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할 수 있습니다

기사 요약글

치매를 ‘치료할 수 없는 병’이 아닌 ‘예방 가능한 병’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기사 내용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현국 교수는“습관을 바꾸면 노년기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 수는 2024년에 100만 명, 2050년에 2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의 증가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

그렇다면 답은 예방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예방적 행동이 치매 유병률을 30% 이상 줄인다고 입을 모은다.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현국 교수를 만나 치매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물었다.

 

Q.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2년 앞두고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다행히 예방 가능한 병이라는 인식도 확대된 것 같고요.

요즘은 치매가 예방과 관리가 가능한 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치매는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가 쌓이면서 경도인지장애를 거쳐 알츠하이머병 말기까지, 길면 30년 동안 일어나는 호흡이 굉장히 긴 병입니다.
이 때문에 치료제가 없는 현재로서는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게 답이고, 실제로 예방적 행동을 통해 치매 유병률이 30~40%가량 낮아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Q. ‘나도 치매 초기 증상인가?’ 하고 의심할 만한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옛날 기억은 살아 있는데 최근의 일은 기억나지 않는 게 전형적인 경도인지장애 단계입니다. 방금 들은 걸 잊어버린다든지, 자꾸만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하면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깜빡깜빡하는 걸 건망증이라며 가벼이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사소한 인지장애라도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사소한 인지장애가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Q. 치매를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는 생활 습관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첫째는 혈관 관리입니다. 혈관은 우리 몸에서 상하수도 역할을 담당하는 파이프입니다. 노인성치매를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배출되지 않고 쌓이는 것도 혈관 관리가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혈관 및 순환계 관리를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둘째는 주기적인 운동입니다. 30분을 하더라도 규칙적으로 1주일에 3~5번씩 숨이 헐떡거릴 정도로 빠르게 걷는 게 좋습니다. 그 밖에 충분한 숙면, 올바른 식습관, 우울증 관리 등이 있습니다.

임현국 교수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동 병원 뇌건강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치매에 관한 다양한 주제의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

 

Q치매 예방에 좋은 음식이 있나요?

치매는 혈관 관리가 중요하다고 했지요? 따라서 혈관에 좋은 음식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지중해식 식단’이라 부르는 것들이 대개 그렇습니다. 통곡물, 올리브오일, 흰 살 생선 등이죠. 이는 몸에 좋은 식물성기름과 짜지 않은 식단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찾아보자면 현미와 같은 거친 곡물, 들기름을 들 수 있죠. 전체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량도 줄이는 게 좋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음식을 꾸준히‘식습관’으로 길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Q식생활도 중요하지만 정서 관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노인 우울증이 치매로 이어지기도 한다면서요?

물론입니다. 자기 관리를 잘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감정이 안정되신 분들입니다. 스트레스도 덜 받고 늘 여유가 있죠. 반대로 스트레스와 걱정이 많은 사람은 우울증도 더 잘 옵니다.

문제는 이 우울증이 치매 위험을 1.6~1.8배 정도 높인다는 사실이죠. 그래서 즐겁게 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르신들의 경우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웬만하면 (걱정 등을) 내려놓는 게 좋습니다. 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이 세계 1위인 것도 이 재정 자립도와 무관하지 않거든요. 시대가 바뀌면서 자기 노후는 자기가 준비하는 것이 더 당연하고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Q치매 환자가 늘면서 치매 환자 가족의 고통도 조명받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도 조언할 내용이 있나요?

치매라는 병의 진행 과정을 잘 아는 게 중요합니다. 처음에 치매에 걸린 가족의 행동을 보고 당황하고 놀라는 이유도 이게 병의 과정이라는 걸 모르기 때문이죠.‘저 양반이 왜 저래?’가 아니라‘병으로 인한 자연스런 행동이구나’를 알면 대처하고 간호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또 하나, 적절한 케어 방법과 시점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가족이 집에서 환자를 관리하는 시점이 있고, 전문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시점이 있습니다. 후자의 시점이 오면 환자를 위해서나 가족을 위해서나 전문 간병인이 있는 곳으로 옮기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나라는 간병과 관련해서 많은 편견이 개입되고 에너지가 소요되지만, 결국 그게 가족 서로에게 더 나은 방법이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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