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들의 10년 단골집

기사 요약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입맛 까다로운 언론인들이 추천하는 단골집.

기사 내용

46년 전통의 설렁탕집
중림장

추천 메뉴 : 설렁탕 (7000원), 도가니탕(8000원)
중림장은 중림시장 골목에 있는 식당이다. 지금은 인근에 한국경제신문과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예전에는 한옥들이 밀집해 있던 곳이다. 중림장은 주변 직장인들과 택시 기사들 그리고 중림시장의 상인들이 꼭두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애용하는 식당으로, 서민들의 고단한 삶이 설렁탕 한 그릇으로 위로받는 곳이다.

맑은 국물에 고기와 소면. 겉보기에는 여느 설렁탕과 차이가 없다. 그러나 국물 맛을 보는 순간, 그 구수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곁들여 나오는 김치와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입맛을 돋운다. 김경호 사장은 “사골과 도가니, 질 좋은 양지머리와 고기를 16시간 이상 끓여, 고기와 뼈의 국물이 서로 스며들어 담백하게 우러나게 하는 게 우리 집 국물의 비법”이라고 설명한다. 이 비법 덕에 최근 이 식당은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선정되기도 했다.

25년 전, 야근하다가 동료들과 들러 이 집에서 먹은 설렁탕은 많은 취재현장을 다니면서 먹어본 설렁탕과는 다르게 그 맛이 진하고 담백해 그 후 야근을 할 때나 속풀이를 하기 위해 자주 찾는 집이 됐다. 처음 찾았을 때 안방 한쪽에서 인심 좋은 표정으로 계산하며 손님과 눈을 마주치던 주인 할머니 대신, 지금은 후손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데 변함없는 맛으로 많은 이들의 허기를 채워주고 있다. 6000원 하던 설렁탕값을 7000원으로 올린 것도 최근이다. 마음씨 좋은 주인 할머니는 “돈이 많든 적든, 식당에 오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먹도록 해야 한다”며 주위의 가격 인상 권고에도 오랫동안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주변이 재개발로 옛 모습을 잃어가지만 중림장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변함없는 맛의 설렁탕을 내놓고 있다. _김석구(전 경향신문 사진부 부국장)

단골의 한마디 : 사골과 도가니, 질 좋은 양지머리와 고기를 넣고 푹 끓여 담백하게 우러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어머니 손맛 집밥
삼경원

추천 메뉴 : 백반(7000원)
‘삼경원’은 메인타이틀, ‘소문난 집’은 서브타이틀이다. 일부 단골들 사이에서는 ‘그랜드플라자’로 불리기도 한다. 처음 삼경원에 갔을 때 세 번 놀랐다. 먼저 실내가 비좁고 허름하여놀랐다. 탁자 네 개에 손님의 등은 서로 맞닿기 일쑤고 퇴색한 벽지는 취객들이 휘갈겨놓은 허언과 명언들로 어지러웠다. 털털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아슬아슬하게 걸린 선반 위에는 소형 텔레비전과 낡은 문학 잡지, 시집 몇 권이 놓여 있었다. 시대극의 소품 같은 분위기였다.

그리고 좁고 허름한 곳에 오는 단골들의 화려함에 놀랐다. 문인, 화가, 서예가 등 예술가와 언론인들의 아지트였다. 스스럼없이 합석하고 잔을 주고받으며 불통 시대를 소통했다. 마지막으로 주인 서영숙 여사의 미모와 위트에 놀랐다. 안주는 주인 서영숙 여사 마음대로 그날 들여온 식재료에 따라 달랐다. 이 삼경원이 피맛골에 30여 년 머물다 재개발에 밀려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으로 옮긴 지 올해로 8년째다. 벽에는 낙서 대신 한 시대를 풍미한 문인들의 사진이 걸렸다. 윤동주의 ‘서시’로 별을 헤고, 박목월의 ‘나그네’로 추억을 자맥질한다. 점심은 백반을 예약제로 주문받는다. 조미료를 쓰지 않은 담백한 된장찌개와 갓 지은 고슬고슬한 쌀밥이 혀끝을 감친다. 김치와 멸치볶음, 버섯, 오이무침 등 제철 밑반찬은 어머니의 깊은 손맛으로 도심 직장인들의 ‘집밥’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저녁 술안주로는 코다리찜, 홍합과 꼬막 등 계절 안주를 다룬다. _이규섭(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담백한 평양냉면의 진수
을밀대

추천 메뉴 : 냉면(1만1000원), 녹두전(9000원)
맛집이 많기로 유명한 마포에서도 레전드로 꼽히는 곳이 바로 을밀대다. 이곳은 방송에 여러 번 소개되어 여름이 되면 수도권 일대에서 평양냉면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마포 주민들끼리는 여름철 주말에는 먼 곳에서 온 방문객들을 위해 덜 찾아야 한다며 농담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집의 평양냉면은 심심한 육수에 두툼하고 다소 거친 면이 색다르다. 한우의 몸통과 사골을 함께 끓인 육수는 무척 담백하다. 그러나 첫맛에 혀를 자극하는 육수를 즐긴다면, 다소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면은 다른 곳보다 오래 삶아 처음엔 탱탱한 맛이 덜한데 씹을수록 고소한 메밀 향이 느껴진다. 식당 한쪽에서 메밀 면을 직접 뽑는 장면을 볼 수 있는 것은 보너스다.

돼지 살코기를 듬뿍 넣어 바싹 구워져 나오는 녹두전이 냉면과 찰떡궁합이다. 주차가 매우 복잡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_남혜경(코칭북제작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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