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가 가진 본래의 참 의미를 되새기는 작은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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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장례식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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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일일수록 알리고 나눠야 한다는 미명 아래 허례와 허식만 늘어난 우리나라 장례문화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진심으로 추모하고 제대로 추억하기 위해서 불필요한 절차와 과도한 비용을 줄이는 것. 장례가 가진 본래의 참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바로 작은 장례식의 시작이다.

우리나라의 관혼상제와 관련한 허례허식에 대한 지적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특히, 결혼과 장례의 경우가 그 렇다. 그나마 결혼은 ‘스몰 웨딩(small wedding)’이 자리 잡으면서 합리적인 비용에 특색 있는 다양한 방식이 늘었지만 장례의 경우에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집안을 과시하려는 허세와 체면치레, 그리고 유족들 이 당황하고 정신없는 사이에 마지막 효도라는 명분으로 허례를 부추기는 일부 장례업자들의 요구가 맞아 떨어지면서 비싼 비용을 치르는 장례식이 여전하다. 장례비가 과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돈을 아끼거나 형식과 예를 다하지 않으면 불효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늙고 병들면 저렴한 요양병 원에 모시고 정작 돌아가신 뒤에는 대형 병원 장례식장을 찾는다는 웃지 못할 아이러니가 반복되는 이유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평균 장례비는 1380만원이다. 윤달에 수의를 마련해 두면 부모가 장수한다는 속설도 있어서 올해처럼 윤달이 있는 해에는 수의 가격도 부담이다. 안동포의 경우 는 5~6백만원을 호가하고 그나마 싸다는 중국산도 150만원이나 한다. 화장을 해서 납골당에 모신다고 해도 비용은 만만찮다. 작은 함 한 칸에 1천만원을 넘는 경우도 많다.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고 애도해야 할 장례가 적지 않은 장례비를 고심하게 만들거나, 장례를 치르고 난 뒤에 가족 간 분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런 장례에 염증을 느끼고 비판적인 의견을 갖는 사람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적어도 자신의 장례라도 3일장이니 5일장이니 하는 형식보다는 진심으로 자신의 죽음을 추모하고 기억해줄 수 있는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이 모인 추모 모임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중년층 이상에서도 전통적인 장례에 대한 생각 변화가 감지된다. 빈소를 설치해서 사람들이 모이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유족이 고인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당연한 과정이라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과거와 달리 가족 구성원이 적고, 빠른 은퇴와 퇴직으로 인해 사회관계망이 줄었기 때문에 장례식이 축소되는 것을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령화가 장례식 풍경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고인의 연령대가 높 은 것은 상주의 연령도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조문객 수와도 연관된다. 장례식 자체가 상주에게는 체력 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부담이 되기 때문에 빈소를 차리지 않거나 장례 일정을 줄이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최근에는 절차를 간소화하고 비용을 합리적으로 지출하며, 장례의 의미 역시 고인을 추모 하는 데 집중하는 작은 장례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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