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역사를 걷다, 산티아고 순례길

기사 요약글

꼬박 하루를 걸으면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그렇게 한 달을 보낸다면 그의 뇌리에는 어떤 세계가 만들어질까? 때로는 우주를 품을 만큼 깊고 원대한 세계가 그 속에 생겨날 수도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런 기회와 가장 가까워지는 여정이다.

기사 내용

 

 

 

 

1000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성찰의 길

 

 

산티아고(Santiago)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성(聖)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이다. 야고보가 헤롯 왕에게 참수되면서 열두 제자 중 최초의 순교자가 되었는데, 그 유해가 안치된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이어지는 여러 갈래의 길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현대에 이르러 파울로 코엘료가 1987년도에 이 길을 걷고 <순례자>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해 대성공을 거두면서 종교인뿐 아니라 세계인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종교인들만의 순례길에서 일반인들의 사색의 길, 자기 성찰의 길로 유명해진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4대 코스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가는 순례길은 여러 갈래지만 일반적으로 4개 코스가 많이 알려져 있다. 프랑스 국경 마을 생장피드포르에서 출발하는프랑스 길(Camino Frances)은 스페인 북쪽 지역을 동에서 서로 횡단하는 루트다. 스페인 남부 세비아에서 출발하는은의 길(Via de la Plata)은 스페인 내륙을 남에서 북으로 종단하는 루트로 1000km가 넘는다.

 

이베리아반도 북쪽 해안을 따라가는북쪽 길(Camino del Norte)은 대서양을 바라보며 걷는 해안길이다. 해안이지만 산악 지형이 많고 고저 차가 커서 난이도가 가장 높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시작하는포르투갈 길(Camino Portuguese)은 도로를 걷는 비중이 높고, 풍광도 대체로 평이하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걷는 길은 782km에 달하는 ‘프랑스 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면 대부분은 이 루트를 지칭한다. 중간에 높은 산과 가파른 고개를 넘어야 하지만 전체적으로 평지가 많아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COURSE 1 _ 289km

생장피드포르에서 부르고스까지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인 피레네산맥을 넘는 첫날이 가장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출발 전까지 컨디션 관리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팜플로나다. 헤밍웨이가 소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를 통해 세상에 알린 산페르민 축제의 분위기를 축제 기간이 아니라도 실감할 수 있다.

 

팜플로나를 떠나면서 넘는 페르돈 고개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다. 해발 800m의 고개 위에 순례자들을 형상화한 철제 조형물이 유명하기 때문이다. 1단계의 마지막 도시 부르고스는 우리의 충무공처럼 스페인의 민족 영웅인 엘시드의 고향이다. 이슬람 무어인들에게 점령당했을 때 독립운동으로 나라를 구한 영웅의 동상과 자취가 많이 남아 있다.

 

 

 

 

COURSE 2 _ 184km

부르고스에서 레온까지

 

 

부르고스의 도심을 벗어난 뒤부터는 그 유명한 메세타(Meseta) 고원이 펼쳐진다. 지나온 1단계가 역동적인 산악지대였다면 2단계는 해발 700m에 펼쳐진 광활한 평원지대다. 시간이 많지 않거나 체력이 부족한 순례자들은 2단계를 걷지 않고 대중교통으로 건너뛰기도 한다. 광활한 밀밭에서 황량한 아름다움에 젖어들 수도 있지만, 그늘 하나 없는 해발 700m의 고원이 지루하고 힘겨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레온시는 산티아고 순례길 노선상에서 가장 큰 도시다. 전체 여정의 3분의 2가 끝나는 지점으로, 하루나 이틀 정도 머무르면서 심신을 쉬게 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도시다.

 

 

 

 

COURSE 3 _ 309km

레온에서 산티아고까지

 

 

1단계는 산악지대, 2단계는 평원지대라면 3단계는 산악과 평원이 적당히 섞인 지역이다. 이 지역에 속한 도시 사리아는 단축 구간 순례를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시간이 없거나 체력이 안 되어 전 구간을 다 걸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이곳부터 산티아고까지 최소 100km만 걸어도 단축 순례 증명서를 내준다.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하는 여정은 대개 두 가지다. 늦은 오후에 도착해서 다음 날 정오 미사에 참석하는 여정과 도착 직전 마지막 마을인 몬테데고조에서 숙박을 한 뒤 다음 날 아침 5km를 걸어 산티아고 대성당 정오 미사에 맞추어 도착하는 여정이다. 그래서인지 대성당 광장에는 30일 또는 40일 순례를 마친 세계 각지의 순례자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감동을 표현하는 모습이 펼쳐져 색다른 감동을 자아낸다.

 

 

FINAL

피니스테레까지 마무리 여행

 

 

산티아고까지 순례길을 완주한 이들은 로마시대 때 ‘세상(terre)의 끝(finis)’이라고 알려졌던 피니스테레 (Finisterre)까지 90km를 마저 걷기도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을 하기도 한다. 또 피니스테레 절벽에서 대서양 일몰을 마주하면서 한 달 이상 신고 걸었던 신발을 불에 태우며 자신을 새롭게 하는 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그래서 절벽 바위 곳곳에 불에 탄 흔적이 완주의 기쁨처럼 보인다.

 

오랜 역사 속에서 쌓여온 여러 문화와 수많은 사람들, 그들의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를 가득 품고 있는 곳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찾아가는 교통편

파리에서 몽파르나스 역으로 이동한 뒤 TGV로 5시간 이동해 바욘에서 내려 시골 열차로 갈아타면 순례 시작점인 생장피드포르에 도착한다. 

 

 

최저 비용

숙박과 식사에 돈을 쓰는 게 거의 전부다. 하루 숙박비 1만5000원, 식음료 비용 3만원에 기타 비 5000원을 추가하면 하루 평균 비용은 5만원 정도. 한 달로 잡으면 총 150만원이다.

 

 

숙박

5~20km마다 시골 마을이나 소도시들이 이어지고, 숙소를 일컫는 ‘알베르게’도 많다. 사전 예약을 하지 않아도 별문제가 없다. 숙박비는 6000원대부터 2만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달은 7~8월이다. 한 달 이상 걸리는 장기 여정인 만큼 휴가나 방학 기간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 하지만 한여름에 메세타고원을 걷는 건 고역일 수 있고 붐비는 숙소도 적지 않은 불편함을 준다. 겨울은 문을 닫는 숙소들이 많다는 게 문제다. 걷기 쾌적하고 숙소도 여유 있는 4~5월이나 10~11월이 좋다.

 

 

여행 팁

가장 중요한 건 배낭 무게를 최소화하는 것. 매일매일 마을을 지나기 때문에 기본 물품은 휴대하지 않아도 현지에서 그때그때 다 조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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