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난성 호도협 트레킹

기사 요약글

트레커들의 발자국으로 다져지고 있는 윈난성 호도협.

기사 내용

호도협은 과거 마방(馬幇)들이 무거운 짐을 등에 이거나 말에 싣고 생존을 위해 걸었던 차마고도의 한 줄기다. 말들의 배설물과 마방들의 땀방울로 얼룩졌던 그 길이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트레커들의 발자국으로 다져지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험준한 교역로

세계의 지붕 티베트고원, 그곳에 사는 이들에게 먹거리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해발 4,000m가 넘는 척박한 땅에서 가축을 끌고 물과 풀을 찾아다니며 유목민의 삶을 살아야 했다. 목축과 육식으로 단백질은 풍부했으나 채소가 모자라서 비타민은 결핍이었다. 동쪽 헝돤산맥 너머 먼 길로 들어오는 중국의 차(茶)는 그래서 그들에게는 절실했고 생명수나 다름없었다. 티베트와 인접한 중국 쓰촨과 윈난 지역의 차(茶)가, 티베트고원에 풍부했던 말(馬)과 물물교환되던 오랜 옛길(古道)이 차마고도이고 그 길의 일부가 호도협이다. 차마고도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험준한 교역로로 정평이 나 있다. 이 길을 통해 티베트인들은 차는 물론 소금과 약재 등 고원 지방에 필요한 생필품들을 얻을 수 있었고, 티베트고원에서 길러진 우수한 전투마들이 저렴한 가격에 중국 내륙으로 보급될 수 있었다. 중국이 수많은 왕조 체제로 분열되거나 통합되면서 강력한 국가체제로 발전해온 데에는 근대 이전까지의 충분한 전투마 공급이 큰 역할을 했다.
 

호도협을 걷다

차마고도는 티베트를 넘어 네팔과 인도까지 이어지는 등 여러 갈래의 길들이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알파벳 T 자 모양을 이루는 두 개 경로가 많이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티베트 남동과 윈난성 북서 지역을 잇는 쓰촨성과 미얀마 사이의 좁은 구역은 삼강병류(三江幷流) 협곡으로 유명하다. 험준하면서도 특이한 지세가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지역으로 유네스코 세계 자연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삼강병류’라는 단어 뜻 그대로 세 개의 강이 나란히 흐르고 있다.서쪽의 누장강은 남서쪽 국경을 넘어 미얀마 살윈강으로 흐르고, 가운데의 란창강은 계속 남으로 흐르며 윈난성을 종단한 후 라오스로 들어가 메콩강이 된다. 동쪽의 진사강은 양쯔강(揚子江=長江)으로 이름만 바꿔 중국 대륙을 횡단해 한반도의 서해 바다로 흘러간다. 이 삼강병류 협곡의 동쪽 가장자리 구역에 호도협(虎跳峽)이 있다. 그 옛날 포수에게 쫓기던 호랑이(虎) 한 마리가 강물 한가운데 바위를 디딤돌로 삼아 단숨에 강을 건넜다(跳) 하여 이름이 호도협이다. 강과 협곡의 폭이 좁고 깊은 데다 상류와 하류의 낙차가 백수십 미터에 이르다 보니 물살은 거세고 난폭하다. 이 협곡에는 강 건너 옥룡설산을 바라보며 반대편 합파설산의 능선을 따라 강과 나란히 이어진 22km 산길이 있다. 이 길은 페루의‘잉카 트레일’과 뉴질랜드‘밀퍼드 트랙’과 함께 세계 3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로 간주되기도 한다. 호도협 트레킹은 옥룡설산과 진사강의 비경을 다양한 각도로 만나며 걷는 꿈같은 여정이다. 중국 소수민족들의 요람인 윈난성 여행의 백미이기도 하다.

 

첫날

차오터우에서 차마객잔까지 12km, 6시간
해발 1,850m~2,670m~2,450m

호도협 관문인 리장시에서 트레킹 출발지인 차오터우까지는 자동차로 두세 시간 걸린다. 우리 기준으로는 한 시간 거리지만 도로 여건이 아주 열악하다. 호도협 입구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면 트레킹이 시작된다. 고도를 높이면서 하천가를 따라 인근 마을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허름한 민가가 있고 크고 작은 건물들이 새로 지어지는 공사 현장이 많다. 잠시 후 길 우측 멀리로 진사강의 구불구불한 곡선이 장엄하게 드러난다. 포장도로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면서 길은 갑자기 가팔라진다. 다소 힘은 부치지만 전망은 더 좋아지고 흙과 풀을 밟는 감촉이 부드럽다. 짙은 갈색의 흙탕물을 잔뜩 머금은 진사강이 계곡 아래로 도도히 흐르고, 강 양쪽으로는 가파른 능선을 타고 여러 갈래의 길들이 지그재그를 그리고 있다.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오르고 내리고를 두 시간가량 반복하다 보면 중간 기착지인 나시객잔에 도착한다.

 

‘나시(納西)’는 이 지역 진사강 일대에 많이 사는 소수민족 이름으로 나시객잔은 호도협 트레킹 1박 2일 동안 식사나 음료, 숙박을 위해 거쳐 가는 한 곳이다. 첫날 점심을 먹기에 딱 알맞은 지점이다. 나시객잔에서 잠시 쉬고 나면 이후부터는 마음의 각오가 필요하다. 해발 2,100m에서 첫날 최고점인 2,670m까지 올라야 한다. 오르막길이 지그재그로 스물여덟 번이나 굽이쳤다 하여 이 구간은 28밴드라고 불린다. 호도협 구간 중 가장 난코스지만 장엄한 옥룡설산의 봉우리 부분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구간이기도 하다. 28밴드 정상을 넘어 편안하게 하산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계단식 밭 뒤편으로 하얀 벽의 웅장한 기와집 여러 채가 나타난다. 차마객잔이다. 나시객잔에서 한 시간 점심 먹고 출발한 지 세 시간 만이다.

 

둘째 날

티나객잔 지나 중호도협까지 12km, 7시간
해발 2,450m~2,080m~1,600m

차마객잔을 나서면 잠시 나시족 마을을 지나고 윈난성 소수민족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다양하게 엿볼 수 있다. 이곳에서 중도객잔까지는 전체 트레킹 거리 24km 중 5km에 해당된다. 호도협의 백미나 다름없는 구간이면서 높낮이가 전혀 없는 완전한 평지다. 그러나 길은 넓지 않고 가끔은 아찔하다. 절벽 중턱에 바위를 깎고 다듬어 조그만 길을 냈기 때문이다. 거의 수직으로 뻗은 계곡 밑으로 진사강이 누런 흙탕물을 굽이굽이 쓸어 나르는 모습이 절경이다. 중도객잔은 천하제일 측으로 유명하다. 측은‘측간’ 즉 화장실을 말한다. 용변을 보려고 앉으면 탁 트인 네모 칸 밖으로 드러난 설산의 전경이 천하제일이라는 의미다. 그만큼 중도객잔은 건물 전체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에 지어졌다. 발코니 겸 옥상에 오르면 중턱마다 얇고 흰 구름을 껴안은 옥룡설산이 바로 눈앞에서 우람하게 버티고 서 있다. 설산이라고 하지만 봉우리에는 흰 눈보다 구름이 더 많다. 중도객잔을 지나 30분 뒤에 만나는 관음폭포는 호도협의 또 다른 백미다. 수직의 절벽을 타고 흐르는 폭포수가 거세 보이고 계곡의 높이만큼이나 낙차가 커서 웅장하다. 그 폭포수 중턱을 뚫고 길이 이어진다. 관음폭포에서 티나객잔까지는 편안한 내리막 흙길이다.

1박 2일 트레킹을 마친 이들은 티나객잔에 배낭을 맡겨두고 중호도협 계곡 바닥까지 마지막 힘을 들여 다녀올 것을 추천한다. 고도차 500m를 가파르게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기 때문에 꽤 힘에 부칠 수가 있다.하지만 유유하게 흘러내려오던 진사강물이 중호도협 구간에서 갑자기 폭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거센 소용돌이 물살로 변하며 만들어 내는 경이로운 대자연이 서너 시간의 수고로움을 충분히 보상해준다.


찾아가는 교통편
윈난성의 쿤밍까지 인천국제공항의 직항을 이용한 뒤 중국의 국내선으로 갈아타면 호도협 관문인 리장까지 갈 수 있다.

비용
중국어 가능 인원을 포함한 4인 1조 자유 여행이 가장 효율적이다. 기본 비용은 리장 호도협 왕복 교통비 3만원, 호도협 입장료 1만5천원, 하루 숙박비는 2인실 방 하나에 2~3만원.<인상리장> 공연과 옥룡설산 패키지 비용 15만원 등이다. 항공료는 최저 30만원부터 다양하다.

여행하기 좋은 시기
이른 봄인 3~4월이나 늦가을인 10~11월이 적기. 우기인 6~8월은 산사태나 낙석 등 위험 요인이 많다.

트레킹 전후의 여행지
하루 정도 투자해 장이머우 감독의<인상리장> 공연을 관람하고 케이블카를 이용해 옥룡설산 해발 4,506m까지 올라보자. 최소 하루 전에 리장 시내에서 패키지 투어를 신청하는 게 실용적. 트레킹을 끝내고 돌아갈 때에는 상호도협에서 내려 계곡 아래까지 다녀오는 게 좋다. 호도협을 상징하는 호도석이 서 있는 유명 관광 명소다.
 

도보 여행가 이영철

퇴직 후 5년 동안 자신이 선정한‘세계 10대 트레일’을 모두 종주했다.
<안나푸르나에서 산티아고까지><동해안 해파랑길><영국을 걷다><투르드 몽블랑> 4권의 여행서를 출간했다. 그의 여행 기록은 블로그 누들스 라이브러리(blog.naver.com/noodles819)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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