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야키토리와 냉면! '장사의 神'의 비밀 맛집

기사 요약글

기사 내용

인생 야키토리
고우


 

서울 시내 유명 ‘로바다야끼’들이 사라진 후 한동안 야키토리(닭꼬치구이)를 끊었다. 이 금기를 깨준 게 바로 이태원의 고우다. 이곳은 매장 오픈 때부터 일본인 꼬치 마스터와 요꼬 마스터를 고용해 이태원을 정복했다.
매장은 마스터가 한가운데서 꼬치를 굽고, 손님들이 빙 둘러앉는 형태로 좌석 배치부터 손님의 입맛을 배려했다. 메뉴판을 펼치면 금세 입꼬리가 올라간다. 꼬치 종류는 서른 개가 넘고 가격은 2000~3500원 수준. 이태원에서 이런 착한 가격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다양한 꼬치 중 이 집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는 세 가지다. 호르몬(대창), 츠꾸네(길쭉한 미트볼), 하츠(심장)는 일찌감치 자리를 잡지 않으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못 먹고 나오는 이 집의 간판스타들이다.

먹는 순서가 있다. 먼저 하츠다. 쫄깃쫄깃 탄력이 좋고 삼키고 난 뒤 비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향도 진하다. 다음은 호르몬이다. 보드랍고 매끈하고 폭신한 식감은 살코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을 안겨준다. 마지막은 꼬치의 주연, 츠꾸네다. 한 입 깨물면 탱글탱글한 살이 부드럽게 부서진다. 생살을 갈고 다시 뭉쳐 전혀 다른 질감을 만들어 냈다. 다른 맛도 궁금하다면 고우의 시그너처 메뉴인 ‘이찌야보시(닭다리살을 특제소스에 담근 뒤 하루를 말려 훈제한 한정판 메뉴)’를 추천한다.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손질하고 풍미를 살린 흔적이 역력하다. 손님상에서 토치로 그을려주는 고등어 초절임 ‘아부리 시메사바’, 명란젓을 넣은 계란말이 ‘멘타이코 다마고야끼’까지 배 속에 넣고 나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Info


 

  • 추천 메뉴하츠(2800원), 호르몬(3900원) 꼬들살(1만3000원), 츠꾸네(4500원)
  • 영업시간오후 5시~오전 1시
  • 주소서울 용산구 이태원로27가길 45
  • 문의02-794-7088

 

 

시원한 생맥주를 한잔하기에 좋은 메뉴는 교자다. 매일 매장에서 빚는 만두를 굽거나(야끼교자) 튀겨(아게교자) 바삭함이 남다르며 만두피의 올록볼록한 질감도 재미있는 맛이다.

매년 진화하는 맛
유천냉면


 

이북 출신 아버지 덕분에 젖병을 떼자마자 평양냉면을 배운, 내공 40년이 넘는 냉면 순례자다. 우래옥, 평양면옥, 을지면옥, 평래옥, 을밀대, 정인, 능라도 등 유명한 냉면 맛집은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렸다.
이 중에서 그릇 수로 치면 가장 많이 찾은 곳이 바로 유천냉면이다. ‘흩날리듯 뿌려준 깨와 이가 시릴 정도로 쨍한 육수 그리고 탱탱하고 새까만 면.’ 많은 사람이 이렇게 유천냉면을 정의한다. 그런데 정작 유천냉면은 매해 다르다. 정확히 말하자면 진화하고 있다. 새초롬한 육수가 묵직하게 변해가고 면도 고객의 기호에 맞춰 황금비율을 조정해간다.

 


 

이 집에 가면 매번 주문하는 메뉴는 부추전과 돼지불고기 그리고 물냉면 하나, 비빔냉면 하나다. 주문 방식은 메뉴판에 적힌 게 전부가 아니다. 깨 빼고, 면 잘라서, 만두 먼저, 양념장 따로 등 취향에 따라 주문할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하게 주문을 받는 이유에 대해 사장은“고객을 99%까지 만족시키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먼저 나온 부추전은 절반만 먹고 젓가락질을 멈춘다. 이유가 있다. 뒤이어 비빔냉면이 나오면 온기가 남아 있는 전을 길게 잘라 면 위에 걸친다. 비빔장, 면, 전이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다. 물냉면은 무조건 육수부터 맛본 뒤 돼지불고기를 올린다. 기름이 육수 위로 퍼져 나가는 모습이 아지랑이 같다. 참, 우체국 직원이나 택배 기사에게는‘양마니(양이 1.5배 많은 냉면)’를 같은 가격에 내준다. 한 해에 수십만 그릇의 냉면이 팔리는 데에는 주인의 착한 마음도 한몫하는 것.

 

Info


 

  • 추천 메뉴물냉면(8000원),비빔냉면(8000원), 부추전(6000원)
  • 영업시간오전 10시 30분~오후 9시
  • 주소서울 송파구 강동대로3길 22
  • 문의02-419-4000

물냉면을 시키든 비빔냉면을 시키든 상관없이 냉면 사리는 바꿔서 주문할 수 있다. 두 가지 맛을 다 보고 싶어 하는 고객을 위해 창업주인 어머니가 1980년대 초반부터 지키고 있는 약속이란다.

 

 

김유진
김유진제작소 대표, 국내 최초의 외식업 매니저, 맛집 조련사, 푸드 칼럼니스트다. 25년간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해왔고, 15년간 외식업체 컨설팅으로 성공시킨 레스토랑만 300곳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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