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은 성욕과 같다

기사 요약글

‘식욕은 성욕’이라는 말이 있다. 어디까지나 속설이지만 꽤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기사 내용

 

소설<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을 읽은 적이 있는가? 멕시코 작가 라우라 에스키벨이 쓴 이 소설은 멕시코 요리 특유의 냄새와 맛으로 에로틱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 티타는 ‘막내딸은 엄마를 죽을 때까지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사랑도 결혼도 할 수 없다’는 가문의 전통에 고통 받는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티타를 사랑하는 페드로가 그녀 곁에 평생 같이 있겠다는 생각으로 언니와 결혼하는데, 이에 상처 받은 티타는 자신의 감정을 담아 음식을 만든다. 그녀의 슬픔이 가득 담긴 웨딩 케이크를 먹은 사람들은 결국 다 토하고, 페드로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못한 티타가 성적 욕망을 느끼며 만든 메추라기 요리는 먹은 사람마다 자신의 성적 욕구를 어쩔 줄 모른다. 심지어 페드로와 결혼한 티타의 언니는 사창가까지 가서 그 욕구를 해소하기에 이른다. 판타지 요소가 가득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포인트는 음식과 사랑의 불가분 관계다.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 내고 있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먹는 것과 사랑을 나누는 것은 참 많이 닮아 있다. 음식을 먹는 것은 보고, 냄새 맡고, 듣고, 맛보고, 만져보는 오감이 총동원되는 일인데 섹스도 그렇다. 보기에 먹음직스런 음식은 식욕을 자극한다. 그뿐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모습 역시 섹시하다. 자신을 위해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만드는 남자를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라고 하지 않는가. 섹스 역시 마찬가지. 굳이 사랑의 시인 바이런이 ‘사랑은 눈으로 온다’고 한 말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그녀의 예쁜 눈웃음, 도톰한 붉은 입술, 봉긋한 앞가슴, 날씬한 다리 혹은 그의 굳센 어깨, 팔, 섬세한 손가락, 날렵한 움직임 등을 보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달콤한 섹스를 상상한다. 은은하고 어두운 조명과 정갈한 침대 시트, 그리고 적당히 보이는 상대의 벗은 몸은 그 자체로 멋진 섹스로의 초대이다.
 

또 하나의 원초적 감각은 냄새다. 이는 맛의 중요 부분을 담당한다. 비 올 때 고소한 기름 냄새를 풍기는 고구마튀김, 추운 날씨에 몸을 움츠리고 종종 걸어갈 때 동네 빵집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하고 따뜻한 빵 굽는 냄새는 추위를 잊게 만들며 감정이 이완되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사랑을 고백하거나 뭔가 부탁할 때는 갓 구운 빵 냄새가 나는 빵집 앞에서 하라는 이야기도 있다. 특히 후각은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예민한데, 그래서 여자는 그가 쓰던 스킨이나 비누 냄새로 그를 추억한다. 여자에게 후각은 에로티시즘과 더욱 연결되는 능력이다. 이에 더해 ‘키스하다’는 말 역시‘냄새 맡다’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할 만큼 성적 행위 역시 냄새에서 시작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를 더욱 흥분시키는 것은 키스할 때 느껴지는 상대의 숨 냄새, 애무할 때 상대의 몸에서 나는 그만의 독특한 체취 아닌가!
 

그리고 미각이라 일컫는 맛. 이것은 시고 짜고 달고 쓴, 다양한 맛의 향연으로 우리의 감각을 자극한다. 섹스도 마찬가지라 우리는 상대와 키스하고 애무하며 그를 맛본다. 그의 체취가 섞인 짭짤한 땀, 여러 가지 체액은 사실 황홀함으로 이끄는 사랑의 미약이다.
 

음식을 요리할 때 나는 소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내는 소리, 음식이 맛있다고 감탄하는 소리도 맛을 배가한다. 그래서 ‘캬아~’ 소리가 나지 않는 맥주 광고는 없는데, 섹스 역시 마찬가지다. 섹스할 때도 상대의 신음 소리는 우리를 더욱 격정으로 몰아가곤 한다. 그래서 성 전문가들은 ‘신음 소리를 섹시하게 내는 연습을 해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그에 더해 섹스할 때나 음식을 먹을 때 무드를 더하는 낭만적인 음악을 곁들이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감각은 촉각이다. 음식을 포크나 젓가락 등 도구를 사용해서 먹을 때보다 손가락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갈 때 훨씬 원초적인 섹시함이 있다. 잘 튀긴 닭 다리를 손가락으로 쥐고, 탄력 있는 고깃결을 손가락으로 찢어서 입에 넣을 때 느끼는 원시적 촉감과 모습에서는 또 다른 섹시함이 느껴진다. 섹스에서도 애무는 절정의 촉감이다. 부드러운 살결을 따라 입술을 대고, 쓰다듬고, 살짝 꼬집기도 하는 행위는 우리를 관능의 대잔치로 인도하는 감각이다.

한편, 우리는 음식과 섹스를 통해 사랑을 배운다. 나를 위해 준비한 따뜻한 밥에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과 정성이 녹아 있다. 지독한 감기에 걸려 아무것도 못 먹다가 남편이 만들어준 흰죽에 기운을 차리는 것도 음식에는 만든 사람의 에너지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화가 나서 만든 음식을 먹은 후 영문도 모르고 체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래서 음식은 좋아하는 사람과 먹어야 더욱 맛있다. 물론 섹스는 더할 나위 없고. 오늘 누군가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면 로맨틱한 기분으로 정성껏 요리해보기를 권한다. 물론 그나 그녀를 초대하는 것을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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