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 & 타이난 度小月작은 달을 건너는 방법

기사 요약글

작지만 달처럼 빛나는 두 곳의 이름은 가오슝과 타이난. 그 작은 달 건너기

기사 내용

밤하늘을 말갛게 비추는 작은 달. 바다 위에 홀로 떨어져 어여쁜 달만큼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곳이 있으니 섬나라 대만이 바로 그곳이다. 

EDITOR이곤 PHOTOGRAPHER김좌상

작은 달을 건너는 방법이라는 이 낭만적인 문구는 사실 타이난에 위치한 한 음식점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다. 단순히 면을 파는 식당에 이런 싯구에 버금가는 이름을 붙이다니, 이미 대만은 정서적으로 풍요롭고 보름달처럼 꽉 차있다. 모두가 향하는 타이베이 말고 남쪽으로 더 내려가서 만나는 가오슝과 타이난. 대만에서 두 번째와 네 번째의 도시인지라 작지 않은 크기지만 혼잡함과는 거리가 먼, 진정 느긋하고 나른하게 여행할 수 있는 두 곳. 이런 곳에서 천천히 구석구석을 걸어본다는 것은 진정 대만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가오슝高雄

대만 제 2의 도시, 가오슝.
바다와 인접해 거친 인상을 가질 법도 하지만 가오슝 사람들은 무척이나 친절하다. 사람들은 웃음으로써 타인을 대하고 예의를 갖춰 낯선 이를 대한다. 거리도 깨끗해 기존의 동남아시아에서 보던 혼잡함과는 거리가 멀다. 기본적으로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가오슝. 이곳은 그냥 믿고 가는 곳이다.

섬 한 바퀴, 치진旗津

섬 속의 섬인 치진으로 가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바다를 건너야 하므로 MRT 오렌지 라인의 끝인 시즈완西子灣 역으로 간 후 구산 페리터미널로 향한다. 치진이 가오슝에서 최초로 상업적인 개발 대상이었던 탓인지 항구이자 페리 선착장이지만 비릿한 바다의 풍경은 조금 덜하다. 배는 거의 10분에 한대씩 올 정도로 자주 있으니 서두를 이유가 없다. 이를테면 섬, 이라는 곳엘 가는 것이니 더더욱 바쁘게 움직일 필요는 없을 것. 많은 사람, 차량들과 함께 같이 바다를 건너다는 왠지 모를 무언의 동질감이 작지 않은 배 안에 가득하다. 배는 제법 크다. 10분 정도 바다를 가르면 치진섬에 닿는다. 치진섬은 원래 육지였는데 아편전쟁 이후 가오슝에 들어온 영국인들이 항구로 쓰기 위해서 섬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섬이자 육지였던 곳 그리고 육지였지만 지금은 섬이 된 치진. 어쨌든 오랫동안 가오슝의 땅이었다.

섬에 도착하면 스쿠터와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어 이 섬이 그다지 작지 않은 곳임을 알려준다. 해변에는 검은 모래들이 밀려온 바닷물에 사르락 쓸리며 해변의 정취를 더하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도는 섬 한 바퀴는 바로 치진섬에 온 이유이다. 사람들은 모두 이곳에서 각자 자신이 즐기고 싶은 섬을 마음대로 즐긴다. 섬이 그리고 바다가 부여한 자유는 이곳에서 무제한이다. 바다로 나가는 길옆에는 치진천후궁旗津天后宮이 마치 마을의 어른처럼 섬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이 도교사원은 무려 3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녀 가오슝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라는 공식적인 타이틀이 있다. 섬을 한 눈에 담기 위해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인 치허우旗后산에 오른다. 산으로 가기 위해 걷는 한적한 주택가 골목길이 이 작은 섬 탐방의 숨겨진 여행. 골목의 풍경엔 도시 특유의 조금의 조급함도 보이지 않는다. 산 정상에는 온통 하얀색으로 칠해진 가오슝 등대가 있다. 정상까지는 숨이 가쁠 정도가 아니라서 부담 없이 오르면 좋고 게다가 등대를 보러간다는 마음은 확실히 걸음의 속도에 무게를 주지 않는다. 정상에 오르면 관련 시설 건물들이 부지를 이루고 있고 멀리 치진섬 전체와 바다 건너 가오슝 시내까지 모두 담긴다. 가오슝 그리고 치진에서 맞는 바닷바람. 그냥 좋을 뿐.

 

해산물거리

섬나라인 대만이기에 풍부한 해산물은 이 나라에 내려진 축복과도 같다. 해산물거리는 터미널에서 나와 바로 이어진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음식 값이 비쌀 만도 하지만 본섬보다 오히려 조금 저렴한 느낌. 우리의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 많아 어떤 메뉴를 골라도 실패할 확률이 적다. 대만 맥주를 즐겨보는 것도 중요한 경험.

 

시즈완 언덕, 영국영사관英國領事館

치진섬에서 돌아와 왼쪽으로 구름다리를 건너 시즈완 언덕으로 오르면 영국영사관과 만난다. 바다와 언덕이라는 너무나 이상적인 조합이다. 일반적으로 드나드는 정문이 있지만 시즈완 바다를 끼고 가는 후문 길이 좀 더 한적하다. 이곳의 공식명칭은 타구打狗영국영사관. 1865년 영국인이 대만에 지은 최초의 서양식 건물로 당시 아편전쟁에서 진 중국이 영국에 개방한 4곳의 항구 중 한곳이 가오슝이었고 그래서 영국이 대만에서 철수할 때까지 이곳에서 행정업무를 보았다. 한자가 조금 특이한데, 타구打狗는 개를 때린다는 의미이다. 몹시도 이상한 이 이름은 과거 이 지역에 살던 한 토착 부족이 해적을 막기 위해 쳐둔 날카로운 대나무 숲의 타카오라는 뜻을 중국인들이 음역해서 부르게 되었고 이후 공식적인 지역 이름으로 정착된 역사가 있다.

입구를 지나면 당시 상황을 재현한 마네킹들과 관련 자료들을 모아놓은 작은 박물관이 있다. 돌계단을 통해 정상에 오르면 영국영사관이 모습을 보인다. 옅은 적감색의 벽돌로 지어진, 대만 최초의 서양식 건물임과 동시에 어쩌면 가장 품격이 느껴지는 건물. 가오슝에서는 확실히 이국적인 외관이다. 이곳에서도 역시 건너편 치진섬의 가오슝 등대에서 보았던 것처럼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해질 무렵 바라보는 시즈만 선셋은 가오슝 8경에 들어갈 정도로 아름답다지만, 구름이 많은 날씨 탓에 아쉬움만 더한다. 극도의 아름다움은 원래 그렇게 흔하게 보여 지는 것이 아닌 것을 알기에 미련을 버린다. 항구와 뱃고동 또 마천루와 바다. 흔히들 가오슝을 자매도시인 부산과 닮았다고 하지만 전체적인 풍광은 오히려 고즈넉한 전라남도의 고흥과 흡사한 곳. 세련되진 않았지만 담담하게 그저 바다를 받쳐주고 있는 가오슝. 바다가 보이는 삶은, 언제나 옳을 뿐이다.

 

예술 특별자치구역, 보얼특구駁二藝術特區

가오슝 거리를 걷다보면 대만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서 아니, 거창하게 예술이라는 단어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문화에 대해서 얼마나 진지하고 또 생활 속 사소한 부분에서도 그런 마음을 가지려는지 알 수 있다. 문화와 가깝고 친숙하게 산다는 것은 확실히 어떤 삶보다 낭만적이다. 보얼특구는 영국영사관에서 내려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 대만의 택시비는 그리 비싸지 않지만 가오슝의 구석구석을 느끼려면 역시 직접 걷는 편이 좋다.

옛 항만 부두의 창고 단지 25개동을 전시장과 작업실, 공연장 등의 창작공간으로 용도 변경해 새로운 공간으로 재해석한 보얼예술특구. 특구는 한때 산업의 쇠퇴로 성장 동력을 잃어버렸던 가오슝에 숨과 활기를 불어넣어 가오슝에 문화라는, 흔하지만 중요한 코드를 이식했다. 보얼은 대만어로 ‘제 2호 연결 부두’라는 뜻인데 여기서 말하는 연결이란 당연히 부두와 사람 그리고 그 사람과 문화 그리고 다시 되돌아와 문화와 부두를 연결한다는 뜻일 게다. 가오슝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에게 버려진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보얼예술특구. 특구는 각 기능과 콘셉트에 따라 세 구역으로 나뉘는데 각각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공방에서는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작품을 만드는 미래의 공예장인이 작업 중이며 레스토랑에서도 보얼 특유의 작고 소소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철도박물관과 특구 내를 도는 꼬마 기차는 보얼만의 작은 방문지이자 가족을 위한 소품. 곳곳에 설치된 재기발랄한 조형물 또한 이곳의 상징물들이기도 하다. 바깥쪽으로 운동장 몇 개를 합쳐놓은 크기의 공원이 있어 여행객들뿐만 아니라 가오슝 사람들에게도 문화의 공간이자 쉼의 안식처가 되는 보얼특구. 가오슝에서 꼭 들려야 하는 곳이다.

 

아름답고도 고운 별천지, 미려도美麗島 역

가오슝에서 문화나 예술은 보얼특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흔하디흔한 지하철역에서 만나는 문화. 사람들과 가장 가까운 예술. 그것이 아마 가오슝이 바라보는 그런 정신에 대한 철학이자 그 지점인가 보다. 아름다울 미美와 고울 려麗자를 쓰는 미려도 역은 가오슝의 레드 라인과 오렌지 라인 두 개가 만나는 교차점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찾아가기가 어렵지 않다. 역에 내려 내부에 설치된 거대한 조형물을 보고 있노라면 이제껏 봐왔던 어느 장면과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멋진 광경이 눈앞을 가로 막는다. 그야말로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가능한 곳. 지하철 역사라는 흔한 공간을 이렇게 멋지게 꾸민 가오슝 사람들. 마땅히 대단하다. 천장은 직경 30미터의 길이, 무려 6천 여 개의 유리판이 동원됐으며 4년에 걸친 제작 기간.

이탈리아의 스테인드글라스 작가인 Narcissus Quagliata가 만든 ‘Dome of light'는 이렇게 탄생했다. 아마 지구 상 어딘가에는 이 지하철을 직접 보는 것이 인생 버킷리스트에 드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표현된 작품은 다소 난해하다.’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자‘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또 비너스의 결혼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형상들이 화려한 색감들과 함께 뒤섞여 있다. 우주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고 또 그 우주 공간에 와 있는 것도 같다.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들어 우주에서 날아온 하나의 물체를 경이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므로 자리를 옮겨가며 감상하는 것이 좋다. ‘Dome of light'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하철이라는 테마에서 꾸준히 TOP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오슝에는 이와 같은 공공예술을 볼 수 있는 곳이 미려도 말고도 일곱 군데나 더 있다고 한다. 지하철 역 내에 있으므로 입장료는 당연히 무료. 현세에 가장 아름다운 천장화의 타이틀은 미려도에게.

 

정원과 책의 콜라보, 가오슝시립도서관高雄市立圖書館

가오슝에는 어딘지 모범이 될 법한 거리나 대상지역들이 많다. 미려도 역이 전 세계 지하철역의 모범답안이고 보얼이 세상 모든 특별구역의 미래 자화상이라면 가오슝시립도서관 역시 모든 도서관들이 가야할 길. 게다가 날씨가 변화무쌍한 대만에서라면 이런 값진 실내 스폿은 미리 알아두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 가오슝 시립도서관의 첫 인상은 무척이나 단정하다. 내부 역시 마치 거대한 미니멀 아트를 보는 듯 심플하고 통일된 모습. 이 안에 담겨있는 무수한 것들이 바로 책이라고 하니 무언가 감사한 마음마저 든다. 도서관을 가야할 목적 여러 가지 중 하나는 바로 도서관의 옥상이다. 뉴 베이 가든이라는 정원으로 동시에 꾸며진 옥상은 하나의 완벽한 방문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위층으로 올라가면 시즈완이나 치진에서 보았던 가오슝의 전경이 이곳에서도 여지없이 펼쳐진다.

사방이 모두 높은 빌딩들이고 공사현장이지만 이마저도 풍경 속으로 들어와 도시라는 그림이 되는 곳. 아무래도 공공시설이고 일정하게 관리돼야 하는 탓에 옷차림이 불량하면 입구에서 제지를 당하기도 한다. 이런 환경에서 공부를 한다니, 아니 책을 볼 수 있다니 가오슝에 내린 축복은 어디에나 넘쳐나는 것 같다. 지하까지 총 10개 층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공간인 시립도서관에는 각 층마다 카테고리별로 잘 분류된 도서들이 빽빽해 그야말로 서림을 이루고 있다. 잘 꾸며진 갤러리 같기도, 또 항공사의 고급 라운지처럼 보이기도 했던 시립도서관. 시립도서관은 분명 의외의 발견이자, 개인적으로 추천하고픈 가오슝 여행 1순위. 바로 앞에 가오슝 85빌딩이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처럼 서있다.

TIP. 가오슝 85빌딩

가오슝 빌딩 스카이라인의 맨 윗 지점이자 가오슝의 랜드마크. 가오슝 85빌딩은 85층짜리 마천루로 2004년 타이베이에 국제금융센터 건물이 지어지기까지 대만 최고의 고층 건물이었다. 건물은 지상 85층, 지하 5층이며 건축물 높이는 348미터. 건물의 외형은 가오슝의 한자인 고高를 형상화 해 지어졌다.

 

사랑의 강, 아이허愛河

어디를 가든지 밤 풍경을 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그곳의 하루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오슝의 밤은 아이허가 책임진다. 아이허는 ‘사랑의 강’이라는 뜻으로 가오슝 시내를 크게 돌며 흐르는 강을 말한다. 조금 낭만적인 연상을 하기 쉬운데, 아이허가 말하는 사랑은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만을 뜻하고 있지는 않다. 가오슝이 지금의 모습처럼 발전을 거듭하며 대도시로 커나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환경오염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가오슝 시민들이 사랑을 담아 아이허를 지키고자 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자연과 환경에 대한 사랑, 그것이 원래 더 큰 법이다. 강변에는 노천카페들이 줄지어 있어 밤에 강바람을 맞으러 온 시민들로 가득하고 가오슝 사람들은 강이 주는 커다란 휴식을 편안하게 즐긴다. 화려한 조명들로 비춰지는 강 주변은 문득 이곳에서 어떤 고백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충분히 불러일으키는 속 깊은 장치들. 밤에는 친환경 유람선을 타고 아이허 주변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데 이는 태양광 전지의 축적된 에너지로 운행되는 배라고 한다. 환경을 위해 태어났고 또 끝까지 자연을 생각하는 아이허. 서울 한강의 작은 버전이라고 하기엔 아무래도 가오슝의 환경에 대한 자세가 솔직히 더 높다.

 

류허 야시장六合夜市

류허 야시장은 가오슝에서 가장 큰 야시장이자 먹자골목으로 타이완 전체의 3대 야시장으로 꼽히곤 한다. 전형적인 먹거리 야시장으로 미려도 역과 바로 연결되니 시간을 잘 분배하면 두 곳을 이어서 다녀올 수 있다. 갖가지 수많은 타이완의 음식들은 이 길고 즐겁게 혼잡한 골목에서 금세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들이다. 잘 진열된 해산물과 대만 특유의 로컬 음식들, 각종 꼬치류와 국수류 그리고 대만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훠궈요리와 뱀 요리 집 등 실로 다양한 음식들이 길 양 옆으로 진을 친다. 물론 생전 처음 보는 음식들도 있지만 그다지 혐오적이지는 않고 길거리 음식들이지만 위생적으로도 크게 문제는 없다. 대만 여행을 음식 위주로 짠다면 이곳은 거의 성지. 한국인들을 위한 한글 메뉴도 곳곳에서 보이니 안심이다. 문득 어디에선가 묘한 냄새가 강력하고도 스물스물 밀려온다면 그것은 백 프로 취두부의 냄새이니 일단 진정할 것.

 

루이펑 야시장瑞豊夜市

대만은 저렴한 길거리 음식이 발달해 아침과 점심, 저녁을 모두 밖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오슝 최고의 백화점인 한신 아레나 근처에 위치한 루이펑 야시장은 관광 지구와 조금 거리가 있는 탓인지 아무래도 여행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아 저녁거리를 사러 온 인파들로 류허 야시장보다 좀 더 일찍 붐빈다. 먹거리의 종류는 류허 야시장과는 많이 달라 류허 야시장이 간식 위주의 음식으로 구성됐다면 이곳은 완전한 한 끼 식사를 위해 차려진 시장.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한국음식점도 있어 왠지 친근하다. 루이펑이 류허와 구분되어 지는 점은 먹거리와 함께 놀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인데 유원지에서나 볼 법한 각종 게임과 오락 시설들이 한 켠에 위치해 이른바 먹고 노는 문화로 함께 세팅되어 있다. 여행자의 입장에선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일. 먹는 예절이나 격식을 차릴 필요 없이 그저 입 안에 잔뜩 음식을 넣고 인형 뽑기라도 한 판 해볼 것. 바로 그것이 루이펑에서 할 일이다.

 

타이난臺南

타이난은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종종 우리나라의 경주나 일본의 교토와 비교되곤 한다. 하지만 꼭 비교라는 단어를 가져오지 않아도 각 도시들만의 독특한 정서가 있기 마련. 타이난은 타이난이다.

안평지구安平地區

타이난의 가장 유명한 여행지이고 또 그럴 이유가 충분한 곳, 안평지구. 이 구역은 안평의 옛 거리와 안평수옥安平樹屋이라는 반얀트리 나무로 뒤덮인 건물 그리고 네덜란드 점령기에 쓰였던 안평고보安平古堡와 같은 역사적인 볼거리들을 두루 아울러 타이난을 대표하는 여행 명소로 자리 잡았다. 타이난의 여행 기점이며 또 타이난의 다른 이름이기도 한 안평.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에 편안하고 또 평화로운 한자를 붙였으니 이 도시는 얼마나 오랫동안 태평성대를 누렸던 것인가. 타이난 최고의 여행지이다보니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사람들이 훨씬 많이 찾는 안평수옥을 뒤로 미루고 안평고보를 먼저 찾는 것이 동선이 여유롭다. 이 안평에서 그리 바쁘게 움직일 이유란 없으니 오히려 그 동선이 더 나은 선택일지도.

안평고보는 우선 이곳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질 무렵의 풍광이 가히 예술적이라는 찬사를 받아 타이난이 아닌 대만 전체를 통해 8대 미경으로 꼽힌다. 원래 이름이 외국인의 이름인 제럴드성城이었으며 이는 17세기 중엽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세운 군사요새였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요새. 북적이지 않고 고즈넉한 분위기마저 자아내는 안평고보. 당시 사용되던 대포와 관련 물품들도 전시되어 있지만 왠지 모를 편안함이 스미는 곳. 아 맞다 이곳 참, 안평이었지.

TIP. 안평수옥

원래 일본의 침략시절에 지어진 건물로 당시에는 소금창고로 이용되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뒤 일본이 패퇴하고 소금 산업이 하향세를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폐허가 되었다. 이때부터 이곳에 자라던 반얀트리 나무뿌리가 벽을 뚫고 들어가 자라면서 건물을 덮게 되자, 나무樹집屋이라는 뜻의 안평수옥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Old Street, 안평 옛 거리

안평 옛 거리의 구성은 우리나라의 북촌이나 서촌의 골목을 닮아있고 거리의 풍경은 인사동과 비슷하다. 옛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대로 보존하고만 있으라는 발상은 현 시대에는 조금 무리. 거리는 최대한 안평의 정신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대적이고 또 충분히 그들의 정서를 유지하고 있다. 골목골목 구석구석을 걷다보면 느낄 수 있는 대목인데, 사실상 이곳이 타이난에서 가장 오래 전부터 살았던 사람들의 주된 터전이기에 거리 말고 좀 더 깊숙이 들어간 골목은 어딘지 흔한 가정집들이 모여 있는 단순한 느낌만은 아니다. 옛 것이 주는 기품 그리고 그런 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하는 무언의 풍경. 이 거리를 빠르게 빠져 나갈 이유는 이 거리에 없다. 최대한 천천히 걸어볼 것. 거리를 지나 북서쪽으로 큰 길을 건너면 소금출장소와 만난다.

일본어로 소금이 시오이기에 시오출장소夕遊出張所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다. 섬나라인 대만은 오래전부터 천일염이 많이 생산돼 아직도 곳곳에 소금과 관련된 시설들이 많다. 염전 사업이 쇠퇴일로를 걷고 있지만 시오출장소는 소금과 이야기를 묶어 하나의 여행지로 탄생시킨 똑똑한 방문지로 예전 일제 식민지 시대에 염부들의 기숙사로 사용했던 시오출장소는 지금 단정하게 보수를 거쳐 소금박물관 형식으로 재탄생했다. 외부는 아무래도 일본풍. 내부로 들어가면 잘 진열된 화려한 색감과 반짝반짝 빛이 나는 365가지의 소금이 먼저 빛을 발한다. 각 생일에 맞춰 분류된 탄생소금에는 저마다 특징적인 글귀가 적혀 있어 의미를 더하고 각종 소금관련 기념품들과 카페테리아도 갖춰져 있어 잠시나마 쉬어가는 것도 좋다. 달콤 짭짜름한 소금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것은 이곳에서 할 일 중 하나.

TIP. 안평천후궁安平開台天后宮

도교사원이 유독 많은 대만. 남부 지역인 타이난과 가오슝 등지에는 수도인 타이베이보다 많은 도교사원이 있다고 한다. 안평천후궁은 타이난에서 가장 오래된 도교사당으로 바다의 여신을 모시고 있다. 안평고보에서 나오면 바로 만날 수 있다.

 

골목을 위하여, 션농지에神農街& 뚜이위에먼兌悅門

도시임에도 크게 번잡하지 않은 타이난에서 걷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땅, 그 땅을 직접 밟는다는 것이 얼마나 성스러운 일인지 안다면 말이다. 마치 오래 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영화 세트장처럼 1940년대 무렵 건물의 옛 정취를 구경할 수 있는 골목인 '션농지에'. 시내 중심인 서문 로터리에 위치하고 있고 그다지 길지 않은 골목은 일본과 중국풍이 적절하게 섞여있는 분위기. 오후 나절에 가면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좀 더 이른 시간에 가는 것이 이 골목을 느끼기에 더 없이 알맞은 시간이다. 션농지에에서 애써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으며 또 사람이 많다고 스스로 기대를 져 버릴 필요도 없다. 주어진 길을 따라 가면 그만. 인파가 가득하지만 상업적으로 일부러 꾸며놓지 않은 소박함과 순수함이 아직도 골목에 가득하다. 빈티지와 아날로그 그리고 고풍스러움이 동시에 공존하는 션농지에. 주민이 살고 있는 곳이므로 아무래도 기본적인 소음이나 행동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션농지에에서 예상 밖의 인파로 조금은 낯선 감정을 느꼈다면 가까운 거리의 뚜이위에먼 거리가 확실한 대안이다. 골목에서 나와 대로를 건넌 후 문현로文賢路를 따라 가면 작은 돌 성곽이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뚜이위에먼이다. 이것은 200여 년 경에 지어진 타이난을 감쌌던 성곽 중 일부였으나 지금은 이곳 하나만이 남아있어 당시의 흔적을 짐작케 한다. 대만 국가지정 2급 고적. 션농지에보다는 확실히 한산한 거리이다. 골목을 지다 다니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릴 정도고 또 그들과 가벼운 눈인사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골목의 정취는 나지막이 머물러있다. 좀 더 개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카페와 상점들. 이제야 바쁘게 지나왔던 타이난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시간. 고양이가 반겨주는 카페에 들어가 크림이 듬뿍 담긴 카푸치노를 한 잔 할 것. 비로소 타이난이 내 옆으로 가까이 오는 시간.

 

다사다난, 적감루赤嵌樓

적감루는 17세기 네덜란드 인들이 대만을 점령한 후 행정 건물로 세운 곳으로, 이후 대만 건국의 아버지이자 민족 영웅인 정성공鄭成功-1624~1662이 대만 수복 후 본부로 사용했으며 다시 일본 점령기에는 일본의 행정 관처로 쓰이기도 한 대만 국가 1급 고적이다. 보기보다 꽤나 오래된 역사를 지닌 적감루. 부침이 많아 그렇게 슬퍼 보이던 적색을 띄고 있는 것일까. 적감루의 모습은 확실히 사연을 많이 담고 있는 것처럼 전체적으로 밝은 톤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대만은 중국은 물론 영국과 네덜란드, 스페인과 현세의 일본 등 참으로 많은 나라로부터 탐을 당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섬사람 특유의 배타심 없이 외부인들에게 우호적이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대만인들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적감루 부지 내에는 작은 연못과 두 개의 주요 건물이 있는데 문창각과 해신묘가 그것이다. 익히 알고 있지만 침략을 당한 일본에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대만은 곳곳에 일본의 흔적들이 많다. 문창각文昌閣은 일본 전역에 있는 천만궁天満宮사원처럼 학업의 신을 모시고 있는 곳으로 입시철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자식의 학업이 잘되기를 비는 부모들과 학생들로 넘쳐난다. 도교에선 문창이라는 인물이 신으로 추앙 받는다고 해 중국에는 많은 지역에 문창각이 있을 정도이다. 문창각 앞 해신묘海神廟는 적감루의 2층에 위치해 있다. 단순하게 몇 가지의 전시물들뿐이라 다소 한산한 풍경이지만 밖의 망루로 나가면 적감루 부지와 그 너머의 풍경들이 보여 잠시 동안 숨을 고르며 그간 지나온 가오슝과 타이난에서의 여행을 반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FOOD& CAFE

가오슝은 중국은 물론 포르투갈, 네덜란드, 일본으로부터 다양한 음식문화가 조금씩 영향을 받아 혼재된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나 중국과도 맛에서 차이를 보이는 편이다. 아시아에서 미식가의 천국이라는 타이틀은 대만의 몫.

우육면牛肉麵

대만을 여행하면서, 또 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먹게 되는 우육면. 진한 소고기 육수에 식감 좋은 면을 담고 채소와 질 좋은 소고기 고명을 넣어 만든 중국식 면 요리. 한국인의 입맛에 최적화 된 음식이지만 맛의 편차가 있어 그래도 알려진 식당에 갈 것을 추천한다.

마장면麻醬麵

면 또한 주식으로 삼는 대만이지만 의외로 국물이 없는 면의 종류가 꽤 있다. 마장면이 그 중 하나로 고소한 땅콩 참깨 소스에 면을 비벼먹는 대만식 비빔면. 우육면보다 중독성이 있지만 의외로 색다른 풍미를 지닌 탓에 호불호가 있는 편. 우육면과 더불어 흔하게 접하는 음식이라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다.

담자면擔仔麵

타이난의 한 어부가 흉어기凶漁期를 보내기 위해 만들어 먹던 국수. 타이베이와 중국 등지에도 분점이 많지만 타이난의 도소월이 원조이며 1895년 개업했다. 다진 돼지고기와 새우. 삶은 오리알 등을 토핑해서 먹는데, 음식을 담은 그릇 자체가 작고 양이 생각보다 적은 편이 아쉽다. 사이드 메뉴를 시키는 편이 좋다.

훠궈火鍋

커다란 냄비 양쪽에 하얀 국물인 백탕과 빨간 국물인 홍탕 국물을 담고 채소, 고기, 해산물, 면류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데쳐먹는 중국식 샤브샤브.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아 어지간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은 안전한 메뉴이다. 뷔페식으로 진행되는 곳이 많으니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선 무제한 뷔페가 정답.

딘타이펑鼎泰豊

딘타이펑은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세계 10대 레스토랑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지점을 보유한 딤섬 레스토랑이다. 대만 미식 여행 시 필수 코스로 시그니처 메뉴인 샤오롱바오를 먹지 않고 간다면 대략 섭섭. 각종 딤섬에 볶음밥과 대만식 오이김치를 곁들인다면 완벽한 만찬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한국에도 분점이 있다.

一二三停

옛 건물을 카페로 개조한 一二三停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출연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빈티지 카페이다. 낡은 것들이 모두 모여 만들어진 작은 세계. 아날로그에 세련됨을 입힌 이 카페는 주말에는 작은 플리마켓을 열고 주인장의 공방 역할까지 겸하고 있어 여러모로 찾아갈 이유가 충분한 곳이다. 치즈 케이크 한조각과 향 짙은 커피 그리고 이 공간에 떠도는 우아함. 가오슝에 살고 있다면 분명히 나만의 카페가 되었을 一二三 카페. 보얼특구와도 가깝고 시즈완역에서 도보로 1분 거리이다.

 

찰리브라운 카페Charlie Brown Cafe

어떤 이에게는 꿈의 공간인 이곳. 찰리브라운 카페는 분명 스누피 팬들을 위해 지어진 축복 어린 공간이다. 2층으로 구성된 카페 내부는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는 물론 우드스탁과 루시, 라이너스 등 모든 스누피 친구들의 그림들로 가득 차있고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관련 구즈들도 판매중이다. 주말과 금요일에는 많은 스누피팬들의 방문 러시가 이어지니 한산한 평일 오후시간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있다 보면 혹시 들릴까. 슈로더가 치는 피아노 소리가. 어쨌든 너무나 좋은 곳.

 

대만등불축제Taiwan Lantern Festival

대만등불축제는 대만 전역에서 펼쳐지는 가장 대중적인 축제로 마침 대만 중부 지역인 베이강北港과 윈린雲林에서 2월 8일~19일 동안 열려 잠시 다녀올 수 있었다, 집집마다 등불을 내걸고 폭죽을 터뜨리는 중국의 오랜 전통에서 이어진 등불축제는 대만에서는 가장 중요한 축제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세계 최고의 축제 가운데 하나로 꼽은 바 있다. 1990년 처음 시작되어 올해 28회째를 맞은 이번 등불축제는 관람객 수가 1,36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대성황을 누렸다. 화려함과 빛이 만났으니 이보다 더 폭발적인 축제가 또 있을까. 밤하늘을 수놓은 랜턴 쇼. 이 시기 타이완 하늘에 내린 천 억 개의 별. 2018년에는 자이현嘉義縣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윈린에서 열린 축제에서는 닭의 해를 맞아 봉황을 소재로 한 거대 주등인 봉황래의鳳凰來儀가 전면에 나섰다. 360도로 돌며 시시각각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봉황의 모습은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독특하고 화려하면서도 신비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새롭게 개발한 4D 굴절방식으로 만들어진 봉황은 다양한 각도에서 보더라도 사실적인 입체감을 나타낼 수 있어 관람객들의 탄성을 이끌어내 바 있다. 발광재료도 식물성 친환경 재료를 처음으로 도입한 점도 높이 살 부분, 수 천 개의 조형물이 빛을 발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

베이강에서 열린 축제는 땅 위의 등불과 하늘 아래 폭죽이 가미된 축제로 밤하늘을 끝없이 하얗게 물들인 축제였다. 대만 국가고적인 베이강 차오텐궁北港朝天宮 앞에서 시작된 축제는 중산로를 기준으로 강 건너 대교로 빼곡하게 이어졌다. 윈린 축제가 갖가지 다양한 수 백 만개의 등불에 포인트를 두었다면 베이강의 촛점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로 꾸려진 파티. 각종 전통복장을 입은 그룹들이 쉴 새 없이 공연을 하고 거리를 행진하며 분위기를 돋우었고 각종 쇼와 테마에 맞춘 음악, 댄스 등이 어우러져 퍼레이드를 화려하게 장식해 나갔다.

INFO. 가오슝 추천 여행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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