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을 논하다

기사 요약글

문재인 정부가 채택한 핵심 경제정책이 소득주도성장이다.

기사 내용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주 52시간 근무제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취임 후 곧바로 두 공약을 실행했다. 정책이 도입된 지 2년이 가까워지자 이 정책을 놓고 찬반이 엇갈린다.‘부작용은 있지만 가야 할 길’이라는 주장과‘부작용만 낳아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한국 경제학의 석학인 성태윤 연세대 교수와 김소영 서울대 교수에게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물었다

 

* 소득주도성장이란?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이론으로, 포스트 케인지언(Post-Keynesian) 경제학자들이 주장한 임금주도성장론(Wage-led growth)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약력
·연세대 경제학과 학사 석사 졸업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하버드대학교 강의조교
·한국개발연구원 금융경제팀 부연구위원
·카이스트 경영대학 조교수
·현재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

 

실업률이 3.8%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정부가 고용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성태윤_국가적으로 고용에 문제가 생긴 건, 고용시장에 비용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입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너무나 급하게, 그리고 경직적으로 시행된 것이지요.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비용이 갑자기 확 늘어나서 사람을 더 고용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잖아요. 양질의 일자리는 제조업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제조업 중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건 대기업이지요. 이들 대기업은 수익이 나는데, 중소기업은 수익이 안 나요. 결국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고용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노동정책에서는 변화와 변신이 일어나지 못해요. 정부의 재정자금이 단기 일자리를 만드는 곳으로 주로 가잖아요. 그러지 말고 산업 이동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실업자들을 교육한다든지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약력
· 서울대 경제학 학사 졸업
· 예일대 경제학 박사
· 스페인 중앙은행 연구위원
·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과 조교수
·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소영_고용이 어려운 이유로 두 가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입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같은 경직적인 환경이 나아지면 고용 문제도 풀릴 텐데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그게 어렵지요.

두 번째는 경제입니다. 오랫동안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을 맞은 것이 문제입니다. 최근 가팔라지는 경기 하강도 역시 고용 상황을 더 어렵게 하고요. 이 두 가지 문제들이 합쳐져서 고용시장이 계속 악화되는 겁니다.


경제부총리는 올해 공공기관에서 2만3,000명 이상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민간부문 일자리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성태윤_공공부문 고용이 마중물이 된다는 것은 공공부문에 자금이 투입되어서 궁극적으로는 민간부문에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금 진행되는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그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통계 수치가 나아지는 데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규직 공무원도 늘리고 있는데, 공무원 채용은 꼭 필요한 부문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접근해야 합니다.
왜냐면 이게 모두 재정 부담으로 오기 때문입니다. 이미 공무원 연금기금이 사실상 바닥난 상태여서 새로 들어오는 공무원들의 연금 등은 대부분 세금으로 메워야 합니다.
김소영_ 공공 일자리가 늘어나면 경제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겠지요. 그런데 장기적으로 공공부문 일자리가 좋은 영향만 주지는 않을 것 같아요. 공공부문 일자리는 효율성과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경제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낮아지는 효과가 분명 있을 겁니다. 또 공공부문 일자리는 그냥 늘어나는 게 아닙니다. 세금이 들어가서 일자리가 생기는 겁니다. 그러므로 결국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마이너스가 될 거라고 판단합니다.

소득주도성장의 주요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 근무시간 단축 등이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나요?
성태윤_현 정부의 대표적인 두 가지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소득층을 지원해서 이들의 소득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정책은 저소득층 지원책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저소득층 지원은 그 사람들을 직접 타깃으로 해서 진행되어야 하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끌어올려 저소득층을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한다고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지는 않아요. 오히려 실제 최저임금을 줘야 하는 자영업자나 영세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저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이지요. 또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다 보니 기업들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어요. 그러니 직원 숫자를 줄이게 되고요. 그 과정에서 줄어든 일자리로 인한 피해는 저소득층이 지게 됩니다.
52시간 근무제는 장기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여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겠다는 정책 의도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매주 52시간을 반드시 맞출 필요는 없잖아요. 맞출 수도 없고요. 기업마다 업무 형태가 달라, 일이 몰리는 시기가 다른데 말이지요.
3개월, 6개월을 평균 내서 주당 52시간을 근무했는지를 보고 추가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보상을 하면 되지요. 하지만 현행법은 노동시간을 추가하면 기업주를 처벌하도록 돼 있죠. 그러니 기업에서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 겁니다.

김소영_52시간 근무제는 최저임금제와 달리 긍정적인 부분이 있어요. 노동시간은 줄어들지만, 소득이 줄지는 않아요.
기업 입장에서는 60시간씩 일을 시키다가 52시간 일을 시키면 생산이 줄어들어 좋아하진 않겠죠. 그러나 52시간은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근로자의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도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최저임금제는 현장에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이 제도의 시행으로 실제 피해를 보는 사람은 소득수준이 현저히 낮은 계층입니다. 실업이 이들에게 발생하고, 불평등이 이들 계층에서 두드러집니다. 또한 기업입장에서도 비용 상승의 요인이 되지요. 이윤이 줄어들고 도산이나 폐쇄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고요. 최저임금이 너무 낮은 것도 문제지만 우리나라처럼 너무 빨리 올리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고용 위기가 계속되고 소득분배가 제대로 안 되는 건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지 않아서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성태윤_고용 위기와 소득 불균형 개선을 위해 지금 정부가 재정을 푸는 의도는 이해합니다. 재정도 풀지 않고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을 순 없지요. 그러나 한 가지, 재정의 타깃이 제대로 됐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깁니다.
어려운 사람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직접 타깃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아닌 듯해서요. 재정은 산업을 재편하고 신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투입해야 효과도 커집니다.


김소영_고용 위기의 원인을 어떻게 보는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금의 고용 위기가 경기 불황 때문이라면 재정을 동원해야겠지요. 그러나 소득주도성장 때문이라면 재정을 푼다고 해서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겁니다. 지금은 중소 영세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있잖아요. 이건 시장을 왜곡시키는 거예요. 정부가 정말 저소득층을 돕고 싶으면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고, 직접 그 계층에게 돈을 주는 게 훨씬 낫습니다.
최저임금을 올리니 중소 영세기업이 어려워지고, 기업이 어렵다고 기업에게 보조금을 주고 있는 거죠.

 

현 정부의 포용국가론은 고세금-고복지의 북유럽형 복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태윤_포용국가와 혁신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의 불균형은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하다 보니 생긴 것이지요.
소득주도성장과 포용국가가 뭐가 다르냐고 물을 수 있는데요, 소득주도성장은 재분배를 하거나 임금을 높이면 성장한다는 개념입니다.
포용성장은 성장을 하는데, 성장의 결실을 소득이 낮고, 어려운 사람과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성장에 따른 과실이 일부에 너무 집중되다 보니 나온 개념입니다.
물론 포용국가론도 성장을 만들어 내지는 않아요.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이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따로 필요합니다. 다만 그 결과로 얻어진 과실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과실이 나눠져야 하는지는 복지라는 이름으로 해결이 가능한데, 이는 국가가 결정할 문제이고 이런 복지를 위해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를 국민과 정부가 합의해야 합니다.


김소영_북유럽형으로 가면 일할 유인이 줄어들 겁니다. 세금이 높고 복지가 잘돼 있으니까 누가 일을 하려고 할까요? 또한 고세금-고복지로 가면 실업률이 높아질 겁니다.
덜 일하면 생산과 소득이 줄고 경제성장률도 낮아지게 되고요. 요즘처럼 저성장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북유럽형을 적용하는 건 안된다고 봅니다. 북유럽형으로 가려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높아야 합니다.



소득주도성장으로‘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할까요?


김소영_소득주도성장 자체는 경제학적으로‘성장 이론’이 아니기 때문에‘성장’과 연계하는 것부터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요.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 소득이 증가할 것으로 보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감소해 오히려 노동 소득이 감소할 수도 있어요. 최저임금이 균형수준의 임금보다 높은 경우 고용은 원래 균형 수준 임금보다 줄어들지요. 이렇게 되면 실업이 발생합니다. 또 기업은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로 투자 여력이 위축돼 생산을 줄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소득주도성장의 근본적 문제점은 장기 성장과 관련이 없어 보인다는 겁니다.

또 일자리를 마련하려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수요(소비) 증가만으로는 안 되고 기술, 자본, 생산성 향상 같은 공급 측면이 받쳐줘야 하는데 저소득층 호주머니를 늘려주는‘소득주도’에다‘성장’이란 단어를 합성하면 안 됩니다. 또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메우기 위해 재정 확장, 미래세대 부담 증가, 정부부채 확대 등을 취하면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성태윤_고소득층에서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으로 소득을 옮겨 소비 증가로 성장을 견인하려는 정책은 소규모 폐쇄경제에서 경기부양 차원에서 일시적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우리나라와 같은 개방경제에서는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큽니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으로 영세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정부는 카드사들의 수수료를 인하했습니다. 정부의 시장가격 개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성태윤_정부가 1차 가격 시장, 즉 최저임금에 개입을 해서 부작용이 생기니 또 다른 가격에 개입하는 사례입니다.
중소영세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죽겠다고 아우성을 치니, 이들의 손실을 메워주겠다며 카드수수료를 강제로 깎아버린 것이지요. 그러면 카드사는 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수료 이익이 축소되니 당연히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일 겁니다. 결국 그 손실은 소비자에 가는 것입니다. 정부가 정책 실패를 다른 정책으로 막는 꼴이지요.
그 다른 정책으로 피해자가 또 생기는 거고요. 정부가 시장가격에 직접 개입하면 시장 왜곡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가격에 개입할 땐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물론 기업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당연히 개입해야 합니다. 기업의 불공정거래 같은 경우지요.
김소영_처음부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책을 구상해야 하는데, 급하게 출발부터 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는 형태이죠. 최저임금도 그렇잖아요. 시행했다가 잘못되면 중소 영세기업에게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지요.
물론 부작용이 나타나면 고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부작용을 예상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급히 시행부터하고, 뒤에 문제가 생기면 땜빵을 하는 식의 정책밖에 안 되는 겁니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성태윤_가격을 끌어내리고, 거래를 막아버리는 정책이 제대로 된 방향인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부동산정책은 너무 빨리 오르거나 너무 빠지는 걸 막는 게 제대로 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시장에 충격을 줘서 실수요자들까지도 집을 사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부동산정책을 오로지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어떻게 하면 주거 서비스를 개선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양질의 주거 환경을 제공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소영_부동산 분야도 정책을 계속 추가하는 방식입니다. 1년 반 동안 10여 차례 대책을 계속 내놓는 식이지요. 규제를 많이 내놓는다는 건 정책 방향이 좋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너무 많은 조치로 거래 자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지요. 이 경우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의 정책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이런 방식을 밀어붙여서 가격이 안정되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토지, 단독주택, 아파트 등에 대한 공시지가가 잇달아 큰 폭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공시지가는 각종 세금의기준이 되는데 국민들의 세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성태윤_세금은 조세법률주의에 입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법률주의에 입각한 것보다 더 많이 걷으려면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물론 공시지가를 올리는 건 국민적 합의를 얻어야하는 사항은 아니지요. 그러나 원칙은 있어야 합니다. 특정 지역이나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공시지가를 차등적으로 올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조세법률주의에도 어긋나고요.
공시지가를 올리려면 모든 지역의 공시지가를 균등하게 올리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다시 말해 공시지가를 매매가의 70%로 정하기로 했으면 전국적으로 모두 70%룰을 적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강남 등을 중심으로 한 특정 지역에 한해서만 더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으려면 법률로 정해야 합니다. 또한 세금을 얼마나 걷을 것이냐는 행정부가 아니라 입법부가 정하는 것이지요.



지난해에는 반도체가 있어서 경제가 버텨줬는데 올해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성태윤_반도체 외에 다른 산업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다양한 기술에 기반한 산업과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합리적인 규제 체계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다들‘규제완화’라고들 표현하는데요, 저는‘규제 합리화’라고 표현합니다.
규제가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산업 재편 과정에서는 필요하다면 정부가 재정지원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소영_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 된다고 하는데, 이 20%가 허물어지면 당연히 경제에 충격을 주게 되지요.
문제는 속도입니다. 급격히 안 좋아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뭐든지 예측이 가능하도록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려움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봅니다. 일각에서는 다른 산업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반도체가 오늘날 이렇게 커진 데에는 30년 전 투자가 기반이 됐잖아요. 그만큼 선도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고, 그 결정이 쉬운 게 아닙니다. 눈을 돌려 다른 산업을 돌아보면 이렇게 오랜 세월 꾸준히 투자한 산업이 흔치 않습니다. 그게 오히려 걱정입니다.



이번 정부는 물론, 모든 정부에서 규제완화를 외치는데 왜 쉽지 않을까요?


성태윤_먼저 이해당사자 문제입니다.
기존 산업이나 기존 영역에 이해당사자로 있는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했고, 또 이 사람들이 다른 분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교육도 시키고, 길도 터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경직된 노동시장과 강성 노조가 이유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공무원이 움직여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규제완화를 했다가 자칫 일이 잘못되면 공무원을 처벌합니다. 이러니 누가 나서겠습니까? 아무리 기업혁신을 주창해도 잘 안되는 이유도 바로 이 규제 합리화가 안 되니까 그런 겁니다.


김소영_먼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완화시킬 리스트에는 있는데, 실제로 안 하는 것이지요. 매정권마다 반복되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정부가 너무 디테일한 일에 간섭하지 말아야 해요. 지금도‘기업이 지적하면 정부가 다 고쳐주겠다’고 하는데 이게 바로 정부 주도 아닌가요. 과거에 국가 주도로 경제개발을 했을 때 하던 방식과 비슷해요. 정부가 규제를 타이트하게 만들어놓고 풀어 달라고 아우성치면 한 개씩 풀어주는 이런 방식은 좋지 않아요.
혁신을 하는 기업이 풀어 달라고 건의했을 때 정부가 미래 기술을 어떻게 다 알겠어요. 오히려 안 되는 것만 규정해놓고 여기에 거론되지 않는 건 모두 해도 되는 네거티브 방식이 좋은 규제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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