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미세먼지가 심하다던데

기사 요약글

지난겨울 최악의 미세먼지를 겪었지만 우울하게도 더 심해질 일만 남았다. 사계절 중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계절은 겨울이 아니라 봄이다.

기사 내용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일 경우 ‘좋음’ 수준보다 협심증 위험이 25% 높다.

WHO 발표에 따르면 2014년 사망자 8명 중 1명은 공기오염 때문이었다.

 

미세먼지는 봄에 제일 심하다

서울 미세먼지 평균 농도(2016년): 봄- 64㎍/㎥, 여름- 38㎍/㎥, 가을- 42㎍/㎥, 겨울- 48㎍/㎥

미세먼지(PM10)
1000분의 10㎜보다 작은 먼지

초미세먼지(PM2.5)
1000분의 2.5㎜보다 작은 먼지

 

이렇게 맑은데 무슨 미세먼지?

미세먼지는 하늘이 맑거나 뿌연 것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다. 황사,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등은 모두 먼지 덩어리다. 황사는 흙먼지고 미세먼지는 이보다 작은 먼지이며, 초미세먼지는 이보다 더 작은 먼지다. 황사가 불어오면 일단 눈으로 보기에도 흙먼지가 떠 있는 것처럼 하늘이 누렇다.

초미세먼지도 농도가 높으면 시야가 좋지 않다. 초미세먼지는 입자가 아주 작아 공기 중에 빛을 많이 산란시키기 때문에 하늘이 탁하게 보이는 것. 반면 미세먼지는 입자가 초미세먼지보다 커서 빛을 많이 산란시키지 않는다. 즉, 빛이 그대로 투과되어 시야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미세먼지에 황사가 섞여 있거나 초미세먼지 농도가 함께 높으면 눈으로 봐도 대기질이 좋은지 안 좋은지 가늠이 되지만 미세먼지 농도만 높으면 눈으로 봐서는 알 수가 없다. 여기에 습도까지 낮으면 시야가 더 선명해져서 비 온 뒤 가을 하늘처럼 깨끗하고 투명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니 믿을 건‘시야’가 아니라‘수치’다. 날씨 정보를 챙기듯 대기질 정보를 챙겨야 하는 이유다.

 

담배만큼 해로울 수 있다

흡연이 만병을 유발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흡연으로 조기에 사망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6백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미세먼지로 조기에 사망하는 사람들은 이보다 더 많은 7백만 명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2015년 기준 2만 명 정도다. 물론 미세먼지에 노출되었다고 당장 죽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폐질환이나 심혈관질환이 악화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게다가 당장 이런 병이 없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 천식, 기관지염 같은 호흡기질환에서부터 심혈관질환, 피부질환, 안구질환 등 각종 질병에 걸릴 수 있고 심하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

그러니 미세먼지가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안 난다고 해서 무덤덤하게 여기면 안 된다. 담배를 끊고 담배 연기를 피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미세먼지도 피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미세먼지는 1군 발암물질

미세먼지는 코와 기관지를 통해 폐로 들어가기 때문에 호흡기에 나쁜 영향을 줄 우려가 가장 크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아서 세포막을 통과하고 혈액으로 들어가 체내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미세먼지보다 초미세먼지가 더 위험하다고 하는 이유다. 입자가 작을수록 더 깊이 침투하고 더 많이 쌓이기 때문이다.

뇌졸중이나 협심증, 부정맥 같은 심혈관계질환도 미세먼지와 관련이 있다고 밝혀졌다. 특히 여성, 고혈압 환자, 65세 이상에서 발생률이 높으므로 더 주의해야 한다. 심지어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기질이 나빴던 기간에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이 증가했다. 일조량이 줄어들어 뇌의 신경전달물질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실시간 확인하기

한국환경공단에서 운영하는 에어코리아(www.airkorea.or.kr)와 스마트폰 앱‘우리동네대기질’에서 미세먼지 예보와 경보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미세먼지(PM10)의 시간 평균 농도가 150㎍/m³이상 2시간 지속되거나, 초미세먼지(PM2.5)의 시간 평균 농도가 90㎍/m³이상 지속될 경우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마스크

외출을 해야 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하자. 사실상 야외에서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은 마스크뿐이다.‘KF(Korea Filter)’ 인증을 받은 보건용 마스크에는 KF80, KF94, KF99라고 표시되어 있다. 숫자는 미세 입자를 얼마나 걸러 낼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숫자가 클수록 차단은 잘되지만 숨쉬기는 답답하다(숨 쉬기 힘든 것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 노약자나 임산부, 어린이 등은 전문가와 상의 후 마스크를 착용한다). 일반적으로 KF80이면 0.6㎜크기의 미세먼지 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아야 한다. 미세먼지는 옷이나 가방, 머리카락 등에도 묻으므로 많은 사람이 모인 버스나 지하철 안의 미세먼지 농도가 생각보다 높다.

 

외출 후 먼지 제거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우선 옷과 신발, 가방에 묻은 미세먼지를 털어준다. 그다음 손을 씻고, 입안을 헹구고, 인공눈물을 눈에 넣어 흘려보낸다. 미세먼지는 옷도 통과하므로 샤워까지 깨끗하게 마치는 게 좋다. 평소 피부가 예민하고 트러블이 잘 생긴다면 피부장벽이 약해서 미세먼지가 더 쉽게 안으로 침투하므로 오돌토돌 트러블이 올라오거나 따갑거나 간지러울 수 있다.

초미세먼지가 피부 노화를 앞당긴다는 것도 연구로 이미 확인되었다. 그러니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특히 얼굴에 비비크림이나 파운데이션을 꼼꼼히 발라야 한다. 집에 돌아오면 극세사 타월로 모공 속까지 꼼꼼히 미세먼지를 닦아 낸다. 단, 알갱이가 있는 딥클렌징 제품은 피부를 더 자극하므로 민감해진 피부에 좋지 않다.

 

집안일은 하루 휴업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창문을 열지 않는 게 상책이지만 집 안에서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수 있다. 환경부가 ‘고등어를 구울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주의보 발령 기준의 25배가 넘는다’고 발표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그러나 틀린 말은 아니다. 폐암 여성의 93%는 비흡연자로, 조리 시 발생하는 발암물질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굽거나 튀기는 요리를 할 때는 미리 후드를 켜서 공기를 흘러가게 한 다음 뚜껑을 꼭 닫고 요리를 한다.

요리가 끝난 후에도 10분 정도 후드를 켜놓는다. 청소도 마찬가지다. 진공청소기 필터로 걸러지지 않는 미세먼지가 공기 배출구로 다시 새어 나올 수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나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청소는 건너뛰자. 만약 요리나 청소를 했다면 1~3분 정도 짧게라도 환기를 시켜야 한다. 요리나 청소를 하면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었어도 집 밖보다 집 안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삼겹살 말고 물 많이 마시기

흔히 황사가 심한 날에는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을 먹어야 유해 물질이 몸 밖으로 잘 빠져나온다고 한다. 어림도 없는 소리다. 예전에 탄광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힘들게 일한 후 영양 보충으로 삼겹살을 먹던 것이 잘못 와전된 것이다. 오히려 지방은 중금속 같은 유해 물질이 몸속으로 흡수되는 것을 돕는다.

그 대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수분이 혈액 내의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 호흡기 점막도 촉촉하게 만들어 미세먼지가 점막에 들러붙지 않게 해준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외출을 했다면 물을 많이 마시고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한다. 미세먼지 속 유해 물질이 우리 몸에 염증을 일으키는데, 과일과 채소 속 항산화 성분들이 염증을 가라앉혀준다.

 

거실에 큰 화분 3개

창문을 열지 않고 환기를 시키는 방법도 있다. 식물의 미세먼지 제거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이 진행한 연구 결과를 보면 미세먼지가 가득 찬 방에 공기 청정 식물을 넣고 4시간이 지나면 초미세먼지가 70%까지 줄어든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잎 표면에 미세먼지가 달라붙거나 잎 뒷면에 있는 숨구멍으로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잎이 넓고 큰 식물이 미세먼지를 더 잘 제거할 것 같지만 잎이 뾰족하고 갈래가 많은 식물이 공기 흐름이 잘되어 더 잘 제거한다. 3.3㎡(1평)당 중간 화분 크기의 식물 1개면 적당하므로, 방이나 책상 위에는 작은 화분 3개, 20㎡(6평) 정도 거실에는 1m가량 큰 화분 3개를 놓으면 충분하다.

 

공기 정화 능력 순위별 식물

1위아레카야자

2위관음죽

3위대나무야자

4위인도고무나무

5위드라세나 자넷 크레이그

출처 미 항공우주국(NASA)

 

미세먼지 심한 날 먹는 음식

• 녹차

맹물보다 녹차를 마시면 더 좋다. 녹차의 타닌과 카데킨 성분이 중금속 흡수를 막아주며 이뇨 작용을 촉진해 유해 물질이 빨리 배출되도록 돕는다.

• 해조류

비타민 K와 칼륨이 풍부해 중금속이나 발암물질의 배출을 돕고, 특히 미역이나 다시마의 끈끈한 섬유질이 중금속을 흡착해 변으로 배출시킨다.

• 마늘

마늘은 해독 기능이 있어 중금속의 독성이 몸 안에 쌓이지 않게 하고 미세먼지 때문에 손상된 면역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수은 제거에 효과적이다.

• 오리고기

레시틴이 풍부한 오리고기가 중금속을 배출시키고 해독하는 데 좋다. 몸에 좋은 필수지방산이 함유되어 있고 비타민 A가 풍부해 면역력에도 좋다.

 

우리의 제안

나부터 바뀌지 않으면 미세먼지는 줄어들지 않는다

미세먼지는 각종 배출가스나 화석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다. 즉,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전기를 쓰는, 오늘날과 같은 편리한 생활을 포기하지 않는 한 쉽게 줄일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만 노력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미세먼지의 절반 정도는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장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려면 바람이 불어 쓸어 가거나 비가 내려 가라앉혀야 하는데 이건 사람의 노력으로 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전기를 아껴 쓰고 쓰레기를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이다. 자동차는 미세먼지의 가장 큰 배출원이다. 그러니 미세먼지가 발령된 날만이라도 우리 모두를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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