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만드는 세상 목공플러스

기사 요약글

우리 또래의 괜찮은 모임이 궁금하다고?

기사 내용

여기 재미있고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50+들의 모임을 소개한다.

“여기 선에 맞춰서 드릴로 구멍을 내세요.”

10월의 어느 날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지하 1층 손끝교실. 나무와 각종 공구로 가득한 공간에 2~3명씩 짝을 이룬 10여 명의 중년들이 책장을 만들고 있다. 작업용 앞치마를 입고 나무와 공구를 세심하게 다루는 모습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이날 목공수업에 참여한 수강생 대부분은 목공플러스의 회원들. 지난 4월 설립된 목공플러스는 올해 초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1학기 목공교실 기초과정을 함께 들었던 9명의 수강생이 만든 커뮤니티다.

“목공이라는 작업 자체가 혼자 할 때 어려움이 많아요. 우선 작업 공간부터 문제이지요. 저 같은 경우 아파트 베란다에서 작업을 했었는데, 소음과 먼지로 인해 마음껏 작업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장비 문제도 있어요. 고가의 장비를 써서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수강생들끼리 공동 작업 공간에서 함께 장비를 쓸 방법을 찾던 중에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생각하게 되었죠.”

때마침 중부캠퍼스에서 커뮤니티를 모집하고 있어 자연스레 이곳에 뿌리를 내렸다. 고민의 시작은 작업 공간과 고가의 장비에 대한 필요에서 비롯됐지만, 단체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목공플러스만의 방향성을 잡았다.

김휘강 대표는 “나무가 우리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듯, 우리도 나무를 통해서, 목공을 통해서 내 삶을 풍요롭게 해보자는 취지로 만든 단체”라고 설명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말이 있잖아요. 회원들끼리 단체를 기획하며 단지 목공만 하는 취미 동호회가 아니라 목공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내 삶에 기여하는 나무와 같은 삶을 살자고 뜻을 모았지요. 그래서 ‘목공플러스’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우리가 50+세대가 모인 그룹이기도 하고 목공이 음악, 미술, 디자인 등 여러 분야와 결합해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표현하고자 붙인 이름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삶을 꿈꾸다

회원들은 50~70세로, 은퇴자들이 대부분이다. 모든 회원이 메신저로 의견을 제시하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만장일치로 합의점을 찾는다. 정기 모임은 매주 한 차례 중부캠퍼스에서 목공 심화과정을 들으며 진행된다. 또한 공동 작업 등 모든 참여는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

활동한 지 6개월밖에 안 됐지만 회원들은 몇 차례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 7월에는 중부캠퍼스 <모두의 축제>에서 회원들이 만든 목공 기초과정의 결과물을 전시했고, 8월에는 작은 상을 만들어 쪽방촌에 기부했다.

“회원들이 함께 수업을 받고 함께 작업하면서 커뮤니티 지원사업를 통해 우리가 받은 혜택만큼 사회에 돌려주자는 의견들이 모였지요. 마음은 크지만 아직은 실력이 부족해서 쪽방촌에 도움을 드리거나 강사님의 공방에서 진행하는 재능 기부 활동에 참여하는 형태로 활동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회원들의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사회에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도록 꾸준히 기부할 계획입니다.”

목공플러스만의 야심 찬 목표도 갖고 있다. 실력을 더 키워 오디오 테이블, 컴퓨터 책상, 장식장 등 회원 각자의 취향이 반영된 다양한 작품으로 전시회를 꾸릴 예정이다. 취미를 공유하면서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작업을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커뮤니티 활동은 살아온 이력도 개성도 제각각이지만, 목공으로 맺은 인연은 회원들에게 삶에 대한 만족감을 선물했다.

“제가 하는 일은 정신에너지를 쓰는 일이에요. 그런데 이곳에 오면 노동 에너지를 쓰게 돼 참 좋아요. 망치질하고 톱질하면서 땀을 흘리다 보면 어느새 기분이 좋아지지요. 큰 기대 없이 목공을 시작했는데, 목공은 하면 할수록 내 삶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에요. 목공플러스는 제게 즐거운 놀이터지요.”

목공플러스는 오픈 커뮤니티를 지향해 가입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 다만 기본적인 목공 기술을 필요로 해서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에서 목공교실 기초과정을 1개 이상 이수’라는 기본 자격만 갖추면 가입할 수 있다. “나무를 좋아하고 목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목공을 배워 내 삶을,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저희 커뮤니티에 노크하세요.”

 

내가 목공플러스를 제안한 이유 김휘강 대표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바쁘게 살아왔어요. 제 나름대로 직장 생활을 재미있고 소신 있게 했죠. 그런데 한 가지 채워지지 못한 부분이 목공이었어요. 어려서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해 가슴 한편에 늘 목공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거든요. 목공은 내 생각대로, 내 손으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것을 만드는 과정이잖아요. 상상만 해도 설레는 작업이지요. 은퇴 후 여유가 조금 생겨 오래된 제 꿈을 실현하게 되었습니다. 또 목공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만들어 여럿이 함께 작업하니 더 즐거워요. 이 커뮤니티에서 대단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다 목공을 통해 내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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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
목공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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