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세요, 메르타 할머니처럼

기사 요약글

도전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은퇴 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스웨덴 할머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에게 물었다.

기사 내용

“안녕하세요.”
멀리서도 한눈에 그녀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글로 ‘메르타 할머니’라고 쓰인 셔츠를 입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지만 씩씩한 발걸음에서 건강함이 넘쳐 났다. 소설 속에서 노인 강도단을 이끌며 기발한 아이디어로 은행을 터는 메르타 할머니의 현실판을 보는 듯했다.

잉엘만순드베리는 70~80대 다섯 명이 강도단을 만들어 노인들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 온갖 일을 벌이는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다. 그녀는 최근<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 출간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이 작품은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에 이은 세 번째 작품으로 이 시리즈는 스웨덴에서 70만 부 이상, 전 세계적으로 2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40여 개 나라에서 번역되었다.

그녀의 이력은 흥미롭다. 15년간 스톡홀름과 오슬로, 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의 해양 박물관에서 근무한 수중고고학자였고, 한때 기자로도 일했다. 이후 은퇴를 한 뒤 제2의 삶으로 작가를 택해, 64세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 인생에서 선택의 순간마다 호기심을 최우선에 놓고 결정한다고 한다. 덕분에 하루하루 즐겁지 않은 날이 없다는 그녀는 자신의 삶에 솔직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은퇴 이후 뒤늦게 작가가 된 계기가 있나요?
수중 고고학자로 인생 대부분을 바닷속에서 살았어요. 덕분에 침몰한 배에서 유물을 찾아내 돈도 넉넉히 벌었지요. 그런데 은퇴 후 연금을 타면서 생활하니 수입이 절반으로 줄더라고요. 큰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했고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와중에 주변에서‘글을 잘 쓰니까 책을 한번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듣고 도전하게 됐어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선생만의 글쓰기 비결을 소개한다면?
사실 여덟 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그러다 40대에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어린이책 등 열일곱 권 정도를 썼지요. 그런 경험이 글쓰기로 인생 2막의 돌파구를 열 수 있도록 도움이 됐어요. 또 이왕 책을 쓴다면 베스트셀러를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시중에 나온 베스트셀러 책들을 2년 동안 연구했어요.

제 결론은 누구나 읽기 편해야 하고, 친절하고 다정한 면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제 소설의 주인공들은 은행을 털면서도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고,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누구나 행복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킵니다.

 

메르타 할머니는 어떤 연구를 통해 탄생했나요?
고령화사회에 노인을 영웅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시니어들도 본인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을 것이란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택한 주제가‘은퇴한 노인들이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였지요.
요양원이 배경이 된 건 10년 전 이모께서 요양원에 계셨는데 꽤 좋은 혜택을 받고 있었어요. 돌보는 사람도 있고 세끼 식사가 아주 잘 나왔지요. 예술가가 주 1회 방문해서 노래와 공연도 해주었고 커피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는데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비용 절감 차원인지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이 다섯 명에서 한 명이 되었어요. 그로 인해 노인들의 외출이 불가능해졌고, 하루에 마실 수 있는 커피가 세 잔으로 제한되기도 했지요. 너무 화가 났어요. 그들은 오늘의 스웨덴을 만든 분들인데 원하는 만큼의 커피도 마실 수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아, 말년에 자기만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려면 감옥에 가야 하는구나’ 싶었지요. 감옥에서도 세끼가 제공되고, 체조하는 시간이 있고, 하루 1시간 외출이 가능하니까요. 거기서 소설을 착안해 요양원보다 차라리 감옥이 낫다며 요양원을 탈출해 범죄를 저지르는 유쾌한 노인 강도단을 떠올린 것이지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을 목표로 했는데 바람대로 제 책의 독자는 7세부터 106세까지 다양합니다. 특히 11~14세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데 제 정신연령과 딱 맞는 것 같아요(웃음).

 

은퇴 후 소설을 쓰면서 나이 때문에 겪은 어려움은 없었나요?
오히려 늦게 시작하면 이미 자기 안에 가진 책이 두껍기 때문에 쓸 게 많다고 할 수 있지요. 살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본 것도 경험한 것도 많아서 글을 쓸 때 굉장히 유용합니다. 사실 나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요. 제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80세 전후입니다. 처음에는 더 어린 나이를 고민했지만 생각해보니 (스웨덴) 사람들은 80세가 넘지 않으면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또 80세가 넘어도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고요. 실제로 106세인 제 친구는 96세에 블로거가 돼 지금도 열심히 블로거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후 더 이상 늙는 것을 걱정하지 않게 됐지요(웃음).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내 책을 노인들뿐 아니라 젊은이들,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읽어주고 웃는 것을 보면서 행복을 느낍니다.

 

나이 듦의 기준은 어디에 두나요?
나이 듦의 기준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몸을 지녔든 간에 마음과 성격이 젊으면 늙지 않는 것이지요. 몸이 마음만큼 안 따라주면 식습관을 조절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지요.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나요?
저는 성격이 아이 같아요. 딱 열세 살 어린이 수준의 마음 상태라고 할 수 있지요. 건강한 몸을 위해 매일 아침 체조를 하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 산책을 합니다. 식생활은 과일과 채소, 견과류를 많이 먹고 정제 식품보다 신선 식품 위주로 섭취하지요. 그렇다고 건강염려증에 걸린 것처럼 예민한 편은 아니고요. 인생을 즐겨야 하기에 적절한 수준에서 노력합니다. 중요한 것은 항상 새로운 프로젝트, 새로운 할 일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울해지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고 지내는 기간은 절대 3일을 넘기지 않습니다.

 

삶의 균형이 너무 일에 쏠려 있는 건 아닌가요?
저는 늘 일을 해야 행복한 사람이에요.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좀 쉬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쉬면 뭘 할 건데” 하면서 반문하지요. 저는 일할 수 있는 것이 즐거움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관심사가 굉장히 다양하고 많아요. 글쓰기뿐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하루가 48시간이라도 어렵지 않게 하루하루를 잘 보낼 수 있어요.

 

호기심이 많나요?
어려서부터 호기심 천국이었지요. 제가 역사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남이 보지 못한 역사를 보고 싶고 발견하고 싶어 수중고고학자가 되었지요. 육지의 역사는 많이 연구했지만 바다는 연구가 별로 없었거든요.
또 바다 아래 뭐가 있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다이빙을 배워 직접 바다 밑으로 들어가서 확인했지요. 이 외에도 작가, 화가, 가수, 기자도 하고 싶었어요. 하나하나 해보려고 노력했고요. 지금은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싶어요. 시간과 돈이 허락되면 갤러리도 하나 열고 싶네요.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요?
어떤 도전이든 망설여본 적이 없습니다. 할까 말까 고민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깁니다.

 

나이가 들어도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나요?
나이가 들면 원래 하던 일도 속도가 느려지고 질도 떨어지는 등 예전보다 못하게 됩니다. 그러면 우울해지거든요. 그러나 새로운 걸 시작하면 못했던 것을 점점 더 잘하게 되잖아요. 그렇게 도전은 또 다른 나의 성장을 가져오는 것이지요. 그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해요. 인생에서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이유이고요.

 

그럼 도전 과제는 어떻게 찾나요?
호기심과 흥미가 참 중요해요. 저는 더 이상 수중고고학자가 아닙니다. 지금 이 나이에 매일 9시간씩 수중 탐사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요. 그래서 늘 제 주변에서 생기는 일을 따라갑니다. 새로운 흥미를 따라가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고 또 그게 뭐든 잘 알게 되면 금방 싫증이 나요. 그래서 늘 새로운 도전 과제를 찾지요. 가령 이 책을 쓰면서 재미도 있고 편안했지만 더 어려운 도전 과제를 생각했어요. 재미도 있으면서 어려운 주제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면서 생각한 것이 평화와 전쟁을 같이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싶었지요. 다음에 쓸 책의 도전 과제입니다. 이렇게 언제나 도전 과제를 설정하고 따라가는 식으로 작업을 하지요.

 

지금껏 목표로 한 건 다 이뤘나요?
거의 다 했는데 가정을 이루는 것은 못 해봤습니다(웃음). 약혼은 한 적이 있어요. 결혼을 고민하던 시기에 호주 인도양에서 7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무인도 탐사를 앞두고 있었지요. 약혼자가“카타리나, 결혼하면 그 일은 못 해” 하고 말하는데 등줄기가 싸늘해요. 결국 약혼자와 헤어지고 호주로 갔지요. 그만큼 모험 욕구가 컸거든요. 어려서부터 뭐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자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그걸 삶의 목표로 삼고 지금까지 살아왔고요. 언제나 도전과 모험을 선택했는데, 개인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렸다고 생각합니다.

 

늘 도전에 성공하는 선생만의 비결이 있다면?
자기최면을 걸어요. 제 자신을 속이는 겁니다. 처음에‘난 베스트셀러를 쓸 거야’라고 했지만 사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지요. 하지만‘난 쓸 거야’라고 최면을 걸어요. 못 쓰더라도 시도는 하게 되니까요.

 

지금 자신에게 걸고 있는 최면은 뭔가요?
300년 이상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읽힐 고전을 써야겠다고 최면을 걸고 있어요. 물론 어렵지요. 하지만 그런 목표를 설정했기에 재미있게 책을 쓰게 됩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찾고 행복을 느끼거든요.

 

자신을 굉장히 사랑하는 분이네요?
저는 제가 살아온 방식이 마음에 듭니다. 생각해보니 꽤 괜찮은 삶을 산 것 같아요. 왜냐면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같이 있는 자유를 느끼며 살았고 그 누구도 나에게 뭘 하라고 시키는 사람도 없었지요. 종종 자식들이 부모들에게“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하면서 시킬 때가 있어요. 저는 자식들이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 세대들이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의 행복을 위해서 자식들은 간섭하지 말고 뭐든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책 속의 메르타도 약혼한 상태인데 사랑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메르타를 결혼시킬까 말까를 놓고 고민 중이에요(웃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사랑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버지는 동갑이었던 어머니가 92세 때 돌아가신 후 자신의 비서와 7년 동안 함께 살다 돌아가셨지요. 아버지는 그 기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하더군요. 숨이 멎는 순간까지 누구나 사랑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이에 따라 방식이 달라질 뿐이지요.

 

마지막으로 중년들에게 조언한다면?
삶은 좋은 날을 만들기 위한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날을 좋은 날로 만들기 위해 계속 싸워야 하는 게 삶이지요.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자신을 돌보고 좀 더 긍정적인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걸 배우세요. 그럼 젊게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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