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익숙한 라농, 까오락 & 끄라비

기사 요약글

라농과 까오락 그리고 끄라비에서 보낸 완벽한 추억, 완전한 기억들을 꺼내보는 시간.

기사 내용

바다를 보러가고 싶다는 것은 단순한 바람에 그치지 않는다. 먼 바다에서부터 불어오는 새벽녘의 바람을 맞고 그곳으로 다시 밀려가는 오후의 잔잔한 파도를 보며, 다시 그 끄트머리로 떨어지는 저녁 무렵의 선셋과 밤별을 보는 것. 그러니까 그것은 바다와 함께 온전히 하루를 보내는 것과 같다. 

EDITOR+PHOTO 이곤

가끔은 새로워야 한다. 익숙한 것들과의 의도적인 이별, 때로는 그것이 삶의 결정적인 힌트가 되며 중요한 분기점을 이룬다. 리뉴얼이 필요하고 리셋팅이 절실하며 릴렉스와 리프레쉬는 무엇보다도 간절한 신체적, 감정적 행태이다. 그런 바람은 먼 남쪽에서 불어오는 또 다른 바람과 맞닿아 어느덧 태국의 서남쪽 바다로 이끈다. 물론 많은 사람들로 북적일 필요는 없다.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래서 풍성한 순수함이 있고, 맑고 투명한 바다는 눈이 부시지만 기분 좋게 찡그릴 수 있는 태양과 맞물려 지중해보다 푸른 에메랄드 빛 세상을 그려준다. 미얀마와 가까워 국경이라는, 그것도 바다를 통한 경계가 있는 묘하고 이국적인 라농이 있고 순박한 까오락이 있으며 이름에서 환기되는 것처럼 부드러운 코발트블루가 연상되는 끄라비가 있다. 꿈꿔 왔던 나날들을 완성시켜 주는, 곧 다가올 여름을 보내야 할 세 곳.

 

라농Ranong

하루에 단 두 번. 방콕에서 태국 전역으로 뜨는 셀 수 없이 많은 비행기들 중 라농에 내리는 횟수이다.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작은 세계. 게다가 태국 남서쪽의 안다만 바다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지리적인 뉘앙스가 더해지면 이미 라농은 벌써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 머문다. 방콕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여, 라농에 내려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의외로 맑고 저 오랜 시간에서부터 길어 올려진 깊은 공기이다. 바다와 가깝지만 비릿한 물의 서정보다는 폐부 깊숙이 묵묵한 흙과 땅의 정서가 먼저 반긴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순수함과의 조우. 숲을 넘어 밀림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은은한 풀과 나무들이 그려내는 풍경 그리고 그것들을 받쳐주고 있는 라농이 지닌 태초의 자연의 냄새. 아마도 이곳 라농 사람들의 삶의 향기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먼저 손을 내밀어 그것들과 악수했다. 손에 남아있던 습기는 어느덧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사라지고 난 후였다.

라농 4 SPOTS

푸 까오 야Phuh Kao Ya Hill

자그마한 공항을 빠져나와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보면 평원에 야트막한 동산이 하나 눈에 띤다. 태국어로는 Phuh Kao Ya. Grass Hill이나 Bald Hill 또는 유령 언덕과 스위스 초원 등 다양한 이름을 지니고 있는 작은 민둥산이다. 유독 산악지형이 많은 라농뿐 아니라 태국 전체에서도 이처럼 풀로만 덮인 채 나무 한그루 없는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언덕은 꽤 드문 형태라고 한다. 바로 앞에 울창한 삼림으로 뒤덮인 드넓은 응가오Ngao국립공원이 있음을 감안할 때 아직 싹이 올라오지 않아 밋밋한 생김새는 확실히 주변의 빽빽한 초록 풍경과 비교해 이질감이 있었다. 흡사 경주의 거대한 왕들의 무덤인 대릉원이 연상되는 곳. 수 천 년 전 라농 왕가의 무덤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비밀스런 민둥산은 그보다 더 찬란한 이름으로 불려도 좋다. 언덕 뒤로 트레킹 코스가 있으며 목초지 주변으로 소떼가 방목되어 라농 사람들의 피크닉 장소로도 쓰이는 Phuh Kao Ya. 라농의 여유로움은 벌써부터 넓게 펼쳐졌다.
 

라따나 랑산 궁전Rattana Rangsan Palace

라마 5세를 빼놓고 현 시대 태국의 역사를 논할 수는 없다. 태국의 근대화 기틀을 다졌으며 차크리 왕조 역사상 최고의 군주로 칭송받는 라마 5세. 얼마 전 태국 국왕이 서거해 온 전역의 태국 국민들이 슬픔으로 애도했지만 아직까지 라마 5세에 대한 태국 국민들의 추앙과 존경심은 거의 신앙에 가깝다. 라따나 랑산 궁전은 라마 5세가 방문한 기념으로 1890년에 세워진 별장 형식의 궁전으로 이후 1928년까지 라마 6세와 7세의 방문을 통해 증축되었다. 가장 단단한 수종 중 하나인 철목과 티크목으로 만들어졌으며 잘 다듬어진 정원과 함께 꾸며져 있다. 내부에는 라마 5세의 침실 및 각종 전시물들이 보관되어 있어 당시의 태국 왕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락사와린 온천Raksa Warin Hot Springs

숲속에 있는 온천. 덥고도 더운 나라에서 온천이라니 다소 의아하지만 태국 전역에는 자연에서 생성된 온천이 꽤나 많이 있다. Father, Mother& Child로 이름 지어진 세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천은 치유의 효과도 있어 주변은 물론 인근의 춤폰이나 더 먼 곳에서도 찾는다고 한다. 노천 온천으로 가장 높은 온도는 65도. 온천수는 신성하게 여겨져 얼마 전 서거한 국왕의 60세 생일 축성수로 사용되기도 했다. 족욕탕 시설이 있어 가볍게 족욕을 즐길 수도 있다. 사용료는 무료.
 

라농마켓Ranong Market

시장은 생각 외로 무척 크고 넓다. 라농이 그리 크지 않은 도시임에도 이런 규모의 시장이 있는 이유는 바로 옆 나라인 미얀마와 삶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라농 사람이 미얀마로 건너가 사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미얀마 국경지대의 사람들은 라농으로 넘어와 뿌리를 내리고 완전히 정착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라농마켓은 그래서 태국 본래의 모습과 태국남부인 이슬람권 그리고 미얀마 문화가 모두 혼재되어 있으며 시장 바로 옆 중국 사당까지 더해져 다양한 군상을 이룬다. 바다가 옆에 있기에 풍부한 해산물이 어디든 넘쳐나고 공장지대 하나 없는 라농의 땅에서 난 싱싱한 유기농 재료들이 산을 이룬다. 모자람 없이 넉넉한 모습. 그래서 여타 수많은 다른 시장들에서 느꼈던 치열하거나 복잡함이 없는 공동체의 형태. 어쩌면 라농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꼬파얌Ko Phayam

태국어로 꼬는 ‘섬’을 뜻한다. 꼬창, 꼬사무이, 꼬따오 등등 낯설지 않은 섬들은 이미 충분히 익숙하다. 파얌은 ‘시도하다’를 의미해서 자연스럽게 꼬파얌은 ‘섬에 한 번 가볼까’라는 뜻으로 풀이되니 이 낭만적이고 심지어 시적이기까지 한 섬을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게다가 안다만의 바다를 볼 수 있다면.

20여 명을 태운 쾌속선은 선착장을 떠난 지 40여 분이 지나 꼬파얌에 닿는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바람은 세지만 유쾌하고 상쾌하며 그래서 뜨거운 볕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다면 선실 내부에서 밖으로 나와 바닷바람을 맞는 것도 좋다. 라농에 속해 있는 섬들 중 꼬창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이며 육지와는 3킬로미터의 거리.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바로 위에 위치한 꼬창으로 몰리는 까닭인지 꼬파얌은 태국의 섬 중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은 섬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섬에 내리면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커다란 트랙터가 대기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 섬에는 교통을 위한 도로가 갖춰져 있지 않은 까닭인데 오히려 섬의 정취와 닮아있어 반갑다. 물론 섬에는 아직 버스나 자동차가 없고 오토바이가 주요 수단이다. 매연이라곤 없는 꼬파얌. 섬에 도착한 사람들은 누구나 이곳에서 도시와는 다른 숨을 마음껏 쉴 것이다.

숙소에서, 아니 이 섬에서 할 일이란 크게 없다. 섬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덕목 중 하나는 섬이 스스로 보여주는 바다와 그 바다를 담은 풍경을 보는 일. 잔잔한 바다는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사실 바다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빛에 따라 또 구름의 물결에 따라 그리고 바람에 따라. 섬에서 들리는 소리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파도에 모래가 쓸리는 소리. 촘촘한 야자수 잎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마치 수 천 마리 새들의 날개 짓처럼 들리는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섬의 소리. 이 섬이라는 작은 공간에 가득 찬 꼬파얌의 앙상블.

섬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숙소에 미리 예약을 하면 트랙터 투어를 할 수 있다. 피어 반대쪽으로 야트막한 산을 넘으면 또 다른 리조트들이 있기에 가급적 더 한적한 해변으로 향한다. 트랙터는 좁은 산길을 따라 언덕을 넘는다. 간간이 얼굴에 부딪히는 나뭇잎들은 오히려 싱그럽고 역시 드문드문 이 길을 교차하며 만나는 꼬파얌 사람들과의 손 인사가 정겹다. 안다만이 보이는 서쪽의 아오 야이Ao Yai. 꼬파얌에서 가장 큰 베이인 아오 야이는 완만하게 펼쳐진 백사장의 길이가 무려 3킬로미터에 이른다. 해변은 물이 빠졌을 경우 바다까지 300미터로 더 벌어져 가뜩이나 한적한 해변을 더욱 넓은 공간으로 꾸며준다. 긴 백사장을 따라 걷는 두 명의 사람. 해수욕을 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저 바다를 바라보는 몇몇의 사람들. 꼬파얌이 밑그림을 그리고 아오 야이가 색을 입힌 라농의 수채화.

트랙터는 다시 반대편으로 넘어가 한 사원에서 멈춘다. 플로팅 템플Floating Temple. 길게 바다 쪽으로 나있는 다리 마지막 지점에 위치해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불교사원이다. 기본적으로 불교 국가인 태국이지만 라농을 기준으로 해서 남쪽으로 이슬람권으로 바뀌는 종교적 환경 때문에 이 불교사원은 태국 불교의, 특히 남부지역 섬 불교사원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더욱 특이한 장소에 지어졌으며 때문에 신성하게 여겨진다. 사원 내부는 불상만이 존치되어 있을 정도로 크게 꾸며지지 않았다. 꼬파얌 사람들의 소박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장소. 바다 그리고 그 바다의 다리 끝에 있는 사원. 이 플로팅 템플이 서쪽에 있어 석양이 지는 안다만에 실루엣처럼 서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미친다. 그랬다면 꼬파얌은 아마도 지금의 꼬파얌이 아니었겠지.

날이 바뀌고 바다 건너 다른 섬의 산 위로 해가 뜬다. 선셋과는 비슷한 색감이지만 다소 다른 톤의 붉은 색이 바다에 퍼진다. 저녁과는 또 다른 평온한 아침을 펼쳐주는 꼬파얌의 선 라이즈. 이 작은 섬이 참 많은 것을 가졌다.

 

국경의 서쪽, 미얀마

라농의 여행지로써의 이점 중 하나는 미얀마를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만해도 외국인은 육로를 통해 미얀마에 들어가기가 어려웠지만 현재는 몇몇 곳에서 육로 루트가 가능해졌다. 라농에서는 특히 바다를 통해 물길을 따라 국경을 넘는다는 것인데, 묘한 긴장과 흥분 그리고 기대감과 낯섦이 동시에 공존하는 길이다. 많은 미얀마 사람들은 미얀마보다 경제 여건이 좋은 태국으로 와서 일을 하고 또 돈을 벌어 돌아간다. 보통 주변국들과 관계가 그리 좋지 않은 나라들이 많지만 태국과 미얀마의 관계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 같은 불교 국가 그리고 같은 물을 나누는 사람들. 공존이라는 단어가 가장 이상적으로 스며드는 땅이자 바다, 그 경계 끄라부리 강.

약간의 비자 비용을 내면 국경을 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크지 않은 목선을 타고 강에 몸을 싣는다. 선착장이 끄라부리 강의 하구에 위치해 다소 물살이 염려되기도 하지만 그다지 심하지 않은 파도를 타고 배는 미얀마 쪽으로 향한다. 태국 쪽 관리소와 미얀마 쪽 관리소에서 두 번 더 여권 확인을 한 후에 비로소 미얀마 땅, 꼬따웅Kawthaung을 밟는다. 태국 측 체크 포인트에는 태국 군인들이 있지만 미얀마 측 검문소에는 그다지 긴장감이 없다. 미얀마 쪽으로 가까워질수록 황금 칠을 한 불상의 모습들이 보여 과연 미얀마 땅에 들어왔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지구상에서 불교가 삶 속에 가장 깊게 뿌리 내린 나라 중 한 곳인 미얀마. 불심이 깊은 땅이니 낯선 곳이지만 아무런 걱정이 없다.

비자의 유효 기간은 단 하루 동안이다. 대사관을 통해 받는 것이 아니라서 한정이 있다. 미얀마 쪽 선착장에서 나와 바다를 따라 가볍게 미얀마를 담아 본다. 방금 전에 있었던 태국의 땅이 거대한 물을 사이에 두고 바다 건너에 있다. 국가를 넘어왔지만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크게 다를 이유가 없는지라 어떤 이질감은 없다. 다만 미얀마 사람들이 얼굴에 바르는 전통 화장품인 타나까를 분한 사람들이 미얀마 사람임을 알린다. 태국보다 조금 힘겨운 삶을 사는 미얀마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얼굴에서 어떠한 힘겨운 기색을 느낄 수는 없다. 불교 아래에서 삶의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생을 해결하는 태국과 미얀마 사람들. 그들의 지극히 종교적인 삶에 경의를 표한다.

먼저 도착한 곳은 끄라부리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자그마한 정원. 미얀마와 라농은 같은 위도 상에 있지만 왠지 자라고 있는 나무와 꽃이 라농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정원의 중심에는 동상이 하나 있다. 브잉 나웅 왕King Bayint Naung 1516-1581. 미얀마로 국호가 바뀌기 전 버마의 기틀을 완성시켰던 퉁구 왕조Toungoo Dynasty 1550-1581의 왕으로 시장 이름이나 도로, 사원 등 미얀마 전역 곳곳에 그의 흔적이 있을 정도로 영향력은 실로 지대하다.

다음에 향한 곳은 코따웅Kawthaung사원. 이 지역의 이름과 동명의 사원은 코따웅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사원으로 미얀마 중부에 위치한 도시인 만달레이에 있는 한 사원을 모티브로 한다. 깨끗하게 정돈된 사원 내부에는 유리 타일로 장식된 본당이 있고 입구에는 3미터 높이의 본존상이 입구에 있어 신자들을 맞는다. 이 사원에는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부처 앞에 진실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 그래서인지 미얀마 전역은 물론 태국에서도 이 사원을 방문해 자신들의 소원을 빈다고 한다. 단, 소원이 이루어졌을 경우 반드시 같은 자리로 돌아와 공물을 바쳐야 한다는 것. 사람들의 희망과 소원 그리고 그 기대와 바람이 끄라부리 강을 경계로 태국과 미얀마 땅을 넘나든다.

 

까오락Khaolak

라농에서 끄라비로 넘어가기 전 팡아Phang-gna주의 까오락에 들린다. 계속해서 안다만 바다와 함께 하는 여정. 꼭 바다를 바라보면서 가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 옆에 바다가 있다는 것은 묘한 든든함과 은은한 평화를 준다.

리틀 아마존Little Amazon

태국의 밀림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카누를 타고 밀림의 수로를 따라가는 노정. 3킬로미터 밖 거대한 안다만 바다로 나가는 물들이 마지막으로 태국 땅과 함께 부딪히며 작별을 고하는 지점. 아직까지는 바닷물과 섞이기 이전의 태국 물. 세상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어쩌면 진짜 태국의 속을 들어가 보는 것이다. 물속의 최대 깊이는 3미터 내외로 그다지 깊지 않으며 바닥에 깔린 토사와 같이 흘러가므로 물이 맑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물을 혼탁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이 주변 지역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책임졌던 물이기에 그저 신성할 뿐이다.

배에는 숙련된 가이드가 직접 타서 노를 저어주므로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선착장에서 고무 카누를 배정받고는 바로 밀림 속으로 진입한다. 사람들끼리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을 경우 이 밀림에서는 곧장 인간의 것들이 사라진다. 물살을 젓는 가느란 노 소리만이 들리는 가운데 어느새 하늘을 가린 나뭇가지의 실루엣 그리고 숲 사방에서 끊임없이 울어대는 새들의 소리가 이 밀림의 공간을 덮는다. 불길하지는 않다. 숲과 강이 있으니 그저 평화로운 시간. 수 천 년 전 이래로 항상 같은 모습이었던 풍경이 이곳에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 40여 분이 지나고 다시 되돌아오는 길. 이후로는 물살이 세지는 관계로 작은 카누로는 더 나아갈 수가 없다. 간간이 교차하는 다른 카누의 여행객들과 가볍게 손만 흔든다. 이 밀림 속에 인간들의 사사로운 대화는 어울리지 않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카누가 다시 땅에 닿고 배에서 내리면 이제 순수함으로 가득 찼던 태초의 세상에서 태국의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 그제야 처음 이곳을 들어갈 때 들렸던 새들의 울음소리는 아마 새들의 노래 소리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미친다.

 

방 니앙 마켓Bang Niang Market

까오락에서 가장 큰 시장인 방 니앙 시장은 오랫동안 까오락을 책임졌던 거리의 작은 시장이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유달리 독일관광객들이 많은 이 지역이 여행지로써 명성을 찾자 현재의 규모로 형성되었다. 월요일과 수요일 그리고 토요일에 열리지만 주로 토요일의 시장이 가장 크고 북적이는 편. 시장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뉜다. 각종 상품을 파는 곳과 먹거리. 시장에서 제일 필요한 두 가지가 주를 이룬다. 태국 음식을 대표하는 매콤한 샐러드인 쏨땀을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부담 없이 가볍게 즐겨도 좋은 곳. 야시장도 겸하고 있다.

올드 타운Old Town

태국 내 유명한 여행지 중 한곳인 푸켓은 까오락에서 남쪽으로 100킬로미터의 거리에 있다. 과거 중국과 포르투갈은 이 지역으로 들어와 태국의 주석광산에서 많은 주석을 채굴해 갔고 그들의 주거양식 등 다양한 삶의 흔적을 남겼다. 푸켓에 있는 올드 타운 만큼의 크기는 아니지만 까오락에도 올드 타운이 있어 가볍게 들리기에 좋다. 특히 이곳에서는 삼국지의 관우를 모시는 사원인 Chao Pho Kuan U Shrine이 있어 흥미를 더한다. 중국에서는 관우를 인간이 아닌 신으로써 추앙하는데 중국은 물론 대만이나 베트남에도 같은 성격의 사원이 있다.

 

안다만 선셋Andaman Sunset

바다에 왔고 무엇보다 서쪽에 있으니 선셋을 보지 않을 수 없다. 같은 바다이므로 까오락의 많은 비치들 중 아무 곳이나 선택하면 된다. 까오락에는 Bang Sak Beach와 Khuk Khak Beach 그리고 Sunset Beach 등 여덟 곳의 해변이 유명하다. 썰물로 인해 물이 빠지고 더욱 잔잔해진 서쪽 수평선 아래로 잠기는 해.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손을 잡고 조용하고 고요하게 매일 펼쳐지는 선셋쇼를 감상한다. 그리고 더욱 사랑할 것을 해에게 그리고 바다에게 빈다.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러 해는 또 내일 어김없이 다시 떠오를 것이다.

 

끄라비Krabi

태국 남부 힐링의 최종 목적지 끄라비. 다양한 해양 어트랙션과 완벽한 릴렉스 그리고 다른 곳과는 빛깔 자체가 다른 바다는 끄라비에서 보냈던 최고의 시간들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끄라비가 보여주는 무삭제 에디션. 당신의 이번 여름은 끄라비에서 보내는 것이다.

아오 딸란Ao Thalane카약 투어

끄라비에 가기 바로 전 아오 딸란이라는 곳에 들른다. 카약킹을 하기 위한 것. 까오락에서 했던 카약킹은 밀림 속의 좁은 수로를 따라가는 여정이었지만 아오 딸란의 카약킹은 밀림보다는 맹그로브 숲 탐험에 가깝다. 그리고 앞의 것이 아직 바닷물로 섞이기 전의 물이라면 이번 것은 완전히 바다 위에서 카약킹을 한다는 것. 역시 노련한 가이드를 포함 3인이 한조가 되며 바다를 가로질러 앞에 버티고 있는 석회암 지대를 지나 울창한 맹그로브의 숲으로 들어선다. 마치 미지의 동물들만 살고 있는 무인도를 처음 내딛으러 가는 듯한 느낌. 약간의 긴장감마저 든다. 카약은 왕복 한 시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숲을 크게 돌아 빠져나오는 여정. 다소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카약에 대해선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의 풍경과 기암절벽 그리고 기원전 이천 년 전 그려졌다는 동굴 벽화와 계속해서 이어지는 맹그로브의 웅장한 모습은 한 시간 동안 펼쳐지는 3D 영화처럼 비현실적으로 신비롭고 현실적으로 환상적이다. 중간에 얽히고설킨 맹그로브의 뿌리를 헤집고 넘어가며 길을 만들어 나가는 여정은 이 투어의 하이라이트. 투어 인원 말고는 아무도 이곳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을 늪지대도 가깝다. 갑자기 나타난 밀림의 원숭이가 직접 카약에 뛰어들 정도의 위험함도 숨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여정이 끝나면 언제 다시 이 울창한 맹그로브에서 카약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먼저 드는 아오 딸란Ao Thalane카약 투어. 다시 한 번 도전해보겠냐고 묻는 다면, 답은 언제나 예스. 단 혼자서 말이다.

 

에메랄드 풀Emerald Pool

현지인들은 사 모라콧Sa Morakot이라고 부르는 에메랄드 풀. 자연적으로 생성된 야외 풀장으로 특유의 옥빛으로 유명하다. 여행객들보다는 현지인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끄라비 사람들이 특별히 사랑하는 스폿임을 알 수 있다. 입구부터 야외풀까지는 800여 미터의 숲길 산책. 덥고 습하지만 오히려 땅에서 나는 흙냄새와 숲에서 풍기는 초록의 냄새가 반갑다. 에메랄드 풀 위쪽으로 더욱 맑은 빛을 낸다는 블루 풀이 있지만 현재는 보호차원에서 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

 

핫 스프링스Hot Springs

에메랄드 풀에서 못 다한 물놀이는 근처의 와리락Wareerak온천에서 느긋하게 풀 수 있다. 깊은 산 속에 마련된 이 고급 온천 시설은 역시 땅 속에서 용출되는 뜨거운 온천수로 인근의 푸켓에서까지 찾아오는 유명 핫 스프링스이다. 에코 숙박시설은 물론 요가와 온천까지 자연 속 힐링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와리락. 비가 올 경우 야외에서의 온천이 어떨지는 상상에 맡겨본다.

 

끄라비 나이트 마켓Krabi Night Market

금요일과 주말 오후 6시경부터 열리는 끄라비타운 야시장은 주말 야시장이지만 평소에도 시장의 기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훨씬 더 많은 상점이 서고 무수한 사람들이 몰리므로 타이 피플과의 북적이는 접점을 찾으려면 이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마켓은 여느 동남아시아의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무엇보다 천국이라고 불려도 좋을 태국음식은 확실히 타 야시장들과 다른 부분. 위생과 청결 그리고 곳곳에 경찰관들이 배치되어 있어 안전마저도 확실히 잡은 곳. 태국식 수박주스인 땡모반 하나를 들고 어슬렁거리며 가볍게 마실 다녀오기. 어쩌면 부담 없는 나이트 마켓에서 할 일의 전부이고 핵심이다.

 

4 Islands Tour

끄라비를 대표하는 투어이지만 확실히 이 투어는 그럴 만 하다. 부두에서 목선이나 쾌속선 등배의 종류를 정하고 투어비를 낸 후 배에 탑승. 배는 빠른 속도로 바다를 향해 나선다. 바다가 잔잔할 경우 마치 미끄러지듯 날아가듯 달려가는 쾌속선의 승선감은 또 다른 숨겨진 끄라비의 부드러움이 아닐까.

제일 먼저 내린 곳은 툽 아일랜드Tup Island. 썰물일 경우 섬과 섬 사이에 길이 나 두 섬이 이어지는 툽 아일랜드는 섬 보호 차원에서 실제 상주하는 군인들이 있을 정도로 특별하게 보호된다. 바닷물의 온도가 적당하고 깊이가 얕아 사람들은 천천히 걸으며 두 섬을 동시에 경험한다. 섬과 섬 사이를 걸을 수 있다는 것. 이 드문 경험은 오전 나절에만 잠깐 길이 열리니 일찍 서두르는 편이 좋다.

배는 다시 바다로 나가 섬을 크게 돈다. 닭의 모양을 한 치킨섬을 지나고 한동안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가이드는 다시 배를 돌려 조금 떨어진 보다 잔잔한 바다에서 멈춘다. 바로 스노클링을 위한 시간. 파도가 출렁이지 않으며 무엇보다 물고기들이 몰리는 곳이라야 할 것. 최적의 포인트에 선 사람들은 앞 다투어 바다로 뛰어든다. 물론 스노클링을 위한 장비는 갖춰야하며 구명조끼 등은 배에 준비되어 있어 초보자도 가능하다. 쾌속선에는 조타수 등 현지 인원이 3명이 타기 때문에 안전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오로지 물고기들이 고글 앞에 잔뜩 나타나 주기만을 바란다. 이 포인트에 많은 물고기들은 고맙게도 파란 물에 반짝이며 몰려다니는 노랑 빛깔의 니모들. 바다에서 호흡하고 있는 사람들의 호스를 통해 분명히 내뱉는 숨과 함께 탄성이 새어나오고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들른 곳은 뽀다섬Poda Island. 끄라비가 여행지로써 바깥에 크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 년 전으로 그 중에서도 아직 순수하고 맑은 끄라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뽀다섬을 꼽는다. 종종 끄라비를 설명하는 사진으로 나오는 대표 장면이 있는 곳으로 섬 근처로 다가갈수록 바닥에 깔린 모래에 물빛이 달라져 이국적인 모습을 보인다. 에메랄드 색. 여기저기서 탄성이 새어나온다. 해변의 모래 색깔은 너무나 투명해 절대적으로 파란 바닷물과 새하얀 백사장이 만났을 때만이 진정한 에메랄드빛이 탄생됨을 이곳에 와서 느낀다. 에메랄드라는 빛은 확실히 흔하고 단순한 색깔이 아니다. 배가 섬에 닿기도 전에 모두들 바다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으로 배 안은 다소 분주하다. 국립공원이라 역시 국가차원에서 보존되고 있으며 툽 아일랜드보다 훨씬 한적한 해변. 태국 남부 특유의 꼬리가 긴 꼬리배들이 고기를 잡고 몇몇의 사람들만이 백사장을 걸으며 직접 섬을 맞는다. 그저 따뜻해진 모래를 발로 밟아가며 걸어보는 것. 섬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정 성지인 뽀다. 밤에 이 섬에서 바라보는 안다만의 별은 어떨까.

아일랜드 호핑 일정에서 마지막으로 들른 섬은 프라낭 케이브 베이Pranang Cave Bay. 바다 바로 앞까지 절벽이 나있는 지형이라 마치 이 해변을 커다란 바위산이 보호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프라낭 베이에서 특별히 즐길만한 어트랙션은 단단한 석회암 절벽을 타고 오르는 암벽 등반. 숙련된 가이드의 안내가 있어 크게 어렵지 않고 섬에서 할 수 있다는 독특함 때문에 태국은 물론 전 세계의 클라이밍 초보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사람들은 각자 해변에 누워 끄라비를 즐긴다. 바다와 하늘에 떠 있는 태양 그리고 바람. 완벽한 셋팅. 아마 이 즈음이 진정 천국보다 익숙한 곳이겠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시 끄라비로 올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며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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