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넘치는 힐링 트레일, 아일랜드 위클로웨이

기사 요약글

위클로웨이와 사랑에 빠지다. 아일랜드는 영국 바로 옆인데도 우리에게는 유럽의 변방에 속한 멀고도 먼 나라로 느껴진다. 하지만 <걸리버 여행기>, <젊은 예술가의 초상>, <비긴 어게인>, 오스카 와일드, 기네스 흑맥주 등 이 가운데 친숙한 이름이 많다면 아일랜드 그리고 위클로웨이를 사랑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사 내용

 

 

 

아일랜드와 영국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와 많이 닮았다. 영국은 줄리어스 시저가 이끄는 로마군의 침공을 받아 기원전부터 세상에 눈을 떴다. 일본은 우리보다 수백 년 일찍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근대 강국이 되었다.

 

호전적인 강대국을 바로 옆에 이웃으로 뒀다는 불운이 아일랜드와 우리 한반도의 공통점이다. 이 때문에 아일랜드는 낯설 것 같은 북유럽 땅이지만 그 속에 흐르는 정서는 우리와 통하는 게 아주 많은 곳이다.

 

아일랜드에서는 걷기 좋은 여행길을‘National Waymarked Trails’라는 이름으로 지정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정부 지정 트레일이 전국적으로 43개나 된다. 모두 합친 거리는 총 4,000km. 대부분의 트레일이 인기가 많지만 가장 사랑받는 곳은 단연 위클로웨이다.

 

 

힐링 트레일, 위클로웨이

 

 

위클로웨이는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국내에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전반적으로 제주의 오름과 같은 완만한 산들을 매일 한두 번씩 넘는 여정이 계속된다.

 

오르막만 합친 총고도가 3,000m 조금 안 되어 오르고 내리는 데 그다지 힘이 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주의할 점은 여정 내내 마을이 거의 없고 시골집들만 간간이 떨어져 있어 음식 등 물품을 조달할 곳이 숙소 외에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전에 예약을 하는 것이 좋지만 혹시 예약을 못 했어도 큰 문제는 없다. 숙소에 빈 침대가 없으면 대개 주인이 인근의 다른 숙소로 연락해 자리가 있는 숙소의 주인이 차로 직접 데리러 온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얼마나 정겹고 친절한지, 우리나라에서 느낄 법한 정을 위클로웨이 어디에서나 경험할 수 있다.

 

 

 

 

1 DAY

말레이 공원에서 녹크리까지 20km

 

 

말레이 공원은 1km가 안 되는 거리를 거의 한 시간 동안 걷게 할 만큼,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을 늦추게 하는 매력이 있다.

 

또 킬마쇼그 숲에 오르면 멀리 더블린 시내와 동쪽 아이리시해가 그림같이 펼쳐진다. 멀리 더블린항의 컨테이너 운반용 대형 크레인의 윤곽까지 희미하게 눈에 들어와 장엄함을 더해준다.

 

 

 

 

2 DAY

올드브리지까지 21km

 

 

둘째 날부터 위클로웨이 트레킹의 백미를 느낄 수 있다. 폭포의 장대한 물줄기를 볼 수 있고, 산 능선의 초원에서 풀을 뜯는 수백 마리의 양이 반겨주기도 한다. 오른쪽에 완만한 능선을 따라 서 있는 해발 725m의 주스산도 뿌연 안개 속에서 신비로운 자태를 뽐낸다.

 

화이트힐 정상은 늪지대다. 늪 한가운데를 길고 묵직한 나무다리가 가로지르고 있어 안개구름과 함께 더욱 몽환적이다.

 

 

 

 

3DAY

글렌다락의 성지 9km

 

 

100년 된 석조다리 마을인 올드브리지에서 출발해 패독힐을 지나면 글렌다락 마을이다. ‘더 머내스틱 시티(The Monastic City)’가 있어 위클로웨이 전 구간 중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로 꼽힌다.

 

초기 아일랜드 기독교인들의 정착 마을이면서 지금은 공원묘지로 이용되고 있는데, 수많은 관광객과 트레커들이 대성당 터와 세인트케빈 교회 그리고 석탑 라운드 타워 주변을 보려고 들른다. 유럽의 교회 마당들이 종종 공동묘지로 쓰이듯 이곳도 넓은 정원이 수많은 묘비로 가득하다.

 

 

 

 

4DAY

글렌마루아까지 14km

 

 

4일 차는 잠시 쉬어 가는 날이라 생각해도 좋다. 글렌다락은 ‘두 개의 호수가 있는 계곡’이란 의미로, 두 개의 호수를 떠나 글렌마루아까지 대체로 수월하다.

 

뮬라코산 정상 근처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인데 능선이 길어서 완만하게 느껴진다. 숲길에서 폭포를 마주하며 땀을 식히는 것도 좋고, 넓은 길에서는 잠시 눈 감고 걸어도 될 만큼 편안하다.

 

 

 

 

5DAY

모인 삼거리까지 22km

 

 

소와 양들이 사이좋게 풀을 뜯는 아침 초원을 바라보며 한없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후 아본베그강을 건너고 산길로 들어선다.

 

해발 560m의 슬리브만산 정상 근처까지 올랐다가 잠시 내려온 후 캐릭카세인산의 능선 숲을 따라 걷는다. 길 양쪽 숲이 울창하고 습해 기괴한 원시림 속을 걷는 느낌도 든다.

 

숲을 내려오는 길목의 묵클라 헛 탁자에 앉으면 그 아래로 펼쳐진 아일랜드 들과 벌판의 정경에 한참을 취해 있게 되는 것도 매력이다.

 

 

6DAY

죽어가는 소의 술집, 다잉 카우 19km

 

 

개리호의 산의 동쪽 능선을 따라 넘어가는 산길이 전반부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 뮬리나커프에서 2km를 더 걸으면 스트라나켈리 마을 사거리에서 유명한 선술집과 만난다.

 

아일랜드 시골의 정통 아이리시 펍(Pub) ‘다잉 카우(The Dying Cow)’다. 위클로웨이를 걷는 많은 사람들이 참새처럼 들르는 방앗간이랄까?‘죽어가는 소’라는 이름에 숨겨진 유래를 듣고 나면 절로 웃음이 날 것이다.

 

 

LAST DAY

크로니갈까지 26km

 

 

아일랜드 숲의 매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는 구간이다. 위클로웨이 일주일 여정의 종착지는 크로니갈 마을 어귀의 조그마한 정원이다. 꽃밭 둘레의 두터운 잔디밭에 나무 탁자와 석조 벤치가 놓여 있고, 그 옆에 옛 우물터가 남아 있어 정겨움이 느껴진다.

 

크로니갈은 2년 연속(2014~15년) ‘아일랜드에서 가장 쾌적한 마을’로 선정된 곳이라 일주일 여정을 끝내는 분위기로는 아늑하기 그지없다.

 

 

찾아가는 교통편

직항은 아직 없다. 트레킹 출발점인 말레이 공원까지는 더블린에서 버스로 한 시간 거리다. 더블린 도심 오코넬 거리에서 16번 버스를 타고 말리그랜지에서 내리면 바로 인근이 말레이 공원이다.

 

최저 비용

도미토리의 경우 1인당 20유로(약 2만6천원) 정도다. 아일랜드 민박인 비앤드비(B&B)는 조식이 포함되어 도미토리 금액의 1.5~2배 수준. 점심 식사는 대개 전날 숙소에서 샌드위치 등을 미리 주문해 해결하고, 저녁은 숙소에서 사 먹어야 한다. 항공 등 교통비를 제외한 하루 평균 비용은 약 10만원.

 

숙박

저렴한 유스호스텔이 두 곳(Knockree Hostel, Glendaloch International)이고, 나머지는 비앤드비(B&B)이다. 공식 사이트(www.wicklowway.com)에 코스별 숙소들이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할 것. 숙소가 위클로웨이 동선상에 있는지 아니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멀리 떨어진 숙소인 경우는 특정 장소에서 전화하면 픽업 차량을 보내준다.

 

여행하기 좋은 시기

강풍과 비바람, 눈보라 때문에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6개월은 피하는 게 좋다. 4월부터 9월 사이는 언제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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