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올레, 일본 규슈 올레길

기사 요약글

멀지 않은 해외여행으로 이국적인 풍경과 맞닥트리고 싶다면 규슈 올레를 추천한다.

기사 내용

규슈는 부산에서 비행기로 50분, 하카다까지 크루즈 왕복선도 수시로 들락거린다. 제주 올레가 일본에 수출되어 규슈 올레가 되면서 우리와는 ‘길’을 통해 더욱더 친숙해졌다. 두 올레의 가장 큰 차이는, 하나는 ‘연속적’이고 다른 하나는 ‘단속적’이라는 것이다.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는 제주 올레는 트레킹만으로 제주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반면, 규슈 올레는 21개 코스가 섬 전체에 따로따로 분산되어 있다. 그래서 한 코스를 걷고 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음 코스로 이동해야만 한다. 오로지 걷기만이 목적이면 단점일 수 있겠지만 여행의 묘미를 고려하면 오히려 장점이 된다. 규슈에서 한두 량짜리 시골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건 정말이지 매력적이니까. 제주에서와 똑같은 올레 이정표가 길을 안내하고 우리말 안내판도 자주 눈에 띈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정경들은 아기자기하면서 지극히 일본적인, 우리의 남쪽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현재 규슈 올레는 2012년 초에 열린 이래 매년 3, 4개씩 새로운 코스를 추가하면서 2018년 4월, 21개 코스에 총거리 226km로 늘어났다.

규슈를 걷다

규슈는 후쿠오카, 사가, 나가사키, 구마모토, 가고시마, 미야자키, 오이타 등 일곱 개 현으로 구성되었다. 올레 코스는 모든 현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서, 전 코스를 종주한다는 것은 규슈 전체를 한 바퀴 순회하는 것과 같다. 제주도 면적의 20배가 넘는 규슈는 올레 코스마다 그 지역 특징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사전에 여행 주안점들을 잘 파악하고 가는 게 좋다.

 

후쿠오카
5개 코스54km

후쿠오카는 규슈의 관문이어서 짧은 일정의 여행객들이 많이 몰린다. 관광 중 잠깐 짬을 내어 규슈 올레 한두 코스라도 도전할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좋다. 2015년 이후에 개장한 구루메 고라산 코스와 미야마 기요미즈야마 코스 2개를 포함해 총 5개 코스가 있다. 하카타 역에서 가장 가까운 무나카타 오시마 코스를 추천한다. 규슈 올레 중 유일하게 배를 타야 하는 코스로, 현해탄을 마주하는 운치가 대단하다. 경남 거제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야메시의 야메 코스도 추천할 만하다. 광활한 녹차밭과 고대의 고분들을 만날 수 있다.

 

사가
3개 코스38km

가라쓰, 다케오, 우레시노 등 3개 코스가 있다. 후쿠오카와 가깝다. 직선거리로 부산과 가장 가까운 가라쓰 코스에서는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 등 임진왜란의 흔적과 자료들을 접할 수 있는 박물관이 있어 장군의 화상과 거북선 모형을 만나는 순간 감동이 온다. 다케오 코스는 일본적인 요소들을 가장 많이 담은 코스로 유명하다. 우레시노 코스의 녹차밭과 삼나무 숲길의 조화는 트레킹의 고단함을 씻어줄 만큼 아름답다.

 

구마모토
3개 코스34km

규슈의 허리를 지탱하는 지역이 구마모토다. 일본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농민 봉기였던 시마바라 사건의 유적들을 만나는 코스들이다. 이곳에서는 저렴한 숙박지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적당한 금액을 지불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기차나 버스로 아소산 바로 인근을 지나게 되는데, 몇 년 전의 지진과 화산 분화 활동을 떠올리면 오싹해질 수도 있다.

 

나가사키
2개 코스24km

일본 최초의 개항지이자 근대 해외무역의 전초기지였던 나가사키는 우리나라 충남 태안반도처럼 바다로 돌출되어 있다. ‘청산벽수라 감탄하며, 여행자인 나는 히라도를 가슴 깊이 바라다본다.’ 코스 한쪽에 새겨진 시구처럼 북단 해안과 남단 해안에 조성된 두 개의 올레 코스에는 다도해가 풍기는 향취가 그윽하다. 짬뽕 한 그릇을 주문해 서울에서 먹었던 나가사키 짬뽕 맛과 비교해보는 건 이 여행의 필수다.

 

가고시마
3개 코스38km

3개의 올레길을 품고 있다.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 인물 중 한 명인 사카모토 료마가 아내와 즐겨 걸었다던 산책로가 이곳에 있다. 일본 최초의 신혼여행지로도 유명하다. 이부스키 가이몬 코스는 규슈 올레의 최남단 코스다. 출발지도 일본 최남단 기차역으로 그만큼 운치 있다. 가고시마 올레길을 걸었다면 시내에서 메이지유신의 유적들을 둘러보는 것도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미야자키
1개 코스12km

미야자키 역에 내리면 ‘신화의 고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우리말 입간판이 반겨준다. 일본 고유의 개국신화를 가득 품고 있는 땅이 미야자키다. 신화의 땅인 만큼 규슈 올레 전 코스 중 접근성이 가장 어렵다. 유일한 코스인 다카치호까지 가려면 기차와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한다. 그만큼 코스는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오이타
4개 코스46km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벳푸와 유후인 온천 여행을 떠나는 지역이 바로 오이타현이다. 벳푸 코스는 좀 평이한 반면 유후인 근교의 고코노에 야마나미 코스는 아주 역동적이다. 높이 200m 허공에 뜬 일본 최대의 현수교를 건너보고 소설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집필 활동을 한 산골 마을도 지난다. 오쿠분고 코스에서는 거대한 마애석불과 주상절리를 마주한다. 온천 지역인 만큼 트레킹 후 즐기는 온천욕은 그야말로 천국의 맛이다.

찾아가는 교통편

후쿠오카까지는 김포발 항공편이나 부산발 페리 등 다양하다. 전 코스가 각기 떨어져 있어서 코스마다 JR철도나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숙박

저렴한 다인실 숙소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게 규슈 올레의 단점. 일본식 전통 료칸이 많은데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우리 기준으로는 많이 비싼 편이다.

최저 비용

하루 1개 코스씩 21개 코스 종주에 최소한 25일이 소요된다.
매 코스 간 이동 대중교통비가 하루 평균 5만원, 올레 구간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면(없는 구간은 호텔이나 일본식 료칸을 이용) 숙식비로 하루 6만원 정도 필요하다.

여행하기 좋은 시기

규슈는 제주와 위도가 같거나 조금 아래쪽에 있다. 제주 올레가 봄과 가을에 걷기 좋듯이 규슈 올레도 마찬가지다.

 

도보 여행가 이영철
퇴직 후 5년 동안 자신이 선정한‘세계 10대 트레일’을 모두 종주했다. <안나푸르나에서 산티아고까지><동해안 해파랑길&glt;<영국을 걷다><투르 드 몽블랑> 4권의 여행서를 출간했다. 그의 여행 기록은 블로그 누들스 라이브러리(blog.naver.com/noodles819)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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