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즐길 거리

기사 요약글

예의와 도리에 관한 이야기

기사 내용

“내 눈으로 진실을 보고 전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용감한 한국인 택시 기사 김사복 씨와 나를 헌신적으로 도와준 광주의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다큐멘터리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

한국의 민주화에 이바지한 공로로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은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수상 소감이다. 그는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대한민국>으로 1980년 5월 광주의 이야기를 세계에 알린 인물이다.

<고지전>(2011), <의형제>(2010)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장훈 감독은 힌츠페터의 수상 소감이 담긴 신문 기사 한 줄에서 영화의 힌트를 얻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힌츠페터와 익명의 존재로 남은 택시 기사(힌츠페터는 당시 자신을 광주로 데려간 기사 김 씨를 만나려 했으나 끝내 불발됐다)의 눈으로 본 당시 우리의 모습을 그려 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택시 운전사 만섭(송강호)은 밀린 월세 10만원을 내지 못해 허덕이며 열한 살 딸을 홀로 키운다. 그런 만섭에게 외국 손님을 태우고 통금 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거금 10만원을 준다는 제안이 들어온다. 선뜻 운전대를 잡은 그는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치만)를 태우고 달리는데, 광주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군인들의 제지를 받는다. 하지만 만섭은 택시비를 받겠다는 일념하에 특유의 넉살로 검문소를 통과해 광주에 들어선다. 그러나 광주는 상상 밖으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서울로 돌아가자는 만섭의 만류에도 피터는 대학생 재식(류준열)과 황 기사(유해진)의 도움을 받으며 촬영을 시작한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만섭은 집에 혼자 있을 딸 걱정에 머리가 아프다.

가슴 아픈 광주의 역사를 다룬 영화는 많다. <택시운전사>가 궁극적으로 보여주려 한 건 좌우의 이념보다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삶을 통해 말하는 ‘희망’이다. 택시 운전사 만섭 역을 맡은 송강호는 “<택시운전사>는 상식과 도리를 다룬 영화”라고 말했는데 이는 옳지 않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도리를 말하며 사람을 해치지 말고, 고통받는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 영화는 전쟁보다 더 참혹했던 광주의 참상을 두고 밑바닥에 떨어진 예의와 도리를 어떻게 회복할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만섭과 피터의 공통점 역시 예의와 도리의 기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만섭은 택시비를 받았으니 손님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태워줘야 한다는 기사의 본분에 몰두하고, 피터는 고립된 광주에서 벌어지는 일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기자의 사명에 충실할 뿐이다. 두 사람이 광주에서 만난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장이자 아빠인 소시민 택시 운전사 황태술(유해진)과 운동권도 아니었던 평범한 광주 대학생 구재식(류준열). 이렇게 평범한 이들은 누구나 인정하는 인간의 상식과 도리에 따라 자신의 일을 한다. 딱히 역사에 대한 고뇌나 사명감이 있는 게 아니다. 장훈 감독은 “인물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며 “보편적인 사람들이 (광주와 같은) 위급한 상황에 닥쳤을 때 어떤 심리 변화를 겪게 될까에 대해 그렸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는 부분이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웠지만 보여줘야 할 부분은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영화는 국민 배우인 송강호에게 기댄 바가 크다. 영화 초반 머리를 주억거리며 조용필의 노래 ‘단발머리’를 흥얼거리는 장면은 그가 이 영화에서 어떤 연기를 펼칠지 가늠하게 한다. 송강호는 “역사의 큰 부분을 송강호라는 배우가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비극이나 아픔을 되새기자는 것이 아니다. <택시운전사>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픈 역사와 비극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큰 사회에 희망을 노래하고 있지 않나 싶다. 포스터의 환한 웃음이 궁극적으로 이 영화의 지향점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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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로 가는 길 8월 3일 개봉
영화 제작자인 남편 마이클 (앨릭 볼드윈)을 따라 칸에 온 앤(다이안 레인)이 갑작스럽게 남편의 동료인 프랑스 남자 자크(아르노 비야르)와 단둘이 파리에 동행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엘리노어 코폴라의 첫 번째 상업 장편영화인데, 감독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장산범 8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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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경찰대생이 눈앞에서 벌어진 납치 사건에 휘말리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요즘 대세 배우 박서준과 강하늘의 톡톡 튀는 연기력과 젊고 유쾌한 열정이 화면 전반에 흐른다. 학교에서 배운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수사에 뛰어든다는 설정이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낸다.
 

로마의 휴일 8월 30일 개봉
인생 역전을 노리고 현금 수송차를 턴 인한(임창정), 기주(공형진), 두만(정상훈) 세 남자가 로마의 휴일 나이트클럽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시종일관 빵빵 터지는 코미디와 카레이싱 추격전 등 다양한 볼거리가 관전 포인트다.

 

자신의 전문 지식을 알차게 꾹꾹 눌러 담은 책에서는 프로의 향기가 난다.

패션 MD : 브랜드 편 1, 2
글 김정아 출판사 21세기북스

국내에서 손꼽히는 패션 MD이자 편집숍 ‘스페이스 눌’의 대표 김정아가 자신의 10년 노하우를 고스란히 녹인 책을 펴냈다. 이번 책은 브랜드 서치에서 바잉까지 패션 MD가 알아야 할 A to Z를 담은 <패션 MD: 바잉 편> 인기에 힘입어 출간되는 두 번째 책으로 주제는 브랜드다. 페미닌 룩, 럭셔리 룩, 보헤미안 룩 등 스타일별로 브랜드를 어떻게 선별하는지 소개하고, 매년 쏟아지는 수많은 브랜드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 그녀만의 노하우를 전한다. 또한 북유럽, 일본 등 각 나라에서 유행하는 패션 스타일까지 담아내 읽는 재미를 더했다. 패션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그녀만의 관점으로 들려주는 패션 브랜드 이야기는 읽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를 테니까.
 

아이 러브 커피
글 이장우 출판사 자유문고

패션에서 라이프까지 토털 컨설터 겸 작가, 여행 강연자로 활동하는 이장우에겐 또 한 가지 별칭이 있다. 바로 ‘커피사랑꾼’. 커피를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세계 각국의 바리스타 교육을 수료하는 한편, 커피 관련 방송을 진행한 적도 있는 그는 커피를 알아가면서 그 안에 담긴 커피 문화와 사람들 이야기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이번 책은 커피를 배우러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커피에 대한 단상과 그 안에 담긴 문화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커피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저자 덕분일까. 책에서 소개하는 커피에 관한 따뜻하고 흥미 있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커피의 깊은 풍미를 품은 듯 깊이 있다.

‘C.O.F.F.E.E’는 Connector, Open ecosystem, Fusion, Form, Education, Everywhere이다.
Connector, 커피는 연결고리이다. 커피는 사람 사이의 만남을 이어주는, 우리에게는 가장 친숙한 음료 중 하나이다.

_<아이 러브 커피> 中에서_

 

고전주의 작가부터 인상주의, 초현실주의,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제별, 시대별로 모은 거장들의 누드화 전시다. 역사화의 고전적 소재로 쓰였던 누드화를 살펴보는 역사적 누드, 작가 개인의 개성적인 화풍이 드러난 개인 누드, 추상적 형태의 모더니즘 누드 등 장르별 작가별 누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유럽에서만 볼 수 있었던 오귀스트 로댕의 대리석 원본이 최초로 전시되어 더욱 관심을 모은다. 또한 작품을 통해 성과 권력 관계를 고찰하고, 사진을 통해 동시대 작가들의 누드도 감상할 수 있다.

기간 8월 11일~12월 25일
장소 소마미술관
문의 www.tateseoul.com

 

Design Your Self
카림 라시드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카림 라시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뜻의 ‘디자인 민주주의’ 철학을 가진 인물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대형 작품 <플레저스케이프(Pleasurescape)>를 만날 수 있다. 단순히 보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전시라 누구나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기간 10월 9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문의 02-3701-9500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

크지슈토프 보디츠코는 사회의 주요 담론을 선도해온 미디어 아티스트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국제사회에 던지는 비판적,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과 상처받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다양한 작품을 소개한다. 신작<나의 소원>(2017)은 세월호 참사, 해고 노동자, 인권운동가 등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처와 고통을 담은 작품이다.

기간 10월 7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문의 02-3143-4360

 

일상 산책
유근택 개인전

유근택은 일상의 시간과 사건이 쌓여 있는 공간에 주목한다. 이번 개인전은 그런 공간을 산책하는 것으로, 도서관 시리즈, 실내 시리즈, 풍경 시리즈로 나누어 각기 다른 주제의 일상을 보여준다. 이전까지는 먹의 혼합으로 시간을 쌓아간 작업을 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한지의 종이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표면을 거칠게 다룬 새로운 작업 방법을 만날 수 있다.

기간 8월 17일~9월 17일
장소 갤러리현대
문의 02-228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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