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주었던 명사들의 은퇴사 이야기

기사 요약글

무거웠던 책임감을 내려 놓는 시간,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그 동안의 기억과 감사의 마음을 담담히 적어 내려간다.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은퇴사의 구절을 모았다.

기사 내용

 

“여러분이 저를 더 좋은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미국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제44대 대통령이었던 오바마의 퇴임사는 미국인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주며 회자되고 있다. 임기 내내 유머러스하고 인간적인 면모로 따뜻한 리더십을 펼쳤던 오바마 전 대통령의 퇴임 연설이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자신을 지지해준 국민들에 대한 깊은 감사를 비롯해 부통령, 가족 등 고마운 인물을 한 사람, 한 사람을 언급하며 진솔한 사랑과 애정을 담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으로 일하면서 저는 매일매일 국민께 배웠습니다. 국민들이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더 좋은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미국의 잠재력은 민주주의가 작동할 때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획일성이 아닌 연대를 필요로 합니다.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때마다 민주주의는 위협을 받습니다. 제도를 바로 잡고, 금권정치를 줄이고, 의원들의 책임감을 키우는 것은 모두 시민의 참여에 달려있습니다.

미셸, 당신은 내 아내이자 내 아이의 엄마일 뿐 아니라 가장 절친한 친구입니다. 나와 내 나라를 자랑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부통령 조 바이든, 당신은 내 첫 선택이자 최고의 선택이었던 이유는 단지 훌륭한 부통령이어서가 아니라 형 한 명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가져올 다른 사람의 능력을 믿지 말고, 여러분 스스로의 능력을 믿으십시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해냈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전 야구선수, 박찬호

 

한국 야구의 전설 박찬호는 우리에게 영원한‘코리안 특급’이다. 1994년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진출, 1997년 외환 위기 시절 국민에게 희망과 행복의 공을 던져주었다. 그의 은퇴사에는 국민과 동료들에게 받은 감동과 어려움을 남겨두고 떠나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숱한 희망을 주었던 그의 진정성 있는 미안함은 오히려 더 큰 감동으로 되돌아온다.

“이제 끝난다는 말을 드리는 것보다 다시 새로운 걸 시작한다는 생각을 갖고 또 다른 약속, 도전, 꿈을 위해서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많은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한 시즌 동안 같이 했던 후배들이 보내준 메시지가 마음을 무겁게 하고 미안하게 합니다.

생각해보면 전 참 ‘운이 좋은 녀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골에서 태어나서 아무것도 모르고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야구가 재미있고 또 친구보다 선배보다 잘해보겠다는 생각에 노력을 했고 우승도 했습니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고, 메이저리그에서 긴 시간을 몸담았던 걸 생각해보면‘한국 야구 역사상 저만큼 운 좋은 사람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애국심, 한국인의 긍지를 늘 각인시켜 준 지인과 팬 여러분께 정말 감사 드립니다. 한국 야구가 앞으로 어려울 것 같은 판단 속에 은퇴를 결정하게 되어서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지금도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고 싶지만 이제 저는 공을 던지면서 꿈과 희망에 도전할 수는 없습니다. 야구인으로 더 성장하고 대한민국 야구 발전을 위해 살겠습니다”.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첫 고졸 여성 임원, 양향자

 

양향자는 광주여자상업고등학교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대졸 출신의 연구원을 보조하는 업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각종 무시와 편견 속에서도 일을 놓지 않고 피나는 노력 끝에 임원 자리에 앉아 큰 화제를 모았다. 30년간의 회사생활을 마무리하며 전한 퇴임사에는 끝이 보이지 않던 싸움, 또 그것을 극복해야 했던 과정, 어른으로서 앞으로 만들어야 할 미래를 현실적으로 그려 여성과 청년의 깊은 공감을 샀다.

“청년들에게 제가 힘이 되고 싶습니다. 학벌의 유리천장, 여성의 유리천장, 출신의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출신, 학벌을 떠나 오늘 열심히 살면 정당한 대가와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스펙은 결론이 아닌 자부심이어야 합니다. 없는 길을 만들며 무수히 눈물을 삼켰던 주인공이 제가 마지막이 되기를 바랍니다.”

 

 

“왜 부자들을 돕는 것을 투자라고 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 말하는가”


 

브라질 전 대통령, 룰라 다 실바

 

2003년 대통령으로 당선된 룰라는 당선증을 받고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초등학교 졸업장도 받지 못한 저로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증서라는 것을 받아보았습니다.” 룰라는 집권 8년 동안 파산 직전의 나라를 세계 8대 경제대국으로 성장시켰고, 빈민층 2000만명 이상을 중산층으로 올려놓았다. 퇴임 연설에서 그는 구두닦이에서 대통령이 된 자신의 모습을 빈민층에서 중산층으로 도약한 국민들과 동일시하며 많은 이들을 눈물 짓게 했다.

“모든 영광과 업적은 배우지 못한 저를, 가난했던 저를 손가락과 가족을 잃은 저를 대통령으로 뽑아주신 국민들에게 있습니다. 브라질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것을 배웠으며, 우리 국민은 국기를 다시 사랑하고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국민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배웠습니다. 수년간 가난한 자들이 쳐진 것만 좋아한다고 했고, 시장에 가서 떨이를 사러 간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다릅니다. 우리가 원할 때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것을 입고, 좋은 곳에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모두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청소부

 

정부 종합청사에서 청소부로만 40여년을 일하다가 정년 퇴직을 하게 된 어느 청소부의 퇴임사가 신문 사회면에 난 적이 있다. 그의 퇴임사에는 우리도 모르게 그냥 지나쳤을 수십 명의 노동자의 가치가 담겨 있다.

“남들은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느낄지 모르지만 나는 지구의 한 모퉁이를 깨끗하게 쓸고 닦는데, 나름대로 나의 온 열정과 정성을 바쳐왔노라. 그러니 내가 맡은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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