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지 않는 홀가분한 행복, 소유하지 않는 삶

기사 요약글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착하지 않으면 홀가분한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기사 내용

“지난해 여름 장마가 갠 어느 날 봉선사로 운허노사(耘虛老師)를 뵈러 간 일이 있었다. 한낮이 되자 장마에 갇혔던 햇볕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고 앞 개울물 소리에 어울려 숲속에서는 매미들이 있는 대로 목청을 돋우었다. 아차! 이때서야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 난초를 뜰에 내놓은 채 온 것이다. 모처럼 보인 찬란한 햇볕이 돌연 원망스러워졌다. 뜨거운 햇볕에 늘어져 있을 난초잎이 눈에 아른거려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중략) 나는 이때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난초에게 너무 집념한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_<무소유> 중에서

 

어느 날 법정 스님은 자신이 애지중지 키우던 난초에 대한 애정이 소유욕에서 비롯된 집착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후 하루에 한 가지씩 버리겠다고 다짐하며 무소유의 의미를 터득했다. 나이가 들면 버려야 할 마음가짐 중 하나가 바로 집착이다. 그리고 그 집착은 대부분 물건에서 시작된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이제 필요한 물건과 갖고 싶은 물건을 구별하며, 자신의 삶에 더 집중하는 삶을 택하고 있다. 실제로 뉴욕, 도쿄 등 세계 대도시의 자동차 소유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소유 대신 점차 빌리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언제부턴가 지하철역 근처마다‘따릉이’ 자전거가 늘어나고,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었다. 이처럼 함께 쓰기에서 시작된 소유에 대한 집착 버리기는 집과 자전거부터, 미술작품 그리고 취미용품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공유하는 세상을 이끌고 있다.

법정 스님의 말처럼 소유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고,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온 세상을 얻게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소유하지 않는 삶하나,
오래된 소리를 빌려주는 다락방

 


 

긴 세월을 지나온 1950~1970년대의 빈티지 기타와 앰프는 어떤 소리를 낼까? 빈티지 악기, 앰프 컬렉터 이승찬의 집 다락방에 자리한 빈티지하우스에는 미국 전역에서 수집한 빈티지 기타가 가득하다. 기타는 보디의 나무 종류에 따라 소리와 울림에 큰 차이가 나는데, 현재는 법으로 벌목을 제한하는 수종으로 제작된 옛 기타부터 100년도 더 된 기타까지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것들을 빈티지하우스에서는 직접 연주하고 빌릴 수 있다. 초기에는 컬렉터들에게 기타와 앰프를 판매할 목적으로 숍을 운영했는데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에 수요가 한정돼 대여를 통해 공유의 폭을 넓혔다.

덕분에 자이언티, 곽진언, 장범준 등 유명 뮤지션들이나 음악 애호가들이 뮤직비디오 촬영, 녹음 등에 사용할 기타를 빌리기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프랑스의 싱어송라이터 조이스 조나탕은 내한 공연 당시 빈티지하우스의 ‘1976 Martin D-35’를 빌려 연주했다. 뮤지션들은 각각의 기타 소리에 매료돼 종일 기타를 튕기며 머무는 일이 잦은데, 빈티지하우스의 마스코트 고양이 ‘먹’은 유명 뮤지션들의 연주를 코앞에서 듣는 호사를 누린다.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후 2~6시에는 늘 문이 열려 있고 그 외 시간에 방문하고 싶다면 문의해서 예약하면 된다.

주소 서울 성동구 독서당로 39길 37-31 신옥수빌라 문의 070-8802-3744

 

 

소유하지 않는 삶둘,
가게를 나눕니다

 


‘스토어셰어’는 시간대별 혹은 구조별로 비어 있는 매장을 공유해 한 매장에서 두 명 이상의 사업자가 가게를 함께 운영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공간의 주인에게는 월세나 관리비 등 고정비 절감의 기회를 주고, 창업자에게는 창업의 리스크를 줄여 사업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스토어셰어의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파트타임숍 셰어링’은 한 매장에서 낮과 밤으로 시간대를 나눠 가게를 운영하는 매장 공유 형태이며,‘숍인숍 셰어링’은 매장 한쪽의 남는 공간을 할애해 한 가게에서 두 아이템을 동시에 판매하는 식이다.

스토어셰어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단순히 공간을 제공할 공간주와 가게를 운영할 창업주를 연결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레시피 컨설팅을 통해 매장을 공유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업종 간 이질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하고 교육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예비 창업자뿐 아니라 기존의 매장 점주도 이용 가능하다. 추가로 오프라인 광고, 온라인 마케팅 서비스도 제공해 효율적인 홍보 전략을 제시하는데, 매장 점주와 창업자 간 연계 마케팅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문의 www.storeshare.co.kr

 

 


소유하지 않는 삶셋,
모두에게 열린 공유 주방

 


후암시장 인근에 자리 잡은 3평 남짓한 공간, 후암주방은 친구나 이웃끼리 모여 요리할 수 있는 공유 주방이다. 처음 문을 연 지난 3월만 해도 골목을 지나는 주민들이“뭐 하는 곳이냐”고 물어 왔을 만큼 생소한 개념의 공간이었다. 건축하는 청년들이 후암동에 모여 만든 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에서 기획, 운영하는 후암주방은 주방, 빨래방, 공부방처럼 마을 일대에 작지만 여러 형태의 공유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아파트 단지나 신도시 지역의 경우 노인정, 독서실 등 로컬 커뮤니티 공간이 많지만 후암동처럼 저층 위주의 주택가에는 드물기 때문. 기숙사나 고시원처럼 주방이 없는 주거 공간에 거주하는 청년들을 위한 주방을 만드는 것으로 첫 삽을 떴다.

지역 청년과 이웃들을 위한 공간으로 기획한 의도와 달리, 지금은 서울 전역에서 사람들이 친구와의 소소한 파티, 가족의 기념일 등을 위해 방문한다. 소금, 후추, 고춧가루 등 기본 향신료가 구비되어 있고 주방을 이용한 손님들이 두고 간 식재료도 냉장고에 가득하니, 먼저 주방에 들러 사용할 수 있는 재료를 확인한 뒤 후암시장에서 장보기를 권한다. 매일 오전, 오후 두 팀만 이용할 수 있어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기본 이용 시간은 3시간이며, 이용 요금은 시간당 5천~8천원이다.

주소 서울 용산구 후암로35길 39 문의 070-4129-6552

 

 

소유하지 않는 삶넷,
호사스런 테이블을 누리고 싶을 때

 


 

한남동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차리다 빌리지.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공간 가득 빼곡하게 늘어선 그릇과 소품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은아가 10여 년간 모은 5천 개의 그릇과 커틀러리, 패브릭, 소품 등을 빌릴 수 있는 곳이다. 작년 도쿄 여행 중 지인의 소개로 방문한 소품 렌털 프랍숍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 공간은 푸드 스타일리스트나 에디터 등이 주 고객층인데 최근에는 일반인의 방문도 늘고 있다. 특별한 날, 단 한 번의 테이블 스타일링을 위해 온종일 시내를 누비며 그릇과 소품을 구매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때문. “이곳에 있는 작은 종지 하나도 어디서 구입했는지 기억하고 있어요. 콘셉트에 맞는 촬영이 없어 한번도 사용해보지 못하고 창고 한쪽에 쌓여 있는 그릇들을 빌려 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그릇들도 신나 보이죠.” 한식기와 양식기는 물론, 일본,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의 전통 식기, 빈티지 그릇, 바구니 등도 보유하고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1만원의 보증금을 지불하면 누구나 회원 가입을 할 수 있다. 물건마다 각기 다른 렌털 비용이 책정되어 있으며, 모든 렌털은 1박 2일이 기준이다. 하루 연장 시 렌털 요금의 50%가 추가된다.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주말과 공휴일에는 미리 예약하고 방문해야 한다.

주소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7가길 22 차리다 문의 070-4112-7352

 

 

소유하지 않는 삶다섯,
매일 다른 자전거

 


 

어떤 자전거가 자신의 생활 패턴에 어울리는지 알고 싶다면 직접 타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애플리케이션 ‘라이클’은 서울, 경기, 제주, 부산 지역 곳곳에 있는 자전거를 공유하는 서비스다. 스마트폰에서 라이클에 들어가 대여를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확인하고 달리고 싶은 코스에 따라 자전거를 추천받으면 된다. 여의도에서 반포대교에 이르는 입문자용 라이딩 코스부터 남산에서 북악스카이웨이까지 이어지는 언덕로 루트까지 라이클에서 소요시간과 거리, 지나는 곳의 풍경 등 특징에 따라 제안하는 코스를 따라가도 좋다. 예쁜 미니벨로부터 전기자전거, 전문가용 로드 자전거까지 다양한 자전거 라이딩을 체험할 수 있다. 대여 비용은 시간당 약 3천원부터 1만원 사이.

문의 www.lycle.info

 

 

소유하지 않는 삶여섯,
우리는 그림을 함께 본다

 


어쩌다 한번 가는 전시회의 그림도 낯선데, 어렵게만 느껴지던 작품 감상이 아닌 미술품을 소유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제는 미술품 본래 가격의 1~3%만 지불해도 집에서 작가의 진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 약 7000점을 보유하고 있는 오픈갤러리 덕분이다. 3만원 정도의 비용이면 충분하고 1년에 최소 두세 번은 그림을 바꿔 걸 수 있다. 사이트에서 봐도 어떤 그림이 잘 어울릴지 모르겠다면 큐레이터가 현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3D 시뮬레이션으로 가상 설치를 도와줘 취향과 공간 분위기에 잘 맞는 미술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오픈갤러리는 공유를 통해 오랫동안 창고에 갇혀 빛을 보지 못한 작가의 작품을 발견하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문의 02-6949-3530www.opengalle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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