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예에 관심이 많다면 이 모임 어때요? 협동조합들의 사업 공동체 말이랑

기사 요약글

우리 또래의 괜찮은 모임이 궁금하다고? 여기 재미있고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50+들의 모임을 소개한다.

기사 내용

 

 

“이 스카프가 ‘말이랑’의 제품이에요.”

 

서울 은평구 녹번역에 있는 은평 사회적경제허브센터 1층 36.5 매장. 한국아트공예협동조합 조은예 이사장이 말 캐릭터 스카프를 가리키며 ‘말이랑’ 브랜드를 소개했다.

“말이랑은 고은빛, 한국아트공예, 바늘한땀 등 은평구의 수공예 협동조합 세 곳이 모여 만든 브랜드예요.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것보다 협력해서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 아이디어를 모으고 판매도 함께하자는 취지로 모였어요.”

 

 

협동조합이 모여 만든 공유 브랜드

 

말이랑은 일종의 공유 브랜드인 셈이다. 고은빛은 한지공예, 한국아트공예는 생활공예, 바늘한땀은 전통공예 협동조합으로 각 조합은 모두 50대 여성이 주축이다. 이들의 의미 있는 실험은 2017년 4월 은평구에 있는 롯데몰 내 공예 매장을 공동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공예 시장에 찬바람이 거세 협동조합끼리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 공감한 것.

세 조합은 “우리도 뭔가 해보자”며 생각을 모으는 중에 은평 사회적경제허브센터의 사회적 경제 공동사업 개발 모델로 선정됐다. 그 덕분에 센터의 지원을 받아 한 달에 한 번씩 관련 컨설팅을 받으며 무엇을 할지 구상했다.

“공동사업을 할까? 공동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까? 고민하던 차에 이왕이면 브랜드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말이랑은 은평구를 상징하는 말 캐릭터에서 가져왔다. 모두 은평에서 만났고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어 자연스레 은평을 상징하는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말이 쉬어 가는 역에서 유래한 ‘역촌’, 공문서를 전하는 파발에서 유래한 ‘구파발’ 등 은평구의 많은 지명이 말과 연관돼 있어요. 우리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었지만, 이런 사실이 많이 알려져 있진 않아요. 이왕이면 우리 지역의 역사를 알리는 브랜드가 좋겠다고 생각했죠. 또 과거엔 말이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해주는 역할을 했잖아요. 사람들에게 기쁨과 소망을 전해주는 역할을 하자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공동 제품 개발

 

각 협동조합 대표단이 한 달에 한 차례 정기 모임을 갖고 제품 개발과 판로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정기 모임은 있지만 지금은 출발 단계다 보니 매주 한 번씩 모이고 있어요. 말이랑의 향후 운영 방안과 각 협동조합에서 제안한 말이랑 관련 제품의 품평회를 해요. 품평회는 눈치 보지 않고 가감 없이 말합니다. 우리 브랜드로 나갈 물건들이니까요. 그만큼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이지요.”

품평회는 일상적이다. 공동 SNS 채널을 만들어 아이디어 제품이 떠오르면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서 채택된 제품은 최종 점검을 위해 설문조사와 학교 등에서 소비자 반응을 살핀다.

“우리끼리만 만족하면 안 되잖아요. 판매하는 제품이기에 시장의 반응도 중요하지요. 지역 축제에 샘플 제품을 선보여 30~40대 반응을 살핍니다. 학교에 공예 교사로 출강하는 분들이 있어 10~20대 반응은 학교 수업을 활용해요. 우리 제품에 대해 어린 친구들의 생각을 묻는데, 지금까지는 대환영이었어요. 캐릭터 상품을 개발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이 줬고요.”

현재 이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홍보와 판로 개척. 오프라인에서는 지역 내 36.5 매장과 롯데몰이 중심이며 인근 지역의 플리마켓과 서울시의 크리스마스 마켓 등 지차체의 장터를 활용 중이다. 온라인에서는 젊은 세대와 소통을 위해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을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동 제품 개발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상반기에 저희가 개발한 제품이 본격적으로 생산될 예정인데 저희 꿈은 해외까지 진출하는 것이에요. 웹을 개발해 세계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고, 말이랑 브랜드를 독점하지 않으려고 해요. 공예 분야에서 사회적 경제 모델 중 저희 취지에 맞으면 브랜드를 공유하며 함께할 계획이에요.”

이들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공예 관련 협동조합 연합회 설립을 준비 중이다. 이름은‘친구사이’로 결정했다.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하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이들의 실험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 궁금해진다.

 


 

내가 ‘말이랑’을 만든 이유

 
한국아트공예 조은예 이사장

병원에서 일하다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둔 뒤 20년 동안 공예를 가르쳤어요. 공예를 취미로 배우는 사람도 많지만, 생계로 배우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돈을 벌기란 말처럼 쉽지 않지요. 그래서 2년 전 공예를 가르치던 다섯 명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우리가 먼저 판로를 개척해 돌파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죠.

그런데 협동조합으로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같은 분야의 협동조합들과 함께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마침 다른 협동조합도 비슷한 고민을 하더군요. 그래서 협동조합의 공유 브랜드를 개발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아요. 다들 협동조합끼리 뭉쳐 뭔가 의미 있는 일들이 착착 진행되는 것을 느낀 겁니다.

2018년 상반기에 출시될 저희의 첫 공동 개발 제품은 가방과 머플러 등인데, 앞으로 관심 있게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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