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MY PET

기사 요약글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커지기 전부터 주인을 잃고 가엽게 울던 동물을 감싸 안은 이들이 있다. 동물을 평생의 가족으로 맞이한 스타들의 이야기.

기사 내용

반려묘가 알려준 인생의 태도

김완선


직접 꾸몄다는 김완선의 집에 들어서자 고양이 다섯 마리가 햇빛 아래 누워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낯선 사람이 들어섰는데도 시선 한번 주지 않고 여유로운 모습을 유지하던 우아한 고양이들은 모두 유기묘 출신이다. 그녀가 유기묘에 관심을 두고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은 유기묘 구조 활동을 하는 동생 때문이다. 동생이 유난스럽다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지만, 가까이서 지켜보다 보니 김완선 역시 고양이들의 대모가 되어 있었다.
“동생이 유기묘 스무 마리 정도를 보살피고 있어요. 한 마리가 새 주인을 찾아가면 또 다른 고양이를 구조해 다시 입양 보내곤 했죠. 처음엔 그만하라는 말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본인이 그 일을 하면 행복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한두 마리씩 잠깐 맡아 달라고 데려다 놓은 게, 벌써 다섯 마리가 된 거예요. 저도 정이 들어 보낼 수가 없더라고요. 사실 저는 한집에 동물을 여러 마리 두는 건 학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버려지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으니, 별수 없더군요. 그래도 여기 있으면 굶어 죽을 일은 없잖아요.”

곧 나올 싱글앨범과 콘서트 준비 때문에 잠 잘 시간도 없는 그녀가 유기동물에 관한 인터뷰 제안을 받아들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동생처럼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유기동물을 위해 말 한마디 던지는 게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 사는 분들은 많이 외로워하잖아요. 그런데도 선뜻 입양은 못 하세요. 경험이 없기에 굉장히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저 역시 대소변 치우는 게 귀찮을 때도 있지만 일상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설거지랑 똑같은 거죠. 약간의 귀찮음만 감수하면 좋은 점이 얼마나 많은데요. 제가 뭘 하든 졸졸 따라 다니기 때문에 혼자인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요.”

 

 

많은 사람이 유기동물을 입양해 함께 행복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김완선은 최소한 이유 없이 동물을 괴롭히는 것만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사료 위에 독약을 뿌려놓거나 길고양이를 잡아다 다리를 부러뜨리는 사람도 있잖아요. 제발 그런 분들이 줄어들길 바라요.”

김완선은 고양이 다섯 마리와 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무언가를 위 해 아등바등 살지 않게 된 것이다.

“고양이들이 좋다고 그릉그릉 하다가도 갑자기 짜증을 내며 숨어버려요. 저도 이 아이들처럼 본능적인 삶을 살고 싶어요.주인이 한번 쓰다듬어주면 감사하고, 간식을 달라고 조르 다가도 안 주면 금세 포기해버리는, 발버둥 치지 않는 삶 말이죠.”

 

 

현재, 가장 행복한 순간

신효범


신효범은 경제적 능력과 시간이 생긴 삼십 대 초반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살았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행복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함께 살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그때부터 그녀는 쭉 동물과 함께 살았다. 오랜 시간 키우던 진돗개가 죽고 나서 힘든 시간을 지내다 아리라는 하얀 고양이를 데려왔고, 현재는 개 네 마리,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특이한 점은 키우고 있는 개가 모두 대형견이라는 점.
“10년 전만 해도 이상한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유기견 보호 명목으로 지원금을 받아놓고 개는 보신탕 집에 팔았거든요. 끔찍한 현실을 알게 되니 사람이 밉더라고요. 돈을 벌기 위해 생명을 죽인다는 게 이해가 안 됐어요.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죠.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은 대형견을 입양하는 거였어요. 유기견 중에서도 대형견은 키우는 데 부담이 커 입양이 잘 안 되거든요. 우리 집에는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었기에 큰 애들 위주로 입양을 했죠.”

신효범은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본능적으로 무섭고 싫은 것 역시 이해해야 한다는 것. 다만 동물과의 교감에서 오는 행복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저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어요. 저랑 놀아준 게 강아지뿐이었거든요. 이제 이 아이들 없이 산다는 게 상상이 안 돼요.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있으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요. 가끔 보면 상처받기 싫어서 동물을 입양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있어요. 개가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까 봐 미리 걱정하는 거죠. 그건 자기중심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반려동물은 사랑과 더불어 보호해줘야 하는 상대예요. 동물이 인간보다 짧게 사는 건 당연하잖아요. 그 아이들이 나한테 상처 주고 싶어서 죽는 게 아니니까요. 나보다 빨리 세상을 떠나는 만큼 더 좋은 추억 만들어줘야죠.”

 

 

온갖 고통을 감싸주는 힘이 가족에서 비롯된다고 믿는 그녀는 반려동물을 곧 가족으로 여긴다. 돌볼 식구가 많아 힘들 것 같다는 질문에 그녀는 오히려 편하면 뭐 하냐고 반문한다.

“사람들이 그래요. 왜 그렇게 희생하면서 사느냐고. 그럴 때 전 힘겨움이 아니라 힐링이라고 말해요. 계속 편안한 일만 있다면 그게 인생일까요? 고통도 있고 슬픔도 있는 게 삶인 거죠.잠 한 시간 줄여서 애들 밥 주고 대소변 치우면 되는 거고, 술 마시며 노는 시간 줄여서 산책하면 되잖아요. 사람마다 행복의 관점이 다르겠죠.”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것으로 인해 행복해지는 삶이 좋다고 했다. 가수 활동을 활발히 하던 때도 무대 위에서 노래하던 4분을 제외하면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살았기에 가수로서 여한이 없다. 이제는 외딴섬에서 자신의 반려견들을 풀어놓고 여유롭게 사는 게 꿈이라는 그녀, 반려동물과 함께 뛰어노는 상상을 해서일까, 그녀의 웃음소리가 유독 경쾌하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삶

이용녀


포털사이트에‘연예인’과‘유기견’이라는 키워드를 함께 검색하면 배우 이용녀가 가장 많이 노출된다. 그만큼 오랜 시간 꾸준히 유기견을 위해 달려왔다는 이야기다. 강아지 한 마리 돌보기도 쉽지 않은 현실에 60마리가 넘는 유기견과 함께 산다는 게 가능할까 싶지만 그녀는 이런 타인의 걱정에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철이 늦게 들었어요. 마흔이 넘어가면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죠. 그 전까지는 그저 내 능력 때문에 잘되는 거라 자만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받은 만큼이라도 돌려주고 떠나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죠.”

스스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그녀는 어느 날, 학대를 당하는 유기견들의 사연을 접하게 됐다. 지금껏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다 다시 입양 보내는 일을 하게 된 이유다. 한 마리라도 더 좋은 곳으로 보내려 최선을 다한 결과, 10년간 1500마리의 아이들에게 새 삶을 찾아줄 수 있었다.

“개에 미쳐 산다고 사람들의 타박도 많이 받았어요. 그 시간에 얼굴을 더 가꿔 배우 생활에 이득이 되는 일을 하라고 했죠. 그런데 인간은 다 가질 수 없잖아요.난 마음이 부자예요. 내가 가진 모든 걸 아이들과 나눠 쓰죠. 만약 이 아이들을 돌보지 않았다면 밤새 술을 마셨거나, 인생이 허무하다며 세상을 탓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그런데 지금은 쓸데없는 생각을 할 시간이 없어요. 연기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아이들을 돌봐야 하잖아요. 온종일 일하다 베개에 머리를 대면 바로 잠들죠.”

 

 

그녀는 쉬지 않고 움직인다. 얼마 전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에서는 의사가 운동선수냐고 물어볼 정도로 나이에 비해 많은 근육량이 측정됐다. 그만큼 헌신적으로 유기견을 돌보는 그녀지만 앞으로는 더 유기견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얼마 전, 포천으로 이사를 왔는데 이 주변에 육견 농장이 많더라고요. 새벽만 되면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어요. 어제까지 눈을 맞춘 아이들이 다음 날이면 사라지니까 이건 안 되겠다 싶어 광화문으로, 국회로 시위를 나갔죠. 1년에 500만 마리가 육견 농장에서 도살되니 제가 한두 마리씩 유기견을 입양해 돌보는 게 무의미하다는 판단이 들더라고요. 차라리 육견 농장을 막는 게 효과적이잖아요. 현재 많은 수의 육견 농장이 무허가 상태고, 그나마 허가 받은 곳도 개들에게 먹이랍시고 항생제 범벅인 음식 쓰레기를 먹인대요. 그 항생제를 먹는 건 결국 보신탕을 소비하는 사람들이겠죠.”

육견 농장 얘기에 목소리가 격양되던 그녀는 끝까지 개들을 위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선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순 없다는 것. 그녀의 투쟁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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