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브랜딩하다, 스마트폰 캘리그라퍼 낭낭

기사 요약글

1인 창업에서 중요한 것은 나다움을 찾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브랜딩 전략이다. 브랜드 공방을 운영하는 정언랑 씨(51세)의 사례를 참고하자.

기사 내용

 

Step 1 _ 브랜드 탐색과 구축

스마트폰에 낙서하다 아이디어를 얻다

 

2012년 스마트폰을 처음 구입한 날, 전화기에 글씨를 쓰고 그림도 그리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그날부터 스마트폰 낙서 삼매경에 푹 빠졌다. 취미로 시작했는데 낙서 같은 그림이 하나에서 열이 되고 백 개가 되고 매일 쌓이자 이른바 콘텐츠가 되었다.

이를 페이스북에 게재하니 사람들 반응이 흥미로웠다. “딱 내 마음입니다” “정말 위로가 됩니다” 생전 본 적도 없는 이들의 공감과 감사의 댓글이 달리고 팬이 생겼다. ‘낭낭’이라는 내 닉네임에 꼬리표처럼 ‘작가’가 붙더니 어느새 나는 낭낭작가가 되어 있었다.

쌓인 콘텐츠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일로 연결하면 어떨까 싶어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2013년 SK텔레콤에서 ‘리스타트’라는 타이틀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여기에 지원했다.

 

 

 

Step 2 _ 브랜드 구축

창업 지원 프로그램 통해 스마트공방을 열다

 

첫 난관은 바로 사업계획서 작성이었다. 시장분석, 시장규모, 수요예측 등 어려운 용어들을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전문가의 도움과 토론을 통해 내 생각을 조금씩 정리해갔다.

이 과정에서 아이디어만 있고 실체가 없이 막연했던 나의 구상이 비로소 사업적 모델로의 기초를 갖추게 되었다. 형식적 서류로 보였던 사업계획서가 구체적 방향이 담긴 지침서가 된 것이다. 이렇게 구상한 브랜드가 스마트공방이다.

개인의 감성이 담긴 사진, 그림, 혹은 캘리그래피 등 이미지 콘텐츠를 머그잔이나 액자 등에 프린팅하여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일상용품을 만드는 새로운 개념의 공방으로, 자체 앱을 개발하여 스마트폰에 저장된 개인의 이미지들로 바로바로 유저가 직접 가상 제작할 수 있도록 한 것.

브랜드 이름은 내 작가명을 따서 ‘낭낭공방’으로 명명했다. 나의 사업 제안은 주문 제작 방식의 커스터마이징과 애플리케이션, 나 같은 신진작가들을 위한 콘텐츠 플랫폼 구축이라는 특성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아 지원 대상자로 뽑혔고 상금과 기술지원을 받게 됐다. 취미로 시작한 낙서가 나를 사업이라는 다른 세상으로 이끈 것이다.

 

 

 

Step 3 _ 브랜드 확산과 관리

골목 가게의 스토리를 기획해주는 브랜드 공방으로

 

공방 일이 손에 익을 무렵, 평소 알고 지내던 셰프가 식당을 새로 열 예정이라며 멋진 이름을 지어 달라고 찾아왔다. 기초 작업으로 먼저 편하게 대화를 시작했다. 셰프 일을 왜 시작했는지, 왜 그곳에 밥집을 열려고 하는지 등등 이것저것 묻다 보니 그의 아내도 셰프 출신으로 부부가 실력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터뷰를 바탕으로 ‘부부 사기단’에서 연상해 ‘부부요리단’이라는 네이밍을 했다. 또 나의 손글씨로 로고화된 간판 디자인을 했으며 매장 곳곳에 아날로그 감성을 심기 위해 나의 타일 작품들을 사용했다.

이 일이 또다시 전환점이 됐다. ‘부부요리단’이 외식업계에서 유명해지면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달라는 고객들이 생겨난 것이다. 이때 1인 기업이나 규모가 작은 기업은 자신의 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를 매우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영업 혹은 작은 기업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콘셉트 기획을 통한 브랜딩을 해주는 곳이 없었던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본 이후 자연스럽게 개인의 감성을 표현해주던 스마트공방은 브랜드의 감성을 표현해주는 브랜드 공방으로 색깔을 바꾸어나갔다.

브랜드 확산은 사람을 통한 소개, 즉 아날로그 방식으로 한다. 디지털은 빠른 확산을 가능하게 하지만, 아날로그만큼 신뢰를 주지 못했다. 실제 온라인에서 찾아온 고객들과는 대부분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스토리 기획이라는 의미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단순히 로고 디자인이나 해달라는 식이었다. 그래서 작업해준 업체를 통해 소개받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알렸다. 오히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소개해서 훨씬 이해도 빠르고 조율도 수월했다.

또한 고객과의 미팅 방식도 달리했다. 대개 고객들은 자신의 매장으로 오라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내 사무실로 오라고 한다. 내가 일하는 방식이 당신과 맞는지 확인하라는 것이다. 고객과 서로 맞춰보는, 의뢰받고 납품하는 수직적 관계가 아닌, 같이 의논하고 성장하는 파트너십 관계를 맺기 위해서다.

흥미로운 점은 고객이 자기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나라고 보기 때문에 다음 행보를 결정할 때도 가장 먼저 찾아와 의논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 덕에 지금은 외식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져 꾸준히 작업 의뢰가 들어온다. 고객층도 병원, 한의원 등으로 다각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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