을 즐겁게 키우는 것을 가장 중요시한다. 기르기 쉽고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잘 맞는 식물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 시작이라고 조언한다.

 

Q 허브 키우기에도 난이도가 있나요?
가장 어려운 허브는 라벤더예요. 해와 바람, 물을 계절마다 적절하게 맞춰주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거든요. 그다음으로는 추위에 약하고 뿌리 몸살이 심한 호주산 유칼립투스고요. 외국에서 온 식물이 국내 환경에 완전히 적응하려면 적어도 3년은 걸린다고 해요.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요. 바질 역시 벌레가 꼬이기 쉽고 직사광선을 조금만 오래 받아도 잎이 금세 쪼글쪼글해져요. 허브 농장에 가면 해가 덜 드는 안쪽에 바질이 놓여 있어요. 입문하기 쉬운 허브를 꼽자면 프랑스 요리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타라곤이에요. 우리나라의 다시 팩처럼 타라곤은 월계수, 타임과 함께 묶어 프랑스 요리에 기본 육수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됩니다. 실내에서도 매우 잘 크는 편이라 방앗잎 대신 사용하기에도 좋고요.

Q 벌레는 어떻게 관리하나요?
벌레가 생겼다고 식물을 버리는 사람도 있는데 식물이 있는 곳엔 어떤 식으로든 벌레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식물을 많이 키워본 사람일수록 벌레를 덜 무서워하지요. 일단 벌레가 보이면 떼어 낸 다음 다른 식물로 옮기지 않게 주변 식물과 격리를 시켜주세요. 손쉽게 약을 칠 수도 있겠지만, 식물이나 사람에게 좋지 않아요. 벌레를 쫓아도 식물이 몸살을 앓을 때가 있어서 가급적 약보다는 병든 부분을 잘라 내고, 오염된 곳을 부드러운 천으로 깨끗하게 닦아 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개미가 뿌리 부분에 집을 지은 경우에는 뿌리 자체를 물에 담가 씻어 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벌레가 생기기 전 세심히 관찰하고 관리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요.

Q 식물을 오래 잘 기르는 비결이 있다면요?
항상 세심히 관찰해야 해요. 그래야 잎에 벌레가 생겼을 때도 반점이나 흙이라고 착각하지 않고 바로 대처할 수 있죠. 매일 사진을 찍어놓는 것이 식물을 들여왔을 때의 상태와 지금의 상태를 비교하기 좋은 방법이에요.

 


야생식물을 키우고 싶다면- 레드스타가 수월해요

통의동 골목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생김새의 생동하는 식물들이 늘어선 가게를 만나게 된다. 티트리, 유칼립투스처럼 익숙한 식물부터 소포라, 코로키아처럼 최근 인기가 많은 식물, 애스토니, 플렉수오사, 크레브라도 등 이름도 모양도 낯선 호주 야생식물들까지 각양각색으로 모여 있다.

작고 뾰족한, 은빛과 적색이 깃든 식물들을 자연스레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이곳은 인테리어& 라이프스타일 매거진<메종> 편집장을 지낸 노은아 대표가 꾸린‘가드닝 숍’이다. 숍을 꾸리기 전 그녀는 마음에 드는 식물들을 하나씩 마당에 들였는데, 열에 아홉은 잘 알려지지 않은 호주 식물이었다. 이름도 제대로 불리지 못하는 수입종을 곳곳에서 찾아내고, 직접 국내외에서 수십 종의 씨앗을 구해 심고 기르고 공부했다. 지금은 농장의 도매 상인들이 그녀에게 호주 식물에 대해 물을 정도다.

 


Q 식물들은 어떻게 키워야 하나요?
잎이 작은 식물일수록 야생성이 강해서 많은 일조량과 바람을 필요로 해요. 최근 코로키아를 공기정화 식물로 인식해 방 안에서 키우는 사람도 있는데, 코로키아는 야생식물이에요. 밖이 아니라면 최소한 볕과 바람이 잘 드는 베란다에서 키워야 하죠.

Q 초심자가 도전해볼 만한 식물들을 꼽는다면요?
적갈색 잎이 예쁜 레드스타를 권해요. 캐비지 팜의 일종인데, 물을 주는 양에 민감한 유칼립투스나‘헤비 드렁커’라는 별칭에 걸맞게 자주 물을 줘야 하는 소포라에 비해 기르기 수월해요. 호주 식물 가운데 볕이 드는 실내에서 키우기 적당한 종으로 우리나라의 주거 조건에 잘 맞아요.

Q 식물을 잘 못 기르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요?
정성껏 키운 식물이 죽으면 속상하지만 새로운 식물을 길러볼 기회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모든 생물은 언젠가 죽게 마련이니까요. 소철, 고사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식물은 7년 정도면 잘 키웠다고 하지요. 그래서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제겐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다시 식물을 잘 키우고 싶다면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복기해보고, 이 식물이 원하는 게 뭐였는지 다시 조사하고 되돌아보면 돼요. 경험만큼 좋은 공부는 없잖아요.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