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 감형,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사 요약글

2018년 떠들썩했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사소한 시비로 아르바이트 학생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심신미약 감형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를 반대하는 시민의 의견이 연일 쏟아졌고, 심신미약 감형 개정안을 담은 일명 ‘김성수법’까지 국회를 통과했다.

기사 내용

 

안종오 법무법인 서중 변호사

 

 

법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

 

정신분열 증상을 겪고 진단서까지 받은 의뢰인이 있었습니다. 심신미약의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해 재판부에 감정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까웠던 경험이 있죠. 음주나 약물은 얘기가 다르지만 정신분열처럼 자기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감경의 여지를 두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심신미약을 필요적 감경 규정으로 두고 있는데 이를 임의적 감경 규정으로 개정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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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법은 심신미약이 인정된 이상 반드시 감경을 해야 하는‘필요적 감경’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형은 무기징역으로, 무기징역은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유기징역은 1/2로 감형되는데 최근 한 의원은 이를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달리 판단할 수 있는 임의적 감경 규정으로 개정하자는 취지의 「형법」 일부 개정 법률안, 일명 ‘김성수법’을 발의했다.

 

 

이상훈 은혜병원 정신과 원장

 

 

처벌보다 ‘관리’에 관심을 두길

 

심신미약자를 처벌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입니다. 예컨대 조현병 환자의 경우 약물치료가 적절히 이루어지면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나 부적절한 행동의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집니다. 당연히 범죄를 일으킬 확률도 낮아지겠죠. 이렇게 미연에 방지하고, 예방할 필요가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만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부정적인 인식이 한몫을 합니다.

 

현실을 한번 볼까요? 정신과 진료를 받고 싶지만 의무기록에 남을‘F 코드(우울증ㆍ불면증ㆍ조현병 등을 일컫는 상병 코드)’가 걱정입니다. 원래 F 코드가 남아 있을 경우 민간 보험 가입에 제약이 따랐지만, 2016년 약관이 개정되면서 이런 우려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증상을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해도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 경우 약 복용을 비롯해 모든‘관리’의 부담을 개인이나 가족이 떠안아야 합니다. 현재 각 구마다 정신건강증진센터를 두고 퇴원 후 집에 거주하는 환자를 관리하고 있지만 불과 두세 명의 직원이 관내의 모든 조현병 환자의 관리를 맡다 보니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조현병 환자가 강력범죄를 일으키면 일부에서는 모든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며 평생 격리시켜야 한다는 식의 극단적 논리를 펼칩니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에 비해 훨씬 낮은 게 사실이며 감정에 치우친 주장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그보단 우리 사회가 환자의 약물 관리에 대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정책적, 제도적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이 발전적일 것입니다. 더불어 정신장애인에 대한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PLUS INTERVIEW

실제로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에 비하여 훨씬 낮은데 2015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강력범죄율과 경범죄까지 포함해도 일반인의 50% 미만이라고 보고되었으며, 전체 범죄 중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는 0.4%에 불과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심신미약 감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신중해야


심신미약, 심신상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존재하죠. 선악 판단이 되지 않는, 그야말로 자신의 살인 행위가 놀이나 장난 정도로밖에 인식되지 않는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교도소에 보낸다 한들 의미가 있을까요? 감정의 필요성이 생기면, 국립법무병원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약 한 달에 걸쳐 대상자에 대한 면밀한 정신감정을 시행하는데 굉장히 엄격한 기준으로 판정하기 때문에 이 공식적인 절차에 대해서는 신뢰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다만 음주 감경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에요. 특히 주취 폭력은 고민이 깊죠. 음주운전에 대해서는‘투 스트라이크 아웃제’ 가 도입됐지만, 주취 폭력은 노숙자 등 사회의 특정 계층에서 많이 일어나는데 그 사람들을 무작정 교도소에 수감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거든요.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 경찰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를 목적으로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를 현행 0.05%에서 0.03%로 강화하고 음주운전 2회 적발 시(기존에는 3회) 면허가 취소되는‘투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주취자를 보고 술을 조심하게 됐다는 경찰관 김대희(가명) 씨

 

 

신고를 받고 출동하니 술 취한 남자가 난동을 부리고 있었어요. 여자 친구의 한마디에 격분해 화가 난 모양인데 단순 주취자인 줄 알았지만 간질 증세로 치료 중인 환자라더군요. 이 경우는 심신미약자일까요 아닐까요. 그만큼 모호한 면이 많아요. 홍대, 강남역처럼 취객이 많은 동네에서 근무하다 보면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있는데 어떤 죄를 저지르든‘술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는 멘트는 똑같아요. 다른 건 몰라도 술 취했으니 봐주자는 분위기는 정말 뿌리 뽑혔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취해도 기억은 다 나는 법"이라 말하는 애주가, 법무사 장대룡 씨

 

 

참 이상하죠. 법정에 선 피의자들이 대개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며 결정적인 혐의는 모르쇠로 일관하는데 본인에게 유리한 정황에 대해서는 또 그렇게 기억을 잘해요. 본인의 유불리를 따져가며 기억이 난다, 안 난다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 있나 싶죠.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정확하다는 법원 공무원 고진석(가명) 씨

 

 

진짜 심신이 미약하면 본인 입으로 어필하기 전에 이미 다들 알아보지 않을까요? 양형에 영향을 주니까 죄지은 사람 열에 아홉은 다 심신미약을 주장하는데, 어차피 재판 자체가 주장과 방어를 하는 과정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판단은 판사가 할 테니까요.

 

 

아동 범죄에 유독 분노를 느낀다는 아빠, 이성준(가명) 씨

 

 

조두순이 술김에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을까요? 전 아니라고 봐요. 이미 범죄를 계획해놓고 일말의 양심적 가책이나 망설임에서 벗어나고자 술을 먹은 거겠죠. 열 명의 범인을 놓쳐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기면 안 된다는 게「형법」의 기본 정신이기 때문에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을 완전히 폐지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보다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여론에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 PLUS INTERVIEW

2008년 8세 아동을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은 만취 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이 인정돼 1심 징역 15년에서 2심 12년형으로 감형돼 2020년 출소했다. 당시 이 판결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들끓었는데 이 때문에 대법원에서는 2010년 아동성범죄에 대해 형량을 높이는 한편, 주취 경감을 배제하는 양형 기준안을 내놓기도 했다.

 

 

야간 당직을 서 무척 피곤하다는 교도관 이동헌(가명) 씨

 

 

교도관의 업무 가운데 하나가 수감자에게 약을 전달하는 일인데,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비율이 정말 높아요. 아마 대부분이 재판에서 우울증 약을 복용할 만큼 심신이 불안정하다는 주장을 할 테지만 저 사람은 ‘마음이 아프구나’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죠.

몸을 씻지 않거나 멍하니 앉아만 있는 사람들인데, 그런 친구들은 복용 지시를 받은 약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요. 전국에 치료감호소라고는 공주치료감호소가 유일한데 시설이 늘어나 치료와 관리가 정말 필요한 사람들을 수용했으면 합니다.

 

 

딸 키우는 엄마로서 걱정이 많다는 간호사 이영은(가명) 씨

 

 

병원에서 잘 관리되던 조현병 환자들이 집으로 돌아가 증세가 악화되는 걸 보면 안타깝죠.

약을 꾸준히 챙겨 먹어야 하는데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니 일일이 약을 먹었는지 체크하는 게 본인도 가족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조현병 환자들이 일으킨‘이변’에 가까운 사건보다 멀쩡하게 사회생활 잘하던 사람이 술 먹고 저지른 강력범죄가 더 현실적인 공포죠.

 

 

하루 최소 네 시간 이상 뉴스를 털어놓고 있다는 주부 윤경숙 씨

 

 

심신미약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니까 정말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까지도 날 선 시선을 받는 것 같아요. 심신미약을 주장한다고 해서 다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고요. 범죄를 저지를 당시에 판단 능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라 평소 심신미약 상태라도 인정되지 않을 수가 있고, 반대로 멀쩡했던 사람이 딱 그 순간에만 해까닥(?)했어도 심신미약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하네요.

뉴스를 보니 실제 인정되는 비율이 20%가 채 안 된다는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 법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거예요.

 

 

▶ 인터넷 댓글로 보는 여론

 

- 우리 애가 뉴스를 보다 심신미약자가 뭐냐고 묻길래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라니까 그렇게 아프면 누워 있어야지 어떻게 사람을 때리러 나오냐고 오히려 되묻더라고요.

- 심신미약을 관리 안 한 것도 죄 아닌가요? 가중처벌을 해도 모자라죠. 자제 못 할 정도로 술을 마셨으니 2배, 정신질환이 있으면서도 치료 안 했으니 2배. 이런 식으로 형량×2 했으면 좋겠어요.

- 저도 스트레스성 위염으로 약을 복용 중인데 그럼 우발적으로 사람을 패도 감형되나요? 사고 치려면 일단 정신과 가서 두어 달 치료받고 오면 되나요?

- 강간, 살인 같은 흉악범의 죄를 감형해주는 건 피해자와 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에요. 뉴스 보다가 제가 심신미약에 걸리겠어요!

- 술 먹고 범죄 일으킨 사람들은 음주운전처럼 혈중알코올농도를 체크해봤으면 좋겠어요. 정말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취한 건지 아닌지 밝혀내면 좋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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