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공개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

기사 요약글

연일 쏟아지는 재테크 정보 속에서 무엇을 취해야 할까?핵심은 이슈부터 살피는 것이다. 그래야 향후 돈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기사 내용

 

ISSUE 1.터키, 브라질 통화 위기

 

주요 신흥국들의 통화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51%, 터키 리라화는 42%, 브라질 헤알화도 17% 넘게 급락했다. _CNN

이슈 풀이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올해 초만 해도 큰 수익을 올려줄 투자 유망 국가들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이들 국가들, 일명‘신흥국’들이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자국 통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외국계 자금 이탈이 심해지고, 금융시장이 붕괴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위기는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남아공, 필리핀, 칠레 등으로 번지고 있다. 왜 갑자기 신흥국들이 줄줄이 경제 위기, 통화 위기를 겪고 있을까? 터키의 통화 위기는 미국인 목사 장기 구금과 관련된 갈등으로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으면서 촉발됐다. 여기에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이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자, 리라화 가치는 속수무책으로 떨어졌고 외국계 자금이 이탈하고 금융시장이 무너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브라질도 비슷하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취약한 거시경제 여건 등에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헤알화 가치가 급락했고,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얼어붙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 신흥국 경제 위기는 경상수지 적자, 정치 불안 등 자국의 성장 동력이 무너진 가운데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외국계 자본 유출이 더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투자법현재 국내 투자자들에게는‘브라질 국채’가 가장 큰 관심사다. 브라질 국채 투자금이 무려 7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현재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연초 이후 17%, 최근 1년간 30%가량 급락했다. 당초 브라질 국채는 연 7~10%의 높은 이자를 지급한다는 점이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환차손이 발생해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위험성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A증권사가 판매하는 브라질 국채 상품은 최근 8개월 이자 수익이 3%에 육박하지만 환차손으로 -19% 손해를 입으면서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게 되었다. 채권 외에도 브라질 주식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 수익률도 마이너스다.
결론적으로 브라질 국채의 경우 신규 투자는 보류하는 편이 낫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천명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자. 브라질 헤알화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는 채권이든 주식 투자든 무조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ISSUE 2.분양원가 공개

 

정치권에서 분양원가 공개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경기도가 실제 건설공사비 원가를 공개했다._연합뉴스

이슈 풀이부동산 규제 대책에도 서울 집값이 끝을 모르고 오르자, 당국이 이번에는 분양원가 공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분양원가 공개 범위를 확대해 집값 거품을 빼겠다는 것은 지난 참여정부 시절 시행된 정책이다. 아파트 짓는 과정을 보면, 토지를 확보해 택지를 조성하고, 철골을 올려 콘크리트를 붓고, 미장하고 도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친다. 즉 이 모든 작업에 들어가는 원가를 알면 수요자는 실제 분양가와의 차이를 알 수 있다. 또 시행사와 건설사가 얼마나 많은 이익을 챙겼는지, 분양가에 얼마나 많은 거품이 끼었는지를 알 수 있다. 수요자는‘묻지마 투자’를 줄이게 되고 건설사는 분양가를 적정선에서 정하게 돼 결과적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안정된다는 취지다. 11년 전인 노무현 정부 때는 공공 분야에서는 총 61가지(분야)의 원가, 민간사업에서는 7개 항목의 원가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공공 분야는 12개 항목 공개로 대폭 줄었고 민간 부분은 공개 항목이 모두 폐지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분양원가 공개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분양원가 공개는 부작용도 많을뿐더러 현재 치솟는 집값을 잡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투자법이론적으로 분양원가 공개는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함께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꼽힌다. 하지만 검증이 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의 원가 공개 이후 2008년 말부터 2011년까지 부동산시장은 최악의 나날을 보냈지만, 이는 세계 금융 위기의 영향이 훨씬 컸다. 현재 시장에서는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찬성 쪽은 원가를 소비자(국민)가 훤히 알고 있으면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낮출 수밖에 없게 돼 주변의 집값도 같이 안정될 거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입장에서는 건설사들이 사업 진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공급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오히려 이 상황을 가속화할 거란 설명이다. 다만 분양원가 공개로만 치솟는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 이와 함께 얼마나 강도 높은 추가 규제와 공급 확대 정책이 더해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트럼프 리스크’로 불리는 미국발 대외 변수도 체크해야 한다. 지난 2006년의 부동산 열풍을 꺾은 건 결국 2008년 말 세계 금융 위기였다는 점을 기억하자.

정철진
매일경제신문 기자 출신으로<주식투자 이기려면 즐겨라><자본에 관한 불편한 진실> 등 재테크 서적을 10여 편 집필한 국내 대표적인 경제 칼럼니스트다. SBS 라디오<정철진의 스마트 경제>를 2년여간 진행했으며 현재 지상파와 종편 등에서 시사경제 평론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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