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의 신’ 김유진 대표가 추천하는 창업 아이템, 라볶이 전문점

기사 요약글

기사 내용

 

창업 매뉴얼 1 _ 왜 라볶이 전문점이냐고요?

 

희소성과 공리주의 때문입니다. 밥장사 이야기를 하다 말고 웬 공리주의냐고요?‘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벤담 선생의 이 말씀은 외식업에도 적용된답니다. 제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스승이라고나 할까요? 이게 기본인데 다들 놓치는 경향이 있어요. 이 불경기에 소득수준 상위 20~30%를 대상으로 하는 메뉴나 식당은 버티기 어려워요. 하위 70~80%를 노리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돈을 좀 덜 번다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자격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조사 결과 라볶이 전문점은 전국에 10곳이 안 돼 희소성도 있습니다. 설계도만 잘 짜면 외식업계에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분식업계 선후배들을 동원해 알아보니 분식집 매출 1위는 김밥, 2위는 라면 그리고 3위는 라볶이라고 하더군요. 순간 감이 확 오더라고요.‘이거다, 이거면 대박까지는 몰라도 중박은 충분히 칠 수 있겠구나!’

 

창업 매뉴얼 2 _ 메뉴는 뭐로 정할까요?

 

‘라볶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요? 치즈? 라면? 떡? 국물? 국물에 찍어 먹는 튀김? 성공은 관찰력이 좌우합니다. 치즈라면에 들어간 치즈가 슬라이스 치즈인지 모차렐라 치즈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피자에 뿌려 먹는 파르메산 치즈인지, 떡은 밀떡과 쌀떡 중 어느 쪽이 더 말랑하고 쫄깃할지, 국물은 흥건하게 주는 게 좋을지 국물이 약간 있을 정도만 내주는 게 만족감을 높일지 관찰해서 다수가 좋아하는 음식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게 바람직합니다. 다만 라볶이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어요. 데뷔 때부터 쭉 주연(라면)에 눌려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게 좀 까다로운 포인트예요. 조연을 보기 좋게 주연으로 끌어올리는 능력. 이를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해요. 주연을 주연답게 보이게 만드는 기술이죠. 폼이 날 수 있게 그리고 고객의 마음속 깊이 다가갈 수 있게 하는 포장이 필요합니다. 이런 장치들은 어떨까요? 크림 라볶이, 짜장 라볶이, 카레 라볶이, 불고기 라볶이. 언뜻 즉석 떡볶이가 생각나신다고요? 그럼 성공한 겁니다. 고객의 뇌에 비자발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게 핵심이에요.

창업 매뉴얼 3 _ 차별화는 어떻게 할까요?

 

지금까지의 라볶이가 주방에서 끓여주는 스타일이었다면 누님이 처음으로 즉석 라볶이를 시도해보는 거예요. 가스버너를 은색 테이블 버너로 바꾸고, 냄비도 싸구려 찌개 냄비에서 법랑이나 무쇠로 바꾸고요. 전략적 차별화가 중요하거든요. 만약 대상을 1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의 여성으로 잡는다면 이런 냄비나 도구 심지어 냅킨의 색깔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머리 아픈 숙제라고 생각하지 마시고‘장사 근육’을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하세요.

 

창업 매뉴얼 4 _ 육수와 소스는 어떻게 만들까요?

 

그럼 본격적으로 어떤 재료로 고객의 뇌를 사로잡을지 시작해볼까요? 가장 기본이 되는 육수는 닭발과 닭을 통째로 넣어 끓이는 게 좋습니다. 맹물에 조미료를 쓰는 방법도 있지만 국물의 깊이가 떨어집니다. 인간은 당분과 지방에 집착하도록 DNA가 설계되어 있어요. 즉 한번 맛을 보면 그 칼로리와 향을 기억해 서서히 중독되어가는 겁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다이어트 콜라가 오리지널 콜라를 이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감자탕용 등뼈를 끓여 육수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어요. 이 경우는 나가사키 짬뽕 소스를 곁들여‘나가사키풍 라볶이’로 명명하면 되겠네요. 닭 국물과 섞어서 사용해도 좋습니다. 이러면 가게의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이 풍부해지겠지요. 경쟁자들과는 멀어지고 그만큼 고객과는 가까워지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라볶이 레시피는 널렸습니다. 가장 단순한 오리지널 라볶이의 양념장 배합은‘고추장(1) : 설탕(1) : 다시다(1)’의 비율입니다. 여기에 후추를 갈아 넣기도 하고,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 등을 조금 섞기도 합니다. 제품에 따라 맛의 차이는 있지만 이 정도면 업소용 레시피가 완성됩니다. 크림은 양념장 대신 크림소스를 넣으면 됩니다. 카레와 짜장, 불고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카레와 짜장은 대기업에서 나온 파우더 제품을 사용하면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힌트를 하나 드리면 불고기 소스도 벌크로 나오는 게 있어요. 기존 제품을 가져다가 약간의 변화를 주는 거죠.

 

창업 매뉴얼 5 _ 상호는 어떻게 지을까요?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시작한 라볶이 전문점’. 왜 하필 두 번째냐고요? 최초 개발자가 어딘가에 있을 테니까요. 겸손은 누님을 믿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겁니다. 그리고 단무지를 담든 앞접시 용도로 내든 그릇은 커야 합니다. 가능하면 큰 게 중산층 소비자들에게는 잘 먹힙니다. 최고 상위계층의 고객들은 작은 접시를 선호하지만 그 반대는 아주 커다란 접시에 만족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참! 접시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음료 아이디어가 하나 떠오르네요. 장사의 성패는 객단가와 재구매율이 좌우합니다. 인테리어 효과도 있으니 백화점 지하매장에서 볼 수 있는 즉석 오렌지주스 착즙기를 하나 들여놓으세요. 비용은 약간 들겠지만 이만한 물건도 없습니다. 인간은 시트러스 향(감귤 향)을 맡으면 식욕이 돋고 대상에 대한 호감이 생깁니다. 현재 제가 매니지먼트하는 거의 모든 식당 입구에는 감귤들이 놓여 있습니다. 매일매일 점장들의 보고가 이어지는데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창업 매뉴얼 6 _ 서비스는 뭘 내놓을까요?

 

아무래도 즉석에서 해 먹는 시스템이다 보니 좀 심심할 수 있겠죠? 그래서 착즙기 바로 옆에 즉석 비빔밥 코너를 추천합니다. 밥솥과 나물 4종 그리고 계란프라이를 해 먹을 수 있게 휴대용 가스버너와 프라이팬, 식용유를 놓고 비빔밥을 무한리필하는 겁니다.‘1인 1주문 시 비빔밥 무한리필’. 원가요? 공깃밥 230원, 나물 600원, 달걀 300원 정도입니다. 이것도 넉넉히 잡은 겁니다. AI 때문에 일시적으로 달걀값이 올랐지만 연간 평균치를 내보면 이 셈법이 맞습니다. 객단가를 올리고 포만감을 선사하는 데 이만한 히든카드가 없어요. 전국에 있는 돈가스집들이 이 아이디어를 적용해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답니다.

 

창업 매뉴얼 7 _ 간판은 어떻게 꾸밀까요?

 

아무리 매력적인 아이템이라도 얼굴이 미우면 소용없어요. 간판에 달랑 사진 넣는 수준으로는 고객의 발목을 붙잡을 수 없단 말입니다. 커다란 라볶이 모형을 만들어도 좋고 우리 집을 상징할 만한 마스코트를 배치해도 아주 좋아요. 성인 남성의 덩치에 버금가는 곰 인형을 세워놓는 집들이 늘어나는 이유가 있답니다.‘라볶이’라는 글자와 사진에 더해 상징까지 기억이 되면 재방문 가능성이 훨씬 커져요. 고객 관리 차원에서 단골에게는 삶은 달걀 하나라도 더 내놓는 정성이 필요해요. 초보 장사꾼들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혈안입니다. 하지만 단골 유치가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제가 수많은 식당을 분석해본 결과, 식당을 찾는 손님이 100명이면 신규 40명, 재방문 60명이 평균이에요. 온갖 노력을 기울여서 각각 10%씩 고객을 늘렸다고 쳐요. 그럼 연간 얼마나 고객이 늘까요? 신규는 4%씩 12개월이니 48%. 재방문 고객은 6%씩 12개월이니 72%. 무려 24%나 격차가 생겨요. 그러니 재방문 고객에게 집중하세요. 그게 정답이에요.

 

창업 매뉴얼 8 _ 가격은 얼마로 할까요?

 

1인분 가격은 4000원에서 6000원으로 잡고, 비빔밥 2000원, 주스 2500원. 이 정도면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상권은 전국 어디든 좋은데 학원가였으면 좋겠어요. 하루에도 두 번 찾을 수 있는 매장. 푸짐해서가 아니라 맛있고 다양하고 희소성 있어서 찾는 그런 매장 말이에요. 키워드를 선점하는 건 참 중요해요.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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