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의 신' 김유진 대표가 추천하는 창업 아이템, 비빔밥 전문점

기사 요약글

'장사의 신' 김유진 대표가 추천하는 창업 아이템, 비빔밥 전문점

기사 내용

 

창업 매뉴얼 1 _ 왜 비빔밥 전문점이냐고요?

 

불경기에는 아무래도 복고 아이템이 유리합니다. 과거로의 회귀도 한몫을 하고, 낭만적 시대를 그리워하는 이유 때문입니다. 기왕이면 생명력이 긴 아이템이면 더욱 좋겠죠. 그래서 비빔밥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네? 너무 평범하다고요? 그런 소리 허덜덜 마세요. 유행을 좇다가 쪽박을 찬다니까요.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내는 최고의 노하우는 평범함이에요. 단, 그저 그런 비빔밥집이면 곤란하죠.

 

창업 매뉴얼 2 _ 상호는 어떻게 지을까요?

 

무엇을 파는 곳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상호여야 합니다. 그리고 내 메뉴를 수식해주는 단어가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하고요. 예를 들어볼까요?‘청담 비빔밥’ vs‘구로 비빔밥’. 전자가 고급스러운 느낌이라면 후자는 수더분하고 서민적인, 그래서 문턱이 높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깁니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이미 수식어 한 자 한 자를 따라 읽으며 판단을 해버리고 말았어요. 심지어 그림까지 그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네이밍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부연하자면 그깟 수식어 하나가 손님의 발이 잦게도 하고 끊기게도 한다는 소리입니다. 제가 만약‘봉평 비빔밥’으로 상호를 제안했다면 메밀을 연상해 메밀싹을 넣은 비빔밥이라고 추측할 겁니다. 또‘주문진 비빔밥’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오징어나 오징어젓갈이 들어갔으리라 판단을 하게 되는 거죠. 이게 바로 언어의 연상 작용입니다.

 

창업 매뉴얼 3 _ 차별화는 어떻게 할까요?

 

비빔밥의 차별화 전략은‘맛있고 고급스러운 비빔밥’이라는 사실을 먹기 전에 고객들의 뇌에 입력하는 겁니다. 일단 외부에서 보이는 유리창 가까이 도정기를 배치하시죠. 이미 두어 곳에 컨설팅해 크게 재미를 본 경험이 있으니 믿으셔도 됩니다. 도정하는 시간은 출근, 점심, 저녁 이렇게 세 번이면 됩니다. 그리고 뮤지컬 무대의 주인공처럼 이 녀석에게 핀 조명을 하나 비춰주세요. 문을 닫은 이후에도 이 조명은 끄면 안 됩니다. 가게 앞을 지나가는 손님들은 다 한 번씩 피식 웃음을 터뜨릴 겁니다. 명품관의 마네킹도 아닌 녀석이 한밤중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습을 보고 웃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최근 무한 사랑을 받고 있는 전기 자동 압력솥 기계를 고객들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놓으세요. 1인용 작은 압력솥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책장 같은 모양에 20~30개가 열을 맞춰 줄지어 서 있어요. 기계만 봐도 설렐 정도입니다. 모양만 좋은 게 아니에요. 편리하기까지 합니다. 불린 쌀과 물을 조금 넣고 버튼만 누르면 6~7분 만에 밥이 완성됩니다. 이걸 테이블에 가져다 그 자리에서 흔들림 추를 뒤로 젖혀 압력을 빼주는 겁니다.“치이이이이이~”
늘 말씀드리죠? 음식은 먹기도 전에 맛있어야 한다고. 이러면 되는 겁니다. 문 열고 들어서는데 도정기에서 쌀알들이 쏟아져 내리죠. 자리에 앉았는데 여기저기서 칙칙 소리가 들리죠. 매장 안은 마치 밥 향 스프레이를 뿌려놓은 것처럼 촉촉하고 구수하죠. 밥이 맛있으면 국이나 반찬도 맛있어지기 마련입니다.

 

창업 매뉴얼 4 _ 나물은 어떤 재료를 쓸까요?

비빔밥에는 어떤 나물이 잘 어울릴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철 나물이면 어떤 재료든 훌륭합니다. 식객들이 계절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단 빠지면 섭섭한 친구들도 있습니다. 바로 무나물과 당근볶음이에요. 이 두 친구는 빼면 큰일 납니다. 경험들 있으시죠? 비빔밥집에서 화날 때. 밥이 뻑뻑해 비벼지지 않는 거예요. 저 같은 경우는 울화가 치밀어요. 그러다 보니 자꾸만 국 대접의 국물을 숟가락으로 옮기게 되고요. 이러면 감점입니다. 냉혹한 심판관들에게 가산점을 받기 위해서는 촉촉하게 윤활유 역할을 하는 무나물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전주식에도 통영식에도 그리고 황해도식에도 무나물이 들어가는 이유이기도 하죠.

 

창업 매뉴얼 5 _ 비빔장은 무엇으로 할까요?

 

비빔장요? 이건 손님들에게 선택권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주인 마음이라고 하지만 그 약하디약한 여린 나물들을 고추장으로‘부비부비’ 하고 나면 도대체 맛의 구분이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양념장을 세 가지로 준비했으면 합니다. 고추장 하나, 냉이나 달래 넣은 간장 양념장 하나, 마지막으로 된장을 졸여 만든 강된장 하나. 아직 비빔장을 세 가지 내주는 집이 없으니 고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겠지요.
원가요? 꼭 장사 못하는 분들이 셈이 빠르세요. 만약 형님이라면 달랑 고추장 하나 내주는 집을 가겠어요? 아니면 된장, 간장, 고추장 3종 세트를 내주는 집을 가겠어요? 비즈니스의 성패는 단골 고객에서 좌우되는 겁니다. 단골이 많아지고 또 가게를 찾는 빈도가 늘면 매출이 증가합니다. 손님을 단골로 만드는 데는 대단한 노하우가 숨어 있는 게 아니에요. 그분들의 애로 사항을 들어주면 되는 겁니다.
유난히 비빔밥에 들어간 달걀프라이를 좋아하는 분이 있는데 달걀값 폭등했다고 빼버리면 그분은 절대 다시 오지 않습니다. 이번 조류독감 사태 때 제가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매장들은 오히려 더 크게 붙였어요.‘황금란 달걀프라이 무한 리필’. 1년의 평균을 내보면 크게 차이 나지 않아요. 소위‘장사의 신’이라는 분들이 늘 이런 이야기를 하세요.“세상 제일 바보 같은 밥장사가 상추, 김치, 계란 값 올랐다고 빼는 놈들이여….” 이 양반들의 공통점은 무엇의 가격이 올랐다고 하면 그 아이템을 더 퍼주는 겁니다. 내 걸 내주면서 인심 얻으라는 말, 참 중요한 말씀이죠.

 

창업 매뉴얼 6 _ 국물은 뭘 내놓을까요?

 

매일 바뀌면 좋겠어요. 귀찮겠지만 냉잇국, 콩나물국, 미역국, 달걀국, 소고기뭇국…. 채소는 그때그때 값싸고 싱싱한 녀석들 데려오면 되고, 고깃국물 재료는 마장동이나 독산동을 한번 돌아보고 한우 잡뼈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비교 분석해 정하면 됩니다. 한우는 잡뼈도 맛있어요. 핏물 빼고 대여섯 시간 끓이기만 하면 기름 둥둥 뜬 진한 육수를 얻을 수 있어요. 달리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소금하고 파만 조금 넣으면 되지요. 이런 게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는 디테일이거든요.
그리고 국 대접을 일반 업소에 비해 두 배쯤 키우면 어떨까요? 아침 해장국으로 나오는 북엇국 그릇 정도의 이중 보온 스테인리스 대접이면 아주 좋지요. 인심은 곳간에서 나고 음식은 주인의 인격을 닮습니다. 굳이‘나 깍쟁이요’라고 드러낼 필요 없잖아요. 참, 쌀은 TV에서 광고하는 쌀이면 더 좋을 거예요. 가게 앞에 모니터 설치해놓고 (요새 중고 모니터 정말 쌉니다) 쌀 광고뿐 아니라 밥을 하는 모습, 나물 데치고 무치는 모습, 대접에 밥 썩썩 비비는 모습 등을 보여주면 시쳇말로‘직방’입니다. 한번 테스트해볼까요? 형님이라면 형수님하고 애들 데리고 식사하러 가는데 왼쪽 집에서는 요리 동영상이 막 나오고, 오른쪽 집에는 달랑 사진 한 장 걸어놓았다면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할까 말까 의문이 들 때마다 지금 이 테스트를 해보세요. 나라면 어느 집을 갈까?

 

창업 매뉴얼 7 _ 가격은 얼마로 정할까요?

 

가격은 6000원으로 책정했으면 합니다. 단, 단골들에게는 뭔가 혜택을 줘야 하니 100장을 한꺼번에 구매하면 5500원씩 그리고 월식은 4500원. 앞에서부터 원가를 따져보세요. 쌀+물+나물 6종+양념 3종+국 등. 힌트를 하나 드릴게요. 목표 수익률을 세우고 나머지는 다 퍼주세요. 세금 내고 딱 20%만 남기겠다고 덤비면 여차여차해서 벌어들인 20% 수익보다 단골을 더 얻을 수 있을 겁니다.‘한 푼이라도 더 주겠다’와‘한 푼이라도 더 남기겠다고 덤비는 것’은 고객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완전 다릅니다.

 

창업 매뉴얼 8 _ 매장은 어디가 좋을까요?

 

상권은 반경 500m 이내에 5층 미만 건물이 200개 정도 있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예산이 많지 않아 A급 상권을 추천해드릴 수는 없지만 작게 시작해서 크게 키워보는 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요? 형님이 자리 잡을 수 있는 무기는 거의 다 드린 것 같아요. 보세요. 오픈하고 한 달이면 SNS에 난리가 날 겁니다.‘도정기가 있는 비빔밥집’이라고. 고객은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만 자신의 스마트폰과 온라인에 남겨요. 소비는 다른 말로 과시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참, 비주얼에 자신이 없다면 SNS 이벤트는 피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왜 이런 문구들 많이 걸어놓잖아요.‘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그리고 카카오스토리에 음식 사진을 올려주시면 음료수를 제공하겠습니다.’ 이 매장에서 찍은 음식 사진이 잘난 척할 만한 가치가 없으면 사진 올리고 음료수만 챙긴 뒤 가게 나오자마자 내리는 친구들이 있어요. 프로듀서 초년병 시절 형님이 가르쳐주셨죠. 불과 20~30년 안에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시대가 온다고요. 지금입니다. 도정기로, 밥솥으로, 쌀 광고로, 벽에 붙은 농부들 사진으로, 그리고 3종 양념장으로 고객들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고객은 보는 것만 믿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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