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운전도 하지 말라고? 고령자 운전에 관한 설왕설래

기사 요약글

요즘 고령자 운전에 관한 설왕설래가 잦습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력, 순발력, 판단력 등이 떨어지는 만큼 운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이동권 등 개인의 자유를 침범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죠.

기사 내용

 

몇 해 전 탤런트 양택조 씨가 ‘운전 졸업’을 선언해 화제가 됐습니다. 뇌출혈, 부정맥 등의 질병을 겪은 그는 한 방송에서 운행 중 일어날 수 있는 ‘만약’을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으며,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를 끼치지 않는 것도 ‘애국의 길’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몇몇 지자체에서는 교통 이용권 등의 혜택을 내세워 고령 운전자의 자진 면허 반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과연 50+ 세대는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매일 아침 손수 운전해 손자를 등교시킨다는 김미향(가명) 씨

 

 

고령사회라는데 노인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고령자 운전 제한이 공론화되는 것만 봐도 그렇잖아요. 나이 들었으니 당연히 ‘순발력이 떨어질 것이다’라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확산시키는 것 같아서 오히려 서글퍼요. ‘초보 운전’ ‘아기가 탄 차’를 배려해주듯이 고령 운전자도 배려해줬으면 좋겠네요.

※경찰청에서는 도로교통공단과 협업해 고령 운전자의 차량에 ‘실버마크’를 부착해 다른 운전자의 배려를 유도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요즘 신차를 알아보고 있다는 고지영(가명) 씨

 

 

60대 초반에 노안이 오면서 야간 운전에는 특히 자신이 없어졌어요. 차선을 변경할 때 주춤하게 된다거나 코너를 돌 때 보행자를 못 봐서 사고가 날 뻔한 경험을 하다 보니 70대까지 운전하는 건 무리겠구나 싶더군요. 앞으로 점점 까다로워진다는데 지금까지의 면허 적성검사는 형식적인 수준이라 변별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꼭 법으로 강제해서가 아니라 고령 운전자 스스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교통관리계에서 7년을 근무한 경찰 김원서 씨

 

 

수년간 교통사고를 수사해온 입장에서 고령 운전자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야간에 일어나는 교통사고의 경우 70~80대 고령 운전자의 비율이 꽤 높았거든요. 조사를 해보면 ‘앞차와의 간격이 잘 가늠되지 않았다’ ‘눈부심이 심해 나도 모르게 중앙선을 넘었다’ 등의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 그런 문제들이 결국 신체적 노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나이가 들수록 순발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니까요.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운전면허를 반납하도록 유도하고, 그 대가로 대중교통 이용권 등을 지급한다고 들었는데 그보다는 좀 더 강력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 재산 피해 등을 구체적으로 목격한 제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20년간 용달차를, 10년간 승합차를 몰아온 강정학 씨

 

‘전문 기사’로서 노화로 신체 능력이 떨어져 운전을 그만둬야 한다는 논리에 동의할 수 없네요. 개개인마다 체감하는 노화의 정도가 모두 다르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장거리 운전을 몇 시간씩 해도 전혀 힘든 줄 모르겠더라고요. 틈틈이 등산과 자전거로 체력을 단련한 덕분이기도 하겠죠. 확실히 관리할수록 노화가 더디게 오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 능력이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한 가지 일에 수십 년 종사하며 쌓은 ‘노련함’이 그 한계를 보완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정부에서 택시를 줄일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초고령 택시 운전사가 ‘감차 대상자’ 1순위로 거론된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하지만 평생 습관처럼 운전을 하신 분들은 그 나름대로 뛰어난 ‘감’이 생기는 법이거든요.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사람을 ‘달인’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적성검사 주기가 빨라진다니 이제 ‘나이’ 말고 개개인의 운전 능력을 더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지난 2016년부터 75세 이상 운전자의 정기 적성검사 주기가 5년에서 3년으로 짧아졌다.

 

치매로 고생하는 아버지를 위해 귀향을 결심했다는 김정배(가명) 씨

 

 

퇴직 후 이곳 시골로 내려와 살면서 새록새록 운전면허증의 고마움을 느꼈어요. 시내로 나가는 버스가 하루에 네 대뿐이니 자가용이 없었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싶거든요. 저는 여생을 이곳에서 살 생각인데 언젠가는 고령 운전자로 분류돼 운전을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갑갑해져요.

고령자가 면허증을 반납하면 일정 금액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준다는데 혜택이 미미할뿐더러, 이런 시골에서는 그나마도 별 도움이 안되죠. 하루아침에 자가용이 주는 편리함을 포기해야 한다면 많이 허탈할 것 같아요. 운전에 생계가 달린 택시 기사나, 산골 주민들에 한해서는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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