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 인생, 같이 살아볼까

기사 요약글

또래끼리 같이 사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그 모습을 방송에 담고 있는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의 하루를 동행했다.

기사 내용

“우리가 다들 혼자 살고 있지 않나. 편하기도 하지만 좋은 거보다 나쁜 게 더 많은 거 같다.”

KBS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의 첫 방송에서 박원숙이 멤버들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러자 김영란은 “나는 외로워서 미쳐”라며 맞장구쳤다. 이 대화 속에 박원숙, 김영란, 김혜정, 박준금 등 평균 나이 62세의 독신 여배우 넷이 남해에서 같이 살게 된 이유가 담겨 있다. 텃밭에서 같이 일하며 전원생활을 즐기고, 같이 밥 먹고, 같이 여행 다니고, 같이 그림을 배우고, 잠들기 전에는 지난날의 아픔을 이야기하며 시청자들에게 또래끼리 사는 재미를 보여주고 있다. 어느새 이들이 같이 산 지 4개월여. 그간 각자의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봄날, 이들의 남해 촬영장을 찾았다.
 

같이 사는 건
일상의
재미를 공유하는 것

AM 11:30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의 하루

남해 이순신순국공원. 충무공의 노량해전이 있었던 역사적 장소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머리에 가체를 쓴 네 사람이 등장했다. 이날 도전 주제는 일일 문화해설사가 되어 현장학습을 나온 학생들에게 이순신 장군 이야기 들려주기였다. 다들 인생 노트에 새로운 경험을 추가한다는 생각에 설렌 표정이다. 김영란이 “기와집 앞에서 한복 입고 서 있으니까 이제 좀 실감이 난다”며 운을 떼자 박준금이 갑자기 “마님, 부르셨사옵니까?” 하며 받아친다. 갑자기 두 사람만의 짧은 사극이 이어진다. 그렇게 노는 모습이 연기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다. 그 모습을 본 담당 작가는 “같은 길을 걸어온 또래끼리 같이 살면서 얻는 자잘한 일상의 재미”라며 “예능이지만 함께 시간을 보낼 소재만 던져줄 뿐 최대한 이들의 일상에는 개입하지 않고 관찰하는 편”이라고 귀띔한다. 일일 문화해설사지만, 네 사람은 이날을 위해 함께 준비했다.
 

“제대로 하기 위해 이순신 장군을 공부하며 학생들에게 알려줄 내용을 준비했지요. 혼자 준비하면 지루했겠지만, 같이 공부하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했어요.”

이왕 하는 거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한복까지 맞췄다.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등의 많은 드라마 배역과 노무현 전 대통령,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등 유명 인사들의 한복을 제작한 한복 명장 김예진 씨가 이들을 도왔다.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문화 해설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시대를 고증해 제작했어요. 치마 길이, 색깔까지 모두 16세기 사대부 여성들이 입었던 그대로입니다.
그 시대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은 흔한 경험이 아니잖아요. 이분들의 남해 생활에 특별한 재미를 하나 추가하려고 노력했어요.”

박원숙이 한복 입은 자태를 보여주며 김예진 씨의 세심한 배려에 고마움을 전한다.
“옛 조상들이 이렇게 입었다니 놀라워요. 디자인부터 색상까지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2라운드에
가장 필요한 건 마음을
나눌 친구

PM 2:30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의 하루

학생들이 도착하자 시작된 일일 문화 해설. 두 시간여 동안 학생들과 호흡하며 이순신 장군에 대해 이야기하는 4인방의 모습이 진지했다. 김영란은 인생 2막에 새로운 경험을 쌓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낸다.

“혼자 도전했으면 많이 떨리고 긴장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친구들과 같이하니 부담이 없어요. 우리끼리 대화할 소재도 하나 더 생겼고요. 이런 게 같이 살아 얻는 즐거움이 아닐까요?”
혼자 하려면 선뜻 용기를 내기 힘들었을 텐데 친구들과 함께하니 쉽게 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외롭지 않아서’, ‘수다 떨 친구가 있어서’, ‘혼밥을 먹지 않아서’ 등 남해 4인방은 같이 살아 좋은 점들을 나열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고로 꼽는 건 마음을 나눌 친구가 곁에 있다는 점이다.

“다들 혼자 사는 삶이 익숙한 탓에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낍니다. 같이 살아보니 2라운드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건 친구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불편함은
이해와 배려로
극복

PM 4:30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의 하루

친한 친구라도 같이 살면 불편한 점이 있기 마련. 하물며 이들처럼 오랫동안 혼자 살며 자기만의 생각과 생활 습관이 몸에 밴 중년들이 같이 사는 건 더더욱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들은 어떻게 극복할까? 김혜정은 같이 살기의 전제 조건으로 ‘배려와 이해’를 들었다.

“저희는 한번 촬영하면 3일 동안 남해에서 같이 지내요. 먹고 자고 일하고 즐기면서 하루 종일 붙어 있기에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이지요. 4개월간 같이 살아보니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만나 함께 살 땐 내 것만 고집하지 않고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소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배우면서 맞춰가는 거지요.”

맏언니 박원숙의 역할도 크다. 남해 집주인으로서 책임감도 있지만, 같이 사는 동안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가운데서 세 사람을 살갑게 챙기며 엄마처럼 넓은 품을 보여준다. 같이 살려면 적어도 한 사람은 박원숙처럼 조율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같이 살며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것을 실감한다는 이들은 TV 밖에서도 같이 살 마음을 갖고 있다. 김혜정은 “이제 서로에게 익숙해져 정말 같이 살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김영란은 남해살이에 푹 빠진 눈치다.

“오기 전엔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요. 지금은 남해로 이사 오고 싶어요. 서울에서 나고 자라 시골의 삶을 몰랐는데, 자연에서 나물 뜯어 밥 지어 먹고 텃밭 가꾸며 땀 흘리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게다가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까지 있잖아요. 365일 같이 사는 건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1년의 절반 정도는 이렇게 살면 좋겠어요.”

비록 방송이지만, 또래끼리 2라운드 인생을 함께하는 실험을 진행 중인 남해 4인방. 이들이 현재까지 내린 결론은‘혼자 사는 편함보다 같이 사는 즐거움이 더 낫다’였다.

“색부터 치마 길이까지 임진왜란 당시를 고증해 특별 제작한 한복입니다.”
_한복 명장 김예진 김예다움 대표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