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의 신' 김유진 대표가 추천하는 창업 아이템, 돈가스 전문점

기사 요약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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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매뉴얼 1 _ 왜 돈가스 전문점이냐고요?

 

전에 멸종 위기 음식에 대해 이야기한 거 기억나? 부모가 먹지 않는 음식은 절대로 이어질 수 없다고 했던 이야기. 우리 어릴 적에는 엄마가 들통 닦고 있으면 겁이 났잖아.‘아! 또 일주일은 곰탕만 먹고 버텨야 하는구나.’ 밥 말아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곰탕 국물로 된장찌개도 끊이고 만둣국도 끓이고 나중에 물리다 물리면 그 국물에 라면도 끓여 먹었잖아. 그나마 우리는 그 유전자가 남아 있어 가끔 뽀얀 국물이 당기기도 하지만 우리 아래 세대는 그런 기억이 많지 않아. 아니, 없을지도 모르지. 그러니 누가 기억 속의 그 맛을 더듬어 메뉴를 찾고 구매를 하겠어? 그런 의미에서 돈가스는 상대적으로 지속 가능한 메뉴임에 틀림이 없어. 그리고 인간은 칼로리를 좇는 본능을 가지고 있거든. 초고도 비만으로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돈가스의 유혹을 마다하기 쉽지 않지.

 

창업 매뉴얼 2 _ 너무 흔하지 않냐고요?

 

여기저기 메뉴로 내는 곳은 많지만 정작 제대로 하는 집은 그리 많지 않아. 수프, 샐러드, 고기, 후식 순으로 내주던 경양식집 스타일의 코스 돈가스집은 도시마다 두어 집 정도밖에 없어. 손에 꼽을 정도야. 왕돈가스도 몇몇 유명 기사 식당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집이 별로 없어. 흔한 메뉴 같지만 실제로 확인해보면 틈새가 아주 많아. 수요는 분명 있는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돈가스라고 생각해. 안 믿기면 오늘 저녁엔 돈가스를 먹기로 하고 한번 찾아볼까? 봐! 없지?<수요미식회>와< 3대 천왕> 을 다 뒤져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힐까 말까 해.

 

창업 매뉴얼 3 _ 차별화는 어떻게 할까요?

 

내가 자주 써먹는 방법인데 한번 봐봐. 등식을 만드는 거야. 아~ 이거 정말 비싼 컨설팅인데…. 등식은 간단할수록 좋아.‘돈가스 = [(고기 + 달걀 + 빵가루 + 소금 + 후추)× 기름 + (수프 + 샐러드 + 밥 / 빵 + 후식)]× 물리적 변화’ 전략적 차별화를 위해서는 핵심 한 가지만 물고 늘어지는 게 바람직해. 고기를 달리하거나 달걀 아니면 빵가루에 힘을 주거나 혹은 수프, 빵 등 고객이 빠질 만한 키워드를 찾아내는 게 아이템을 살리는 특급 노하우야. 다 건드리면 좋은데 그러려면 돈가스로 책 한 권 만들어야 할 정도야. 일단 형이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두어 가지를 좀 건드려보자면 먼저 고기. 요사이 유행하는 규카쓰(소고기 + 튀김)도 있지만, 초점은 좁힐수록 좋아. 깊으면 훌륭하고. 그럼 과연 어떤 돼지고기를 써야 고객이 주목하고 감동할 수 있을까? 제주 고기나 숙성 고기는 이미 선점한 사람들이 있으니 최근 가장 핫한 이베리코에 집중해볼까?
‘이베리코 돈가스’. 이미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베리코는 스페인산 돼지고기를 말해. 도토리를 먹여 키운 녀석으로 더 유명하고. 역삼동에 있는‘백운봉 막국수’의 이베리코 고기가 굉장히 윗길이야. 해동의 노하우가 엄청나거든. 형도 한번 맛을 보면 쓰러질지도 몰라. 그 정도로 우리 고기와는 풍미가 달라. 게다가 외식업계의 천재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로 불리는 김슬기 대표의‘교대이층집’에서도 여의도 진출을 앞두고 이베리코를 검토했다는 첩보도 있어. 그냥 구워 먹어도 맛있는 이베리코를 기름에 튀긴다? 타이핑을 하는 이 순간에도 침이 고이네. 최현석 셰프도 그랬잖아. 운동화를 튀겨도 맛있다고.
이베리코의 목살이나 등심을 돈가스 재료에 이용하자는 게 오늘 이야기의 핵심이야. 고기 밑간은 핑크색으로 유명한 히말라야 소금이나 캄보디아 후추를 쓰는 거야. 점검해볼까?‘이베리코 + 히말라야 소금 + 캄보디아 후추.’ 밀가루, 달걀, 빵가루까지 힘을 주면 좋겠지만 어디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어? 이미 이야기한 3가지 포인트만 제대로 살려도 충분하다고 봐.

 

창업 매뉴얼 4 _ 소스는 어떻게 만들까요?

 

기존 제품을 활용하면 좋겠어. 드미글라스나 그레이비 소스 레시피는 인터넷에 차고 넘쳐. 그 대신 기존 제품들을 활용한 조합은 거의 없어 보여. 일본에서는 이런 스타일의 책이 엄청 인기를 끈 적이 있어. 예를 들면 옛날 샐러드 아니 사라다 소스로 쓰이던 옅은 핑크 소스는 케첩과 마요네즈를 섞어 만들듯이 뭐 그런 식으로 큐레이션을 한 거지.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을 위해 쌀국수에 매운 소스로 쓰이는 스리라차 소스와 마요네즈를 섞고, 기름기 때문에 도드라지는 느끼함을 눌러주는 와사비 마요도 좋고, 샤부샤부의 파트너인 깨 소스도 좋고. 단 5종을 주면 좋겠어. 돈가스를 10조각으로 썰어준다면 아니 그렇게 썰어 먹는다면 두 번씩 다섯 가지의 맛을 볼 수 있게 말이야. 최근 삼겹살에는 젓갈 4가지, 그리고 칼국수 집에서는 3가지 김치를 도입해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거든. 고객은 여러 가지를 먹어보고 싶은 욕구를 늘 가지고 있어서 충분히 효과를 낼 거라고 믿어.

 

창업 매뉴얼 5 _ 사이드 메뉴로는 뭘 내놓을까요?

 

바게트나 치아바타 사이에 돈가스를 끼워 채소와 같이 먹는 돈가스 샌드를 개발하는 거지. 이미 일본에서는 검증된 메뉴이기도 해. 7~8년 전 국내에 처음 소개됐을 때만 해도 이질감이 좀 있었는데 이제는 백화점이나 돈가스 전문 매장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메뉴라 꽤 매력적으로 다가갈 거야. 빵 사이에 끼워 먹는 돈가스. 이거 은근히 매력 있어. 불안하면 돈가스 배달시키고 빵 사다가 끼워서 형수랑 애들이랑 시식해봐. 단 소스는 좀 듬뿍 넣을 필요가 있어. 촉촉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의 조화가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 일본이나 동남아에서는 편의점에서도 팔 정도로 대중적인 음식이야. 그리고 1인 1 주문을 하면 수프는 무한 리필 해주라. 돈가스 먹는 사람들에게 수프는 로망이야.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깜빡했네. 밥집은 밥이 맛있어야 해. 아무리 돈가스가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밥이 지나치게 꼬들꼬들하거나 질면 손님이 화낼지도 몰라. 밥 맛있게 짓는 법은 간단해. 밥솥 규정 인분 수의 딱 3분의 1씩만 밥을 하면 아주 기름이 좔좔 흘러.

 

창업 매뉴얼 6 _ 인테리어는 어떻게 할까요?

 

딱 일본 드라마<심야 식당> 에 나온 곳만 같으면 좋겠어. 혼자 가도 좋고, 둘이 가면 더 재미있고, 서넛이 가면 가게를 통째로 세낸 것처럼 왁자지껄하고 편하게, 아무 때나 들락거릴 수 있는 그런 편안한 분위기. 이것만은 약속해줘. 빈대떡집처럼 돈가스 튀기는 모습이 밖에서 보이게 아담한 부스를 만드는 거야. 고객이 가진 감각을 누가 더 많이 건드리고 설득하느냐가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봐. 상상해봐 형. 가게 앞을 지나는데 가게 안에서 잘생긴 아저씨가 캡을 쓰고 커다란 브론즈 튀김 솥 앞에서 고기를 튀기는 모습이라니! 여기에 맥주는‘생’이면 금상첨화지. 뜨끈한 돈가스 한 입 물고 시원한 생맥주 한 모금 넘기는 거야. 맥주 통을 청소하기가 귀찮으면 병맥주도 좋아. 돈가스는 맥주랑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니까. 이참에‘돈맥’ 유행 한번 만들어볼까?“사장님~ 프돈(프라이 돈가스) 주세요!”“형님~ 돈맥(돈가스 생맥주) 둘요!”

 

창업 매뉴얼 7 _ 장소는 어디로 정할까요?

 

장소는 주택가 한복판이 경쟁력 있어. 아직 이베리코 돈가스를 먹어본 사람이 1%도 채 되지 않으니까 말이야. 가격은‘이베리코 돈가스 8,000원’‘프돈 9,000원’‘돈맥 10,000원’ 정도면 될 것 같아. 자 이제, 성공을 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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