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엄마가 되어주세요

기사 요약글

유기, 친권 포기 등을 이유로 '둥지'를 잃은 아기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곳이 있다. 바로 위탁가정이다. 개인의 보람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꼭 필요한 위탁가정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기사 내용

 

역삼동에 있는 대한사회복지회 건물 지하 1층에서는 매달 합동 돌잔치가 열린다. 색색의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아기들이 돌잡이며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은 여느 돌잔치와 다르지 않지만, 여기 모인 아기들은 모두 국내외 입양을 기다리고 있거나 입양 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정이 있다.

2017년 한 해 동안 863명이 국내외로 입양됐는데, 이 아기들 가운데 일부는 새로운 가족을 만날 때까지 일반 가정에서 자라는 행운을 누렸다. 얼핏 당연해 보이는 '가정 양육'을 '행운'에 비유하는 건 단체 양육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시설'로 보내지는 아이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생후 36개월 미만인 아이들은 가족 안에서 인격, 정서적 표현력 등을 갖춰가기 때문에 가정 보호가 필요하며, 장애 아동이나 몸이 아픈 아기는 양육자의 세심한 관찰과 케어가 필수다. 그러나 위탁가정 수가 턱없이 모자라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인데, 이러한 현실에서 기꺼이 고된 육아를 자청하는 위탁모들의 선행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손주냐고요? 우리 아들입니다


위탁모 경력 11년 차, 곧 열세 번째 아기와 이별을 앞두고 있다는 박순례(64세) 씨는 남편 김형진(66세) 씨와 함께 오늘도 '황혼 육아' 중이다. 능숙한 솜씨로 기저귀를 갈고, 예민하게 젖병 온도를 가늠하는 부부의 모습이 자연스럽기만 한데, 아기를 데리고 외출할 때마다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에 웃음이 터지곤 한단다.

"이상해 보이긴 하겠죠. 할아버지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아이더러 자꾸 '엄마한테 와, 아빠가 안아줄게' 같은 소리를 하니까 다들 '정말 늦둥이를 본 거냐?'고 묻더라고요(웃음). 아닌게 아니라 정말 젊은 시절 아이 키울 때 기분이 들어요. 그때는 먹고사는 게 힘들어 새끼들 예쁜 줄 몰랐는데, 나이를 먹고 보니 아기가 이렇게 귀하고 예쁠 수 없어요."

 

 

박 씨가 처음으로 집에 아기를 데려온 건 11년 전이었다.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집에 있다 보니 무료하다 못해 우울증까지 생길 지경이었는데 마침 위탁가정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어느 정도 생활의 여유도 찾았겠다 이제부터라도 사회에 의미 있는 도움을 줘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녀는 "버스 운전을 해야 하는데 밤낮 우는 갓난아이를 데려오면 어떻게 하냐"는 남편의 우려를 뒤로한 채 갓 백일을 넘긴 남자아이를 맡았다.

"그 녀석 덕분에 우리 부부가 생이별을 했어요. 나는 안방으로, 집사람은 작은방으로 말이죠(웃음). 울기는 또 얼마나 울었다고요. 그래도 예쁘더라고요. 웃어도 예쁘고 울어도 예쁘고. 언젠가 헤어질 걸 알면서도 마냥 내 식구처럼 정이 갔어요."

집에 아기가 들어오자 무뚝뚝하기만 했던 두 아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퇴근하면 방문을 닫고 들어가기 일쑤였던 아들들이 집에 오자마자 아기를 보겠다며 성화였던 것. 그렇게 온 식구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던 아기에게 어느 날 해외 입양이 결정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때 온 식구가 얼마나 정식 입양을 고민했는지 몰라요. 이제 내 자식과 다름없는 아이를 스웨덴으로 보낸다고 생각하니까 눈물부터 나더라고요. 우리 아들들이 엄마 아빠 나이가 많아서 부양하기 힘들어지면 자기들이 책임지겠다고 큰소리칠 정도였지만, 냉정해져야 했어요. 부유한 양부모 밑에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자랄 수 있는 아이를 우리 욕심으로 주저앉히는 게 아닐까 생각하니 보내주는 게 맞겠더라고요."

오십견이 찾아온 터라 아이를 보내고 좀 쉬려고도 했으나 막상 멀리 아기를 보내놓고 나니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덩그러니 남은 아기 장난감을 보며 삼 일 밤낮 눈물 바람이었다는 그녀는 결국 새 아기를 데려와 포대기로 업은 채 어깨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그렇게 부부가 마음으로 낳아 기른 아이가 벌써 열세 명.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쌓은 추억을 더듬어보면 반은 웃음이고 반은 눈물이다.

 

 

 

 

"핏덩어리일 땐 우유 먹고 토하는 게 안쓰럽고,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 어디 부딪혀 다치지 않을까 늘 걱정이죠. 가구 모서리에 부딪혀 피가 철철 나는 애를 엎고 응급실에 달려가기도 했고, 요로감염으로 입원한 아이 때문에 처음으로 병원에다 큰소리치며 항의한 적도 있었어요. 농약 한 번 안 친 채소를 길러 애 입에 넣어줄 땐 행복이 이런 건가 싶고, 아기띠를 맨 채 여수 향일암에 올랐던 생각을 하면 고생은 했어도 그만한 추억이 또 없더라고요. 맡아 기른 아이만큼이나 추억이 대단합니다."

한창 낯을 가리기 시작해 엄마 껌딱지가 돼버린 이번 아기도 양부모가 정해져 곧 스웨덴으로 갈 예정인데, 사무실에서 전화가 올 때마다 금방 아이를 데려가는 게 아닐까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한다는 부부다.

울며불며 매달려 같이 통곡하게 하는 아기, 정을 떼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양부모의 품에 안겨버리는 아기…. 부부가 기억하는 아이들의 마지막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어떤 아이든 애틋하고 특별한 마음이 드는 건 매한가지라고. 아이가 잘 크고 있는지 늘 궁금하지만 행여 적응하는 데 방해가 될까 싶어 연락해보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것은 부부 나름의 배려고 애정이다.

"주위 사람들 반응이 반반이에요. 대단하다고 치켜세우는 한편, 왜 사서 고생이냐고도 하는데 저는 이 일이 고생스럽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오히려 아기가 우리 가족에게 주는 기쁨과 행복이 더 크죠. 품 안에 아기를 품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게 하나도 없어요."

 

 

위탁가정에 도전해볼까?


(*시중에는 위탁가정을 관할하는 여러 단체가 있으며 다음은 대한사회복지회 기준으로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Q. 위탁가정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위탁 어머니의 나이는 만 65세 이하, 막내 자녀의 나이가 초등학생 이상이어야 합니다. 생후 12개월 이하 영아를 전적으로 맡아 길러야 해서 신청자 심신의 건강, 생활환경, 경제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적합 판정 여부를 가리게됩니다. 참고로 기관과 거주지 간 거리가 승용차로 1시간 내외일 것이라는 기준이 있습니다.


Q. 양육 물품을 직접 구입해야 하나요?

월별로 분유, 기저귀, 장난감, 의류 등 양육 물품을 지원하며 연령에 따라 도서 및 교구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또 질병, 장애를 가진 아동의 경우 정기검진, 수술 등 의료비가 지원되며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Q. 보수가 있나요?

기관과 지자체의 공동 보조로 하루 2만3000원대 양육비가 지급되며 국가에서 지급하는 별도의 양육 수당이 있습니다.
이 모두를 합하면 월평균 60~70만원가량이지만, 해당 금액에서 일정 비율을 다시 아이 양육에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라 보수보다는 봉사에 뜻을 둔 분들의 참여가 활발합니다.


Q. 교육을 받아야 하나요?

위탁가정에서 아이를 안전하게 돌볼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입양 절차 등 위탁모로 활동하기 위한 기초적인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시작으로 아동 학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 이유식 만들기 교육, 놀이 교육, 연령별 아동 발달에 관한 교육,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등 1년에 3~4번가량 정기적인 교육이 실시됩니다.


Q. 최소 활동 기간이 있나요?

따로 정해진 최소 활동 기간은 없습니다. 신체 건강한 아이들의 경우 생후 20개월 전후로 국내외 입양을 가게 되는데 그때까지 책임감 있게 아이를 맡아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Info. 대한사회복지회
문의 02-552-1017
홈페이지 www.sws.or.kr

 

 

 

 

[이런 기사 어때요?]

 

>> 보험상담사와 독거어르신, 전화기 너머의 '찐'우정

 

>> 아버지 병간호하며 부른 노래가 직업으로! 음악치료사

 

>> 속 편하게 사는 법, 단계별 소화 완전 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