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발견한 태안의 이색풍경

기사 요약글

느긋한 바람 사이를 지나 부드럽게 유영하는 한 마리 새처럼 하늘을 날아간다.

기사 내용

창밖으로 보이는 섬과 바다 그리고 작은 바닷가 마을. 한편의 영상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닿을 듯 닿지 않는 그 풍경을 하늘 품에서 조용히 음미해본다. 하늘에서 만난 태안의 새로운 모습, 새로운 이야기.

EDITOR엄지희 PHOTOGRAPHER김좌상

높은 곳에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는 꽤 많다. 그러나 그곳의 전망은 멈춰있는 풍경이다. 조금 더 동적으로, 더 다양한 각도에서, 더 먼 곳을 아름답게 감상할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여행객이 이용하고 있는 여행을 즐기는 색다른 방법, 바로 항공 투어다. 미국 그랜드 캐니언에서는 거대한 협곡을, 팔라우와 세부에서는 푸른 빛깔의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항공 투어가 있다. 나라를 이동할 때나 탈 수 있었던 비행기를 온전히 우리 땅 하늘을 여행하며 풍경을 즐기기 위해 탈 수 있는 항공 투어. 해외에서만 즐길 수 있는 여행으로 알고 있었던 경비행기 투어가 최근 국내에도 한두 개씩 생겨나고 있다. 그 와중 태안의 하늘로부터 초대장이 날아왔다. 우리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태안의 숨은 풍경을 조심스레 세상 밖으로 꺼내본다.

하늘 여행의 출발지, 태안 비행장

태안 몽산포해변과 안면도 사이에 있는 곰섬. 그곳에 비행장이 숨어있다. 대부분의 여행객은 태안의 유명 관광지만 돌다 갈 뿐 곰섬에 비행장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한서대학교에서 보유하고 태안비행장에서는 항공과 학생들의 비행수업이 주로 이루어진다. 곰섬에 막 도착할 때 즈음 작은 경비행기가 부드럽게 내려왔다 지면을 터치하고 다시 올라가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대의 비행기가 날아오른다는 태안비행장 규모는 생각보다 컸다. 일자로 곧게 뻗은 활주로 옆에는 대여섯 대의 경비행기가 정차 중이었다. 맞은편에는 학교 건물과 관제탑, 정비소와 격납고 등이 있었다. 활주로는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지만, 특별한 기회로 이곳에서 경비행기를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아직 어떤 여행자도 오르지 못했던 태안의 하늘로, 최초라는 이름을 달고 날아가는 시간.

info. 태안비행장의 또 다른 볼거리

비행장 격납고
한서대학교 소유의 비행기는 물론 일반인들이 소지한 비행기를 이곳 격납고에서 보유하고 있다. 경비행기부터 헬기, 제트기 등 종류가 다양하며 국내에서 보기 힘든 여러 종류의 비행기를 바로 눈앞에서 구경할 수 있다.

모의비행 훈련센터
실제 비행을 하기 전에 거쳐 가는 곳으로, 시뮬레이터로 모의비행을 연습하는 훈련센터다. 비행기 조종석과 전면에 비치된 거대한 화면으로 진짜 비행을 하는 것처럼 철저한 예비 연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관제탑
태안비행장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 조종사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비행기의 이·착륙을 지시하는 탑이다. 하루에도 수십 대씩 오르내리는 비행기의 이착륙을 도와주며, 관제탑 지시 업무와 교육을 동시에 진행한다. 이곳에서 활주로를 통해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는 경치가 일품이나 기본적으로 일반인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다.

해양스포츠 체험
평소 해양레저에 관심이 있다면 주목. 태안 비행장 맡은 편 해양스포츠 교육관에서 여름방학 기간 중 단기 수상스포츠 체험이 가능하다. 수상스키, 웨이크보드는 물론 수상스포츠 쇼도 관람할 수 있으며, 7월부터 8월 말까지 진행된다. 수강신청과 이용시간 등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www.humarine.or.kr

 

한 마리 새가 되는 시간, 경비행기 체험

비행기는 조종석까지 좌석이 4개였다. 뒷 자석에 오른 후 미리 전달받은 헤드셋을 착용했다. 이륙과 비행 중에 생기는 소음을 막아주는 역할과 동시에 조종사와의 소통을 위해서였다. 엔진에 시동을 걸자마자 천천히 돌아가는 프로펠러. 다행히도 그 요란했던 소음은 헤드셋에 의해 대부분 차단되었다. 천천히 움직이던 비행기는 활주로를 달려가다 사뿐히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건물과 산, 나무에 가로막혀 닫혀 있던 풍경이 천천히 열렸다. 푸른 하늘과 바다로 주변이 온통 물들었던 묘한 기분. 거대한 항공기를 타고 대기권을 날아다니는 것과 사뭇 다른 기분이었다. 하늘을‘날고’ 있는 느낌이 피부에 와 닿았다. 비행기가 바람을 타고 유연하게 움직일 때마다 마치 내가 날아가는 것처럼 몸이 흔들렸다.

좌우, 앞뒤로 나 있는 창에는 영상을 틀어놓은 것처럼 태안의 풍경이 천천히 흘렀다. 늘 고정된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던 한정적인 전망과는 달리 위에서, 옆에서, 앞에서 뒤에서, 작은 섬과 바다, 마을과 논밭 그리고 사람까지 여러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눈앞에 펼쳐졌다. 태안의 하늘에서 내가 만난 것은 태안이 품고 있던 또 다른 풍경, 또 다른 시간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였다.

 

하늘이 열어준 새로운 풍경, 태안

곰섬에서 출발한 경비행기가 가장 먼저 도달한 곳은 태안에서도 유명한 여행지 꽃지해수욕장이었다. 남편을 기다린 아내가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 때문인지 육지에서는 애틋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이 쓸쓸하게만 보였던 할미·할아비 바위가 하늘에서는 전혀 안타깝게 보이지 않았다. 바다 위를 비행하던 비행기가 비스듬히 방향을 틀어 육지로 들어섰고, 바로 반대편 바다까지 날아갔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태안에서 가장 큰 사찰인 안면암. 그저 바다를 바라보는 거대한 사찰로만 보였던 안면암과 부상탑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마치 먼 바다에서부터 찾아올 깨달음을 기다리는 듯 꿋꿋하고 단단했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듯, 더 정진하라는 듯. 태안이 품은 많은 이야기가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기억 속에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안면도를 한 바퀴 돌고 서산의 끄트머리도 언뜻 스쳐 지나간 비행기는 왔던 곳을 되돌아갔다. 비행하는 내내 쉴 새 없이 밀려드는 풍경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낯선 이야기들이었다. 물이 빠진 자리에 거대한 굴곡을 드러내며 나타난 뻘과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서쪽으로 흘러나가는 물줄기는 완전히 새롭게 다가왔다. 육지와 가장 가까운 하늘에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태안의 모습들, 햇빛을 품고 빛나는 논물과 규칙적으로 배열된 간척지, 그저 평범하기만 했던 이 풍경 역시 태안이 빚은 예술처럼 화려하고 이국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육지에선 만날 수 없었던 태안의 하늘이 열어준 새로운 풍경.

20분의 짧은 비행은 생각보다 금방 끝이 났다. 더 멀리 오래 볼 수 없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그 아쉬움은 또다시 태안을 찾아오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임을 알기에 하늘을 뒤로 한 채 육지로 내려왔다. 국내에서도 이토록 놀라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특별했던 시간, 국내의 또 다른 지역이 숨겨둔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하늘에서만 볼 수 있을 그 아름다운 전경을, 새로운 이야기를, 조만간 국내의 모든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길 기대한다.

info. 하늘에서 본 태안 여행지

꽃지해수욕장
5킬로미터에 이르는 백사장과 낙조로 유명한 해변. 안면도에서 가장 큰 해변이며, 사시사철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물이 빠지면 갯바위가 드러나 조개나 고둥, 게 등을 잡을 수 있다. 인근에는 방포포구와 매년 국제꽃박람회가 열리는 자연휴양림이 있다.

할미·할아비 바위
꽃지해수욕장에 있는 바위로, 남편을 그리워하던 부인이 바위가 되었는데 그 옆에 다른 바위가 생겨나면서 할미·할아비 바위로 불렸다. 이 두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의 풍경은 너무나 극적으로 아름다워 서해의 3대 낙조로 손꼽힌다.

안면암
바다를 가로질러 섬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를 지닌 안면암.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태안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로 유명하다. 물이 차오를 때 여우섬 인근까지 걸어갈 수 있는 부교와 물 위에 뜰 수 있도록 설계된 부상탑도 놓치면 안 될 태안의 명물. 썰물 때는 걸어서 여우섬과 부상탑까지 갈 수 있다.

info. 태안 경비행기투어

태안의 하늘 여행이 궁금하다면 DM항공에 문의하면 된다.
DM항공 031-212-9461

본 컨텐츠는 모두투어에서 제공했습니다. 모두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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